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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항복
작성일 : 20-09-30 23:29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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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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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 삐—

  규칙적으로 울리는 기계음은 그의 심장이 연주하는 야상곡.

  나는 잠에 들었을 뿐이에요, 괜찮아요. 잠꾸러기 입술이 움직이지 않아 말로 만들 수 없을 뿐, 그러니 걱정 말아요.

  병원에 도착해 건에게 필요한 조치들이 모두 취해질 때까지, 이수는 물세례를 당한 강아지 새끼처럼 불안에 떨었다.

  ‘Simply put, it’s because of malnutrition and lack of sleep.’

  몸 관리 이따위로 할래, 널따란 등짝에 붉은 손자국을 남기고 싶었지만 관두었다. 요사이 그의 신경을 긁었을 제가 할 소린 아니다, 결론 내렸다.

  삐— 삐—

  색색거리며 자고 있는 건의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한다.

  “하….”

  꼭 맞잡고 있던 두 손을 풀며, 이수는 거품 꺼지듯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댔다.

  멤버들을 대표해 병원에 온 재선이 눈치껏 자릴 비켜 준 덕에 병실엔 건과 저, 둘뿐이다.

  “…왜 이렇게 말랐어.”

  청각은 탄생 후 제일 먼저 열려, 죽을 때 가장 늦게 닫히는 감각.

  “이중섭 선생 소 그릴 때, 너 그 앞에 대신 세워도 손색없겠다.”

  무의식의 세계로 넘어가버린 그이지만 혹시나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1년치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잠은 보약이랬는데…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애한테 보약 소리 웃긴다. …그래도 할래. 이동할 때, 대기실에서 쉴 때, 잠깐잠깐씩 눈 좀 붙여. 잠 안 오더라도 가만히 눈 감고 있어, 그것만도 피로가 풀린다니까.”

  조금의 미동도 없다. 자는 애 두고 뭐 하는 건가 싶다. 저렇게 평온한데, 자기 혼자만 애가 달아서.

  ‘이번 콘서트, 원랜 안 되는 거였어. 너 보겠다고 무리해서 이 꼴 난 거야, 이 자식 지금.’

  센터라 그런지 다른 멤버들보다 예능이다 뭐다, 개인 활동이 많은 건의 미국행은 순전히 그의 의지로 성사된 것이었다.

  ‘할 말이 있대. 꼭 해야 하는 말이래. 그러니까 깨날 때까지 어디 갈 생각 말고 옆에 있어.’

  명령조에 가까운 재선의 말에 그 흔한 끄덕임 한 번이 없었다.

  그저 지금처럼 멍하니, 잠든 건의 모습을 눈에 담기 바빴다.

  “하고 싶은 말, 뭔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 이렇게 될 때까지 몸을 혹사 시켰던 건데… 너 땜에 진짜 속상해서 내가….”

  울컥하여 말을 끝맺지 못한다. 허벅지를 짓누르는 팔꿈치, 그와 쭉 이어진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운다.

  잔잔한 건의 숨소리 위로 얹어지는 이수의 흐느낌은 반딧불이 생각나는 여름밤, 슬픈 변주곡이 되었다.

 

 

  * * *

 

 

  스르르—

  간만의 깊은 잠은 달았다.

  그러나 달콤한 사탕을 깨어 물고 남는 텁텁함처럼 뭔가 개운치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서이수.”

  꿈속까진 차마 끌고 올 수 없었던 그녀 때문인 듯싶다.

  촤악, 팔뚝에 꽂아 넣은 바늘을 잡아 빼고 건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서늘한 새벽 바람이 빈 병실 안으로 스며들었다. 침대 위의 온기를 탐하는 손길이 바쁘다.

 

 

  * * *

 

 

  세상은 고요했다. 아직은, 게으름과 부지런함을 가를 시간이 못 되었다.

 

  당신은 나의 기다림, 강 건너 나룻배 지그시 밀어 타고 오세요.

  한줄기 소낙비 몰고 오세요.

  당신은 나의 그리움.

  솔밭 사이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겹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탁— 탁—

  두 칸씩 오르는 계단 중간중간, 머리가 핑 돈다. 이 빠진 그릇처럼 볼품없는 모습엔 반짝이는 눈빛 하나만 살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기어이 계단을 모두 오른 뒤 벌컥, 옥상 문을 열어젖혔다.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화로. 눈 내려 첫눈 녹기 전에 서둘러, 가슴에… 당신 가슴에 불씨 담고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환희이니까요.”

  안 갔어. 난간에 기대, 후후 하얀 입김 불고 서 있는 이수의 뒷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건은 몇 걸음 다가가 그녀와의 거리를 줄이고는 다시 멈춰 섰다.

  인기척에 천천히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놀라지 마. 잠깐 옥상 가 바람 쐬고 오는 거야.

  —이수

 

  혹시 몰라 적어 놓고 온 메모. 공상이 길어져 혼자 깨나게 되면 저를 찾아 올라오진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그에게 저의 부재가 상처로 입력되는 게 싫어 남겼던.

  그래서일까, 환자복 차림의 건과 마주 선 이수의 표정에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뭐랄까, 볼에 와닿는 차가운 공기만큼이나 무겁고 어두웠다.

  “뭐 해요, 안 오고.”

  절 보고만 있는 이수에게 원망을 약간 섞어 묻는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내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서이수는 한 걸음도 안 오는 거야?”

  “…….”

