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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명탐정 이원희의 단편과 사건수첩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4

소녀탐정 이원희가 겪은 각종 단편사건들과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공개한다. 사건수첩과 단편소설 형식으로...!!

장편도 연재하겠지만 그건 길어서 우선 단편을 올리기로 한다!!~~

 
[중단편] 빌딩추락 살인사건 (하편)
작성일 : 20-10-03 02:41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1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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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때? 내 말대로 아무 흔적도 없지? 이렇게 물건이 가득 쌓인 데서 뭔가 큰 일을 했다면 금방 표가 날 거야!"

  신이치는 이전에 사건 발생 시 한번 올라와 본 적이 있는지, 그때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듯이 원희에게 옥상을 둘러보라고 밝혔다.

  "와아! 좀 지저분하군요..."

  원희는 옥상 위에 올라와 보고는, 빌딩 아래서는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이 빌딩 옥상이 너무나 크게 어지럽혀져 있는데 대해 놀라고 말았다.

  그 건물 옥상에는 취급하는 물건을 쌌던 스티로폴이나 골판지 상자, 그리고 물건을 쌓아두는 팔레트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긴 원래 이 건물이 물품보관용의 빌딩이고, 상층부에는 연구소까지 있는 건물이라니 어쩔 수 없는 처사이기는 할 것이다.

  그래도, 미관상 좋지 않다는 기분이 드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는지 원희는 약간 쌍을 찌푸렸다. 원희도 역시 여자였던지라, 깔끔하고 산뜻한 것만을 밝히는 성격은 어찌할 수가 없었던 모양일까?

  "휴... 이거야 정말... 무슨 트릭을 써서 이런 곳으로 올라온다거나 하면, 이 산더미같이 쌓인 궤짝이나 팔레트들을 치우지 않으면 안될 테니까 금방 표가 나겠군... 이래 가지고서야 설혹 글라이더나 경기구를 갖고 올라온다 해도 내릴 자리가 없으니 그것도 어렵겠군요."

  원희는 결국, 패러 글라이딩을 이용한 침입 방법도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깨달았다. 열기구든 글라이더든 올라와서 무사히 안착하려면, 적게 잡아도 너비가 십수 미터는 되는 넒고 광활한 평지가 필요하다.

  빌딩 옥상이라면 이 조건은 충족되지만, 그 옥상이 이렇게 물건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곳이라면 착륙할 때 부딪치거나 할 위험이 아주 크므로 궁극적으로 볼 때는 페러글라이딩을 이용한 침입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원희는 요즘 유행하는 패러 글라이딩을 이용한 트릭이 아닐까 하고 이런 방면에서 추측을 해보기도 하였다. 패러 글라이딩이라면, 소리도 안 나고 고층 빌딩 옥상으로까지 잠입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은가?

  이러한 과감한 발상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 추리도 이내 무리라는 것이 밝혀졌다.

  우선 빌딩 옥상에는 너무 물건이 많이 쌓여 있어서 뭔가 착륙하기가 아주 어렵고 위험하다. 범인이 바보가 아닌 이상, 물건이 쌓여 있는 옥상에 야간에 착륙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를 리 없다.

 

 '이거 또 헛다리짚었나? 역시 범인은 옥상으로도 침입한 것이 아닌가? 아니... 잠깐!'

  원희는 그 점을 추리해보다, 또 한 가지 이 추리의 모순점을 깨닫고 말았다. 설혹 이 옥상으로 패러 글라이딩을 성공하여 내려앉았다 쳐도, 수위의 증언에 의하면 야간에는 이 옥상의 문을 잠근댔으니까 옥상에 갇히게 된다.

  그러므로, 설령 여기 내렸다 해도 빌딩 안으로 침입이 어렵고 또한 어떻게 해서 빌딩 안으로 침입했다 쳐도, 빌딩 내부의 각층 계단 앞마다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무슨 수로 피한단 말인가?

  만약 그랬다면, 문제의 범행시간의 감시카메라에 범인이 옥상에서 내려오고 있는 장면이 찍혔어야 한다. 그러나, 그날 사건 시각의 감시카메라를 이미 경찰들이 상세히 조사했지만 아무도 옥상이나 아래층으로 출입한 장면이 찍혀 있지 않았다고 들었잖은가?

  '이거야... 설혹 옥상으로 침입하는데 성공했다 쳐도 안에서 잠긴 옥상 문은 어떻게 열었고, 또한 빌딩 안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어떻게 피했단 말인가? 엘리베이터는 야간엔 운행하지 않고, 계단 앞에는 감시카메라가 붙어 있어서 그 카메라를 피할 수가 없을 텐데...'

