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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비꽃이 핀다(完)
작성일 : 20-09-30 23:54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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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투명의 유리문을 열고 당신이 들어왔을 때.

  ‘뭐야, 벌써 시작했어?’

  귀에 꽂고 있던 하얀 이어폰을 빼 나와 눈을 맞추었을 때.

  ‘안녕하세요.’

  ‘네가 건이구나, 안녕.’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

  잔잔한 목소리가 참 듣기 좋았어.

  응, 그날 당신은 공기 중으로 날아와 똑똑, 내 마음을 두드렸지.

  난 누구세요, 그 흔한 질문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줬지.

  왜, 장님 여럿이 코끼리를 만지고는 이게 뭘까 고민하다 결국은 답을 찾지 못했단 얘기 있잖아.

  당신도 나한테 그랬어.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 정체불명 코끼리였어.

  그런데, 당신을 향했던 나의 모든 시선은 한 데 모여 쑥덕쑥덕 얘길 나누다 그만 샛길로 빠진 거 있지.

  이정표 하나 없는 그 길의 이름은 사랑이래.

  발자국 없는 길 위에서 헤매다, 당신을 영영 잃는 줄 알았어.

  그러니까 당신이 이해해.

  보드라운 머리칼 한 모숨, 수밀도 같은 가슴과 분홍의 입술.

  서이수를 이루는 아주 작은 입자 하나까지, 언제 어디서든 당신을 찾을 수 있게 모두 기억해 둬야겠어.

  사랑, 그 길은 천국과 지옥을 잇는 구름다리.

  세상 가장 행복한 얼굴로 당신을 안은 이곳은 에덴, 지상 최고(最古)의 낙원.

 

 

  * * *

 

 

  뉴욕의 새벽은 제법 쌀쌀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녀가 제 품 안으로 파고드는 게 잠결에도 느껴졌으니까.

  창 밖으로 아침 해 떠오르는 걸 지켜보는 그녀를 졸린 눈 비비며 다가가 뒤에서 깊게 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제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시인 선생 틀렸다.”

  그렇게 심장을 포개고 한참을 서 있었다. 황홀했다.

  공항 가기 전, 잠시 짬을 내 이수를 만나러 가는 건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하도 떠올려 그 순간의 기억이 닳을까 걱정이다.

 

 

  * * *

 

 

  드르륵—

  “서프라이즈…!”

  아이들 줄 간식 꾸러미를 양손 가득 들고 어린이집에 나타난 건을 보며 이수는 허, 하고 짧은 숨을 뱉었다.

  “뭐야… 어떻게 왔어, 스케줄 때문에 바로 가야 한다며.”

  앞으로 다가온 이수를 향해 건이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팬미팅 하러 왔지.”

  “여기 애들… 네가 누군지도 모를걸?”

  “여기 있잖아, 말 더럽게 안 듣는 팬.”

  그 말에 이수가 눈을 흘기며 쳐다보자 금방 꼬리를 내려 살랑살랑 예쁘게 흔든다.

  “그럼에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팬.”

  장난스레 째려보던 것을 멈추고 이수도 그의 웃음을 따라 지었다.

 

  선물의 답례로 무언갈 보여주겠다던 이수는 아이들에게 가 속닥속닥 몇 마디 주고받더니 의뭉스런 미소와 함께 자리로 돌아왔다.

  “어, 이거… 우리 노래….”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타국의 아이가 치는 <하늘빛>을 듣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걱정 마, 노래 안 시킬 테니까.”

  건의 표정을 잘못 읽은 이수가 속삭였다.

  “여기서 부를 수 있는 파트 몇 없잖아, 너.”

  “하, 뭐라고요?”

  되묻는 건을 보며 어깨를 한 번 으쓱, 제 말이 틀렸냐는 듯.

  “언젠 노래도 곧잘 한다더니? 그거 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은조 쫓아가려면 한참 멀었지, 잘못하면 가랑이 찢어져.”

  “내가 걔보다 다리 길거든!”

  “쉿, 쉿. 연주 감상 태도가 왜 이 모양이야, 못 쓰겠네.”

  “하.”

  창문 높이까지 자란 나뭇가지에 붙어 매미가 맴맴 운다.

  중학교 땐가, 7년을 기다렸다 고작 보름을 울고 죽는 그가 너무 가여워 시를 지은 적이 있다.

