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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131화 천 년의 대회 (13)
작성일 : 20-10-03 16:06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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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하군.'

  얼만큼의 시간이 흐른것인지 알 수 없었다.

  치료의 적기를 놓쳐, 회복되기 그른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전장을 누비며 일 초에 수십격을 날릴 정도로 날쌨던 몸은.

  어느샌가 삐쩍말라 수척해지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 같았다.

  지금이라도 까딱 하면, 손가락이 움직일 것 같았고, 자신의 몸이 금방이라도 일어나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붙어있다는 감각은 생생한데, 몸은 가만히 그대로, 불지도 않는 바람에 점차 말라가고 있었다.

  신기했다.

  어떻게 사람이 움직이지도 않은 채,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살아있을 수 있는지.

  무엇보다도 죽음에 가까운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정신은 왜 이리도 말짱한지.

 '후후..그만큼 내가 재능이 뛰어났다는 거겠지.'

  이젠 그것과는 상관없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시은이가 사라지고 난 뒤, 실운은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생각을 멈추면, 부정적인 생각이 끌어올라, 죽기직전까지 고통을 받을 것 같았기에.

  스스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는 몰라도, 아마도 죽기 직전까지 생각을 멈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가 살아온 기간 약 400년.

  세대가 벌써 몇 번이나 교체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이었다.

  실운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부터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대체 그 누가, 태어났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실운은 기억해냈다.

  원래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재능을 각성한 이후, 그의 머리는 비정상적으로 사고회전이 빨라졌고.

  그 덕에 머릿속에서 잊혀진줄만 알았던 기억조차 끄집어 낼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실운.

  본명 진시루.

  그는 평범한 마을의 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부터 뛰어난 미모와 체격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재능이랄 것이 없었다.

  기력감응도도 무척이나 떨어졌고, 그렇다고 검술이나, 창술, 그런 전투적인 쪽에 재능 또한 없었다.

  그가 제일 잘하는 건 괭이질, 삽질, 도끼질 등.

  마을의 발전에 필요한 능력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연히, 농부로서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살아갔다.

  그러던 중, 스타시가 발발했다.

  들은 적이 없었다.

  자신의 마을은 참여한다는 이야기조차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다른 마을사람들이 들어와, 자신의 마을사람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동생들이 눈앞에서 잘려나갔다.

  자신만큼은 어떻게든 살라며 시간을 벌어준 탓이었다.

  그 순간, 진시루는 기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 들었던, 기본적인 기력식을 조합해서 마을에 들어온 적들을 겨우겨우 제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무렵엔, 이미 마을에서 살아남은 이는 자신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저 뒤에서 자신에게 다가온 촌장을 보지 못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진시루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가지지 않은 채, 촌장에게 다가갔고, 기력식으로 그의 몸을 폭파시켰다.

  그 뒤로, 진시루는 자신의 마을에 쳐들어왔던 마을로 홀로 떠난 뒤, 그 마을을 완전히 몰살시켰다.

  그렇게 해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마지막 마을사람을 죽이려했을 때, 그는 얘기했다.

  우리를 종용한 세력이 있었다고.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복수와 촌장의 이기심으로 인한 마을사람들의 복수는 이것으로 끝났으니까.

  하지만 진시루는 자신에게 쌓여진 화를 풀어야 했다.

  그렇게 그는 단일로서 스타시에 참여한 마을들을 굴복시키기 시작했고, 결국 스타시에서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그 사이에 만났던, 김시은.

 '..대체 왜, 그 때 물러났던 거지.'

  그녀가 물러나지 않았다면, 그는 우승할 수 없었을 것이고, 천 년의 대회도 당연히 참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왠지모를 미소를 지으며 진시루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쓸쓸한 시선으로 한 번 쳐다보곤 사라졌다.

  그 뒤로 천 년의 대회에서 다시 김시은네를 만났다.

  김시은과 반 카르탄, 그리고 현재의 왕.

  셋의 조합은 각자 원래의 자리를 찾은듯 찰떡궁합으로 잘 맞았다.

  진시루는 여전히 기본 기력식밖에 사용하지 못했으나, 뛰어난 기력식 조합 능력으로 그는 최종 5인 안에 들 수 있었다.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어. 김시은 빼고는 다들 실력이 별로였다고..! 김시은이도 집중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하지만 진시루는 우승할 수 없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번번히 김시은이 나타나서 훼방을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가까운 순간, 김시은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었고.

 '..제대로 깨졌지.'

  실운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김시은의 앞에서 꼴사납게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거의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김시은의 무위는 뛰어났다.

  그 상태로 자신을 살려두고 떠난 것이다.

  사회적죽이기라는 명목하에, 천 년의 대회에서만 떨어뜨리고.

 '근데 왜 김시은 그 년이 우승하지 못한 걸까.'