  원희는 이 문제점에 대해 이모저모로 굴리면서 생각해보다가, 신이치에게 뭔가를 물었다.

  "저, 신이치 씨, 혹시 헹글라이더같은 것을 이용해 옥상에 올라올 수 있다면, 핸드폰 같은 것으로 그를 옥상으로 유인해 밀어 떨어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 밖에서는 옥상 문을 열 수 없지만, 안에서는 쉽게 열 수 있으니까... 하나바시가 범인이라면, 어떤 핑계든 만들어서 그를 옥상으로 유인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자신이 옥상에서 내려갈 수 없다면, 피해자를 옥상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이..."

  원희는 이러한 가설을 내세우면서, 그런 방법에 대해 전후 조사한 결과를 물었으나, 신이치의 대답은 회의적이었다.

  "아니야. 그건 무리야. 더구나 이 옥상에서 떨어졌다는 가정은 부검결과를 통해도 무리야,

  이미 사건 직후 법의학 전문의가 사체부검을 했는데, 그의 몸에 난 상처는 20층 높이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라더군. 분명 8, 9층 높이에서 떨어진 상처래. 일단 내가 보기에도 그래. 20층, 아니지 참. 옥상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21층이지.

  21층 높이라면 적게 잡아도 70미터 높이는 되는데, 그 높이에서 떨어졌다면 팔과 다리가 완전 분해되어 형체도 못 알아보게 박살나는 게 보통인데, 그 시체는 머리가 깨졌을 뿐 거의 형체가 완벽하잖아? 그 상처는 아무리 보아도, 겨우 한 30미터 높이 정도에서 떨어진 정도의 상흔이야. 나도 형사로서 그 정도 차이는 알고 있지..."

  원희는 신이치의 설명을 듣고서,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자신이 보았던 그 나루시의 시신의 모습을 떠올리고서는 아닌게아니라 그 설명이 수긍이 갔다.

  "그렇긴 하군요... 그렇다면 옥상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역시 9층에 있는 그의 방에서 떨어진 게 맞긴 맞나?"

  원희는 그 사실을 알고는, 더욱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꼬여가는 것을 느꼈다. 옥상으로 유인한 것도 아니고, 옥상에서 떨어뜨린 것도 아니라면 무슨 재주로 범인은 이 빌딩에 숨어 들어와 그를 떨어뜨리고 난 후에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갔단 말인가?

  '대체 그렇다면 범인은 무슨 재주로 이 빌딩에 숨어 들어왔다 이 건물 안에 들어와 있던 피해자를 떨어뜨리고 감쪽같이 빠져나갔나? 투명인간도 아닌 이상... 아니? 잠깐? 투명인간?'

  원희는 그 투명인간(?!)이란 발상을 떠올리고는, 설령 피해자가 입은 상처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의 추리가 보기 좋게 빗나갔음을 직감하였다.

  '아참! 참 내... 나도... 왜 이렇게 어리석지? 설혹 그랬다고 해도, 만약 범인이 피해자를 옥상으로 불러냈다면 범인이 아닌 피해자가 옥상으로 올라오는 장면이 비디오 감시카메라에 찍혔을 것 아냐? 야간에 올라가는 방법은 계단뿐인데, 거기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녹화 비디오에 그런 장면은 어디에도 없었지? 있었다면 경찰이 금방 이 트릭을 눈치챘겠지... 결국, 피해자는 역시 옥상에는 올라가지 않은 거야. 떨어졌다면, 9층에서 떨어진 것이 분명해.'

  결국, 자신의 추리가 빗나갔음은 감시카메라의 증거도 증명해주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되면, 결론은 그날 밤 범행가능 시각에는 범인이고 피해자고를 막론하고 이 건물 옥상에는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체 범인은 무슨 재주로 이 빌딩 안으로 들어와 9층의 창문(?)에서 이 건물 안에 들어와 있던 피해자를 추락시켰단 말인가?

  원희는 이 의문점에 대해 주목하다가, 무심결에 자신이 마음속으로 읊조렸던 독백 중의 한 구절에 문득하고 주목하였다.

  [이 빌딩 안에 들어와 있던 피해자...? 가만?]

  그녀는 바로 그 구절에서 번뜩하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그게 무엇이었을까? 원희는 마침내 자신이 놓치고 있던 단서를 깨달은 듯, 두 손을 맞잡아 딱 치면서 이렇게 외치고야 말았다.

  "아 참. 맞아.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을까? 그 남자가 빌딩 안에서 떨어졌다? 그것부터가 모순이었어. 내가 그 나루시가 그날 밤에 빌딩 안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착각이야. 그 이유가 있어.

