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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여름의 치기
작가 : 이소이
작품등록일 : 2020.8.18

사랑이 가장 청량하게 빛날 수 있는 계절 여름, 그리고 그런 여름에 걸맞게 다채로운 선물들을 선사할 하동.

우리 모두가 각자 다른 이름을 지니고 살아가듯 사랑에는, 삶에는 참 다양한 이름이 있습니다. 그저 예쁜 풍경이 좋아서 기대를 끌어안고 향한 여름이와 어디든 먼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 떠난 제연이처럼요.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여태 살아온 삶과는 다른 결의 선택,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에 있는 그대로 반응 하는 것. 이걸 단순히 한여름의 치기라 치부해도 되는 건가요?

여러분은 언제 사랑을 느끼시나요? 또, 여러분의 사랑이 담고 있는 온기와 의미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요? 한 순간에 지나가버린 여름이 잠시나마 푸르르고 찬란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이곳에 제 사랑을 남깁니다.

 
풀솜 구름
작성일 : 20-09-30 21:48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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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을 씌워줄 수 없는 때라면, 같이 맞아줘요.”

  송골송골 맺힌 빗방울에 시야가 흐려졌다, 또렷해지기를 반복했다. 카메라 필터를 적용한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든, 드라마든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같은 조건, 같은 상황이어도 옆에서 누군가가 함께해주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뒤돌아있던 여름이 몸을 돌려 제연을 바라본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그 손을 홀린 듯이 맞잡던 제연은 생각했다.

 “생각보다 좋죠? 빗방울이 두드리는 느낌.”

 “…그렇네.”

  나를 망치러온 구원자.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모순적인 말이라 비웃었던 표현. 꼭 그게 한여름 같다.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던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가득한 이 여름이,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지는 사랑스러움을 잔뜩 흘려보내고 있는 여름이 그렇다. 보란 듯이 네가 고집하던 모습대로 살지 못할 거라며 무너뜨리고 망치고 있는 건지, 벗어나지 못하고 열병처럼 앓고 있던 아픔 속에서 나를 건져내고 있는 건지. 아무것도 확실히 말할 수 없었다.

  내 앞날을 확신할 수 없다 인정했다. 처음으로.

 

  가져온 우비 비닐을 뜯고 쓰레기를 가방 안에 넣는 여름에 제연은 우산을 두고도 우비를 챙겨 입을 만큼 젖기 싫은가 의문이 들었다.

 “원래 뭐든 혼자는 어려워요. 그렇다고 둘이면 쉽다는 건 아닌데, 적어도 외로움에 춥지는 않잖아요.”

 “…”

 “또,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기도 하고요?”

  그 우비를 본인에게 건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설마 입으라고?”

 “그럼요. 당연하죠!”

 “그렇게까지 비 맞기 싫어?”

 “으음? 비 맞으려고 우비 입는 건데요?”

 “멀쩡한 우산은 뒀다 뭐하는데.”

 “뒀다 나중에 쓰는 거죠.”

  정작 우비를 건넨 당사자는 이미 계획했던 상황인 듯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꼼꼼히 우비를 입고 똑딱이도 꾹꾹 눌러 잠그는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휴. 정 이해 못하겠으면 둘이면 쉽다 이렇게 외워요.”

  저도 모르게 찌푸린 미간을 살살 문질러 펴준 여름이 상큼하게 한쪽 눈가를 찡긋 거린다.

 “도대체 그게 지금 이 상황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니까 하동에서 비를 맞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같이 즐겨보자는 거죠.”

  결국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제연에 여름이 직접 나서서 우비를 입혀주고 있었다. 어이없지만 이미 한쪽 팔을 우비에 끼우고 반대쪽 팔을 넣자며 오른팔을 잡아오니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팔을 끼워 넣었다.

 “둘 다 우비 입고 있으니까 꽤 괜찮지 않아요?”

  옷매무새를 정리해주며 똑딱이를 대신 채워주며 물어왔다.

 “되게 별론데?”

 “왜요? 설마 멀찌감치 떨어져서 모르는 척 하고 싶다는 건 아니죠?”

 “그건 아니고,”

 “완전 다행이에요. 그렇다고 대답할까봐 얼마나 쫄렸는 줄 알,”

 “누구세요.”

