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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 대문
작가 : 웨인킹
작품등록일 : 2020.8.31

뒤늦게 꿈틀거리는 살인충동을 발견한 남자와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여자가 만난다.
그들에게 불어닥치는 고통의 소용돌이. 그 끝을 알수없는 불행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상황을 바꾸어보려는 정민의 노력앞에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19화. 방심하는 사이
작성일 : 20-09-30 20:24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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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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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노란색 비키니 차림에 터질 것 같은 볼륨. 남녀를 불문하고, 수영장 안에 모든 사람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이는 선망의 눈빛으로, 어떤이는 질투의 눈빛으로.어떤이는 욕망의 눈빛으로.

 

  미옥도 은희를 한번 훑어보았다.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매만큼은,

 글래머 모델 뺨칠 만큼 훌륭했다. 익준이 저런 여자를 잡았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였다.

 

  대진을 비롯한 수영장 안에 남자들이 힐끔힐끔 흘리는 눈빛을 그녀도 알고 있을까?

 

  미옥은 문득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은희 씨? 은희 씨는 무슨 일 해요?”

 

  “아 언니, 제가 얼마 전까지 레이싱 모델 하다가 지금은 좀 쉬고 있어요.”

 

  “어머, 어쩐지 몸매가 남다르더라. 지금 여기 호텔 안에 있는 남자들이 다 자기 쳐다보느라 난리 났어! 호호호!”

 

  “어머 아니에요. 언니. 그럴 리가요.”

 

  “익준 씨. 이거 어떡할 거야? 앞으로 와이프 관리하기 엄청 신경 쓰이겠어요?”

 

  “하하하. 형수님. 그런가요? 저 같은 놈한테 와주는 것만 해도 영광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저 인간은 사람이 좋은 건지, 진짜 멍청이인지, 답답한 소리만 한다고 미옥은 생각했다.

 

  수영장 타임은 모두를 사로잡았던 은희의 독무대였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내려온 일행은 이번에는 야외 식당에 자리 잡았다.

 

  미옥은 새우구이, 전복구이 등 다양한 해산물 구이 요리와 와인 코스를 주문했다.

 

  “야 내가 우리 와이프 덕에 이런 고급진 데서 호강을 다 하네. 하하하”

 

  대진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게요. 형수님. 여긴 아무나 오는 데가 아닌 것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은희도 불쑥 끼어들었다.

 

  “여자들은 다 이런 데 오고 싶은 로망이 있어요. 남자들이 너무 몰라서 그렇지요.”

 

  은희는 장난스럽게 익준을 흘겨보았다.

 

  “그래도 언니는 좋으시겠어요. 사장님이 사업도 잘되고, 언니는 그야말로 사모님이시잖아요? 우리 이이는 언제 사장 소리 한 번 들어볼까요?”

 

  은희의 볼멘소리에 대진이 의기양양하게 끼어들었다.

 

  “에이, 제수씨. 걱정하지 마. 내가 몇 년 안에 춘천이나 원주 쪽에 센터 하나 더 낼 건데, 이제 거기는 익준이가 사장으로 가는 거야!”

 

  “형님 정말입니까?”

 

  “그럼 자식아! 형은 다 계획이 있어!”

 

  “어머 정말요. 사장님?, 앞으로 제가 사장님께 잘 해야겠네요. 호호호.”

 

  은희의 과한 애교에 미옥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친구네’

 

  하지만 별로 화낼 일은 아니었다. 이제 더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든, 딴짓하든 미옥이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그 날. 모든 것이 끝날 테니까.

 

  “그럼 은희 씨는 익준 씨를 어떻게 만난 거야?”

 

 “아. 제 친구 소개로요. 제 친구하고 정규오빠랑 사귀었는데 우리 소개해 주고 둘은 얼마 안 돼 헤어지더라고요!”

 

  “아. 그랬구나. 은희 씨는 익준 씨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

 

  미옥이 떠보듯이 은희에게 물었다.

 

  “아. 저는 약간 실없는 사람 좋아해요. 바보같이 착한 사람이요. 호호호.”

 

  “어머 그럼 익준 씨가 딱 맞잖아. 정말 천생연분이다. 천생연분!”

 

  대진이 와인잔을 들고 일어섰다.

 

  “자. 우리 익준이와 은희 씨를 위하여 건배 한번 합시다. 자. 잔들 드시고. 준비!”

 

  “우리 익준이와 은희 씨의 백년해로를 위하여.”

