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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 방울에 백만원
작가 : 으른신
작품등록일 : 2020.8.30

이별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다들 울지 말라고 달래줘도 모자랄 판에, 더 울어달라고 애원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슈퍼스타의 어이없는 부탁에 나도 어이없게 말했다. "뭐야, 그럼 눈물 한 방울에 백만원씩 내놔요." 말도 안되는 부탁은 잘만 했으면서, 어느 새 내 앞에만 서면 대형견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이 남자. 울어줘? 말어?

 
18화: 이 감정 대체 뭐야?
작성일 : 20-09-30 23:57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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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지호. 괜찮아?

 오늘 촬영할 수 있겠어?”

 

 “아 넵. 괜찮습니다.

 그냥 살짝 몸살기운이 온 것 같아요.

 병원 다녀왔으니까 금방 나을 거예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명.

 

 “지호씨. 괜찮아요? 아프다던데.”

 

 “괜찮아요. 그냥 살짝 몸살기가 있어서..

 주사 한 대 맞았더니 지금은 너무 가뿐하네요.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하하”

 

 두 명.

 

 “지호씨-”

 

 “지호야”

 

 “이지호!”

 

 “지호!”

 

 세 명, 네 명, 다섯 명 …

 이제 숫자 세기도 귀찮을 정도다.

 

 소은을 데려다 준 뒤 서둘러 촬영장에 도착한 지호는

 ‘괜찮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따위의 말을

 벌써 몇 번째 반복하는 것인지 셀 수도 없었다.

 

 감독에게만 전해주면 됐을 병원 다녀오겠다는 말을

 민석은 어디까지 소문을 낸 것인지 마주치는 사람마다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지호의 안부를 물었다.

 

 선생님이라 부르는 중년의 선배들부터 함께 촬영 중인 동료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까지..

 

 누가 보면 죽을병을 이겨내고

 촬영장에 나온 줄 알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촬영장을 오기 전 들린 샵에서,

 입술 색 좀 확 죽여 달라고 할 걸.

 

 하필 오늘따라 지호한테 찰떡인 붉은 계열의 립이 새로 들어왔다며

 정성껏 발라주더니, 평소보다도 더 생기 있게 완성된 입술색은

 지호를 더욱 민망하게 만들었다.

 

 “찌호-!”

 

 도대체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민석을 찾아 한 소리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지호를 누군가가 불렀다.

 

 “괜찮습- 아, 누나구나.”

 

 “그래, 괜찮기는 너~무 괜찮아 보인다.

 진짜 아픈 거 맞아?

 요거요거~ 입술 색 좀 보소.

 아주 생기가 넘치네. 넘쳐.

 너 꾀병 부린 거지?”

 

 지호를 불러 세운 여자는 한 손으로 지호의 양 볼을 부여잡고

 이리저리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아니거든! 입술은 메이크업 받아서 그런 거고..

 아, 누나 때문에 화장 지워지잖아. 손 좀 떼 주지?”

 

 “얼씨구. 많이 컸어. 이지호?”

 

 “그럼- 나 완전 컸지. 장난 아니지 이제.”

 

 여자의 말을 장난스럽게 받아친 지호는

 여자의 손을 떼 내며 제 볼을 톡톡 두드렸다.

 

 여자는 이번 드라마의 여자주인공을 맡은 예진이었다.

 

 지호보다 훨씬 먼저 데뷔해 이미 탑배우의 자리를

 수 년 째 지키고 있는 예진은 지호와는 거의 친남매 같은 사이였다.

 

 두 사람은 5살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절친으로 지내왔다.

 

 -

 

 신인 시절 처음으로 출연한 프로에서 지호는 우왕좌왕 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긴장한 것은 아니었으나 워낙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자신을 어필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어린 지호를 챙겨 주었던 게 예진이었다.

 

 예진은 그 당시에도 이미 배우로서 입지가 탄탄했고,

 그 프로의 고정멤버로 활약하고 있었다.

 

 도도하고 차갑게 생긴 얼굴과 달리

 털털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그녀의 성격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예진이 지호를 은근히 챙기기 시작하며

 지호가 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더 잡힐 수 있게 도와주었고,

 다행히 둘의 케미가 보기 좋았던 탓에 ‘비쥬얼 남매’라는 별명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신인이었던 지호는 반고정 형태로 꾸준히 출연하게 되었고

 ‘이지호’라는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 시킬 수 있었다.

 

 어쩌면 성공의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던 지호를

 자동차에 태워준 것이 예진인 셈이었다.