  순간 마지막 똑딱이를 채우던 손이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들어 제연을 빤히 바라봤다. 놀란 여름이 흥미롭다는 것 마냥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참나. 그런 모습으로 말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일 거 같아요?”

  억울해서 놀려먹기로 했다. 그렇다고 진짜 억울하다는 건 아니고. 이 핑계로 장난 좀 치고 싶었다.

 “그런 모습이 뭔데.”

 “뭐긴요. 지금 모습이요. 노랑 우비 입고 있는 모습.”

 “나도 살면서 노란 우비 처음 입어보거든?”

 “평소엔 어두운 색만 입고 다녀서 몰랐는데 밝은 색 되게 잘 어울려요. 왜 안 입고 다녀요?”

 “밝은 옷 입을 일이 없어.”

 “아아 밝은 옷은 귀여운 노란 우비로만 입고 싶어서요?”

 “아니,”

  누가 봐도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놀리듯이 말했다. 그런 여름을 보는 제연은 온 몸에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묻으면 저런 모습일까 상상해봤다.

 “내심 노란 우비 입은 거 좋아하고 있죠? 다음에도 또 입고 싶죠?”

  장난스러움에 퐁당 빠졌다 나와야 가능한 수준이었다.

 “한여름.”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한다고 말했지만, 여름은 제 이름을 부르는 제연을 보고 큰 소리로 꺄르르 웃었다. 사실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여름이 치는 장난은 전부 그렇다. 이상하게 상대방 기분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소중히 감싸 안아 따스함을 불어 넣는다.

  그래서일까. 뭐든지 혼자가 편했던 제연은 점점 여름과의 시간이 불편하지 않아지고 있었다.

 

  원래도 사람이 많이 오다니지 않는 한적한 편의 길이긴 했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유달리 조용했다. 혼자 걸었으면 적적하다 생각할 정도였다. 물론 여름은 이러나저러나 비가 오고 난후의 살짝 선선한 날씨를 즐기는 중이었다. 걸어가다 얕은 물웅덩이가 보이면 괜히 한 번씩 찰박여보곤 했다.

 “세상을 완전히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없겠죠. 그래도 누군가가 옆에 있어서 언제든지 맞닿을 수 있는 거랑 힘든 시기가 왔을 때 함께할 사람을 찾아야하는 건 천지차이잖아요.”

 “너한테는 누군데? 언제든지 맞닿을 수 있는 사람.”

 “음, 한 명만 말하자면 의영이요. 주의영이라고, 있어요. 되게 착하고 되게 순한 친구.”

 “성이 주야?”

 “네. 특이하죠. 사실 저 살면서 주씨 성 가진 사람 의영이가 처음이에요.”

 “내 주변에도 있어. 주승원.”

 “우와! 그 분이랑 제일 친해요?”

 “대학 동기 중에는?”

 “저희 둘 다 제일 친한 친구가 주씨 성인 거 신기해요. 살면서 성이 주인 사람 또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얘기 듣네요?”

  잇몸이 보일 정도로 히히 웃는 여름의 모습이 조금 귀여운 것도 같았다. 우비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그런 건지 추억의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게.”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여름의 말에 동의하는 빈도수가 늘었다. 모든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잔잔한 동의가 여름에게 가장 적합한 대답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분은 성격이 어때요?”

 “뻔뻔하고, 꼭 한 번씩 신경 거슬리게 하고, 평소엔 그렇게 둔하면서 어느 순간엔 소름끼치게 눈치 빠르고.”

 “…그거 칭찬 맞죠?”

  경악하는 표정을 지은 여름이 물었다.

 “근데 밉진 않아.”

  푸스스 연하게 웃음기를 내비친 제연이 답했다.

 

  승원과의 첫 만남을 생각하면 평범하진 않았다.

 “저기요. 학관 아세요?”

  다음 강의를 듣기까지 시간이 30분 정도 비어 천천히 캠퍼스를 걷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딱 봐도 부산스러운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굳이 관심을 줘야할 필요성조차 못 느낀 제연이 그렇게 상대방의 옆을 지나치려는 순간 말을 걸어왔다. 요상한 질문이었다.

 “네.”

  거기에 친절하게 답했을 리 없었다. 일단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게 귀찮았을 뿐더러 질문이 너무 멍청해 대답할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이었다.

 “뭔데요?”

