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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며든 너
작가 : Hee Yeon Je
작품등록일 : 2016.10.10

초시계가 뛰면, 내 심장이 뛰고,
내 심장이 뛰면, 널 향한 내 뜀박질이 시작된다.

관음증의 진혁과 이중생활 하나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극과극의 두사람, 그러나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그들.
그렇게 서로가 스며들듯 사랑에 빠지는데..

 
10. 상처는 서로의 존재를 원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작성일 : 16-10-27 22:47     조회 : 387     추천 : 0     분량 : 5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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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를 끊임없이 찾아오는 일이 일과가 되어버린 진우였다.

 어떻게든 하나를 설득시켜서 그 집을 나오게 해야만 했다.

 

 요즘 들어 그녀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오랫동안 봐온 그녀의 표정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진우였기에 한눈에 알아봤다.

 하나는 현재 심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 원인이 그 자식이라는 것이,

 진우의 마음에 가장 걸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빨리 떼어놓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하나는 꼼짝도 않고 요지부동이다.

 이제는 그를 귀찮아하며 피하기 시작했다.

 

 노골적으로 진우를 피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진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이순간도

 하나의 마음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마음을 자각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떼어 놓아야만 했다.

 그 미친놈에게 말이다.

 하나가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진우만 아는걸로 충분했다.

 

 그러니 시간이 없다.

 하나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기 전에 말이다.

 

  

  " 오빠, 매일같이 이렇게 출근도장 찍을 셈이야? "

  " 네가 그 집에서 나온다면 이럴 일 없어. "

  " 왜 그토록 반대하는 거야? 아무 일 없다니까.. "

  "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남자랑 여자가 동거가 말이 돼?


  그리고 그 자식 문제 있는 놈이야! "

  " 나에게 손하나 대지 않는다는 것은

  오빠가 더 잘 알잖아. "

  " 아니, 남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나야, 혼자 지낼 수 있는 집 마련해 준다니까

  왜 이렇게 말 안 들어! "

  " 오빠에게 신세지고 싶지 않아.

  
그리고 오빠 근처에 있으면 내가 노출 되잖아.

  
이 집은 아무도 못 찾아올꺼야. "

  " 그렇지 않다는 것 네가 더 잘 알잖아.

  
그리고 얼마 전에 박의원 찾아 왔지?

  이미 너 어디에 있는지 회장님은 알아.

  회장님, 단지 기회를 주고 계실 뿐이야.

  하나야, 나 이제 더는 막아 줄 수없어.

  저번 일로 단단히 화나 계셔. "

  " 오빠..그래도 싫어.

  곧 나도 그 집 나오게 될꺼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

  " 그렇다해도 곧 회장님은 너 찾아오게 될꺼야.

  널 그냥 내버려둘 분이 아니야.

  그 전에 나와 함께 가자. 제발..하나야~ "

 

  

 그의 표정은 간절하다.

 그녀가 고집을 부리던 순간마다,

 진우는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지금도 방패막이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녀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확실히 확인해야 했다.

 진혁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감정의 변화를 알고 싶었다.

 

 처음은 최악이었다.

 미친놈과의 최악의 만남이었고,

 경찰서에서 끝이라 생각했다.

 

 다시 재회한 그는 겉은 멀쩡하지만,

 여전히 미친놈이었다.

 같이 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의 취미생활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충격이었지만,

 그의 다른 면모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두운 과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나는 어렵게 진우를 달래서 돌려보냈다.

 진우가 그녀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 감정을 확실히 해야 했다.

 

 그녀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의 속내를 알아보려 했다.

 하나는 그녀의 감정을 확실히 하기 위해,

 진혁의 마음을 떠 보려 했다.

 그녀가 그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는 사실은 단 하나,

 그가 관음증이 라는것 뿐이었다.