  우선, 그 전날 저녁 10시경에 난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어. 그 자가 버스 정류장에서 내 엉덩이를 만졌잖아? 그런데, 그 빌딩은 정식퇴근 시간이 다 끝난 오후 8시부터는 출입이 통제된다고 했지? 그러니, 그 시간 이후에 그가 빌딩 안에 들어갔다면 그 문 앞을 지키는 경비원이 눈치채고 알려주었을 거야...

  즉, 이것은 애당초 그가 그날 사고가 있던 전날 저녁 이후에는 그 빌딩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야... 애초 피해자 나루시는 그날 밤에 여길 들어오질 않았던 거야. 그렇다면...?"

  원희는 머리를 굴린 끝에, 급기야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던 것이다.

  이렇게 추리해 본다면 그 사나이, 히요 나루시가 애초 밤 10시 이후에는 이 빌딩 내부에 들어왔다는 가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가 원희와 만난 시간 후에 그 빌딩 내부에 들어왔다면, 경비원과 감시카메라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그는 이 빌딩 내부에서 살해된 게 아닌 것이 확실하다.

  '혹시 다른 데서 떨어뜨리고는 시체를 현장에 옮겨 거기서 떨어뜨린 것처럼 꾸민 건가?'

  이런 추리를 해보기도 했으나, 이내 그것이 억지라는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그때 시체의 상황을 원희 자신이 목격한 바지만 그때 얼른 보기에도 그 시체는 현장에서 떨어져 즉사한 것이 확실했다. 만약 다른 데서 추락사시키고 현장에 옮겨놓은 것이라면 그 현장에 낭자했던 피는 뭘로 해명한단 말인가?

  한번 빌딩에서 떨어지면 머리가 깨지면서 즉석에서 피가 거의 바깥으로 흘러나와 버리므로, 그 옮기는 동안에 피가 굳어서 다시 옮겨 논 현장에는 피가 거의 남지 않게 된다.

  더욱이, 경찰조사에서도 날아간 두개골의 일부가 현장에서 발견되는 등 시체 발견 현장이 피해자가 추락사한 데가 틀림없다고 판정을 내렸다.

  고층건물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의 피는 현장에 방사형으로 튄다. 아직 생존시에 떨어진 것이므로 혈압이 있어 상처가 생기면서 피가 분수같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의 피는 혈압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리 조작을 해도 피를 방사형으로 튀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체 해부 결과에서도 법의학에 의하면, 상처의 출혈상태를 조사하여 일반적인 凝血(응혈) 반응을 알아내서 이미 죽은 뒤에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떨어져서 죽은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역시 그 시체는 그 빌딩에서 떨어진 것이 사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이 시체는 분명 그 빌딩에서 떨어진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범인은 그 빌딩 내부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피해자를 그 빌딩 아래에다 떨어뜨렸단 말인가? 그런 방법은 옥상으로 가서 떨어뜨리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옥상에서 떨어뜨린 것은 절대 아니라는 상황이 밝혀졌고... 이건 도무지 무슨 조화란 말인가?

  '이거야말로 정말 모르겠네... 우이 씨, 대체 무슨 속임수야? 무슨 재주로 이런 트릭을 꾸민 거야? 정말? 나도 감이 전혀 안 잡히네!'

  원희는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하도 마음이 갑갑하여, 자신도 모르게 옥상 난간에 다가가 몸을 기대고는 빌딩 아래를 쳐다보았다. 그 아래를 쳐다보는 순간, 무려 20층이나 되는 높이가 아찔하고서 현기증을 일으켰다.

  '어휴... 여기서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리겠다...'

  그녀는 한 순간, 어지럼증을 느끼고는 몸을 일으켜 성큼하고 난간에서 물러섰다. 본시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녀가 깜짝 놀라 난간에서 잉큼 물러났을 때였다. 그녀는 바로 자신이 기대고 있던 철제난간에 뭔가 이상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보통 사람 같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뻔한 아주 작은 흔적이긴 하였지만, 눈이 매우 좋고 집중력이 뛰어난 이원희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 이게 뭐지? 뭔가 옥상 난간 한구석에 뭔가가 끌린 듯한 상처가 남아 있어. 무슨 중량이 나가는 것을 잡아당긴 듯한 흔적 말이야...'

  원희는 그 옥상난간 아랫부분 한 곳에 뭔가가 강하게 끌리면서 긁힌 듯한 흔적을 발견하였다. 그 난간은 금속으로 만들어졌으므로, 뭔가에 강하게 긁히면 상처가 생겼던 것이다.

  '이게 대체 뭐지? 뭔가 밧줄 같은 게 강하게 끌리면서 상처를 낸 흠집 같은데?'

