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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2부 태양의 권세] 12장 사령관
작성일 : 20-10-07 21:21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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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네 곁으로 지나갈 때에 네가 피투성이가 되어 발짓하는 것을 보고 네게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하고

 

 - 에스겔 16:6 –

 

 

 ***

 증폭기에 다이너마이트를 단단히 묶었다. 이 증폭기에 다이너마이트를 묶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렀는지 모른다. 여왕의 정신파를 강화하는 증폭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에만 첩자로 심은 병사 2명이 죽었다. 이 증폭기가 없으면 여왕이 우주선 이륙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캐내기 위해, 부패한 관료에게 금괴를 8개나 가져다 바쳤다. 그 금은 반란군이 지난 2년 동안 모은 전 재산이었다. 게다가 증폭기까지 행군하여 오는 길에 열병으로 죽은 병사가 또 1명이었다. 가장 충성스러운 병사 중 하나였다. 그리고 누군가는 또 죽게 된다. 임무를 끝낸 후, 기지까지 성히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자살독약이 잘 있는지 확인해라.”

 

 소대장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그 독약은 돌아가는 길에 생포되면 목숨을 끊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은 소리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는 마혜인 사령관이 직접 하달하신 임무였다. 좀처럼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침내 폭파병이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의 손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불을 붙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불꽃이 심지를 따라 파사삭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 소대원들은 폭발을 피해 몸을 숨겼다. 긴장감이 감도는 조용한 공간에, 오직 그들의 숨소리와 심지가 타는 소리만이 들렸다. 병사들의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시작했고, 그들의 신경은 예민하고 날카로워졌다.

 

 “쾅-!”

 

 굉음과 함께, 증폭기 밑으로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다. 그리고 중폭기는 끼이익 소리를 내며 지상으로 꼬꾸라졌다. 폭발과 함께 지하실이 완전히 붕괴했으니, 중요한 설비들은 다 망가졌으리라. 증폭기를 다시 세우는 데에는 적어도 이 주일은 걸릴 것이다. 그리고 소대에게 생존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부리나케 탈출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경고음과 군사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소대를 추적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뛰라- 뛰라-!”

 

 소대장이 병들에게 말했다. 그는 작은 소리를 내듯 공기를 내뱉으며 말했지만, 흥분으로 가득한 그 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다. 병들은 그 소리를 듣고 일제히 내달렸다. 달리는 병사들이 착용한 장구류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어둠 속에 가득 퍼져 나갔다. 긴장감으로 가득한 그들의 심장이 멎을 듯이 박동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소대장은 모두가 살아서 기지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소원했다.

 

 

 ***

 마혜인은 증폭기를 파괴하러 갔던 소대가 전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들이 성공적으로 증폭기를 파괴했다는 사실도 들었다. 그녀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증폭기를 파괴한 것이 그 많은 청년들이 죽어야 할 정도로 의미가 있을까. 그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증폭기 건설에 이 주일이 걸린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다. 적들이 생각보다 빨리 증폭기는 건설한다면, 그 죽음은 다 무의미한 일이었다.

 

 ‘아마 더 튼튼하게 지어지겠지. 그 전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다 개죽음에 불과하다.’

 

 그녀는 중압감에 머리가 지끈하게 아렸다. 온종일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낼 수 없었다. 그녀의 신경은 늘 곤두서 있었고 가슴은 꽉 막힌 것처럼 갑갑했다. 가망 없는 전쟁을 벌인 지도 벌써 2년이나 지났다. 그녀는 지치고 불안하게 매일을 보냈다. 사형장으로 향하는 수감자의 발걸음처럼 쇠약한 날들이었다. 물론, 그녀도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했다. 밝은 희망과 벅차오르는 의지를 고취하고, 고통과 번뇌에 정신을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직 그녀에게는 싸울 의지가 있었고, 그녀의 반란군은 2년 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체계화되었다. 심지어 굳건한 의지로 무장한 부하들로부터, 그녀는 종종 감화되고 양양한 사기를 느끼기도 했다. 게다가 오늘은 훌륭한 병사들이 증폭기 파괴 임무를 성공시키기도 했으니 제법 괜찮은 날이었으리라.

 

 그러나, 전장에서 병사들이 사지가 찢겨 죽었다는 비보를 들을 때, 끔찍하고 강력한 여왕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 때, 회의 중 참모들의 두 눈동자 속에 공포와 두려움이 선명하게 보일 때…. 그녀의 마음은 쉽게 무너졌다. 그럴 때면 그녀는 스스로를 비관하고 연민했다. 그녀는 포위당한 무력한 짐승이었다.

 

 그렇다고 저항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포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죽음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죽음은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때때로 자살을 생각했다. 그녀는 죽음만도 못한 삶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끔찍한 불행…. 어느덧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 되었다.

 

 ‘그대로 죽어 버렸으면.’

 

 그녀는 매일 밤 잠들 때마다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러나 그녀는 매일 아침마다 눈을 떴고, 눈을 뜨면 또 다시 불행에 대해 생각해 왔다. 불행의 가장 큰 문제는 과거의 불행까지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의 불행을 새겨 보는 시간이 잦아졌다.

 

 그녀는 문득 중학교 때 즈음 학급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을 둘러싼 영악한 아이들이 자신에게 폭행을 가하는 이유를 어린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던 날, 약에 취한 아비에게 두드려 맞았던 일도 떠올렸다.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어 시궁쥐 같은 꼴로 등교했을 때, 그 아이들은 더 신나서 그녀를 놀렸다.

 

 그녀의 삶은 늘 불행이 만연했다. 그녀가 대학교 때 학비가 부족해서 원치 않는 정보요원후보생을 지원했던 일. 그 속에 있었던 수많은 폭언과 폭행. 어미가 앓아 누워 버려 돈이 부족해 장기복무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일. 상사가 회식자리에서 자신을 모욕해서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던 일… 그 일… 저 일… 그리고 지금. 그 일들은 그녀의 코끝을 시큰히 맵게 했다. 도대체 왜 신은 나를 미워하는가.

 

 그렇게 불행이 그녀를 집어삼킬 때, 그녀는 간신히 죽은 남편과 사랑스러운 딸 유라를 떠올렸다. 아득한 어둠 속에서 마지막 행복이었던 그 사람과의 추억을 그려 보았다. 그이의 자상한 미소와 손길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리고 그 사람의 딸, 유라. 그녀가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가 저 멀리 지구에 있었다. 부모를 아득히 까먹었을지도 모를 그 아이를 떠올릴 때, 그녀가 느끼는 사무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용솟음치는 슬픔 속에서 그 아이에 대한 자신의 책임감과 귀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되새겼다.

 

 ‘보고싶은 나의 딸, 유라. 나는 이 전쟁을 끝까지 해낼 거야. 꼭 유라를 보러 갈 거야.’

 

 그녀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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