 

 그 것이 두 사람의 만남의 원인이 되었고,

 현재 동거라는 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금 하나가 확인하는 것은 진혁의 본심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 일어난 변화에 대한 진실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 의해 남자를 혐오하게 되었고,

 그 이후 단 한번도 남자를 사귀거나

 사랑하는 감정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남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들이 그녀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모두 좋은 감정이 아니었기에 그랬다.

 

 저녁에 돌아오는 그를 붙잡고 확실히 해볼 생각이었다.

 

 진혁이 비록 미친놈이었고,

 저번의 그 차가운 모습을 보면서

 다시는 이런 마음 갖지 않으리라 다짐 했었다.

 

 그러나 궁금했다.

 이 마음의 끝을 봐야 했기에,

 그를 기다리는 이 시간은 이상하게 긴장되고 두근거렸다.

 

 

 늦은 밤,

 진혁이 들어왔고,

 그를 기다리다 잠깐 잠이 든 하나는 기척에 눈을 떴다.

 

 술냄새가 났다.

 흐트러진적이 없는 진혁이 잔뜩 술에 취해 눈조차 풀려있었다.

 하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처럼 반짝이지 않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는,

 초점조차 제대로 맞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흐트러 놓은 것일까?

 그날 어머니가 찾아왔던 밤처럼 그를 위로 하고 싶었다.

 

 그에게 손을 뻗던 하나는 그의 얼굴 근처에서 멈칫거렸다.

 

 전처럼 거절당할까봐,

 상처입을까, 그녀는 겁이 났다.

 상처입는 것이 싫어서 자신을 숨기고 살던 그녀였다.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사랑조차 하지 않던 그녀였다.

 아무도 믿지 않았었는데,

 하나는 지금 진혁의 모습에 흔들리고 있었다.

 갈곳을 찾지 못하던 손을 내리던,

 하나의 손끝에 진혁의 눈길이 꽂혔다

 

 

  " 내 경고를 무시하는 군. "

  " 너 말이 짧아졌어. 원래의 모습이야?

  지금 네 모습 말이야. "

  " 그렇군, 말이 짧네.

  그러는 너는 처음부터 반말 했잖아.

  아무튼 오늘은 말이야. 내 마음대로 하지.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지.

  네가 내 비밀을 하나 알았으니 그게 공평하겠어.

  나는 만지는 것을 싫어해.

  특히 여자가 만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지.

  어머니 덕분이야.

  어머니는 남성편력이 심한 여자였어.

  어린 나는 안중에도 없었지.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그래서 하루가 멀다하고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였어.

  덕분에 여자가 나를 만지면 소름끼치게 싫어.

  병균이 옮는 것처럼 말이야.

  마치 어머니의 짐승같은 행동들만 연쇄적으로 떠올랐거든. "

  " 어떻게 그런… "

  " 그래. 기가 막히겠지. 아니 거짓말이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모두 사실이야.

  그 뒤로는 병적으로 무엇이든 정리하고 씻고 닦고 그랬어.

  어머니의 더러움이 옮기라도 하듯이 그랬어.

  성에 대해 눈을 뜨면서 내가 정상이 아님을 알았지.

  여자가 나를 만지는 것이 너무 싫어서,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가 없었지.

  하지만 건장한 남자였기에 성욕은 처리가 안되더군.

  덕분에 네가 알고 있듯이 나는 현재까지도

  관음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말이야.

  어때? 이쯤이면 너의 비밀과 공평한가? "

  " ……. "

 

 

 이내 평소의 침착함으로 돌아온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듣는 하나는 전혀 담담하게 받아 들일 수 없는 이야기다.

 

 하나의 삶도 녹록치 않았다.

 특히나 가족관계는 한마디로 비즈니스 관계였다.

 그래서 기댈 곳 하나 없었고,

 남자는 다 그런 욕정을 풀기위해 그녀를 이용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진혁은 자신과 반대로 생각하고 그 것에 상처받았다.

 

 이런 일이 이렇게 흔한 일인줄이야.

 바로 옆에서 가까이에 일어나는 일상처럼 말이다.

 그래서 끌리는 것이었다.

