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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며든 너
작가 : Hee Yeon Je
작품등록일 : 2016.10.10

초시계가 뛰면, 내 심장이 뛰고,
내 심장이 뛰면, 널 향한 내 뜀박질이 시작된다.

관음증의 진혁과 이중생활 하나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극과극의 두사람, 그러나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그들.
그렇게 서로가 스며들듯 사랑에 빠지는데..

 
9. 각자의 비밀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만다.
작성일 : 16-10-27 22:03     조회 : 421     추천 : 0     분량 : 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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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는 하린의 결혼식을 이리도 빨리 맞이 할 줄은 몰랐다.

 그녀의 옛 남자와 말이다.

 

 그 날도 이렇게 화창 했었다.

 이 결혼을 그녀만 빼고 축복하듯이 말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부가 될 그녀가 그랬듯이,

 하린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하나의 얼굴은 어둡다.

 이 결혼이 무슨 목적이며,

 정작 결혼하는 신부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도 하린은 아름답고 눈부시게 빛나는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얼마나 엄선하고 골랐을지 안 봐도 선했다.

 

 같이 해주지 못한 것은,

 하나뿐인 언니로서 미안하나 어쩔 수 없었다.

 엄청나게 시달렸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결혼식장에서 만나게 된 하린과 어머니의

 잔소리는 한동안 이어졌지만, 그래도 둘 다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하나뿐인 여동생의 결혼식을 마냥 축하만 해주고 싶었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하린은 아직 어렸다.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서 데이트도 해보고 평범한 연애도 하고,

 그녀가 하고 싶은 다른 취미생활도 가져보고,

 여행도 다녀봐야 했다.

 그런데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더욱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린과 정략 결혼하는 그는 정치가의 자제이다.

 그런 그에 직업상 특징으로 인해,

 그녀는 집 밖 출입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국회의원으로

 다음 대선 차기주자를 준비하고 있는 그다.

 

 그렇다.

 그의 나이는 하린의 두 배 가까이 되었고,

 하나와 결혼을 진행할 때도

 이미 하나가 두 번째 부인이었다.

 그러나 하나가 박차고 나갔다.

 

 그 눈부시고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식장을 뛰쳐나갔던 것이다.

 

 그 때 당시,

 하나의 아버지는 그런 하나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노발대발하며 하나를 찾았던 아버지는

 진우가 하나의 방패막이 되어,

 일 처리를 한 덕분에 그녀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하나가 도망 가버리면 아버지의 야망은 포기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포기라는 것을 모르는 남자였다.

 자신의 욕망이 들끓음으로 인해,

 딸들을 희생시키는 잔혹한 아버지.

 아버지에게 딸들은 단지 협상의 도구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익히 아는 하나가 하린의 결혼식이

 그 것도 그녀와 파혼된 남자와

 결혼식 숨막히는 이 광경을

 하나는 무력하게 지켜만 봐야 했다.

 

 아버지의 사업의 안전과 확장,

 그리고 더 나아가 신분상승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그 결과 하린의 정략결혼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부,

 이제 중년을 넘어서는 야망에 가득 찬 남자의 결혼식.

 

 하나는 구역질이 올라옴을 느끼며

 결국 결혼식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나왔다.

 식은땀이 흘러 내리며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녀가 만약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지금 하린이 서있는 자리가 하나의 자리었어야 했다.

 그 중년의 야망가는 하린보다는 하나를 지정했었다.

 하나와 결혼하겠다고

 그래야지만 아버지의 뒷배를 봐주겠다 계약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하나는 잠적했고,

 그는 막대한 손해와 망신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몇 년 뒤,

 하린이 급작스럽게 연예계진출과 동시에 주목 받게 만든 뒤,

 그는 하린과의 결혼을 진행시켰다.

 하린의 연예인 이미지를 정치적 활동에 이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의 계획대로 하린은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고,

 화려하지만 소소하고 서민적인 이미지가 먹혔다.

 

 덕분에 지금 이 결혼은 정치 쪽도 연예계 쪽도 둘 다 화제다.

 하린의 화보집은 국내 불우한 아동들을 돕는 곳에 모두 쓰였다.

 그 또한 하린을 이용하기 위한 이미지 전략이었다.

 철저하게 처음부터 의도된 하린의 연예계 활동이었고,

 완벽한 이미지 관리였다.

 

 그런 하린이 안타까웠지만,

 그 생활에 만족하는 그녀였기에 그 또한 행복이라 여겼다.

 하린은 그녀들의 어머니처럼

 그저 화려한 생활만 만족되면 되었다.

 그녀가 어떻게 이용되고,

 나이 많은 남편의 일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야망이 많은 정치가는 욕심도 많았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가 있어야 할 남자가

 지금 하나 눈 앞에 있었다.

 

 그가 하나를 찾아왔다.

 아무런 수행비서도 대동하지 않은 모습으로 단독으로 말이다.

 하나는 당황스러웠고,

 그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법적으로는 여동생의 남편이자 제부였다.

 그런 그가 이 야심한 밤에 찾아온 이유는 뻔했다.

 

 그랬다.

 남자들의 본성과 야심은,

 늘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들이 바라는 한가지.

 그녀의 몸을 탐하고 지배하는 일이었다.

 

 그의 탐욕스러운 눈빛과 번들거리는 입술이 너무도 싫다.

 너무도 뻔한 그 목적도 싫다.

 여전히 그녀를 탐하고 있다는 사실도 혐오스러웠다.

 그녀의 동생을 탐하고,

 그도 모자라 그녀까지 탐하기 위해,

 이 밤에 온 한 마리 짐승일 뿐이다.

 

 하나를 붙잡는 그의 손은 서늘하고 더럽다.

