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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132화 천 년의 대회 (14)
작성일 : 20-10-04 16:21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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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었어."

  시간을 멈춘 공간에서 빠져나온 시은이가 제일 먼저 던진 말이었다.

  다들 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숙적처럼 여기던 실운을 끝장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이 무덤덤했기 때문이었다.

  시은이가 천천히, 편안히 누워있는 카르탄에게 다가갔다.

  카르탄은 미소짓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임무를 깔끔하게 마쳤다는듯.

  조금 틀어졌어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제대로 해냈다는듯.

 "..바보.."

  덕분에 실운을 이길 수 있었지만, 받은 상처가 너무나도 컸다.

 '..진작에 알 수 있었다면..'

  카르탄에 대해서 진작에라도 알 수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보내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조금만 더 그를 믿었더라면.

  왕이 그를 언급했을 때, 조금만 더 물어봤다면.

  왕이 어째서 그렇게나 신뢰하는 것인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면.

 "후우.."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일 뿐이다.

  하얀 기력보다 뛰어난 기력을 다루게 되면서, 시간을 멈추는 공간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을 되돌리는 일은 불가능했다.

  시은이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시즌. 고리온 드는?"

  매번 스승님이라 꼬박꼬박 부르던 시은이가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물론 그녀에게 있어서 시은이는,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였으나.

  그녀도 깨닫고 있었다.

  더 이상 자신이 그의 앞에서 스승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걸.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게 호칭을 정리해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시즌이 조금 음울해진 분위기를 풀어낼겸, 조금 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있으면 이쪽으로 올 거야. 그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심스런 공간을 만들었거든."

  시즌이 가리킨 곳은, 방금 전까지 시즌과 단보루, 그리고 시야카와 젠이 있던 곳.

  시은이는 시즌이 조금이라도 쳐진 분위기를 풀어내려고 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무척이나 고마움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마워. 어서 이동하자."

  여전히 마음 한 켠이 추욱 가라앉기는 했지만, 언제까지고 쳐진 상태로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남은 건, 두 명.

 '고리온 드와 나.'

  잘 얘기가 통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싸울 수밖에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분노나, 슬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파고들어선 안됐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이기에, 조금이라도 틈이 보인다면, 이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재능을 알고 있다는 것도 알테니까.'

  너무 저자세로 나가서는 안된다.

  이미 그가 건넨 책으로, 그의 재능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시은이로서는.

  저번과 크게 다르지 않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아니, 되도록이면 강하게. 얄짤없다는 듯.'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

  그건 어느새 시은이의 특기가 되어있었다.

  시즌을 따라 시은이네가 한꺼번에 움직였다.

  그곳엔, 단보루와 시야카, 젠과 시즌을 포박해두고 있던 이들이 어리둥절한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이들만이, 이쪽을 째려보고 있을뿐.

  검은 무리들은 기력을 파악하는 능력이 딸리는 것인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네년이 한짓이냐."

  목 언저리에 보이는 보랏빛 자수. 장관급의 상징.

  하얀 옷을 멋지게 장식하며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상황을 파악한 것 같았다.

  이들의 구출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믿고 따르던 실운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시은이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알고 있으면, 알아서 비켜. 똑같은 꼴 되기 싫으면."

  시은이의 손에서 거친 하얀 기력이 솟아올랐다.

  자신들의 접근을 이제야 눈치챈 검은 무리들은 몰라도, 장관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저 손바닥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우리도 더 이상 갈곳이 없어서 말이야."

  그들은 실운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지금의 왕으론 더 이상의 미래를 볼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대회에 미쳐버린 왕을 그들이 어떻게 보필하겠는가.

  애초에 그들은 현재의 왕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특권들을 쪼개고 또 쪼개서 신하들에게 나누어준 왕인데, 그들이 좋아할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천계라는 곳은,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아야 할 장소이기에, 당연히 그 중심인 시그리안이 발달할 수밖에 없고, 그들이 특권의식을 가져야만했는데, 지금의 왕은 자꾸만 주변의 마을을 도우려고 했다.

  모든 이들이 받아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야한다면서.

  시찰단이란 것도 원래는 없었는데, 본인의 수명까지 줄여가면서 늙어죽지 않는 영생의 기사단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백성들에게만 퍼주어선 안됐다.

  왕이란 자고로, 근엄하고 진지하며, 백성과 가까이 하되,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위치에 있어야 했다.

  필요할 때는 써먹고, 필요없을 때는 버리는.

  때로는 칼같이 냉정한 이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장관들은 왕이 대회에 미치는 것을 계기로, 이 모든 것을 이뤄줄 지도자인 실운을 찾아냈고, 그에게 모든 걸 걸었던 것이었다.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된다면 새로운 시대의 주축이 될 것이고.

  안된다면.

 "그럼 나도 미안해야겠네."

  쿠웅.

  하얀 옷을 입은 이들이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몇 초 뒤, 그들이 드러누운 풀밭이 붉게 물들었다.

  죽음뿐이었다.

 "너희들은 어쩔래."

