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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원나잇 바디샷
작가 : 아스테리아
작품등록일 : 2020.9.1

그의 입술이 내려왔다. 쇄골을 깊게 핥은 그가 하랑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테킬라 잔을 들어 삼킨다. 목울대가 아래위로 움직인다. '하, 이런 섹시한 대나무숲을 봤나.' 에덴의 동산에는 대나무숲이 있다. 그가 자꾸 꼬리를 흔든다. 이리와 여기 이 탐스러운 선악과를 한번 먹어보라고... "당신이 먹는 열매가 당신을 천국으로 보내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과감하게 한번 먹어봐요." 섹시한 대나무숲의 유혹이 시작된다.

 
18. 깊게 박혀 들어온
작성일 : 20-09-30 23:22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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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rrrrr. Drrrrrr.

 

 카페 마감을 도와주고 있는데 다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응. 왜?”

 ― 야! 얘 또 올렸어.

 “누구? 뭘? …아…….”

 

 누구인지 알겠다. 김민지. 한 번 보고 아이디를 외워버렸나 보다.

 

 “신경 쓰지 마.”

 ― 약올라! 일부러 이러는게 너무 티 나니까! 애야? 이번에 올린 거 보면 여사친이 아니고 완전 여친이야. 여친!

 “너야말로 애야? 왜 그런 도발에 넘어가? 나 지금 마감 중이야. 그러니까 열폭 하지말고 쉬어- 알았지?”

 

 잠시 수화기를 귀에서 떨어트렸는데도 기계 너머로 다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어, 알았어. 끊어-.”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빗자루를 들고 있던 움직임은 멈춘 지 오래다. 머리를 흔들고 다시 열심히 청소했다.

 

 “난 신경 안 써. 그게 뭐라고.”

 

 집에 들어와서도 몸을 열심히 움직였다. 그릇들을 다 덜어내 식기 건조대를 박박 닦았다. 물때가 묻은 와인잔도 꼼꼼하게 한 번씩 더 닦았다. 하지만 잡념은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나도 애 인가 보네.”

 

 옆에 놓아두었던 휴대폰을 열었다. 인별 속 여전히 자신을 팔로우 하고 있는 그 여자의 사진을 눌렀다.

 

 주말에 이어 새로 올라온 두 개의 피드.

 

 [ 내조의 여왕? :D

 야근하는 남(사)친 도시락 조공

 대표님 빨리 끝내고 집에가요~

 #잘먹어주니_보람되네♥

 #일하는남자의_섹시함

 #에덴동산에_이든이있다^^ ]

 

 대표실 소파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 민지의 얼굴 뒤로 시선을 모니터에 고정하고 일하고 있는 이든의 모습이 작게 찍혔다.

 

 “진하랑… 이거 왜 보고있냐.”

 

 말과 다르게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다음 피드를 눌렀다.

 

 [ 보이프랜드 룩의 정석은?

 진짜 보이프랜드의 옷을 입는 것♡

 재킷 엄청크다~ 담요로 써도 될 듯!

 #어깨깡패박이든

 #킁킁_좋은냄새난다

 #너향수뭐쓰니? ]

 

 자신의 몸집보다 큰 재킷을 입은 민지는 살짝 나온 손끝으로 제 입을 가리며 방긋 웃는다. 아래에는 친구들이 ‘남친 생겼냐’, ‘결국 박이든이랑 잘된 거냐’ 등등의 댓글을 달아놨다.

 

 손에 들고 있던 고무장갑을 던져놓고 침대 위에 누워버렸다.

 

 “하… 기운 빠져.”

 

 같은 시간.

 이든도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 위로 풀썩 엎어졌다. 어쩐지 기운이 빠지는 하루였다.

 

 아침만 해도 행복했는데. 워크숍 이후 처음 보는 거라 잔뜩 들떴었다. 이대로 더 가까워질 일만 남았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휴대폰을 얼굴 위로 올린 이든의 시선이 하랑에게 닿았다.