 

 지호처럼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예진은

 지호에게 연예계 생활에 대한 진지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해주었고,

 데뷔 전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았던 지호에게 이런 예진의 격려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결국 사회생활의 하나인 연예계 생활에서 지호와 예진은

 어느새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조금이나마

 이성으로 느꼈더라면 연인사이로 발전되었을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전혀 이성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외적인 부분만 두고 보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사귀냐’는 질문을 들으면

 불쾌하다는 표정을 숨길 수 없을 만큼 서로를 절대 이성으로 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까지 둘의 관계를 유지해 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예진과 지호가 이번 작품에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다.

 

 각자의 작품에 까메오 정도로 출연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주연으로 만나게 된 건 처음이었다.

 

 친한 만큼 각자의 연기 스타일을 알고 있었기에

 촬영 시 의견 충돌이 생기면 최대한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해 나갔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함께 촬영하는 장면은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고,

 촬영도 매끄럽게 진행되어갔다.

 

 지호의 눈물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예진도

 이제는 더 이상 지호의 연기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

 

 -

 

 “말은 잘해요. 그런데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응. 괜찮아.

 진짜 누나한테만 말하는 건데, 사실...”

 

 “사실이라고 하는 거 보니.

 응- 맞네. 꾀병. 오케이.”

 

 “와- 이 누나 진짜..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가끔 무섭다니까.”

 

 “너는 내 손바닥 안에 있어 짜샤-

 내가 업어 키웠는데 너를 모르겠니?”

 

 “푸흐- 아이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진의 말에 지호가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시늉을 하며 장난을 쳤다.

 

 “알면 잘해.

 아무튼 우리는 조금 있다가 만나자? 촬영 준비 잘 해와.

 누나 두 번 일하는 거 싫어. 알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완벽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쫌 있다 봐-”

 

 예진이 뒤로 돌아서며 손을 흔들었다.

 뒷모습에서 조차 배우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평소 털털한 성격의 예진이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그 누구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예진이다.

 

 예진이 말하는 ‘두 번 일하기 싫다’라는 뜻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NG를 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런 예진을 잘 아는 지호는 서둘러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

 

 “신대리- 요즘 많이 피곤한가 보네.

 암. 그럴 만 하지.”

 

 지호 덕분에 편하게 회사에 도착한 소은은

 어제부터 자꾸 지호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이 이상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런 소은을 보며 황대리,

 재현이 물었다.

 

 “응?”

 

 “아니 안 마시던 커피를 들고 오는 거 보니까.”

 

 재현이 턱 끝으로 소은의 손에 들려있는 커피를 가리키며 말해다.

 

 “아- 이거. 어, 그렇지. 피곤해서 샀지.”

 

 소은은 ‘디카페인야’라는 말은 일부러 뺐다.

 

 “커피도 커피인데 대리님 다크서클이 여기까지 내려왔어요.”

 

 소은 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한 연우가 가방을 정리하며 말했다.

 

 “아.. 심해? 티나?”

 

 “한 쪽 눈 감고 봐도 보이는데요?”

 

 손으로 한 쪽 눈을 가리며 악의 없이 말하는 연우의 말에

 소은은 순간 지호에게 자신의 다크서클이 보였을까 싶어 속으로 아차 싶었다.

 

 부스스한 머리와 이불자국이 나도 잘생긴 지호의 모습에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는데..

 

 오늘 따라 대충 준비하고 나온 아침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예고 없이 와버린 지호는 더 원망스러웠다.

 물론 오라한 건 소은이었지만.

 

 지호에게는 왜 자꾸 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건지

 소은은 속으로 낮게 한 숨을 내쉬었다.

 

 -

 

 “컷- 오케이!”

 

 감독의 오케이 싸인에 다들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며

 오늘의 마지막 촬영을 마무리 했다.

 

 오전부터 정신없던 하루를 보낸 지호는 이제야 한 숨 돌리며 ‘끝났다!’라고 외쳤다.

 

 “찌호- 너 갑자기 어떻게 이렇게 감정이 자연스러워졌지?

 원래 이지호 하면 눈물즙이잖아.”

 

 신고 있던 하이힐에서 내려와 코디가 건네준

 편한 슬리퍼로 갈아 신던 예진은 아무렇지 않게 지호의 아픈 곳을 건들며 말했다.

 

 “아 누나 쫌. 는믈즙 으으그 그믄흐르(눈물즙 이야기 그만해라).”

 

 “사실이잖아.”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예진을 지호가 살짝 흘겨보았다.

 

 “아무튼 그 때의 나는 잊어줘.

 나 이제 눈물가지고 쩔쩔 매는 일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한 순간에 이렇게 바뀌냐구-

 어디 악마한테 영혼이라도 판 건 아니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이 누나.”