  상대방은 거기에 굴하지 않고, 참으로 해맑게도 계속 질문해왔다.

 “옆에 있잖아요. 학관.”

 “그건 저도 알아요.”

 “그럼 가세요.”

 “그래서 학관이 뭔데요? 왜 학관이 뭔지는 안 알려주세요?”

  이상함의 끝을 달리는 대화였다. 키도 크고, 인물도 어느 정도 훤칠한 둘이 몰두해서 대화하는 게 이목을 끈 건지 지나가던 학생들이 한 번씩 힐끔대고 있었다.

 “학관이 뭐냐고요?”

 “네. 다들 학관, 학관 그러지 그게 뭔지는 말 안 해주잖아요.”

  이때부터 제연은 골이 울렸다. 대학까지 와서 이런 멍청한 사람을 마주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학생회관이요.”

 “와, 학생회관. 대박. 동방도 뭔지 알아요?”

 “동아리 방이요.”

 “오오. 그래서 학관 오면 동방이 있다한 거구나. 아 그럼 과사는 뭐예요?”

 “학과 사무실이요.”

 “음, 그렇구나. 그쪽 이름은요? 전 주승원이에요.”

  승원은 처음부터 그랬다. 어딘가 이상하고, 모자란 것 같고, 뜬금없는 것들에 관심가지는 걸 좋아했다. 근데 밉지 않았다. 뭐라 설명할 순 없는데 미워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실없이 피식 웃게 하고, 종국엔 어이없어서라도 크게 웃게 했다. 상극 같은 둘이 함께 다니는 걸 본 동기들은 전부 환장의 콤비라 했지만 사실 둘은 한 명이 풀어주고, 한 명이 각 잡아준다는 점에서 환상의 콤비였다. 그 덕에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기도 하고.

 

  승원과는 한참 다르지만, 여름도 그렇다. 저와 너무 다른 사람이다. 제 머리로는 이해하는 게 불가능한 그런 사람.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일회용 방수 카메라를 이런 날 쓰는 거라며 멈춰 서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모습을 돌아봤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려 뻥 뚫려 있는 적막한 도로를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백날 천날 배우려 해도 배울 수 없는 건 어떻게 해야 알 수 있는 걸까.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내 것처럼 겪어볼 수 있을까.

  또 다시 뒤를 돌아 여름을 봤다. 여름은 바람에 휘날려 물웅덩이에 떨어진 꽃잎들을 찍고 있었다. 여름은 맑은 날도, 비가 와 흐린 날도 잘 어울렸다. 물웅덩이 앞에 쪼그려 앉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쯤 젖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순간 비와 자연스레 어우러지고 있는 사람이 나쁘지 않다니까 괜히 정말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톡, 톡.

  쓰고 있던 우비 모자를 벗자 젖어 들어간 머리칼을 따라 물방울이 떨어졌다. 제연은 그렇게 발 앞에 놓인 물웅덩이에 만들어지는 파동을 바라보다 살며시 발을 내딛었다. 장화는커녕 얇은 면 운동화를 신고 나와 신발이 젖기 시작했다. 젖는 걸 알고도 그대로 가만히 있었더니 양말까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시간이 흘러 모든 머리칼이 촉촉이 물기를 머금고, 신발과 양말 절반 가까이 젖었을 때쯤 뒤에서 여름의 목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여름이 찰박이며 총총 거리고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도 퍼졌다.

 

 

  음…. 그저 어느 순간 행운처럼 흘러들어와 스스로 꽃피우는 거라는 환상. 실패했던 경험이 너무 진해 생겨버린 사랑에 대한 두려움. 실패로 인한 불안정성 때문에 막연한 감정으로 치부되기 쉬운 사랑. 그렇다면 내가 정의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뭘까.

  앞선 모든 생각을 가지고 있는 네가 두려움 앞에 서서 문제를 직시하고,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랑의 세계에 한 발짝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돕는 거. 그래서 사랑의 세계 안에서 함께 손잡고 온전히 그 세계를 누리며 걸어 나가는 거. 너를 향한 내 사랑의 의미.

 

 

 “거기서 뭐해요?”

  그러면 안 되는데. 나쁘지 않았다. 스며들어오는 빗방울이, 여름이 나쁘지 않아서. 제연은 이 현실을 떨쳐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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