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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발각
작성일 : 20-09-30 22:01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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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물방울, 알알이 보이진 않아도 투명하다고까진 할 수 없는 습기 가득한 토요일 아침.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 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르게 어둡다. 아무래도, 어젯밤 세차게 내리던 비는 날개 달린 오징어의 먹물이었나 보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은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손에는 하얀 김 모락모락 피어나는 머그를 들고, 물기 어린 이국의 아침 풍경을 눈에 담는다.

  주욱, 주욱. 옷깃이 뒤로 당겨지는 느낌에 시 읊던 것을 멈추고 이수는 뒤를 돌아봤다.

  피식-

  “Done?”

  배꼽만큼 오는 작은 머리통, 구불구불 곱슬 머리를 손으로 헝클며 그리움의 시계를 멈추었다. 서툰 피아노 소리가 그제야 귀에 들어왔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 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 * *

 

 

  “아침에 연락 안 되던데, 어디 갔었어?”

  “어린이집에 잠깐.”

  “애들 피아노 가르치는 거 아직도 해? 이역만리 여기까지 와서 무슨 봉사야, 재수없게.”

  “그냥… 집에 혼자 있기 싫어서. 기쁨조 만들어 조만간 풍악을 울려라 할 참이에요. 그러니까 재수없는 봉사활동 아니구, 기브 앤 테이크 확실한… 일종의 거래랄까?”

  이수는 미국에서 새로 사귄 동료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다 제 자리로 가 앉았다.

  상암동에서 지내며 딱히 불편하다 여긴 적 없었지만, 글쎄 뉴욕이란 지명에서 풍기는 아우라 때문인지 바닥에 깔린 타일마저 세련되어 보였다.

  이런 걸 두고 사대주의라 하는 건가, 촌스러운 생각에 자조 섞인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 어디, 뭐가 또 올라왔나?”

  컴퓨터를 켠 이수는 제법 진지한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문학소년.”

  핏 웃으며 스크롤을 내리는 이수의 눈동자에 비친 건 다름아닌 건의 사진이었다.

  언니 이현을 따라 ‘fan god’에 가입하고는 처음으로 든 팬클럽이었다.

  철마다 활동비도 내고, 제게 할당된 굿즈들은 모두 이현의 주소로 보내버리고. 이수는 심심할 때마다 팬 카페에 들어가 그의 하루를 엿보았다.

  “…많이 바쁜가 보네.”

  팬이니까 음악도 챙겨 듣고, 팬이니까 예능도 챙겨 보고, 팬이니까, 팬이니까. 그게 요새 이수가 하는 넋두리의 단골손님이다.

  —게시물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팬 카페는 상당 부분 위계적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카메라 화질이 아무리 좋다 한들, 매일같이 4차원 시공간 속에서 건을 만난 이수를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었다.

  헌데 그마저도 등급에 걸려 마음껏 누릴 수가 없으니, 애가 타 죽을 노릇이다.

  개인 소장하고 있는 애들 사진을 풀면 단번에 승급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랬다간 정말 큰일 날 게 불 보듯 뻔하고.

  등업 게시판을 쭉 훑어본 이수가 세운 전략은 바로,

  “한 편 더 올려 봐?”

  공감 버튼을 누르지 않고는 못 배길 칸의 팬픽을 쓰는 것이었다.

  이수보다 멤버들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게다가 그녀는 작문 하난 자신 있는 피디 선생이었다.

  실감나는 대사와 세밀한 묘사, 거기에 여심을 저격하는 오글거림 한 스푼을 추가하니 조회수가 나날이 늘어갔다.

  “아, 이건 영업 비밀인데….”

  사실, 그녀가 쓰는 에피소드들 중엔 매우 사실과 가까운 얘기들도 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나, 건이 그리도 원한 열성팬의 길을 걷는 이수에겐 거칠 것이 없었다.

  타다닥,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혼자 걷는 길 위에 비가 내린다. 구름이 끼인 만큼 비는 내리리라….

 

 

  * * *

 

 

  찰칵. 포털에 올라갈 팬 서비스용 셀카를 찍는 건에게 재진이 다가와 물었다.

  “형은 맨날 눈 감고 찍어 왜?”

  그 말을 듣는데 지난날 이수와 나눈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왜 죄다 눈을 감고 있어요.’

  ‘그냥… 어떤 표정을 지어얄지 모르겠어서.’

  쓰게 한번 웃은 뒤, 건은 재진에게 답을 해주었다. “…그냥.”

  동생의 어깨를 툭 건드리고 그는 재선을 찾았다.

  “형.”

  “어?”

  마카롱을 집어 먹던 재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두어 번 껌벅였다.

  “김 피디님이나 한 작가님, 연락처 알아?”

  “너 인마, 기어이…!”

  건과 이수의 사일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재선은 데뷔와 동시에 두 사람이 헤어졌단 사실에 내심 안도했다.

  만날 때도 쉬쉬했던 터라 이별의 아픔도 속으로 삭여야 했던 건을 조용히 챙겨줬던 재선은 제법 잘 이겨내고 있는 그가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어젯밤.

  ‘형… 형, 나 어떡해….’

  이수의 편질 부여잡고 눈물로 그리움을 토해내는 어린 동생을 보며 그는 제가 틀렸단 걸 알았다.