 그녀 본인도 자각 못하고 있을 만큼 말이다.

 

 진혁도 역시 하나처럼 가족에게 상처를 입고,

 혼자 담담히 안고 가는 남자였다.

 깊은 동질감,

 그리고 그를 안아주고 싶은 충동은 쓰나미처럼 몰려왔지만,

 안아줄 수 없었다.

 

 그의 상처는 감히 자신이 위로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보다 훨씬 깊고 어두운 곳에 잠겨 있는 심연과도 같았다.

 그동안 들춰낼 수없이 강하게,

 그를 몰고 그리고 버텨 온 바위 같은 사람이었다.

 

 진혁의 모습은 누구보다 강하고 굳건해 보였다.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의지로 목표를 가지고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상처는 어떻게 스스로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여실히 다 드러내 보이는 것처럼,

 그도 기댈 곳이 필요했다.

 

 진혁은 눈 앞에서 그보다 더 상처 입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하나를 바라보았다.

 

 그와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여자.

 처음부터 색다른 매력으로 그저 사냥감이라 여겼던 여자.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는,

 진혁이 간절히 원하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눈앞에 안 보이면 불안했다.

 다른 여자들은 더럽게만 느껴지는데,

 그녀에게는 그런 거부감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하나가 그에게 손지검 한 그 날부터 그랬다.

 그렇게 그녀는 어느새 진혁의 공간에 들어와 있었고,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진혁은 자신도 모르게 하나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살포시 감쌌다.

 그의 붉은 입술이 하나의 마른 입술 위로 포개어졌다.

 하나는 놀래서 눈이 둥그렇게 커졌고,

 그를 밀어 내려했지만,

 더욱 강하게 힘을 주어 감싸안는 손길에 결국 그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억눌러온 감정이 터져나오듯,

 격정적이고 저돌적으로 진혁은 하나를 탐했다.

 

 거부감은 들지 않고,

 더 탐하고 탐하고 싶은 욕망이 불 타올랐다.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강하게 더 끌어안고 몸을 밀착 시켰다.

 키스는 더 짙고 농염하게 서로를 탐해갔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사람은

 그동안 억지로 무시해오던 감정을 깨닫는 순간,

 무섭도록 상대방을 원했다.

 

 뜨겁고 강렬하게 하나가 되듯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 들어갔다.

 

 그러나 이내, 진혁은 하나를 밀어냈다.

 마치 방금 전의 일은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혼란스럽다.

 지금의 감정이 생소하고, 처음이었기에 그럴 것이다.

 

 여자에게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설레고 있었다.

 강렬한 소유욕도 일었다.

 그리고 더럽지 않았다.

 하나가 지금 이순간 너무도 간절히 안고 싶은 존재였다.

 

 여자가 그 더럽고 추악한 존재가,

 하나라는 여자로 인해, 이렇게 180도 달라질 줄 몰랐다.

 

 하나는 혼란스러운 진혁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에도 확신을 가졌다.

 

 하나는 그를 원하고 있었다.

 격렬하고 뜨거웠던 키스 속에서 그도 자신과 같다고 느꼈다.

 

 이것은 그 어떠한 말보다 정확한 증거였다.

 결벽증에, 관음증이던 그가 그녀를 안고 입맞추었다.

 

 그 어떤 거부감도 없이 본인 의지에 의해서 말이다.

 

 하나는 그제서야 느꼈다.

 남자에 대한 감정이 단순히 증오만은 아니었단 사실을 말이다.

 

 사실은 그녀도 사랑받고 싶었다.

 이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녀를 이용하려는 짐승들 뿐이었고,

 하나는 그들에게서 자신을 지켜내려 거부했고, 숨겼다.

 

 감정을 증오로 변화시키고,

 사랑스러운 그녀를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은둔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

 어느새 그녀 안에 자리 잡으려고 하는 진혁이란 존재가

 하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 들어 원래의 모습으로,

 상처받기 전, 사랑받길 간절히 원했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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