 

 “사진 더 찍어둘걸.”

 

 옆으로 돌아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두 사람.

 

 “박이든 널 어쩌면 좋니…?”

 “보고 싶어요. 진하랑씨.”

 

 

 * * *

 

 

 목요일 회의에서도 이든은 만날 수 없었고, 그렇게 주말이 되었다.

 

 하랑은 오늘도 2층 구석 자리에 앉아 스케치를 했다.

 

 ― 탁.

 

 “안녕하세요.”

 

 테이블 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담긴 투명한 컵이 올려졌다. 컵을 내려놓은 손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안녕하세요. 같이 앉아도 되죠?”

 “네. 앉으세요.”

 

 김민지. 이든의 여사친이다. 미용실이라도 들렸다 오는 것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세팅을 했다.

 

 그녀의 등장으로 평화로운 하랑의 주말 오후에 작게 실금이 갔다.

 

 “와- 카페 좋네요. 인테리어가 너무 예뻐요.”

 “고마워요. 그런데 어쩐 일로 오셨어요? 근처에서 약속이라도…?”

 

 빨대를 쪼옥 빨아 목을 축인 민지가 씽긋 웃었다.

 

 “저, 이든이 좋아해요.”

 “…….”

 “오래전부터예요. 이든이 예전 여자친구 사귀고 있을 때도.”

 “저기요.”

 

 하랑이 그녀와 자신의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태블릿을 한쪽 옆으로 치웠다.

 

 “다짜고짜 뭐하시는 거예요?”

 “진하랑씨 이든이 좋아…….”

 “잠시만요.”

 

 제 할 말만 하는 민지의 태도가 어이없어 소파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고개를 비스듬히 한 하랑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저 아세요?”

 “우리 구면이잖아요. 그때 호텔에서랑 며칠 전에 식당이랑.”

 “그러니까요. 저 아시냐고요.”

 “알죠.”

 “전 그쪽 모르는 데요.”

 

 당황한 듯 큰 눈이 더 커지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얼굴, 봤죠. 그런데요? 우리가 인사를 했나요? 통성명을 했나요?”

 “아니 그건!”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제 뒷조사 하셨어요?”

 

 하랑은 어버버하며 뒷말을 잇지 못하는 민지를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테이블 위에 팔을 얹고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얹었다.

 

 “그래요. 백번 양보해서 우리가 서로 안다고 쳐요. 김민지씨.”

 “거봐! 알잖아요.”

 “지금 당신 나한테 굉장히 무례하게 행동하는 거예요. 찾아와서 다짜고짜 뭐요? 박이든 좋아한다고요? 그래서요? 제가 뭐라고 대답을 할까요? 아… 네 좋아하시는구나. 아니면, 화를 낼까요? 좋아하지 말라고. 그것도 아니면 드라마처럼 울어요? 시련 당한 여주인공처럼?”

 

 민지의 큰 눈이 일렁였다. 말려 들어간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

 

 “이든이 좋아하지 말아 달라고! 그 말 하려고 왔어요.”

 “김민지씨가 뭔데요?”

 “제가 이든이 좋아하니까요.”

 “박이든도 김민지씨 좋데요? 둘이 사귀어요?”

 “…그건, 아직 아니지만…….”

 “그럼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없잖아요. 박이든을 좋아할지 말지는 내가 정해요. 그쪽이 하라 마라 할 내용이 아니라. 마저 드시고 가세요. 원두 좋은 거 쓰니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하랑을 민지가 붙잡았다. 눈썹 끝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다.

 

 “언니 이든이 안 좋아하잖아요.”

 

 언니? ‘내가 왜 니 언니니?’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이든이 지금까지 주기만 하는 사랑만 해왔어요. 난 달라요. 난, 이든이한테 내 사랑 다 줄 수 있어요.”

 “…….”