  시은이의 차가운 시선이 검은 무리들에게 쏘아졌다.

  기분같아선, 단보루의 목에 검상을 낸 조금 키가 큰 저 검은 녀석만큼은 죽이고 싶었으나.

  시은이는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가보겠습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실운을 위해서라면 죽기라도 불사할 것 같은 이들은, 눈치껏 실운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실운이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쳤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실운은 자기 사람들은 끔찍히 챙기는 사람이었기에,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저렇게 살아있는 사람같지도 않는 눈빛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이 앞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하며 납득하고 있었다.

 "꺼져."

  시은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들은 전부 잽싸게 자취를 감춰냈다.

 "..정말 끝내지 않아도 되겠는가?"

  조심스레 검자루를 쥐고 있던 단보루가 그의 곁에서 물어왔다.

  시은이는 다시 따스해진 시선으로 단보루를 바라보았다.

 "지도자가 나쁘다고 해서, 그를 따르는 모든 이들이 나쁜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제게 그걸 판단한 권리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렇군. 맞는말이네."

  단보루는 검자루에서 스르륵 손을 놓았다.

  감정에 앞서서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시은아..저기 앞에 한 명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어."

  시야카의 말에 시은이가 가볍게 시선을 던졌다.

  이미 파악하고 눈치껏 보내버리기 위해, 살의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꿋꿋히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여전히 전신이 검은 옷으로 물들어진 사내.

  다른 이들과 다른점을 찾자면, 그의 양주먹이 커다란 건틀렛으로 둘러싸여있다는 점이었다.

 "도 소대장이라 했나?"

 "대대장이다. 그리고 이번일이 잘 끝나면 장로의 자리에 오르려고 했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도 대대장.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네가 따르던 실운은 죽었다. 너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시은이가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며, 그를 향해 오른손을 뻗어냈다.

  도 대대장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은 채, 시은이를 째려보았다.

 "알고있다. 어차피 난, 실운님께 모든 것을 구원받은 몸. 그 분을 위해 죽을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다."

  무척이나 굳건한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방금 시은이가 손을 펼치자마자 하얀 옷을 입은 이들이 줄지어 죽은 것을 봤으면서도, 꿋꿋하게 시은이를 향해 걸어나왔다.

  시은이를 제외한 다른 이들도,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각자 언제든 전투에 들어설 수 있게 준비자세를 갖췄다.

 "이해가 안 가? 걔 이미 죽었다고. 죽은 녀석을 위해, 왜 굳이 목숨을 버리려고해? 정말 실운이 그걸 바란다고 생각하는 거야?"

  시은이도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다른 이들이 순간 시은이를 말리려 손을 뻗었지만, 의외로 젠이 나서며 그들의 손을 제지했다.

  그랬다. 그들이 걱정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저 눈앞에 나타난 도 대대장을 걱정해야 될 판이니까.

 "아니, 실운님께선, 어떻게든 살아남기를 바라시겠지. 자기목숨이 제일이고, 그 다음에 주변의 소중한 이들의 목숨을 챙기시는 분이니까. 우리도 그렇게 교육받았다. 그래서 방금 네 앞에서 검은 무리들이 도망친 거고."

  시은이는 딱히 검은 무리들의 사상과 실운의 교육방침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알았어."

  기세는 좋다. 마음가짐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다.

  언제 고리온 드가 이쪽으로 넘어올지 모른다.

  되도록이면 변수는 그 전에 제거하고 싶었다.

  샤아악.

  손을 가볍게 휘젓는다.

  그러자 도 대대장이 눈치 채지도 못하는 순간에 하얀 기력이 그의 몸을 통과하며 그를 움켜쥐었다.

 "커헉!"

  그의 비명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하얀 기력속에서 그는 스스로, 멈춘 시간공간으로 들어갔으니까.

  실운과는 다른 시간대여서 둘이 만날 수는 없겠지만, 결국 똑같은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네가 바라는 것이 그것이라면.."

  도 대대장의 진심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마음을 짓밟을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굳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 한 거야?"

  시즌이 살짝 걱정되는 표정으로 시은이를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이 친구가 바라는대로 해줬어. 그게 이 친구의 충의를 무시하지 않는 방법이니까."

  시은이는 그렇게 말하곤, 시즌이 말한 공간의 바로 앞에 들어섰다.

  옛 여주인의 녹색 기력과 하얀 기력을 깨닫게 되면서,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이나 높아진 시은이.

  그는 시즌이 얼마나 공을 들여서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공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일가견이 있다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특이한 공간.

 '시은씨라면 충분히 만들어낼수도 있는 공간이야.'

  고리온 드라면, 들리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공간.

 "그럼 들어가있자."

  시은이의 말을 따라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곤, 시즌이 만든 의미심장한 공간에 발을 들여놓았다.

  완전히 새하얀 세계.

  그곳의 중심엔.

 "..후우..날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환하게 빛나는 빛무리를 애써 감춰내고 있는 사내가 서있었다.

 "고리온 드. 이미 와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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