  그 당시 가장 강했던 건, 김시은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승하지 못했고, 현재의 왕이 그 자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난, 그 때 재능을 깨달았지.'

  운명 개변.

  그 누구라도 좌절할만한 상황에서 다시금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울 때 피어오르는 재능.

  농사일 말고는 아무런 재능도 없던 진시루가, 부모님과 동생들의 죽음으로, 마을에 쳐들어온 모든 적을 죽여버리겠다는 다짐을 했을 때.

  그 때 기력을 깨달았고, 기력의 기본식으로 그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부딪치고,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순간.

  그는 복수를 힘입어, 다시 한 번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좌절속의 두 번의 일어섬을 통해, 그는 재능을 깨우쳤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운명을 '주인공이 될 운명' 으로 바꿈과 동시에 이름을 '실운' 으로 바꿨다.

  그러자 그러한 운명에 대한 패널티로, 순수한 재능에 의한 기력만을 가지게 됐는데.

  이것으로 인해, 다른 이들의 기력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극복하고자, 검술을 연마하며 기척과 감각을 단련하기 시작했고.

  주인공이 될 운명의 도움을 받아,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게 되었다.

  그가 지금껏 목숨을 유지할 수 있던 것도, 재능과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그는 영생을 얻지 않았다.

  그저 오랜기간의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지금껏 살아올 수 있던 것이었다.

  천 년의 대회가 끝나고 사라진 김시은이를 찾기위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력을 늘렸다.

  최종적인 목표는 복수를 끝마치고, 이곳의 왕이 되는 것.

 '..더 이상 나같은 이들이 나오지 않게..'

  자신이 더 이상 인간같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해온 짓들을 용서받지 못할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세상을 바꿔낼 수 없을 것이다.

 "강하기만 했지, 아무것도 못이른 김시은 같은 년처럼 말이야."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결국 자신도 이룬 것 하나 없으면서, 남을 탓하는 꼴이라니.

 "하아.."

  한 번 지나갔던 길.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죽지 않았다.

  몇 번이고 반복해봐도.

  기억을 지나갈 때마다, 점차 그 속도는 더해지고.

  필요없는 장면은 빠르게 지나가고, 다음 장면이 나오기 전에 그 다음 내용이 떠올랐다.

  이젠.

 "...생각조차 끝이나는건가."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자극도 없이, 가만히,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면, 그래도 죽을 때까지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이 받게 된 형벌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터벅. 터벅.

  이젠 환청까지 들린다.

  이곳엔 자신밖에 없을 터.

  김시은이가 돌아온다고 해도, 절대 저런식의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기력을 읽지 못하는 만큼, 그 누구보다도 다른 이들을 많이 관찰해왔던 실운이기에.

  터벅. 터벅.

 '..드디어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는 건가.'

  죽음을 맞이할 때는 황금새가 찾아온다 했나.

  세월이 흘러서 황금새가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 의인화가 된 황금새가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그저 환청이겠거니.

  터벅. 터벅.

 '후우..눈이라도 제대로 보였으면..'

  신기하게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뒤, 제일 먼저 잃어버린 건 시력이었다.

  스스로가 더 이상 필요없다고 여겼던 것일까.

  시력에 집중하느니, 다른 곳에 힘을 보태서 조금이라도 목숨을 연장시키려는 발버둥이었던 걸까.

  흐릿하게 윤곽만 잡힐뿐.

  모든 것이 뿌옇게 보였다.

  터벅. 터벅.

  그러는 순간에도 소리는 점차 커져온다.

  더 이상 환청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진시루는, 뿌연 시야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황금새인가본데..'

  아무래도 정말 죽을 때가 되었나보다.

  드디어 고통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더 생겨나게 될 지도 모를 이 세상에 대해, 약간의 미련은 남아있다만.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이 될 운명은 여기까지였던 것 같았다.

 '..배드엔딩.'

  김시은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자신에겐 배드엔딩의 이야기.

  턱.

  자신의 앞에 빛무리가 멈춰섰다.

  그것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건 참으로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죽음에 확실히 다가서는 것을 느끼면서, 점차 죽음과 멀어지는 것 같은 기이한 감각.

  죽음으로써 새로운 감각을 깨우게 될 줄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텁.

  아직 살아있는 감각속에서 그 무언가가 자신의 턱을 부여잡았다.

  따스한 손길.

  복수를 위해 살아왔던 삶이 일순간 녹아버리는 듯한 느낌.

  모든 것을 이해받는 것만 같았다.

 "..진시루."

  황금새가 자신의 원래 이름을 불렀다.

 "하..참...크크크...! 크하하하!"

  진시루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익숙한 목소리.

  언제나 정확한 타이밍.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여있을 때 매번 나타나던.

 "..김시은. 진짜가 나타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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