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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구령세기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7

치우가 칠대성을 물리치고 신국의 세운지 수백년.
사신과 사흉수를 봉인했던 구령의 봉인이 해제되면서 천하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흐른다.
수많은 나라의 영웅들 중 과연 천하를 지배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돌배와 온조
작성일 : 20-10-06 15:16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5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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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잠이 든 온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아직 아이티를 벗지 못했지만 손은 거친 나뭇꾼 손과 같았다.

 물집이 터지고 또 잡히고 또 터지고.

 온조는 가만히 말기름을 동생의 손에 발라주었다.

 그러는 온조의 손도 거칠기는 마찬가지였다.

 화랑의 집 노비였기에 아니 그보다도 못한 천민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응?"

 "깼어? 어서 집에 가자."

 "다 했어?"

 "응."

 끼이익

 "다 했냐?"

 "예."

 그들을 감시하는 노비 한 명이 창고문을 열며 물었다.

 "어디 보자. 제법이네. 가 봐."

 "예. 수고하세요."

 탁

 "아야."

 "얌마. 똑바로 해. 형 부려먹지 말고. 퉤."

 그 머슴은 온세의 뒷통수를 때린 뒤에 바닥에 침을 뱉곤 사라졌다.

 "치. 이게 뭐야? 나 혼자 할 수 있는데 괜히 형아 때문에 맞았잖아."

 온세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온조를 쏘아보았다.

 "미안해. 내일은 내가 얼른 하고 미리 자리를 피할게."

 "그렇게 미안하면 업어 줘."

 "응? 그런데 집에 빨리 가려면."

 "아 빨리 업어 줘. 업어 줘. 엉엉 흐어억."

 괜한 서러움이 폭발한 온세가 울음을 터뜨리자 난처해진 온조가 등을 내밀었다.

 "요 앞 고개까지만이다."

 "응."

 금새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바뀐 온세가 온조의 등에 업히려는 순간이었다.

 "뭐가 이렇게 시끄럽나 했더니 버러지들이구만."

 대감집의 자경진 삼형제였다.

 노비 대여섯 명과 함께 나타난 그들의 눈은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반짝였다.

 "어이. 네가 그렇게 힘이 세다고?"

 "아.. 아닙니다. 감히 저 같은 놈이 무슨."

 둘째인 자우두가 시비조로 물으며 온조에게 다가왔다.

 "너랑 나랑 동갑인데 우리 내기 한 판 어때?"

 "이제 곧 해가 집니다. 너무 늦으면 대감마님께서 걱정하실까 염려되옵니다."

 "어쭈 이 놈 봐라. 말투가 제법 귀족을 따라하네. 이 더러운 것들이."

 퍽

 "음."

 셋째인 자실미에게 정강이를 차였지만 온조는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왜? 너보다 나이 어린 놈한테 맞으니 억울해?"

 "아닙니다. 구품제의 법도가 엄한데 제가 어찌."

 잘생긴 얼굴과 다부진 체격.

 "좋아. 저기 마당의 소나무를 한 바퀴 돌아서 누가 빨리 오나 내기하는 거야. 어때? 내가 지면 쌀 한 말. 그리고 네가 지면 돌아가면서 종아리 다섯 대씩 맞고, 오늘 밤은 창고에서 자는 거야. 그게 싫으면 둘 다 개처럼 짖으며 기어서 나가."

 말을 마친 삼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며 킬킬거렸다.

 "하겠습니다. "

 온조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자 온세야. 형 금방."

 "무슨 짓이야? 네 동생이 왜 내려? 그대로 업은 채로 달려야지."

 첫째인 자경진의 말에 삼형제를 모시는 노비들도 재밌다는 듯이 잔인하게 웃었다.

 "예. 그 대신 저도 조건이 있습니더. 제가 지면 나 하나만 벌을 받고 동생은 보내주십시오."

 "뭐라고? 저 놈이 시끄럽게 해서 이 사단이 났는데 그게 무슨."

 "됐다. 그래. 그러자꾸나. 그럼 준비하거라."

 둘째의 말을 자경진이 앞으로 나서며 막았다.

 온세를 업은 온조와 자경진이 나란히 섰다.

 

 

 "이거 안 되겠습니다. 제가 어디 이런 걸 알겠습니까?"

 공방에서 나온 사람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러났다.

 박서방은 허연 수염을 만지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오씨 부인 성격을 알지 않나?"