  “극성팬이 뭐 이래… 자격미달이야.”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없는 이수를 더는 못 참아 주겠다.

  “어쩔 수 없다. …내가 마저 가는 수밖에.”

  성큼성큼, 긴 다릴 뻗는다고 뻗는데 마음만큼 빨리 움직이지 않아 꼭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았다.

  “하….”

  그리고 또 그렸던 이수와의 포옹. 익숙한 향기, 익숙한 온기.

  네, 이 여자가 맞습니다. 유리 구두 안 신겨 봐도 됩니다.

  “보고 싶었어요.”

  찰나에 서이수 식별 작업을 끝낸 건의 그리움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일년이나 지났는데 그대로야. 여전히 철이 없어.”

  “보고 싶었어요.”

  “내가 너무 말랑해, 무시해도 되겠다 싶었니?”

  어깨에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사나운 말소리도 반가워 바보 같은 웃음이 났다.

  “일생일대 스캔들 터트려, 신문 일면 장식하고픈 야망 없어. 정 하려거든 딴 애 알아 봐.”

  어제 콘서트장에서의 일로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혔나 보다.

  “보고 싶었다는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이수를 품에서 떨어뜨리며 건은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말했다.

  “응, 건아 나도. 어쩌면 내가 너보다 더, 훨씬 많이. 그냥 그래 주면 되는 건데.”

  “난 너 보고 싶지 않았어.”

  “팬 카페에 당신이 쓴 글, 1회부터 다 봤어. 거짓말 안 먹혀, 소용없어.”

  “자기 관리 못해 픽픽 쓰러지는 남자, 별로거든. 어린애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남잔 더 싫고.”

  “와… 아픈 사람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잔인해.”

  “나랑 만나면 갑자기병이라도 생기나 봐. 이우신도 너도, 다 잊고 잘 사는 사람 괴롭혀 니들이 얻는 유익이 대체 뭐야.”

  “서이수 양다리인 줄 알았지. 나보다 더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 택해 미국으로 도망친 줄로만 알았지.”

  “…뭐?”

  건이 했던 오해, 처음 듣는 이야기에 이수가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이우신, 그 자식이 빼돌린 당신 편지 읽고… 나 많이 울었어. 미안해서, 괘씸해서.”

  건을 바라보는 이수의 눈빛이 옅게 떨렸다. 우신이 편지를 빼돌렸다니, 지금 이게 다 무슨 소리란 말인가.

  “서울엔 비가 매일같이 왔어. 내 우산은 당신인데, 당신이 날 버리고 가 난 그 비를 다 맞아야 했어. 봐, 그러니까 이렇게 탈이 났잖아.”

  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순한 얼굴을 해가지곤 제 마음 아프게 하는 말만 콕콕, 진짜 잔인한 사람이 누군데.

  “좋아해, 그러니까 같이 있어.”

  “너…!”

  “사랑해, 서이수.”

  손에 힘을 더해 이수를 더욱 강하게 옭아맨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가슴이 요란하게 두방망이질 쳤다.

  “그러니까 나랑 같이 하자, 그게 뭐든.”

  —좋아하면 같이 있고, 사랑하면 뭐든 다 함께 하는 줄로 아는 너의 그 순진이 나는 좋아. 그래서 널 설득할 재간이 없어.

  졸렬해, 자기가 이기는 싸움인 줄 뻔히 알면서.

  “싫어.”

  파앗, 이수는 건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말했다.

  “나는 아니라잖아, 다 잊었다잖아. 네가 조금도 보고 싶지 않았다잖아! 손바닥 하나 갖고 박수 칠래?”

  주먹쥔 손으로 건의 가슴을 마구 때리며 이수는 울음을 터트렸다.

  “정신 좀 차리라고, 이 멍청아…!”

  건은 저를 밀어내는 이수의 손을 가만히 내려보다 입을 뗐다.

  “…서이수가 화낼 땐 다 이유가 있더라. 그 이윤 대체로 나더라.”

  이수가 저를 위해 떠날 때,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 년의 시간 동안 멤버들과 이뤄낸 성과, 더 커진 팬들의 애정, 그녀가 그때보다 더 겁을 먹는 게 당연하다.

  이리 악을 쓰며 내지르는 호통도 다 저를 걱정해 그러는 거 안다. 그래서 하나도 안 아프다.

  “나한테 피디도 아닌 주제에, 그만 좀 튕겨.”

  “너 정말…!”

  그는 차고 있던 목걸이를 풀러 반지를 빼냈다.

  저건 서이수 거다 했을 때부터 내내 눈에 밟혔던 반지, 이리 늦게 그녀에게 끼워줄 줄은 꿈에도 몰랐던 반지.

  “이제 행복하대, 당신한테 심어 놓은 내 첩자가 그래.”

  “하….”

  그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반지가 이제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다.

  그 조각 하나에 비로소 저란 퍼즐이 완성된 느낌이다.

  눈물 짓는 이수를 건은 따스하게 안아 주었다.

  “사랑해요.”

  항복. 언제나 그랬듯, 넌 지치지도 않고 날 몰아붙여 사랑이 전부이게 만들어.

  눈을 가리고 귀를 덮어, 내 가슴에 쿵쿵 도장을 찍는 네 두근거림에 집중하게 해.

  그럼 난, 널 사랑하는 것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돼.

  “사랑한다, 서이수.”

  응, 건아 나도. 어쩌면 내가 너보다 더, 훨씬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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