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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서사모아
작가 : 갑주어
작품등록일 : 2020.9.22

1950년 7월 15일,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전쟁에서 패한 이들이 망명한 곳은 다름아닌 남태평양 환상의 섬, 서사모아 제도.
그곳에서 50년 전, 태평양 깊이 잠들어있던 대한민국의 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10화 - 밤하늘
작성일 : 20-09-30 23:20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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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키나와 북쪽지방인 쿠니가미손 자시키에는 해안 근처 높은 언덕 위, 쿠니가미손 자연 체험 학습장 중앙 운동장에 검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오와 열 맞춰 서 있었다. 이미 깊은 밤이 된 시간이라 랜턴을 켠 곳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여 열 맞춰 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은색의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단단한 전투화를 꽉 조여 매고 상하의와 벨트까지 정확히 삼선이 일치한 딱 잡힌 군기가 위압적이었다. 어두컴컴한 밤에도 깊게 눌러 쓴 모자, 그 아래로 미동 하나 없이 차렷 자세를 유지하는 굳은 얼굴, 허리에 찬 두 자루의 대검과 등에 멘 개인군장, 세워 총 자세로 파지하여 세워 둔 M16A2로 하여금 군기 제대로 잡힌 군인임을 어둠 속에서도 뽐내고 있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그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던 한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 역시 꽉 붙들어 맨 전투화로 뚜벅뚜벅 힘 있게 걸어 다니며 오와 열 맞춰선 군인들을 모두 둘러 보았다. 그리곤 중앙에서 깊게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여자의 말에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의 왼쪽 뺨에는 깊은 흉터가 세로로 나 있었다. 왼쪽 눈동자는 검정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인가.”

 “그렇습니다, 중대장님! 사령부에서도 출격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준비 완료 보고를 마친 여자가 중대장이라 부른 남자에게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담배를 마지막으로 깊게 들이마신 뒤, 바닥에 버린 담배꽁초를 전투화발로 짓이겨 끄곤 입을 열었다.

 “흐흐, 그 지옥에 다시 가는 거군...”

 남자가 킬킬거리며 두어 발 앞으로 나오자 오와 열을 맞추어 서 있던 군인 중 몇몇이 침을 꿀꺽 삼켰다.

 “대한광복군 오키나와 지부 제1대대 제군들, 주목.”

 남자가 웃음을 멈추고 무서운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는 모든 군인이 주목이라고 복창하며 그를 응시했다. 군인들이 동시에 대답하자 고요했던 자시키의 넓은 산세에 큰 울림이 있었다. 그러자 남자는 느릿느릿하지만 무거운 저음으로 말을 시작했다.

 “이번 작전은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터지고 불태우는 작전이 아님은 이미 브리핑에서 들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이번 작전은 저 역겨운 지옥을 근본부터 흔드는 것이다. 그 작전에 우리 오키나와 지부 1대대 1중대가 선봉에 서게 된 것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남자가 말하자 군인 중 몇 명이 긴장했는지 침을 또 삼켰다. 몇몇은 이미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냥 침투해서 폭탄을 터트리고 요인을 암살하는 것보다 근본을 흔든다는 작전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시행하기도 어려운 작전일 것이다. 이러한 무게감에 군인 중 몇몇은 벌써 긴장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임무 실패란 없다. 행여라도 실패하는 자는 즉시 자결하여 동료에게 갈 피해를 만연에 방지한다. 알겠나?”

 “예!”

 남자의 물음에 군인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이에 고요했던 자시키의 넓은 산세에 큰 울림이 다시 있었다. 남자는 이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군들, 출전하라.”

 이에 뒤쪽에서 숨겨져 있던 헬기에 시동이 걸리며 헤드라이트가 켜져 운동장을 환하게 비추었다. 수십 대의 헬기는 동시에 시동이 걸리며 엄청난 바람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군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해진 헬기로 줄을 맞추어 탑승했다.

 헬기는 이내 운동장을 박차고 어두컴컴한 오키나와의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천천히 마지막 남은 헬기에 걸어가던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컴컴한 하늘에는 쏟아질 것 같은 아름다운 별들이 춤을 추고 있었고, 그 사이에는 우유를 흩뿌린 듯한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평소에는 봐도 아름답지 않던 이 밤하늘이 유독 오늘은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남자는 이내 다시 무서운 표정으로 돌아와 헬기에 올라탔다. 문을 닫기도 전에 헬기는 운동장을 박차고 하늘을 뛰어올랐다.

 금세 쿠니가미손 자연 체험 학습장 중앙 운동장이 작아지고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남자는 다시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오늘 우린, 우리 고향을 되찾기 위한 선봉에 선다.”

 말을 마친 그는 두 눈을 감고 좌석의 안전벨트를 단단히 맸다. 감은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한민국 패망의 복수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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