 그녀는 몸서리치며 그를 밀친다.

 다시금 달려드는 그 짐승을 있는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난다.

 

 분명 아버지에게 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녀와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다.

 

 이러려고 그 어려움을 무릅쓰고,

 진혁의 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이 생각나는 밤이다.

 진탕 취하고 그 손길과 역겨운 눈빛까지 모두 잊고 싶은 밤이다.

 

 그녀의 이중생활,

 그 일은 여기서 부터 시작되었었다.

 

 철저히 남자들에게서 눈에 띄이길 거부했던 하나.

 덕분에 그들의 역겨운 시선에서 자유로울수 있었고,

 하나는 가끔씩 분출하는 밤의 문화?로 자신을 놓았다.

 그렇게 늘 그녀를 위로하고 위안 받았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 단 한가지 간절한 것은,

 술도 유흥도 아니었다.

 

 진혁, 그가 보고 싶었다.

 

 

 하나가 진혁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진혁은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와서 앉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참 필요한 순간마다 귀신같이 알아채는 그가 신기하다.

 

 어떻게 아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당장 필요한 것이니

 그의 손을 덥석 또 잡고야 만다.

 술잔을 기울이는 꽤 긴 시간 동안,

 그는 그녀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하나는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것은 진혁이었다.

 평소처럼 퇴근 후, 여유롭게 다음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그런 그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이 하나였다.

 

 그녀 앞에 낯선 이가 있다.

 하나에게 남자가 많이 꼬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느꼈다.

 하나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갖고 싶은 원초적인 남자의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눈빛을 숨기고 있었다.

 

 하나를 지켜보는 내내 진혁의 마음 속에는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저 하나를 관찰하고픈 욕망만이 아니었다.

 그가 이때까지 여자를 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온전히 그녀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한번도 여자가 갖고 싶다던가,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그다.

 그런 그가 하나가 갖고 싶어졌다.

 

 온전히 그만의 여자이고 싶다.

 다른 남자가 만지는 것이

 이상하게 질투라는 감정이 느껴진다.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진혁이었다.

 한 번도 여자를 만지거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질투라니, 생소한 감정이었다.

 그래서 술잔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런 그의 눈 앞에 하나가 앉았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고 입술로 넘어가는 술잔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녀의 숨겨져 있던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유혹의 빛이 강해진다.

 안아달라고, 만져달라고,

 그녀의 유혹의 냄새가 온몸에서 풍겨 나온다.

 압도당하고 있었다.

 진혁은 하나의 유혹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단 한마디의 말이 오고가지 않았지만,

 이미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의 마음 속의 소용돌이 치는 그 변화의 움직임을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그녀의 마음 속의 변화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없다.

 하나 또한 진혁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감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순간,

 위기의 순간마다 손을 내밀어 해결해 준 남자다.

 있는 그대로 사심없이 모든 것을 제안하던 남자.

 평소 그녀가 느낄 수 없는 사심없는 배려가 그녀를 움직였다.

 

 혼란은 그 둘 사이에 소용돌이 치고 있었지만,

 겉모습은 그저 평온하다.

 아무 일도 아무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둘 사이의 감정선은 딱 거기까지였다.

 더는 가까와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다.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지만,

 사람에 대한 불신이 그들을 더 가까와지지 않게 만들었다.

 

 눈으로는 간절히 서로를 원하면서도 말이다.

 

 

 아침부터 진혁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면서도

 상당히 상기되어서 불쾌한 표정을 계속 짓고 있었다.

 뭔가 닥칠 일에 미리 불안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진혁의 표정이 더 굳는 것이 보였다.

 처음보는 그의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평소의 여유가 넘치던 그의 모습은 더는 없다.

 

 열기 싫은 문을 억지로 열 수밖에 없는 사람처럼,

 그는 그렇게 우뚝 현관 앞에 서 있다.

 계속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결국 진혁은 문을 열었다.

 

 한 중년의 여자가 문틈 사이로 보인다.

 하나는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으로 들어갔다.

 언뜻 오고가는 말 속에 어머니라는 소리가 들리고,

 돈에 대한 말들이 오고 갔다.

 

 중년여성은 아무래도 진혁의 어머니인 듯 했다.

 서로 큰소리가 오고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 진혁이 어머니를 쫓아 내는 모양이다.

 이내 소리는 잠잠해지며 문이 닫히고,

 진혁의 욕지거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그의 큰소리, 욕하는 목소리..

 그리고 화가난 모습.

 이제껏 전혀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 방문을 열고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를 이토록 화가 나게 한 것이 무엇일까?

 호기심이 고개를 쳐들고 그녀를 유혹했다.

 결국 하나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까의 일을 전혀 모른다는 것처럼,

 뻔뻔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허나 진혁의 표정까지 모른척 할 수는 없었다.

 상처입은 승냥이 한마리의 표정.

 날카롭게 날이 서서는 분노를 표출하지만,

 한없이 슬퍼보이는 그의 표정에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내 차갑게 내쳐지는 그의 손길에 다시한번 놀랬다.

 

 그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 손대지 마. "

  " ……그게 나는 그냥… "

 

 

 미처 하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혁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

 자신의 손길을 강하게 거부하던 진혁의 태도가

 하나의 마음조차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랬다.

 잠시 착각했다.

 우리는 역시 계약적으로 잠시 동거하는 관계일 뿐이었다.

 서로의 일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딱 여기까지다.

 늘 그가 자신에게 대하는 그 벽이 보이는 태도의 선.

 

 요즘 들어 부쩍 챙겨주는 그가,

 같이 살아서 이젠 친해졌다 생각했던 자신이,

 전부 그저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왜 눈물이 흐르는 것인지 하나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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