 “어차피 언니는 나이도 우리보다 많고, 결혼도 한 번 했으니까… 이든이 부모님께 결혼 허락받기도 힘들 거 아니에요.”

 

 스스로 생각하고 있던 문제점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니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충격적이지만 오히려 머릿속은 냉정해졌다.

 

 “김민지씨.”

 “언니가 이든이한테 싫다고 딱 잘라서 말해주면 걔도 더는 다가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부탁해요. 저 진짜 이든이 많이 사랑해요. 제가 언니보다 훨씬 더 많이, 오래 사랑했어요. 이 마음이 너무 오래되어서… 많이 아파요.”

 

 눈 안 가득 차오르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김민지씨. 사람을 좋아하는 크기가 눈에 보이나요? 기간이 오래되었으면 더 값어치가 나가나요? 나도 박이든 좋아해요. 왜 내 마음의 크기를 김민지씨가 멋대로 판단하는지 이해가 안 되네.”

 “…….”

 “그리고 연기 잘하네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깜빡 속겠어.”

 

 처연한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던 민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러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티슈로 눈물을 닦았다. 이 와중에도 화장이 지워지지 않도록 톡톡톡 두드리면서.

 

 “훗, 생각보다 강적이시구나.”

 “내가 그쪽한테 만만하게 보였나 봐요?”

 “나이를 쳐 드셨으면 나이에 맞는 남자 골라서 만나세요. 한참 어린애 꼬시지 말고.”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대요. 내가 아니고 박이든이요.”

 “박이든이 뭐요?”

 “박이든이 나 꼬시는 중이라고요.”

 “하!”

 

 민지는 기가 차다는 듯 씩씩거리더니 끓어오른 열기를 내리려는 것인지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셨다. ‘탁’ 하고 테이블 위에 강하게 내려놓은 유리컵 소리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랑은 앉아있는 민지를 향해 허리를 숙여 귓가에 속삭였다.

 

 “근데 아까부터 자꾸 언니 언니 하네? 그럼 언니로서 충고하나 할게. 너 좋다는 남자 만나. 그런 남자 만나도 오십 퍼센트 확률로 쓰레기가 나와. 그런데 왜 널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한테 이렇게 목을 매니?”

 

 한 손으로 가늘게 떨리는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였다. 그리고 허리를 세워 다시 멀어지자 민지가 표독스러운 눈으로 하랑을 노려봤다.

 

 “그리고 인사는 사람의 인성이에요. 김민지씨. 처음 보는 누군가를 만나면 인사부터 하는 거예요. 아래위로 훑는 게 아니고. 이것도 인생 선배로서 해주는 말. 서른인데 이 정도도 모르면 안 되겠죠?”

 “이… 미친…….”

 “아, 다 드신 컵은 저- 위에다가 가져다 두시면 됩니다. 손.님.”

 

 마지막은 손님에게 하는 인위적인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뒤돌아 가는 하랑의 뒤로 민지가 ‘야! 진하랑!’ 하며 외친다.

 

 “꺅!”

 

 발을 쾅쾅 구르며 씩씩거리던 민지의 분노는 높은 굽이 부러지면서 더욱 과열되었다.

 덜렁거리는 구두 굽 때문에 발을 끌며 카페를 나온 민지가 카운터 쪽에 있는 하랑을 도끼눈을 뜨고 쳐다봤다.

 

 하랑이 그런 민지의 눈을 피하지 않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자 민지는 다시 한 번 빽, 소리를 지르고 발을 끌면서 골목을 빠져나갔다.

 

 

 * * *

 

 

 화요일. 미팅을 위해 에덴동산을 찾았다.

 이든이 참여하지 않는 미팅은 평소보다 시간이 길어져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길게 늘어선 빨간 불빛 위로 긴 한숨이 흘러간다. 그 한숨의 길을 밟고 생각의 돌멩이가 빙글빙글 구른다.

