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일반/역사
서사모아
작가 : 갑주어
작품등록일 : 2020.9.22

1950년 7월 15일,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전쟁에서 패한 이들이 망명한 곳은 다름아닌 남태평양 환상의 섬, 서사모아 제도.
그곳에서 50년 전, 태평양 깊이 잠들어있던 대한민국의 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16화 - 패잔병
작성일 : 20-09-30 23:25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542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무래도 상황이 영 좋지 않은 것 같다.”

 김성은 중령이 고근산의 비밀기지에 모든 장교와 부사관을 소집한 후 말했다. 나도 서귀포 주민들이 속삭이는 것을 보고, 109명이나 되는 제주도민 대표들이 천을 건너와 우리에게 항의하는 것을 보았기에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는 비단 모두 느끼고 있었는지, 침묵 중에 침을 꿀꺽 삼켰다. 진수보 소령도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을 안 했다.

 “지금 우린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어젯밤의 실수로 우린 제주도민을 공격한 불한당이 됐다. 지금 제주도민에 있어 인민군은 해방자이자 정의이고, 우리는 불한당이자 반란군일 뿐이다.”

 침묵을 깨고 김성은 중령이 중얼거렸다. 이에 장교와 부사관들이 한숨을 쉬었다.

 “아쉽게도 우리의 패배다. 내 잘못이다. 내가 무능해 너희들까지 파멸의 길로 인도했구나.”

 김성은 중령이 말하자 모두가 놀래 그를 쳐다보았다. 김성은 중령은 깊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내 목숨을 담보로 하여 저들과 협상하라. 그것이 제군들의 마지막 살길이다.”

 김성은 중령이 말을 마친 후,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침묵 중에 내가 손을 들고 항명했다.

 “연대장님, 우리의 항쟁이 개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 장기적인 항쟁을 도모하는 게 좋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지난 14일, 뉴 코리아 플랜이라고 하여 대한민국을 이어 갈 10만 명의 국민대표가 남쪽의 서사모아라는 땅으로 피신한 일이 있었습니다. 2대대 분들은 이에 대해 저보다 잘 아실 겁니다. 저희도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배를 동원해 그곳으로 갑시다. 가서 우리 국민대표에 합류하여 그 섬에 정착한 뒤, 우리 세대가 안 되면 다음 세대라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항쟁을 이어갑시다.”

 “서사모아...”

 내 제안에 다른 장교와 부사관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중대한 결정에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것이다. 김성은 중령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좋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빠져나가면 그대로 인민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

 김성은 중령이 잠시 생각한 후 눈을 감은 채로 중얼거렸다. 이 말의 의미를 미리 깨달은 병사들은 침을 삼켰다.

 “지금부터 이 작전의 이름은 ‘패잔병’으로 정한다. 가능한 선박은 진수보 소령 일행이 타고 온 선박뿐인데, 총 몇 척인가?”

 “총 11척입니다만... 태평양을 건너갈 수 있을지는...”

 “여기서 개죽음 당하거나, 바다를 건너다 죽나 매한가지다. 일본 오키나와에 미군의 기지가 있으니, 그곳에만 당도해도 인도적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법환포구에 집결시킨다.”

 그렇게 나의 제안으로 서귀포를 떠나 서사모아의 대한민국 잔당이자 국민대표 10만여 명에 합류하려는 작전명 패잔병은 검토 할 시간도 없이 시작되었다.

 오후 6시가 되자 최후의 연대 1대대와 2대대는 거의 퇴각하여 3대대, 보급대와 합류해 동쪽으로는 호근천, 서쪽으로는 악근천을 두고 인민군과 대치하는 최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인민군의 박격포 포탄이 계속 떨어지고, 눈앞에서는 T-34의 포격과 인민군의 총격이 빗발치는, 1분도 제대로 서 있기 힘든 순간이 계속되었다.

 그 사이, 진수보 소령과 해군 출신 장병들은 숨겨두었던 11척의 최후의 배에 시동을 걸어 법환포구를 향해 내달렸다.

 배의 준비가 끝나자 김성은 중령은 나를 포함해 다시 장교와 부사관들을 긴급 소집했다.

 “본 패잔병 작전의 준비가 끝났다. 급히 전달하니 제군들은 즉각 시행하기 바란다.”

 김성은 중령의 말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1대대는 나와 함께 모두 고근산으로 집결한다. 2대대는 법환포구에서 동료들이 배에 오르기 위해 주변을 감시한다. 3대대는 해군 출신자들과 보급대원들과 먼저 배에 올라타고 남은 물자를 모두 실어 출항을 준비한다. 출항준비를 모두 마치면 2중대가 탑승하여 먼저 출항한다. 단, 배 한 척은 남겨두어야 한다. 우리 1대대가 탑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은 중령이 짧게 브리핑을 마치자 모두가 침묵 중에 고개를 숙였다. 이 말인즉슨 김성은 중령과 1대대는 나머지의 피난을 위해 희생하겠단 소리였기 때문이다.