  그러고 보니 그 옥상의 난간은 금속제였고, 그 금속은 무쇠가 아니라 아파트 베란다 난간 같은 데다 주로 쓰는 미끄러운 감촉의 洋銀(양은)이었다. 난간치고는 아주 고급이었던 모양이다. 더욱이, 난간 단면의 모양새 자체도 각이 진 네모난 것이 아니라 둥그렇게 생긴 형태였다.

  "응? 가만 있자? 이 난간의 모양, 그리고 난간에 밧줄이 스치면서 긁힌 듯한 흔적? 그렇다면?"

  원희는 그것을 목격하고는, 뭔가 반짝하고 머리 속에 와 닿는 강한 힌트를 느꼈다.

  그녀는 새로운 힌트를 발견하고, 난간에다 그 로프가 긁힌 듯한 흔적을 보고서 이러한 가정을 해보기로 했다.

  "음... 여기서 로프나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열려진 창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잠입할 수는 없을까?"

  원희는 옥상에서 난간에 남아 있던 상처를 보고서는, 그게 밧줄 자국임을 깨닫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았으나 금방 그것도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야. 피해자가 추락한 현장은 바로 이 옥상의 1층이나 2층 아래가 아니라, 9층이니까 무려 12층이나 아래라구... 그 높이는 적게 잡아도 한 30미터가 넘을 거야. 그 어마어마한 높이를 밧줄이나 줄사다리 한 개에 의지하여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공수부대 특전용사라도 그건 어려워..."

  결국 그 추리도 너무 무리라는 상황을 깨닫자, 그녀는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독백을 하였다.

  "참 도깨비 볼기짝 때리고 갈 조활세! 무슨 재주로 범인 하나바시는 이 외따로 떨어진 20층 건물에서 히요 나루시를 떨어지게 만들었지?"

  하지만, 그녀는 그때 빌딩 옥상의 난간에서 보았던 로프 같은 것에 긁힌 듯한 흔적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뭔가 이 흔적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주변 상황이 입증해주고 있다.

  '그 로프의 흔적... 그 부분만 페인트가 심하게 긁혀 있는 것으로 보아서, 그게 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 흔적은 내가 보기에도 아주 근래에 난 흔적이었어. 긁힌 시멘트 자국이 눌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그 로프자국은 범인이 트릭에 사용한 무엇인가(?)에 사용된 것임이 틀림없어... 그런데, 대체 그 빌딩 옥상 난간에 있던 로프에 긁힌 자국과 이 사건은 대체 어떤 조합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그녀는 이 로프에 긁힌 듯한 상처가 옥상 난간에 있었다는 점에 착안하자, 그 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이내 뭔가를 떠올렸다.

  "가만... 그렇다면? 어디 다른 빌딩에서 로프웨이라도 연결해서 간이 테이블카를 타고 온 게 아닐까? 그리고 9층 높이쯤에서 간이케이블카를 이용해 피해자를 떨어뜨린 거라면...?"

  원희는 일전에 이와 비슷한 사건(인어섬 보물사건)을 겪고는, 옆 건물에서 로프를 연결하여 커다란 광주리를 이용한 간이케이블카를 타고 밀실이었던 장소로 왕복한 트릭을 떠올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그 방법도 역시 어렵다는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냐. 잘 생각해보니 그것도 무리야. 그 옆에 비슷한 높이의 빌딩이라도 있었다면 또 몰라도, 그 빌딩은 工團(공단)거리 한 가운데에 외롭게 서 있는 빌딩이었는걸. 주변에 로프웨이를 연결할만한 건물이라곤 아무 데도 없었어... 그러니, 간이케이블카의 트릭도 아니야..."

  결국, 살인사건의 트릭의 허점을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는 것이다. 참. 이거야... 정말 흠잡을 데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완전범죄(?)였다.

 

 원희는 이번 사건의 수수께끼를 끌어안은 채, 대체 지능범의 트릭이 어디에 있을까 궁리하면서 어느 새로 신축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고층건물 건축 붐이 불어서 아파트가 자주 지어진다. 땅도 좁고 인구밀도만 높은 한국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고층건물로 주택을 건설하는 방법밖에는 주택난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위잉!'

  강력한 모터가 달린 기계음이 나면서, 커다란 짐이 어느 고층 아파트 베란다를 향해 올려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 새롭게 지어진 이 아파트에 사람들이 서서히 들어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참. 이번에 우리 집 근처에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었지? 벌써 다 짓고 분양이 끝난 모양이구나...'

  그녀는 아파트에서는 대문이 좁고 통로도 작아 큰짐이 들어갈 데가 없어서, 저런 간이 엘리베이터의 곤돌라를 이용해 고층까지 가구를 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조금 전에 그 커다란 기계소리는 바로 저 곤돌라가 올라가는 엔진음이었던 모양이다.