 

 예진은 자신이 나오지 않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지호가 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면 감정이 잡힐 수 있게

 상황에 맞는 대사를 쳐주거나, 직접 지호의 앞에서

  울어주기도 하며 최대한 지호의 연기를 도왔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잘 안 풀리던 우는 장면이

 어느 순간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감독과 작가 또한 지호의 연기를 신기해하면서도 상당히 만족해했고,

 예진이 봤을 때도 지호의 감정표현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억지 감정을 쥐어짜내던 그 이지호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지호의 상황에 몰입해 자연스럽게

 지호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연기였다.

 

 예진은 그런 지호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당연히 지호는 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그 날 차안에서 애써 눈물을 참던 소은을 떠올렸다.

 

 눈앞에 있는 건 예진이었지만,

 예진의 모습 위에 소은의 모습을 덧씌웠다.

 

 예진의 연기 또한 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 집중하다

 울컥할 정도로 훌륭했지만, 이상하게 예진의 우는 모습은 지호의 감정을 움직이지 못했다.

 

 사실 예진뿐만 아니라 소은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랬다.

 

 여전히 지호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소은 뿐 이었다.

 

 “아무튼- 이제 나 없이도 잘하니까

 내가 짐 하나 덜었다.”

 

 “와- 내가 짐이었어?

 나 좀 서운하려고 해.”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긴- 요즘 누나 한창 바쁠 텐데,

 내 걱정이라도 덜어줘서 다행이다.

 뭐 어떻게, 준비는 잘하고 있어?”

 

 지호는 주변을 살피며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응- 잘하고 있다. 걱정 마.

 사실 뭐 특별하게 할 건 없어.

 그냥 살던 곳만 옮기는 느낌이랄까? 이미 이사준비는 다 끝났고.

 일단 이번 작품 끝나면 타이밍 봐서 발표할거야.

 그러니까 그 때까지는 너도 최대한 말조심해.”

 

 예진은 지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조심하라고 낮게 말했다.

 

 “아, 나 입 진짜 무겁거든?

 아직도 나를 몰라? 걱정 하지마.”

 

 “너를 못 믿는 게 아니라

 혹시나 우리말을 듣고 있을 새와 쥐가

 있을까봐 그렇지.”

 

 예진의 말에 지호는 공감의 표시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리곤 입에 자크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아 누나, 나 뭐 하나만 물어보자.”

 

 “응”

 

 “혹시 누나도 특정한 누군가가 울면

 막 마음 아리고 되게 슬프고 뭐 그런 거 있어?”

 

 “야- 내가 배우인데 특정한 누군가한테만 그렇겠냐.

 그냥 대부분 모든 사람들 감정에 이입되지.”

 

 “오- 역시 명배우의 답변답네.”

 

 “뭐 특별히 내가 아끼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슬퍼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랬을 때보다 더 마음 아프고 울컥하고 그러겠지.”

 

 “그럼 특별히 아끼거나 좋아하는 사람 말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그런 감정 느낄 수 있어?”

 

 “처음 보는 사람한테?

 뭐, 공적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필요하면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사적으로 처음 보는 사람이 그런다 하면 그냥 신경 안 쓸 거 같은데?

 질문이 이상하다?”

 

 “아니 그냥..

 막 사람들이 다른 사람 우는 거 보고

 같이 감정 이입해서 울고 이러는 거...

 나는 잘 모르니까.”

 

 지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이래- 이제 너도 잘 아는 거 같은데.

 오늘도 나 보면서 감정 잘 잡던데?”

 

 “그건 그렇지만..”

 

 예진의 말에 차마 예진이 아닌 다른 여자를 생각하며

 울었다고 할 수 없던 지호는 그렇다고 답했다.

 

 지호는 요즘 소은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자꾸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기한 사람’ 딱 그 정도였다.

 

 천하의 이지호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다니.

 

 그 다음은 지호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 느꼈다.

 

 그래서 자존심 다 버리고 소은에게 부탁하러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었다.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가면서 말이다.

 

 지호를 ‘눈물즙’이라는 오점에서 구해줄,

 지호의 말처럼 동아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지호에게 소은이 지호에게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물음표’라고 대답할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걸 알았지만 울어달라는 부탁을 했을 때도,

 그 말을 들은 소은이 자신을 노려보고 화를 냈을 때도

 지호는 사실 소은에게 ‘미안함’과 ‘민망함’이라는 감정을 빼면

 딱히 다른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다시 연락이 왔을 때도

 지호는 단지 소은의 우는 모습을 통해 눈물을 흘릴

 자신의 모습이 기대되고 좋았을 뿐,

 

 소은에게는 ‘고마움’ 그 이상의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은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만

 감정이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고작 몇 번 본 게 다였지만

 말로 티격태격 하며 장난을 칠 때도,

 소은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을 때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환하게 웃는 그 모든 모습들이

 지호의 감정을 자꾸 흔드는 기분이었다.