 “질문과 항명은 받지 않는다.”

 김성은 중령이 탁자 위에 권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에 모두가 고개 숙인 채 한숨을 쉬었다. 진수보 소령이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김성은 중령의 말에 묵살 되었다.

 “자네는 포구에서 수송 임무와 함께 서사모알 갈 선봉이 되어주게.”

 그렇게 진수보 소령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뻥끗거리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자칫하다간 눈물을 보일 뻔했기 때문이다.

 “저는 여기 남겠습니다.”

 진수보 소령을 뒤로 하고 내가 김성은 중령을 붙잡으며 말했다.

 “자네도 가는게 좋아. 자네가 기안한 작전이잖나.”

 “중령님을 두고 갈 바엔 자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모셔 왔는데 어떻게 떠나란 말입니까?”

 내가 눈에 힘을 주고 어찌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말을 했다. 김성은 중령은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자넨 나와 함께 가세.”

 

 그렇게 오후 8시, 모든 전선에서 최후의 연대가 퇴각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와 1대대는 김성은 중령과 함께 서귀포 여기저기에 불을 지르며 마지막 항전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작전대로 2대대와 3대대, 보급대는 어둠 속에서 몰래몰래 남쪽으로 뛰어 법환포구의 배로 향했다.

 김성은 중령과 1대대는 더욱더 시선을 끌기 위해 우리들을 향해 항의하는 모든 제주도민을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쏴 죽였다. 그리고 그것을 길가에 그대로 배치하여 더 많은 이들이 항의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본 제주도민은 물론, 그들에게 주먹밥과 깨끗한 물을 주고 옷을 잘라 붕대로 만들어 도와주었던 서귀포 주민들까지 모두 분노에 휩싸였다. 그들은 농기구와 잘라 만든 죽창을 들고 우리를 향해 공격했다. 하지만 소총으로 무장한 우리 용감한 해병대원들을 농기구와 죽창만으로 상대하긴 어려웠고,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결국, 서귀포는 동족간 살육의 지옥으로 변하였다.

 남일은 이를 보고 ‘드디어 미친 게로군.’이라며 비웃었을 것이다.

 

 분노한 제주도민과 서귀포 주민들을 앞세운 조선인민군은 우리를 고근산까지 몰아붙여 포위했다. 하지만 그것은 남일의 자만이었다.

 고근산 위에 고립되어 조선인민군과 제주도민에게 포위된 우리는 화염병과 돌을 던지고 기관총을 난사하며 맹렬하게 저항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제주도민들의 분노는 더욱 극에 달했고, 조선인민군 역시 더욱 맹렬히 공격했다.

 이렇게 모두의 시선이 고근산으로 향했을 때, 법환포구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진수보 소령과 최후의 연대 2, 3대대와 보급대는 약속대로 멀쩡한 배 한 척을 남겨두고 서둘러 서귀포를 떠났다. 이를 눈치챈 조선인민군 병사들과 제주도민들은 모두 사살하여 시신을 숨겨두었기에 발각되려면 꽤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연대장님. 부디 무사히 합류해주십시오...”

 저 멀리 어둠속의 밤바다 위에서 이미 서귀포를 떠난 배 안에서 진수보 소령이 불타는 서귀포시와 특히 장렬한 불이 타오르는 고근산 일대를 쳐다보며 중얼거림이 느껴졌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저렇게 또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을까요?”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옆에서 소총을 꽉 잡고 있던 해병대원 하나가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 말없이 어깨에 손을 올려주었다.

 

 통신병이 마지막 무전으로 패잔병작전으로 인한 피난선단이 비밀리에 성공적으로 출항했음을 보고하자 김성은 중령은 남은 최후의 연대 1대대원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총에 맞거나 칼에 베이거나 폭발로 팔 하나를 잃는 등, 정상적인 이가 몇 없었다.

 고근산 아래서는 화가 난 제주도민과 서귀포 주민들이 무기를 직접 들고 최후의 연대를 잡아 죽이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고, 그 뒤에 조선인민군이 웃으며 뒤따라 진격하고 있었다. 이 모든 작전을 지휘한 남일은 이미 서귀포 주민회관에 들어가 주민대표와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남일은 최후의 연대 1대대의 최후는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제주도민에게 맡기고 중대 규모의 조선인민군만 남기곤 인민군들로 하여금 서귀포 내 최후의 연대가 만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우린 악이고 저들은 선이구나.”