  시끄럽다 하지 말고 가만히 들어 주세요

  시한부의 삶, 운명의 짝을 찾는 저 애처로운 세레나데를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지워졌다. 그때 그 공책, 버리지 않았다면 창고 어딘가에서 퀴퀴한 먼지 냄새 맡으며 있겠지.

  에잇, 지나간 시에 미련 두지 말고 새로이 쓰자.

  이 아인, 그때 그 매미가 아니니. 내가 그때 그 소녀가 아니듯.

 

  맴맴, 매미야 너는 더 크게 울어 젖혀야 한단다

  상애(相愛)의 기적은, 그건 실로 엄청난 것이더구나

  그러니 너는 온몸으로 울어,

  죽는 그 순간까지 포기 말고 울어

  맴맴, 네 사랑을 꼭 만나야 한단다

 

 

  * * *

 

 

  4년 후.

 

  “쟤가 PD 오디션 때 얼마나 대단했다고.”

  “CP님이요? ”

  “끼로만 보면 너네 다 바르고도 남았지. 좀만 더 예뻤으면….”

  “김대성, 저리 안 갈래?”

  어느덧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아이돌>, 이수는 프로그램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어허, 하늘 같은 선배한테.”

  “선배 때문에 내가 꿈이 하나 생겼잖아, 이 회사에서 오래 버텨 간부 자리 오르는 거.”

  “나 자르려고?”

  “아뇨.”

  그럼? 하고 묻는 눈길로 대성이 쳐다봤다.

  “그 빌어먹을 PD 오디션 없애버릴라고.”

  열일곱, 열여덟의 어린 참가자들 붙잡고 이 작자가 또 PD 오디션 얘길!

  “근데, 선밸 자르는 게 한결 간단하겠네요.”

  이를 꽉 물고 말하는 이수의 눈치를 슬슬 보며 대성은 스튜디오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왜 농땡이 피우고 있어, 어?”

  회색 재킷에 분홍 치마, 화장을 곱게 한 아이들을 보며 이수는 제법 엄한 목소리를 냈다.

  “근데 오늘 진짜 칸 선배님들 오세요? 일곱 분 다요?”

  칸의 활동은 약속대로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공식 해체를 선언하며 끝났고. 일곱 명의 멤버들은 각기 제자리로 돌아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현재, 헤어질 때 저희들끼리 도원결의라도 맺었는지 소속사에서 나온 멤버들이 하나둘 모여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바보야, 건이 오빠 군대 갔잖아.”

  “제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뭘, 휴가 같은 거 내서 올 수도 있지.”

  건과 이수, 두 사람의 연애는 아직 비밀이다.

  아무도 모르는데 먼저 나서서 우리 사귑니다, 할 필요는 없었다.

  건이 비교적 일찍 입대를 하게 되어 비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건… 말하니까 갑자기 막 보구 싶어졌어.”

  “CP님, 건이 오빠랑 안 친하세요? 언제 한번 불러 주시면 안 돼요…?”

  몸을 배배 꼬는 소녀들을 내려다보며 이수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아이들아, 이곳엔 악마의 편집이란 아주 무서운 전통이 있단다.

  수혜자는 못 돼도 피해자는 되지 말아야지, 아무렴.

 

 

  * * *

 

 

  “너무 정신 없다… 이번 곡은 좀 분위기 있는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

  “아쉽네요.”

  “너 지금… 내 곡을 까는 거냐?”

  검은 볼캡을 쓰고, 거만한 자태로 우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건이었다.

  “제 급이 좀 남달라서요, 형은 예전만 못 하시고.”

  한 방 먹었다. 우신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 내가 입 열면 너랑 이수 어떻게 되는지 알지?”

  “열어요, 안 말려.”

  “어쭈.”

  “근데 말이죠, 제가 며칠 있음 군대도 갔다 온 남자가 되거든요.”

  그래서, 라는 눈빛으로 그는 건의 뒷말을 기다렸다.

  “이젠 멱살 잡으면 앞뒤 안 재고 주먹 날리니까, 조심하시라고.”

  건방진 자식, 그러면서도 우신은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야, 이거나 가져가.”

  “뭔데 또.”

  “수세미즙이야. 우리 이수, 기관지가 약하니까 가서 좀 먹여.”

  “하, 웃겨. 이걸 형이 왜 챙겨요, 서이수 내 건데!”