  그 이삿짐 센터는 첨단 장비를 보유한 양, 무려 10층이 넘는 곳까지 거대한 운제를 들어올려 그 운제에 간이 엘리베이터를 달아매고는 거기에 가구를 실어서 아파트 위로 올리고 있었다.

  그 간이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사다리는 소방서에서 인명 구조용으로 쓰는 것과 흡사하였다. 요즘 이삿짐 센터는 저런 운제를 이용하여 고층 건물의 이사를 돕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사시에는 저런 차량은 동원되어 정말 소방용이나 인명구조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따라서, 요즘엔 저런 운제를 실은 이사용 차량을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저런 거대한 강철제 雲梯(운제, 고층용 구름사다리)까지 동원하여 간이 엘리베이터로 가구를 끌어올리다니... 시대의 발전에 따라 이사라는 것도 과학적이고 첨단방식으로 바뀌어 가는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시대도 많이 변했구나...

  '아니? 잠깐?'

  원희는 그 운제 이사를 바라보면서 그처럼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그 이삿짐을 올리고 있는 간이 엘리베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뭔가를 깨닫고는 손뼉을 딱 치고 말았다. 그 엘리베이터(?)를 지켜보다가, 뭔가 불현듯 아주 짙은 용의점(?)이 그녀의 뇌리 속을 貫通(관통)하여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 바로 저거야. 이제 알았다... 역시 이것은 자살이 아니야. 살인사건이라고... 모든 상황을 간파했다. 어째서 그 옥상 난간에 로프에 심하게 긁혀 잡아당긴 흔적이 있었는지를... 역시 그게 이 사건의 수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거야..."

  원희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 이 사건은 아니나다를까 자살이나 사고사가 아니라, 살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범인이 피해자를 현장에 옮겨 추락사시키는데 성공했는지 그 수법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고전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전혀 예기치 못한 데서 그 힌트를 얻게 될 줄이야...

  그녀는 서둘러 다시 범행현장인 자기 동네 외곽에 있던 그 빌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일전에 발견했던 옥상 난간의 흠집을 보고, 반대편 난간에 또 다른 흠집이 없는가를 조사하였다.

  있었다. 건너편 난간에서도 앞쪽만큼 확연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희미하게 밧줄같은 것이 끌리면서 흠집을 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워낙 희미하였고, 바로 옆에 물건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처음 조사에서는 알아내지 못했던 모양이다.

  '역시 그랬구나... 반대편 난간에도 흠집이 있구나... 이제 무슨 트릭인지를 간파했다. 미스테리는 완전히 드러났다...'

  이원희는 이처럼 강하게 확신하고는, 서둘러 무슨 실험인가를 하기 위해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그녀는 자신이 발견한 그 단서들 중에서 무슨 추측을 해냈던 것일까?

 

  그날 오후였다. 이원희의 연락을 받은 오카야마 반장은 병력을 인솔하고 사건 현장으로 와 있었다. 그녀는 이번 사건의 미스테리를 완전히 다 풀었다면서, 용의자인 하나바시가 피해자 나루시를 사고로 위장하여 죽인 트릭을 해명해주기 위해 경찰을 불렀던 것이다.

  현장에는 이번 사건의 청취를 위해, 일단 임의동행 중 48시간의 구류를 마치고서 이제 두어 시간 후면 금방 석방될 참이었던 용의자 하나바시도 같이 따라와 있었는데...

 

  "참 내... 경찰 나리들, 제가 무슨 재주로 나루시를 죽였다는 겁니까? 수위의 체크와 감시카메라를 피해 9층까지 피해자를 끌고 올라간다는 게 가능하기나 한 얘기냐고요?"

  용의자 하나바시는 그때까지도 자신이 쳐놓은 기막힌 알리바이 트릭의 그물에 자신이 있었는 듯, 생사람 잡지 말라는 듯이 자신의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결백을 주장하였다.

  원희는 이러한 용의자 앞에서, 자신이 추리해낸 이 지능범이 꾸민 참으로 교묘하기 그지없는 고단수 계략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일단 자신과 첫 대면한 문제의 용의자와, 사건현장에서 직접 대질심문을 하였는데...

  "잘 들으세요. 하나바시 씨, 당신은 여동생이 피해자에게 버림받고 자살한 사실에 대해 앙심을 먹고 있었죠?"

  "그래. 하지만 그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니야! 우선 내 범행은 과학적으로 절대 불가능하잖아? 난 이 건물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 그건 수위와 감시카메라가 증명했어. 하물며 내가 어떻게 이 건물 9층에서 나루시를 떨어뜨려?"