 허탈한 마지막 장에 김성은 중령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는 이를 악물고 코로 한숨을 쉬었다. 옆을 보니 자신의 최후를 직감한 대원들이 다친 동료들을 감싸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중령님,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한 병사가 소리쳤다. 그 말에 김성은 중령은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저도 영광이었습니다!”

 “영광이었습니다!”

 자신들을 불명예와 개죽음의 길로 인도한 본인을 원망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든 1대대원들이 오히려 자신과 함께해서 영광이라는 말을 하자 놀란 김성은 중령이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한쪽 눈을 잃어 애꾸가 된 한 병사가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그는 피가 줄줄 흐르는 손으로 M1 소총을 애인 마냥 꼭 쥐고 있었다.

 “제군들, 고맙다.”

 김성은 중령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김성은 중령 옆에 서서 남은 탄약을 확인하고 소총에 재장전하자 절망적으로 주저앉아 있었던 모든 1대대 대원들이 하나둘, 힘겹게 일어섰다.

 “이렇게 된 거 사나이답게 멋지게 돌격합시다!”

 “그럽시다! 적군의 심장에 총칼을 꽂고 죽자!”

 “우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해병대 1기다!”

 방금 까지 만 해도 절망적이었던 1대대에 엄청난 사기가 휘감겼다. 김성은 중령은 이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좋다. 기왕 개죽음 당할거 화려하게 길동무로 한 명이라도 더 삼고 죽자! 오늘은 어차피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못 본다!”

 김성은 중령의 말에 모든 1대대 대원들이 환호했다.

 “전군, 돌격 앞으로!”

 김성은 중령이 먼저 소총을 쥔 채로 고근산을 뛰어 내려갔다. 이에 나를 포함한 모든 1대대 대원들이 찢어질 것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그의 뒤를 뒤따랐다.

 

 갑작스런 우리의 반격에 제주도민과 서귀포 주민, 그리고 조선인민군은 당황했다. 우리는 그러한 그들을 향해 총을 쏘고 달려들어 개머리판으로 얼굴을 내리치고 총칼로 가슴과 배를 찔러 죽이는 등,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앞장섰던 김성은 중령 역시 자신을 가로막는 제주도민과 조선인민군을 쏘고 찔러 죽이며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려고 했다. 내 눈에도 어렴풋이 분명 저 앞에 파이프담배를 피우는 남일 대장이 보이는 듯했다.

 ‘남일, 저놈은 꼭 길동무로 삼고 싶다!’

 김성은 중령의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는 꼭 남일 대장만은 죽이고 싶어했다. 전쟁에서 장수와 장수가 만나 일기토를 벌이는 것은 남자의 로망 아니던가? 대한민국 최후의 연대 연대장으로서 자신을 진압하러 온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자 지휘관인 그의 심장은 꼭 찔러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김성은 중령은 호랑이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이미 찔러 죽인 조선인민군을 발로 걷어차고 앞으로 강렬하게 나아갔다.

 

 그렇게 1950년 7월 21일 오후 9시, 남조선 섬멸전은 종결되었다. 김성은 중령과 나를 포함한 우리 최후의 연대 1대대 모든 대원들은 남해를 가로질러 남하하고 있을 2, 3대대와 보급대를 위해 장렬히 전사, 전멸했다.

 
작가의 말
 

 과거 이야기6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17화 - 사퓬 2020 / 9 / 30 287 0 1287   
16 16화 - 패잔병 2020 / 9 / 30 301 0 5421   
15 15화 - 109인의 배신자 2020 / 9 / 30 301 0 4833   
14 14화 - 서귀포항쟁 2020 / 9 / 30 290 0 3932   
13 13화 - 남조선 섬멸전 2020 / 9 / 30 296 0 4921   
12 12화 - 최후의 연대 2020 / 9 / 30 287 0 5813   
11 11화 - 대한민국의 패망 2020 / 9 / 30 307 0 3246   
10 10화 - 밤하늘 2020 / 9 / 30 292 0 2032   
9 9화 - 섬 2020 / 9 / 30 306 0 12269   
8 8화 - 바다 2020 / 9 / 30 295 0 15934   
7 7화 - 홍제동 인민납골당 2020 / 9 / 30 295 0 13074   
6 6화 - 서울인민병원 2020 / 9 / 30 293 0 15412   
5 5화 - 사바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2020 / 9 / 30 308 0 11765   
4 4화 - 코리 2020 / 9 / 30 300 0 9645   
3 3화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2020 / 9 / 22 302 0 11557   
2 2화 - 서사모아의 한국인 2020 / 9 / 22 312 0 3294   
1 1화 - 다른 세계 2020 / 9 / 22 480 0 633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군필 마법소녀
갑주어
아틀란티스 소녀
갑주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