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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2부 태양의 권세] 11장 여왕의 추악한 꽃밭(2)
작성일 : 20-10-07 21:20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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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이 손가락으로 노예 중 한 명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남들보다 덩치가 갑절은 커 보이는 사내가 돌덩이를 끌고 있었다.

 

 “저 자는 제가 말했던 행성에서 끌려간 ‘푸푸’ 왕자입니다. 푸푸 왕자는 왕에게 뛰어난 기개와 용기를 물려받았습니다. 게다가 성품도 훌륭하고 머리도 똑똑하죠. 그의 눈을 보십시오. 다른 노예들과는 다릅니다. 생명과 의지가 느껴지지요.”

 

 마혜인이 그 푸푸라는 자를 살펴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역시도 다른 노예들처럼 노역에 힘겨워 보이긴 했으나 그의 눈동자에서 저항정신과 생존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보였다. 그는 강인하고 반듯한 청년으로 보였다.

 

 “과연 확연히 다른 노예들과는 달라 보이는군.”

 

 마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존에게 동의했다.

 

 “나의 친구, 혜인. 그를 찾아가십시오. 그가 당신을 저항군에 인도할 것입니다.”

 

 마혜인은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한참 동안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왜? 그건 네 일이 아니냐? 내가 저 행성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자 존이 빙그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그것은 나의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일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이 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저항군에 있으니까요. 저는 어디까지나 로봇입니다. 만약 제가 저들을 만나더라도 전쟁에 대해 조언할 수는 없습니다. 저의 기밀보호 프로토콜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진짜 지구인’이고, 군사교육까지 받지 않으셨습니까? 부디 그들을 도와주십시오. 그들은 오합지졸이지만, 당신이 돕는다면 진정한 군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마혜인은 뻔뻔한 그의 얼굴에 주먹을 갈기고 싶지만, 그래 봐야 손만 아플 테지(로봇이니까). 그리고 그녀는 한참동안 그 왕자를 응시했다. 그의 등짝에도 깊고 뚜렷한 채찍자국이 있었다. 그 역시도 극한의 노동에 고통받았다. 그는 헐벗었고 바싹 말라 버렸다. 그의 겉모습은 다른 이들처럼 영락없는 노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가 다른 노예들과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어떻게 저토록 뜨거운 눈빛을 가질 수 있었는가? 그녀는 그의 눈빛에 매료된 채 한참 그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열성적인 눈빛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알겠다, 로봇. 저 자를 찾아보겠다”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그녀는 다시 존에게 물었다.

 

 “그럼 너는 어찌할 셈이냐?”

 

 “저는 그녀를 교화시키기 위해, 그녀에게 전파를 보내 대화할 계획입니다. 그녀는 전파를 텔레파시처럼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당신과 저항군을 도울 것입니다.”

 

 대답을 들은 그녀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참동안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마혜인이 먼저 정적을 깼다.

 

 “그나저나, 왕자의 몰골이 끔찍하군. 온몸이 보라색이 될 때까지 줘 패다니… 나쁜 놈들.”

 

 그러자 존이 대답했다.

 

 “마 요원, 저들은 원래 보라색 생물인 걸요? 혓바닥도 보라색이죠.”

 

 “오- 세상에, 지구캔디* 를 먹어도 티도 안 나겠군.”

 (*동그란 지구모양 캔디. 먹고 나면 색소 때문에 혀가 보라색이 된다. 미취학 우주인들 사이에 유행을 했는데, 마약성분이 검출된 이후 성인 우주인들 사이에서도 대유행하고 있다. 참고로 지구는 무분별한 환경오염으로 보라빛이 되었다.)

 

 

 ***

 존은 여왕과 대화를 시도했다. 여왕과 대화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존이 전파를 보내면 여왕은 전파를 역추적하여 군사를 보냈다. 때문에 존은 적어도 15분에 한 번은 자리를 옮겨 다녀야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무명고지에 앉아 몇 번이라도 다시 전파를 보냈다. 그 주파수는 오직 여왕만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여왕이 심기를 거스르는 그 전파에 응답했다.

 

 “발룬다의 제자, 네가 제법 좋은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네가 감히 나와 독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것은 대단히 불쾌하도다.”

 

 “오- 위대한 사막의 여왕이시여. 부디 미천한 저의 불경함을 용서하소서. 그러나 제가 올리는 말들은 파라오의 통치에도 이익이 되는 것들입니다.”

 

 “미친 소리. 네가 하는 말들은 궤변이요, 백해무익한 것들이다. 나의 노예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냐?”