  그는 자신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 단서를 내세우면서 원희를 윽박질렀으나, 원희는 되려 그 단서가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제안을 불쑥 꺼냈다.

  "할 수 있어요! 물론 당신은 전혀 이 빌딩에 들어가지 않았죠. 그건 확실해요."

  "허, 그래? 그럼 그걸 알면서 내가 범인이라는 거야? 참 어처구니없는 여자구만!"

  그는 자신이 이겼다는 듯이 팔짱을 끼면서 어이없다는 미소를 지었으나, 그를 화들짝 놀라게 한 것은 이원희가 밝힌 다음 단서였다.

  "하지만 전혀 이 건물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당신 뿐 아니라, 피해자도 마찬가지라면 이 수수께끼의 문제는 풀리죠!"

  '뭣? 우웃! 풋! 에, 에이취! 콜록콜록!'

  원희로부터 그 단서를 듣는 순간, 그 하나바시라는 남자는 뭔가 크게 놀라더니 돌연 사래가 들린 듯이 강한 재치기를 해댔다. 뭔가 강한 암시를 받은 모양이다. 원희는 그러한 눈치를 살피면서, 역시 자신의 추리가 맞았음을 완전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하나바시가 재치기를 멈추고 정신을 차려 자신을 다시 주시하자, 이원희는 이제 되었다는 듯이 그 날 이 용의자가 벌인 감쪽같은 살인트릭의 허실을 하나씩 재현해내기 시작했다.

  "자, 잘 봐주세요. 이제부터 저 하나바시 씨가 나루시를 살해한 그 날 새벽 2시경의 수법을 그대로 재현해 보이겠습니다."

  그녀는 일단 하나바시와 경찰들에게 자신이 미리 준비한 트릭용 소품들을 보여주기로 하였다.

  "자, 이것을 보세요. 이게 바로 그날 밤의 트릭에 사용했던 중요한 소품이에요."

  원희는 미리 신이치와 함께 봉고차에 실었던 물건들을 그들 앞에 내리게 했다.

  "아니? 그, 그것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원희가 신이치와 함께 봉고차의 뒤에서 내린 물건은 커다란 고무함지박이었다. 사람이 들어갈 만할 정도로 거대한 함지박이었는데, 그 함지박에는 구석에 구멍이 세 군데 뚫려 있고, 그 구멍 사이로 두꺼운 나일론 밧줄이 묶여져 있었다.

  원희는 일단 그것을 끌어내자, 이번에는 신이치에게 가는 낚시줄 한 가닥을 주어서 그것을 옥상으로 올라가 난간에 걸치고 고리형으로 길게 지상까지 늘어뜨리라고 하였다.

  원희의 지시를 들은 신이치는, 즉시 낚시줄을 받아들고 문제의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

  원희는 그때, 얼른 용의자 하나바시의 안색을 살폈다.

  그의 얼굴은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얼른 보기에도 당혹감과 불안감이 잔뜩 표출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희가 그가 세운 트릭의 정곡을 찌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고 있을 때, 하늘에서 낚시줄이 서서히 내려왔다. 원희는 신이치가 건물 옥상에 도착하여 풀어 아래로 내려뜨린 낚시줄이 지상으로 내려오자 그 낚시줄을 잡았다. 그리고, 아까 준비해온 물건인 길다란 한 가닥 밧줄에다 그 낚시줄을 단단히 묶어서는 공중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낚시줄에 연결된 밧줄은 하늘로 치켜 올라가면서 한참만에 옥상의 난간을 지나 다시 지상으로 끝부분이 내려왔다. 이로서, 완전한 로프웨이가 완성된 것이다.

  원희는 이번에는 그 로프웨이의 반대편 끝을 아까 준비해온 거대한 고무함지박의 세 구멍에 꿰인 세 갈래 밧줄에 연결하였다. 이로써, 거대 고무함지박에 연결된 밧줄은 세 갈래가 한 가닥으로 묶여 옥상난간을 통해 아래로 연결된 것이다.

  원희는 여기까지 준비를 마치고서, 이번에는 청중들을 돌아보면서 마침내 핵심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자, 보셨죠? 그는 우선, 나루시를 살해할 음모를 가지고서, 추락사로 보일 교묘한 트릭을 꾸몄죠... 그 지능적 수법이란 바로 이거예요."