  질투심에 버럭 화를 내는 건은 올해 스물일곱. 이수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나이가 되었다.

  다섯 살 차이 별거 아니다, 생각하려 했지만 그래도 가끔 신경 쓰일 때 있었는데.

  막상 그의 나이가 되어 보니 정말 별게 아니더라. 마음까지, 같은 속도로 늙는 건 아니더라.

 

 

  * * *

 

 

  “마지막 휴가라니까, 왜 또 한강이야?”

  아침에 내린 여우비에 촉촉히 젖은 잔디 위로 돗자리를 깔아 눕고 두 사람은 여유를 만끽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이 나이에 곰신이 웬 말이람!”

  이수는 건의 배를 베고 누워 머리를 통통 튕겼다.

  “너 거기서 대체 얼마나 먹어 치운 거야? 밥이 아주 꿀맛이지, 어?”

  제대 한 달 앞두고는 체중 관리 좀 슬슬 시작하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에이, 이 정돈 춤 몇 번 추면 금방 빠져. 그리고 내 팬들은 나 살쪄도 귀엽다고만 하는데?”

  “그냥 하는 소리야, 너 상처 받을까 봐.”

  “걱정 마요, 나는 건재해. 이우신 곡도 깐 사람이라고, 내가.”

  허세는… 이수가 흥 코웃음을 쳤다.

  “너 그거 하려고 첨에 우신 오빠한테 곡 받겠다 그런 거지?”

  “아니거든요? 재선이 형 나이가 있어서 이제 템포 빠른 곡은 무리야.”

  “…수긍할 만한 이유네.”

  나눠 낀 이어폰에선 봄을 닮은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나리오 몇 들어와 있다던데….”

  “발음도 제대로 안 되면서 무슨 연기야, 집어 치워.”

  “와… 너무해.”

  비슷한 속도로 책장을 넘기며 이수는 시집을, 건은 소설책을 읽었다.

  “근데 너 말이야… 내 책 언제 돌려줄 거야?”

  문득 생각난 질문을 그녀가 조용히 흘려 보냈다.

  “독후감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그냥….”

  “혼수라고 생각해요. 우리 신혼집 책장에 고이 꽂아 둘게.”

  이수는 벌떡 몸을 일으켜 건의 얼굴을 쳐다봤다.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게 뛰었다.

  “웃겨, 누가 너랑 결혼한대?”

  건은 보던 책을 덮고, 한쪽 손에 얼굴을 괴고 이수를 올려다봤다.

  “그 나이에 새로 연애해서 갈 거야, 그럼?”

  “내 나이가 뭐…! 안 될 것도 없지, 이렇게 매력이 철철 넘치는데.”

  “윽… 반박불가.”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이수의 입술을 살짝 머금는다.

  “서이수는 화수분, 끝없이 달지.”

  발그레 볼을 붉히며 이수는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부끄러울 때 하는 그녀의 귀여운 버릇.

  “이리 와, 누워요.”

  건의 손에 이끌려 이수는 그의 팔을 베고 누웠다.

  하늘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떠 있었다.

  “무지개는… 옛날 옛적, 신이 인간에게 한 약속의 증표. 다시는 물로 세상을 멸하지 않으리….”

  제 가슴이 제일 좋아하는 이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건 역시 무지개를 바라봤다.

  “그럼 나도.”

  “응?”

  “오늘부터 무지개는 내가 서이수한테 하는 언약의 증거.”

  이수는 고개를 돌려 건을 바라봤다.

  “두 손을 꼭 잡고 지금 이대로,”

  슬며시 잡는 손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영원이란 두 글자처럼 함께 머물러.”

  오랜만에 듣는 그의 노랫소리가 가슴을 뜨겁게 울렸다.

  “너와 나, 이대로 변하지 않는… 마음 하나만으로 너를 사랑할 거라 약속해.”

  이수의 여린 눈물을 닦아주며 건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천천히 다가가 입술이 닿는 순간,

  톡—

  차가운 물방울이 두 사람의 입술 사이를 스치고 떨어졌다.

  투둑— 투둑—

  “뭐, 뭐야.”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두 사람은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때문에 신이 노한 거야.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무지개는 건드려!”

  나무 밑에 숨어 굵어지는 빗줄기를 피해 본다.

  젖은 옷자락 너머로 닿는 서로의 살결, 설레는 온기.

  비꽃과 함께 싱그러운 사랑이 피는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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