 

 소은이 울고 있는 모습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상황에서도 지호가 소은의 감정을 따라가고 있었다.

 

 소은이 장난치면 같이 장난치고, 웃으면 따라 웃고,

 당황하면 지호도 당황하고,

 그러다 우는 모습을 보면 울컥하는 마음에 따라 울고.

 

 그래서인지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소은의 반응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 하고 있었다.

 

 사실 오늘 아침에 데리러 오라는 소은의 말이 장난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현실적으로도 아침부터 촬영이 잡혀있었고,

 민석이 데리러 오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더 자다 일어나는 게

 오늘 컨디션에도 더 나았을 것이다.

 

 그래야 남은 촬영도 좀 더 매끄럽게 진행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냥 데리러 갔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민석에게까지 거짓말을 했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지호는

 ‘동아줄이니까, 신뢰를 주기위해서.'라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장난이라지만 오라할 땐 언제고,

 막상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한 지호를 보고 소은은 당황하며 화를 냈다.

 

 웃으며 인사해 줄지 알았던 소은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자 지호도 멋쩍었다.

 

 거짓말로 촬영도 미루고, 잠도 덜 자고 온 건데 소은의 반응을 보니

 ‘괜히 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회사로 데려다주는 길에는

 또 엄청 고마워하더니,

 결국 마지막에는 촬영장까지 조심히 가라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런 소은을 보며 지호는 자신도 모르게 같이 따라 웃었다.

 데려다주길 참 잘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 윙크까지 날려버렸다.

 

 자신의 윙크에 소은은 아무 반응 없이 몸을 돌려 회사로 향했지만,

 그냥 그 마저도 웃음이 나왔다.

 

 지호는 이런 감정이 다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면

 흔히 느끼는 감정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예진에게 살짝 돌려서 물어봤으나, 흔히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지호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왜, 누가 자꾸 우리 찌호 마음을

 막 아프게 하고 그르나~?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푸하하하- 누가? 내가? 그럴 리가-!”

 

 예진의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는 말에

 지호가 일부러 과장되게 웃으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도 다가오는 여자들을 거절한 적은 많았지만,

 지호가 먼저 좋아해서 다가간 여자들은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지호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 했다기보다

 그냥 지호는 약간의 호감만 표시하면 다음은 알아서 진행됐었다.

 

 그래서 지호는 지금 자신이 소은에게 하는 행동이 단지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이어서 그러는 것이라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 뇌이고 있었다.

 

 “하긴, 이지호 여자 안 좋아해서 게이라는 소문도 돌았었지.

 여자도 좀 만나고 그래 임마.”

 

 “언제는 여자 조심하라더니??”

 

 “그 때는 네가 워낙 애기 때니까.

 사리분별 못하고 발정 난 것 마냥 다닐까봐 했던 말이고.”

 

 “아 누나. 진짜 쫌! 발정이 뭐야. 발정이!

 제발 말 좀 가려줄래?”

 

 “우리 사이에 무슨.”

 

 “하.. 정말 아까 말한 것처럼 혹시나

 우리 말 엿 듣는 새랑 쥐가 있을까봐 무섭다 무서워.

 정예진 말하는 거 이거 들을까봐 무서워 진짜.“

 

 “이런 건 듣던지 말던지~

 아무튼. 이지호 여자 생기면 말 해줘야 한다.

 진도 어디까지 나갔는지 말해주면 더 좋고. ”

 

 “말 안하고 싶어지는데.”

 

 "원래 남의 연애 보는 게 내 연애보다 재밌거든."

 

 지호의 말을 듣고 있기는 한 건지

 예진은 자신이 하고픈 말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 저기 민석이오빠 오네.

 아,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민석을 발견한 예진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팁?”

 

 “연애하는 거 회사에는 들키지마.

 아~주 귀찮아지니까.”

 

 “아 뭐야-”

 

 "그리고-"

 

 "또 뭐. 한번에 말해 쫌."

 

 "혹시 키스할 거면 미리 말해.

 누나가 이번에 선물 받은 향수가 있는데,

 이게 거의 페로몬향수 급이라 이성이 맡으면 아주 미쳐버ㄹ-"

 

 "아! 가! 그냥 가! 닥치고 가 제발 쫌!!!"

 

 “그럼 진짜 빠이.”

 

 지호의 반응에도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예진을 보며,

 지호는 기겁하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예진은 참 쓸데 없는 말을 잘 한다고 생각하며

 지호는 민석과 함께 차로 향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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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뭐지. 또라이인가? 2020 / 8 / 30 381 0 8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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