  원희는 일단 자신이 추리한 바를 거기 모인 사람들 앞에서 해설해주었다. 그녀가 추측해낸 이번 추락살인 수법은 다음과 같았다. 원희 자신이 재현한 추락살인 트릭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선, 미리 주간에 그 빌딩 옥상에 올라가 길다란 낚시줄을 그 빌딩 옥상 난간에 걸쳐놓고서 다시 반대쪽 난간을 통해 20층 아래까지 닿게 길게 늘어뜨린 후 일단 옥상에서 나와 그 빌딩에서 나온다. (주간에는 출입이 자유로우므로 이는 매우 쉽다.)

  그런 뒤, 그날 밤에 그 빌딩 9층에 세들어 살던 피해자를 밖으로 불러내어 술을 왕창 먹여 인사불성이 되게 한 뒤, 그를 차에 실어 그 빌딩 아래까지 온다.

  이 범행을 위해, 범인은 미리 다음과 같은 도구를 준비했다.

  우선,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욕조 대용으로 쓰는 커다란 고무로 만든 물통을 하나 준비하고 그 물통에다 네 개의 구멍을 뚫어 밧줄을 연결시킨다. 세 개의 구멍에 묶은 밧줄은 한군데로 묶어서 공중에 중심을 잡고 매달릴 수 있게 하고, 한쪽에 뚫린 구멍에 묶은 밧줄은 한군데로 묶지 않고 길게 만들어서 공중에 매달렸을 때 아래서 그것을 잡아당기면 중심이 그쪽으로 기울이지면서 물통이 아래로 향하게 한다.

  그런 뒤 피해자를 잠재워 범행 장소인 빌딩 아래로 돌아와 화단까지 길게 늘어뜨려 놓은 투명한 낚시줄을 찾아, 거기에 질긴 등산용 로프를 연결하여 지상에서 잡아당겨 로프를 빌딩 옥상 난간을 통해 낚시줄을 따라 빠져 나오게 해서는 지상으로 내려오게 한다.

  이렇게 하면, 밧줄은 옥상난간을 통해 다시 저쪽 맞은 편의 난간을 거쳐 건물 건너편의 땅바닥까지 질질 끌리게 내려오게 된다.

  그런 다음에, 건물 한쪽에 늘어뜨려진 밧줄에 연결한 피해자의 몸을 바구니에다 눕힌 자세로 실어서 그 바구니를 로프에 연결시키고 난 후에 다른 한쪽의 로프 끝은 자신의 차에 연결하여 서서히 느린 속력으로 차를 출발시킨다. 그러면, 바구니에 실린 피해자는 천천히 공중으로 들려 올려져서 약 지상 8층 높이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다. 난간이 도르레 역할을 하므로...

  등산용 로프는 수백 미터 벼랑에서 매달릴 때 단단하고 예리한 바위 모서리에 닿거나 스쳐도 여간해서는 닳아 끊어지지 않게끔 아주 질긴 섬유로 만들므로, 피해자의 몸무게와 고무 바구니의 무게 정도로 생기는 둥그렇게 생긴 옥상 난간과의 마찰 정도로는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그 옥상 난간은 그냥 보통 쇠가 아니라 훨씬 미끄러운 양은으로 된 난간이니까 마찰도 그리 심하지 않으므로, 로프를 옥상 난간에 걸어 빌딩 아래에서 차를 이용해 천천히 슬슬 강하게 잡아당기기만 하면 별 저항 없이 8, 9층 높이까지는 바구니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렇게 정확히 피해자를 실은 고무 함지박 바구니가 9층 높이인 30미터 상공까지 다다를 정도까지 끈 후, 범인이 차에서 내려서는 땅바닥까지 길게 내려뜨려진 로프에 매달려 막 잡아당기면서 흔들어대면 무게가 왼쪽 한군데로 쏠리기 때문에 바구니가 좌측으로 기울어지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범인이 아래서 바구니 왼쪽에 연결해둔 로프를 당기거나 막 흔들면, 약 30여 미터 높이까지 들어올려졌던 바구니가 거꾸로 뒤집히거나 아래를 향하면서 피해자의 몸은 자연히 바구니 밖으로 떨어져 30미터 아래로 추락하여 즉사할 것이다.

  그러면, 범인은 다시 차를 몰고 건물 반대편으로 와서 피해자의 죽음을 확인한 후 다시 그 고무 함지박 바구니를 빌딩 아래로 내려서 회수하여 그 자리를 떠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누가 보아도 자신의 방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이며 자살이나 사고사로 보일 수 있다.

 

  "이게 모든 사건의 진상입니다. 어때요? 이 모든 사정이 틀리나요?"

  원희는 하나바시를 주목하면서, 지금 재현한 그 행동이 그날 밤의 나루시 살해의 수법이 아니었냐고 강조하면서 캐물었다.

  "..."