 그 사람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하… 하지만 저도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아마 살아남은 여우족 장인이 만든 것 같은데 그들의 정밀한 가공을 어찌 제가 따라가겠습니까? 잘 좀 전해주십시오. 괜히 소인이 더 만졌다가 고장나면 뼈도 못 추릴 것입니다."

 심지어 이번에 바닥에 엎드려 울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에잉. 꼴도 보기 싫으니 어서 썩 꺼져."

 박서방이 손을 휘휘 내젓자 공방의 기술자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이 봐."

 마침 말똥을 거름더미에 옮기고 손을 씻고 있던 돌배가 눈에 띄었다.

 "예. 어르신."

 무슨 일인가 싶어 돌배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박서방은 비록 노비 출신이긴 했지만 자씨 집안에서 노비들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어 기세가 자뭇 당당했다.

 "자네 이것 좀 옮기게. 아니 근데 다들 어디간거야? 에잉."

 박서방이 손으로 가리킨 것은 하루 한 번 물을 채우면 시진마다 12지신들이 작은 종을 치는 물시계였다.

 "이.. 이게."

 "물시계 12루다. 이것도 몰라? 아무튼 지금 고장이 나서 종소리가 나진 않지만 자네 몸값의 100배가 넘는 것이니 잘 옮겨. 후원의 정자로 옮겨 두게."

 "예. 예. 어르신."

 공방에서 나온 기술자와 함께 12루를 들어 수레에 실었다.

 이 모습을 보던 박서방이 중얼거리며 자리를 떴다.

 "사라에 사람을 보내야겠구만. 쯧쯧."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요?"

 "에잇 나도 모르지. 재수 옴붙을려니까 이런 해괴한 물건을 나보고 고치라고? 에잇 이 봐. 나는 갈테니 자네가 옮기게."

 기술자는 침을 뱉은 뒤 돌배의 말똥 냄새에 코를 잡으며 돌아섰다.

 평소 손재주가 있다고 자부하던 돌배의 눈이 반짝 빛났다.

 12루를 바라보던 그는 한참을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거렸다.

 이윽고 뭔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의 돌배가 12루에 손을 댔다.

 사람키만한 12루의 옆면이 열리며 정교하면서도 복잡한 톱니바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돌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노비의 신호에 둘은 나란히 달리기를 시작했다.

 온세를 등에 업은 온조의 발이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소나무를 돌아서 오는 길에 온세는 괜스레 눈물이 났다.

 "히잉. 이게 뭐야? 우리가 지잖아."

 "헉 헉 걱정 마. 온세야. 방심하는 자는 지게 될 거야. 헉. 후읍."

 달리기를 시작한 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구간에서 자경진은 벌써 이긴 것처럼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 도련님."

 "형님. 뒤를 보십시오."

 자경진이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바람처럼 달리는 온조가 그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어엇."

 그 바람에 다리가 꼬인 자경진은 그만 자빠지고 말았다.

 털썩.

 "이익."

 재빨리 일어선 자경진이 달렸지만 승패를 가를 순 없었다.

 

 

 "에잇."

 퍽

 셋째인 자실미였다.

 참지 못한 그가 온세를 내려놓고 가쁜 숨을 쉬고 있던 온조를 뒤에서 내려쳤다.

 그리고 이를 신호로 노비들과 둘째인 자우두까지 몰려와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흐아앙. 으앙."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온세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울기만 할 뿐이었다.

 "너 이 새끼."

 퍽

 자실미가 온세의 가슴팍을 발로 차서 온세가 쓰러지자 온조가 필사적으로 기어 와 그를 안았다.

 "그만 해."

 퍽 퍽

 "그만하라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혀.. 형님."

 "도련님. 죄송합니다."

 경진의 말에 두 동생과 노비들이 가엾은 형제들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몸은 흙투성이가 된 지 오래였다.

 "약조는 약조니라 광에서 전 한 소쿠리 꺼내서 갖다 주거라. 가자."

 자뭇 분한 표정의 경진이 바람 소리가 나도록 옷자락을 펄럭이며 돌아서자 노비 중 한 명이 광을 향해 뛰어갔다.

 

 

 "온세야. 같이 가."

 우두에 의해 종아리를 심하게 밟힌 온조가 다리를 절룩거렸다.

 하지만 뭔가에 화가 단단히 난 온세를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온세야."

 "형은 바보야. 멍텅구리라고. 흐어어엉."