 

 「그게 문제라면 나도 한번 갔다 올까요?」

 「나한테는 사고 아니었어요. 그리고 난 처음 본 그 날부터 좋았는데. 그날 당신이 너무 좋았어.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함께 있고 싶을 만큼.」

 「최선을 다해 유혹해볼게요. 그러니까 넘어와요.」

 「키스해도 돼요?」

 「우리 다시 만난 이후로 나한테 설렌 적 있어요?」

 

 널 다시 만난 이후로 매 순간이 설렘이었어. 박이든, 보고 싶다.

 

 「이든이 지금까지 주기만 하는 사랑만 해왔어요. 난 달라요. 난, 이든이한테 내 사랑 다 줄 수 있어요」

 「언니가 이든이한테 싫다고 딱 잘라서 말해주면 걔도 더는 다가가지 않을 거예요」

 「나이를 쳐 드셨으면 나이에 맞는 남자 골라서 만나세요. 한참 어린애 꼬시지 말고」

 

 그런데 내가 박이든을 채워줄 수 있을까? 나 때문에 상처받게 하지는 않을까? 그에 비하면 문제점투성이인 내가 손을 내밀어도 될까?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또 와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민지의 인별을 보았을 때가 생각났다. 하랑의 손이 닿으면 가까워지고, 떨어지면 멀어지던 그가.

 

 “안돼… 이러면 안 되는데. 모르겠다.”

 

 인생, 모 아니면 도.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보자.

 

 어느새 하랑의 손은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오른쪽 도로로 빠져 다시 이든에게 간다. 불안과 초조, 두근거림과 설렘이 공존한다.

 

 ― 탁!

 

 운전석에서 내린 하랑이 에덴의 동산 앞마당을 달린다. 막히지 않을 때는 1~2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1시간이 넘게 걸려 왔다.

 

 아직 있어라…….

 

 계단을 뛰어 올라가 대표실로 향했다. 빈 복도를 달리는 하랑의 스틸레토 힐 굽 소리가 명쾌하게 울려 퍼진다.

 

 벌컥, 열어젖힌 문 안으로 정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이든이 눈을 든다. 가쁘게 몰아쉬는 숨. 심장의 박동은 달려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박이든 때문인지.

 

 “하랑씨?”

 

 갑작스러운 하랑의 등장에 이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이 닫히고, 그 문에 기대선 하랑이 아무 말 없이 이든을 바라보았다.

 

 “잠깐. 거기 그대로….”

 

 있어.

 

 책상을 돌아 다가오려는 이든을 한 손을 들어 막았다.

 

 “박이든씨. 난… 나이도 다섯 살이나 많고, 결혼도 한번 했었고, 겁도 많고, 몸을 사리기도 해요.”

 “하랑씨 무슨……?”

 “지금까지 주로 받기만 하는 연애를 했어요. 나도 주고 싶은데 아마도 서툴 거예요.”

 

 아래로 내려가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당황한듯했지만, 지금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래도 노력해보고 싶어 졌어요. 선악과, 먹어 볼래요.”

 

 탄식 섞인 웃음을 짓던 이든의 얼굴에 어느새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거기로 가도 돼요?”

 “앞으로 안 물어보겠다면서요.”

 

 서둘러 책상을 돌아 하랑의 앞으로 달려온 이든이 문에 기대있던 하랑을 당겨 품에 와락 안았다.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 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온 힘으로 끌어안던 그가 하랑을 문에 기대게 한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다가서 몸을 가깝게 밀착시켰다. 둘의 다리가 서로 얽혔다. 턱 끝을 들어 올린 하랑의 눈 속에 이든이 깊게 박혀 들어왔다.

 

 “이제…….”

 

 이든의 손이 하랑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긴다. 뺨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이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안 물어보고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거예요.”

 “…….”

 “그래도 돼요?”

 “쿡. 안 물어본다면서.”

 

 예쁘게 호선을 그린 하랑의 입술 위로 그가 급하게 내려왔다. 조심스러운 손길과는 다른 격정적인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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