  그는 아무런 변명도 더 이상은 하지 않았다. 이렇듯 완벽하게 자신의 수법을 재현해낼 수 있는 인간이 이 세상에 있었을 줄이야... 그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이 소녀가 결코 평범한 여성이 아니오, 지능범죄의 허실과 근본을 뿌리째 꿰뚫어보고 간파할 수 있는 수준급의 프로 수사관임을 깨닫게 되었다.

  원희는 아무 변명도 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고 있는 하나바시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얼굴은 비록 [분하다]라는 느낌을 받은 듯이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고는 있는 듯 하였지만, 그의 양 볼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흡사 여자 목욕탕을 훔쳐보다 들킨 10대 초반 사춘기 소년의 표정 같았다. 자신이 저지른 이번 범죄의 모든 치부를 만인 앞에서 이처럼 완벽히 재현해내니, 나이에 상관없이 그런 심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까?

  원희는 그런 하나바시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듯, 한동안 그를 추궁하는 것도 미룬 채 그냥 내버려두었다. 갈등과 흥분을 가라앉힐 정신적 여유를 주기 위하여... 그가 더 이상 변명하거나 시치미를 뗄 여지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자각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일단 하나바시에게서 시선을 뗀 채, 주위에 몰려든 주변 인물들을 살폈는데...

  사람들은 이번 범죄의 수법이 밝혀지자, 그 고단수 트릭이 하도 강하게 인식되었는지 서로 모여 시끌거리고 있었다.

  "이런 수법이 있었다니... 정말 이런 방법을 쓰면, 전혀 이 빌딩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9층 정도의 높이에서 피해자를 추락사시킬 수 있겠군요..."

  그녀가 살펴보니, 현장에 모여든 경찰들과 다른 구경꾼들은 원희의 기막힌 지능 범행의 재현 수법에 얼이 빠진 듯 알딸딸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이가 없어 하고 있었다.

  저 초지능범 하나바시의 보통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트릭에 기가 막혔던 것이다. 이런 방법이 있었을 줄이야...

 

  사람들이 모든 진상을 깨닫고서 웅성웅성거리고 있을 때, 원희는 모든 치부를 다 들킨 듯이 당혹해하는 하나바시 앞으로 다가와 이처럼 반문하였다.

  "어때요? 하나바시씨, 이미 당신이 범인이라는 물증은 그 피해자의 구두에 당신이 지문이 남아 있다는 점, 그리고 범행시간에 당신을 현장에서 본 증인이 두 명이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할 거예요.

  더구나, 결정적인 증거는 제가 추리한 이 결과에 따라 어제부터 경찰이 동경 시내의 고무 수대를 파는 가게를 전부 뒤졌더니, 이번 범행이 벌어지기 열흘 전쯤에 당신이 교외에 있는 어느 가게에서 이 정도로 커다란 고무함지박 수대를 사 갔다더군요. 사진을 보여주면서 물었더니, 그 주인이 틀림없는 당신이 그 물건을 사간 손님이라고 하던데요. 도대체 무엇에 쓰시려고 그 거대한 고무수대는 사가신 거죠? 만약 당신이 무고하시다면, 그 사간 고무수대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원희의 빈틈없는 추궁에, 하나바시는 이제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없이 한숨을 푹 몰아쉬면서 깨끗하게 자신의 범행사실을 자백하고야 말았다.

  "으... 어쩔 수가 없군. 그래. 나야. 내가 죽였어. 히요 나루시 그 놈을... 그, 그 더러운 자식은 살아 있을 자격이 없는 놈이었어. 내 불쌍한 누이동생을...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어렵게 살면서도 일을 해서 대학 재학 중 내 뒷바라지를 했던 착한 여동생을 그 놈이 버려놓아 자살하게 만들었어... 그 착한 애는 몸까지 바친 남자에게 버림받자, 끝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그 빌딩 옥상에서... 나는 그 놈을, 그 놈을 기어이 내 손으로 처치하겠다고 그 애의 영전에서 맹세하였지.

  하지만, 난 처벌이 두려워 그런 트릭을 꾸몄던 것이 아니었어. 히요 나루시, 그런 인간은커녕 짐승 축에도 끼워주기 어려운 천하의 둘도 없는 쓰레기 자식을 죽이고 내 인생을 축내기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나, 난 그 놈을 죽이고 개값을 물긴 너무 아까웠어... 너무나 아까웠단 말이야..."

  뼈에서 깊이 우러나온 듯한 탄식이 밴 하나바시의 강한 절규는, 무심하게 저물고 있는 그 날의 하늘을 향해 멀리 메아리쳐가고 있었다.

  때 마침, 하루해가 다 지나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던 태양이 길게 落照(낙조)를 드리우며 그의 암울한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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