 말을 마친 온세는 눈 앞에 보이는 초가집을 향해 뛰어갔다.

 이미 날이 어둑해진 탓에 걱정이 된 정화가 싸리문 앞에 나와 있었다.

 "왜 이렇게?"

 멍이 든 온조의 얼굴을 본 정화가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런 정화의 품에 안긴 온세가 입을 종알거렸다.

 "엉엉. 그 저기 형아가 그 도련님들이랑. 흑흑 달리기를 못해서 내가 맞았는데 그냥 바닥에 엉엉 있었어요. 나한테 뭐라 하는데도 형아가 그냥 있었어요."

 뒤늦게 나온 돌배는 한숨을 쉬며 하늘을 볼 뿐이었다.

 온세에게서 떨어진 정화가 온조에게 다가갔다.

 짝.

 "어.. 어머니."

 뜻밖의 행동에 놀란 건 온조뿐만은 아니었다.

 "아니. 임자. 거 뭐시여?"

 돌배가 고치고 있던 바큇살을 내려놓고 다가왔다.

 "당신은 빠져요."

 무서운 표정의 정화가 온조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내 몸을 소중히 여기라고 하지 않았더냐? 이게 뭐야? 왜 다리를 절어? 넌 소중하고 중요한 아이야. 그러니 절대 절대."

 눈에서 눈물이 벅차오른 정화가 말을 잇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몸인데 제가 경솔했습니다. 앞으로 더 주의하겠습니다."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은 온조의 눈에서도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치 아니라니까. 이 바보가 그랬다고. 내가 형아 죽일 거야."

 온조에게 집중된 부모의 시선에 질투를 느낀 온세가 나뭇가지를 들고 와 온조의 등을 때렸으나 곧 돌배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

 "이깟 전이 뭐라고."

 정화가 전이 들어있는 소쿠리를 뒤집어 땅에 쏟자 온세가 울았다.

 "흐아앙. 내가 먹을 건데. 내가 먹을 건데."

 "에헤이 온세야. 어서 들어가자. 엄마가 조개된장국이랑 달래지짐이를 했으니까."

 "아하잉. 맨날 재첩국 아니면 된장국."

 "어허 떼 그만 쓰고. 어여. 제비가 낮게 나는구나. 비가 오려나보다. 어여어여."

 그 날 저녁 정화의 말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온조와 온세가 사는 동래성은 신국이 옥저로부터 빼앗은 성으로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자겸주 화랑이 성주였다.

 바닷가인만큼 염전을 통한 부가 창출되고 있어 신국에서도 중요한 도시라 일만의 군사가 지키고 있었다.

 바닷가인만큼 많은 수가 배가 다니고 바다에서 나는 산물이 풍부했다.

 온조와 온세는 마굿간지기인 천민 돌배를 아버지로 둔 탓에 천민 신분이자, 자겸주가 생사여탈권을 가진 하나의 소유물이었다.

 돌배는 마굿간지기를 하였고, 엄마인 정화는 바다에서 조개를 캐거나 염전에서 일했다.

 온조 역시 염전에서 일했으며, 막내인 온세는 집안에서 노비들이 시키는 잡일을 도맡아했다.

 천민이라 다행인 점은 집안에 들이길 꺼려하여 저택 외부에 따로 초가집을 짓고 산다는 점이었다.

 평민 아이들이나 귀족 아이들과 달리 노비나 천민 아이들은 6세가 되면서부터 일을 하였기 때문에 그 날도 온세는 마당에서 물을 길어 나르고 있었다.

 체격이나 체력면에서 보통 아이들보다 약한 탓에 온세는 늘 남아서 일하거나 형이 도와주는 날이 많았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평범한 날이었다.

 늦도록 물지게를 지고 물을 나르던 중 노비들이 여러 명 떼지어 가는 모습을 보았다.

 "야. 어서 와. 뭔가 큰 일이 났나봐."

 평소 온세를 스스럼없이 대하던 노비 하나가 손짓을 하였다.

 궁금증이 생긴 온세는 혼날 각오를 하고 물지게를 잠시 내려놓은 뒤 그 노비 뒤를 따라갔다.

 퍽 퍽

 "아구구. 나 죽네."

 "어서 꺼내거라."

 둘둘 말린 멍석 속에서 나온 것은 이미 맞이 맞아서 피투성이가 된 돌배였다.

 "아. 흡."

 아빠를 부르려던 온세의 입을 막은 것은 어느새 다가온 온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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