 

 “여왕님, 바로 그 노예들에 대한 이야기가 맞습니다. 어찌 그 가여운 이들을 그렇게 대하고 있는 것입니까? 당신의 통치는 신민을 위한 것이지 않습니까? 온화한 햇빛이 지상에 비치는 까닭은 곡식을 자라나게 하고 날을 따뜻하게 하여 신민들을 부유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그 노예들의 등가죽이 뜯어지고 썩어 들어가서 악취가 풍기게 두십니까? 부디 당신의 자애로움을 그들에게도 나눠 주십시오.”

 

 “나의 자애로움은 나의 신민을 향하는 것이지 노예나 해적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신민들을 보았느냐? 그들은 이미 배가 부르며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여왕은 짧고 단호히 말했다. 존이 되물었다.

 

 “그들이 당신의 앞에서 불행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당신의 폭력이 두려울 뿐입니다. 그들은 모두 당신의 부도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약해지면 언제라도 당신을 흉볼 것입니다. 그들은 아직 당신의 ‘추악한 꽃밭’을 보지 못했지요. 곧 그 악취를 맡을 것입니다. 그 끔찍한 노역의 현장을 보게 된다면, 그들은 당신을 존경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튼 소리. 나의 신민들은 나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나는 하늘에서 해적선을 끌어내리고 철갑에서 그 야만인들을 끄집어내었다. 그 두목의 사지가 잘렸을 때, 나의 신민들이 어찌나 환호했는지 아느냐? 그들의 부두목과 잔당들은 이제 파라오의 영광과 신민의 안식을 위해 일한다. 그것이 신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

 또 그 노예들은 어떠한가? 그것들은 건방진 것들이다. 그들은 임의로 나의 공역(空域)을 지났거나 나의 보호를 받으면서 내게 조공을 마치지 않은 것들이다. 나의 허락 없이 나의 빛을 탐하였으니 법에 따라 마땅히 죗값을 치러야 하느니라. 그들의 노동으로 신민들은 배부르고 노동의 고통에서 벗어난다. 나는 그들에게 노획한 무기와 우주선으로 석기시대에 불과했던 우리의 문명을 고작 십여 년 만에 우주시대로 도약시켰다. 신민들이 나의 위대함을 어찌나 경외하는지 너는 아느냐?”

 

 “오- 여왕이시여.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는군요. 신민들은 다른 이들의 불행을 딛고 살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행복한 가운데 살기를 원하죠. 게다가, 당신이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그들은 당신의 신민처럼 인간입니다. 그들을 가축처럼 다루어서는 아니됩니다.”

 

 존은 간절히 애원했다. 여왕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탁상을 “쿵-” 하고 내리치고 말했다.

 

 “그것은 온전히 지구인의 논리로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일이 너의 일이냐? 아니면 너희 지구인들의 일이냐? 인간이 아닌 것을 네가 인간이라고 하면 그것이 인간이 되는 것이냐. 너는 저 들판에 황소를 인간이라고 할 것이며, 시체 위를 뒹구는 버러지들도 인간이라고 할 것이냐. 고철덩어리도 인간이라고 하지 그러냐. 또 네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것이 인간이 된다는 말이냐? 너의 오만함을 직시하여라, 발룬다의 제자.

 나는 너희 지구인들을 잘 알고 있다. 너희 지구인들의 이율배반성과 표리부동도 알고 있다. 너희 지구인들이 개척시대에 저지른 학살과 차별은 인간적인 일이더냐? 너희 지구인들이 부유해지고자 저지른 도둑질과 사기, 편법은 윤리적이었느냐? 너희들이 감행한 수많은 전쟁과 착취. 너희들이 부순 수만 개의 별과 행성들에 대해 변명해 보아라. 또 너희들이 오염시킨 순결한 이들의 정신… 그것을 모르는 이가 있느냐? 너는 감히 변명해 보아라….

 너희 비열한 지구인들은 웃기지도 않는 논리로 다른 이들을 억압하지만 너희 스스로에게는 참으로 관대하구나. 악취가 나는 것은 너희들이지 이 파라오가 아니다. 부도덕한 것은 너희들이지 이 파라오가 아니다.

 나는 이 사막행성의 유일한 별이다. 나는 그 자체로 도덕이며 윤리요, 법이며 권력이로다. 그리고 너는 하찮은 범죄자일 뿐이다. 너는 감히 내게 조언하려 들지 말라. 너와 그 계집이 나의 정권을 전복하고자 저항군에게 무기를 주고 훈련을 시킴을 들었다. 나의 군사들은 반드시 너희 반역자의 소굴을 찾아낼 것이요, 너희들이 스스로의 오장육부를 보게끔 만들겠다. 내가 직접 가장 끔찍하고 처절한 방법으로 너희를 처벌할 것이다. 어디 끝까지 도망쳐 보아라, 발룬다의 제자.”

 

 여왕의 음성은 분명했으며 신념이 가득했다. 그녀의 문장은 존의 의지를 꺾는 거대한 해일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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