  서이수, 이건 왜 사람 미련 남게 헤어지는 거 하나 똑바로 못 하고… 아휴, 진짜!

  “이제와 연락해서 뭘 어쩌려고…!”

  그는 구석진 곳으로 건을 끌고 가 야단을 쳤다. 말을 하면서도 시선은 바깥으로 향해 주위를 살피기 바빴다.

  “말해줘야 돼. 아무것도 모르고 일 년을 바보같이 보냈단 거, 하나도… 잊지 못했다는 거.”

  이걸 도와줘야 하는 거야, 이 위험한 여행에 동참해야 하는 거냐고.

  “하….”

  재선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넓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데 쓰는 건을 보기가 더는 힘들어 안 되겠다. 정말, 무슨 수를 쓰든가 해야지.

 

 

  * * *

 

 

  —근데 이건 목걸이 팬던트, 진짜 반지 같은 거 나만 그럼?

  —나도 그 생각했었는데.

  “이것들이….”

  건의 목걸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게시글에 아래턱을 꽉 조이고 댓글을 다는 이수다.

  “하하… 이건 반지 사건이 언제적 일인데. 취향인가 보지, 하고 넘어가라 좀!”

  탁, 감정을 담뿍 담아 엔터 키를 눌렀다.

  씩씩대던 것을 멈추고 그녀는 스크롤을 올려 문제의 건 사진을 들여다봤다.

  단추 세 개쯤 풀어 입은 셔츠 사이, 은백색 목걸이 줄에 달려있는 반지.

  “…그걸 왜 하고 다녀, 멍청아.”

  그 반지에 담긴 사연을 알고 있는 이수는 팬들 의심 사가면서까지 목걸일 하고 다니는 건이 미웠다.

 

  주우욱-

  가방 안에 마지막 편지를 두고 가려던 이수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은 보석함.

  한번 눈에 담으면 가슴에 박혀 지울 수 없는 아픔이 될 줄 알면서, 그저 호기심에 상자를 연 판도라보다 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만다.

  ‘…예쁘다.’

  습자지에 고이 싸여 있던 반지는, 예뻤다. 예뻐서 더 마음이 아팠다.

  오늘이었구나, 나더러 네 여자 하라던 날.

  이따 만나 하겠다는 말이… 하, 나 너한테 진짜 무슨 짓을 하는 거니.

  감히 껴볼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이수는 그렇게 건이 저를 위해 준비한 반지를 하염없이 쳐다만 봤다.

  ‘서이수.’

  대기실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와, 이수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황급히 반지를 가방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다.

  ‘웨, 웬일이야? 당신이 여길 다….’

  <너에게 보내는…>

  잠그다 만 지퍼 사이로 이수가 넣어 둔 책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Soo…!”

  딴짓 하다 걸린 학생처럼 이수는 절 부르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 얼른 컴퓨터 화면을 껐다.

  “Yes?”

  “Mark wants to see you.”

  “Ah… kay, thanks.”

  그녀는 숨을 크게 내쉬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 *

 

 

  “이 누나, 글 올리는 시간 봐라? 감성 터지는 새벽에 꼭….”

  “누난지 동생인지 어떻게 알아.”

  마지막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 태블릿으로 팬 카페에 들어간 가람과 그 옆에 앉은 도경만이 쌩쌩하니 대화를 나눴다.

  “에헤이, 이런 시는 미성년자 구독 불가지.”

  “왜, 야한 거야? 봐봐.”

  급 관심을 내비친 도경이 가람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이렇게 먼 거리에 서 있어도, 나는 당신을 가리는 우산이고 싶다. 언제나 하나의 우산 속에 있고 싶다…?”

  스르르. 시를 읊는 도경의 나지막한 음성에 감겨 있던 건의 두 눈이 떠졌다.

  “우산으로 가린다잖아, 뭐가 이게 미성년자 구독 불가야. 형아한테 혼날래?”

  “내가 언제 야하댔어? 고딩이 누가 이런 시를 읽어, 그 시간에 게임 한 판을 더 하지.”

  유치한 말다툼으로 번지려던 차에 뒤돌아 가람에게 손을 뻗은 건이 한껏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줘 봐.”

  “아, 이 사람들이 진짜… 안 야하다니까?”

  그 짧은 새도 기다릴 수 없어, 건은 가람의 손에 들린 태블릿을 낚아채듯 가져갔다.

  캄캄한 밤, 창문으로 넘어오는 술집 간판의 불빛이 고작인 차 안에서 건은 뚫어져라 태블릿 화면 속 글을 눈에 담았다.

  —해적이 뭐 이렇게 피부가 하얘?

  —선장실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래요, 왜.

  이건… 동호 형한테 화장 해줄 땐데.

  손가락으로 화면을 휘익 넘겼다.

  —과거는 묻는 게 아니라네, 어리석은 중생이여.

  휙휙, 더 빠르게.

  그렇게 게시된 글을 쭉 읽고 있자니, 오랫동안 듣지 못한 그녀의 따스한 목소리가 귓가에 와닿는 듯했다.

  —강아지 냄새 난다.

  뭐야, 이 사람 뭔데 이런 일을 다 알고 있는 거야.

  미간을 찌푸린 건은 그제야 글쓴이의 이름을 확인했다.

  —10.04

  계단 그림 밑에 제가 써 두었던,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아는 밀어.

  “…서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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