 

  “위하여!”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실내 놀이터.

 텀블링 위에서 팡팡 뛰는 정혜가 이모 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혜는 활동적이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서연에게도 제때 아이가 생겼다면, 지금쯤 정혜 만한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아이가 안 생기는 이유는 남편이 아닌 자신의 문제였다. 남편은 아이 없이, 둘이서 사는 게 더 편하고 좋다며, 늘 서연을 위로했지만, 그건 그냥 아내를 위해 하는 소리일 뿐임이 분명했다.

 

  몇 달 전부터, 서연은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다. 입양하는 아이의 성별, 입양기관, 또는 주변에 입양한 사람들의 의견도 물어보는 등 많은 공부를 했다.

 

  이윽고, 결심이 선, 서연이 남편에게 의견을 묻자, 뜻밖에 그는 입양을 극구 반대하고 나섰다. 친자식처럼 대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남편의 반대가 너무 완강한 것을 확인한, 서연도 그냥 묻어두고 지내는 중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믿음직스럽게 성장해준, 조카 정민과 밝고 귀여운 정혜를 보고 있자니, 그녀는 다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비닐봉지에 과자 꾸러미와 캔 음료를 든 정민이 서연 옆에 앉았다.

 

  “아빠, 엄마는 저녁 9시쯤에 도착한대요. 저녁은 우리끼리 먹어야 할까봐요.”

 

  “그러니? 너무 늦네, 그럼 우린 6시쯤 저녁 먹고 고모는 먼저 출발해야겠다. 휴가철이라 춘천까지 가는데도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러실래요? 고모 덕분에 정혜도 저도 며칠 재미있게 잘 지냈어요, 감사해요. 고모!”

 

  “얘는,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이제 또 언제 보겠니? 넌 또 내년에 군대 간다며?”

 

  “네 제가 나이가 이제 차서....”

 

  정민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게, 그러면 이제 더 보기 힘들겠네. 너 군대 가면 고모하고 고모부하고 면회 자주 갈게.”

 

  “하하하. 네 고모.”

 

  “참, 그리고 네가 엊그제 부탁한 거는 고모가 며칠 더 생각해서 그럴듯한 사유 생각나면 그때 다시 연락해줄게. 그래도 괜찮지?”

 

  “그럼요 고모”

 

  서연과 정민의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정혜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이마에 송글 송글한 땀을 손으로 훔치며, 정혜가 말했다.

 

  “고모. 이제 다 탔어요. 이제 다른 데 가도 돼요.”

 

  “앙. 우리 귀여운 정혜, 우리 정혜 고모랑 춘천 가서 같이 살자. 응,”

 

  서연은 정혜를 끌어안고 간지럼을 태우면서 말했다.

 

  세 사람은 의자에 앉아 한참을 깔깔거리고 웃었다.

 

 

 흡연 벤치에 앉은 김 형사와 배 형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권대진, 그 인간이 수상한데, 머 증거가 아무것도 없으니, 답답하네요! 혹시 몰라서, 관내 성폭력 사건 들여다봤는데 그 인간은 깨끗하더군요!”

 

  배 형사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기는 있어. 우선 그 친구는 계속 예의주시하는 수 밖에 없겠어!”

 

  “네 김 형사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담배를 끄고 들어가려는데 강력2팀 조 형사가 김 형사를 보더니 말을 건넸다.

 

  “어이, 김 형사, 맡은 건은 요즘 잘 돼 가?”

 

  뻔히 막다른 골목이라는 것을 알고서도 떠보는 듯한 조 형사의 속셈을 김 형사가 모를 리 없었다.

 

  “뭐, 알잖아. 잘 안 풀리고 있는 거.”

 

  “그거 그냥 사고사 처리해도 될 뻔하지 않았어. 증거도 하나도 없고, 관내 전과자들 알리바이도 다 확실한데.”

 

  “사건이 사고사로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그렇게 처리를 하나!”

 

  김 형사가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에이 뭘 그렇게 흥분하나. 이 양반아. 나는 그냥 자네 고생하는 것 같아서 그러지!”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조 형사가 꼴 보기 싫었던 김 형사는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김 형사는 자리에 앉은 채, 자료로 받은 CCTV 자료를 계속해서 돌려보고 있었다.

 

  “김 형사님? 2팀 조 형사가 뭐라고 하던가요?”

 

  배 형사가 김 형사 쪽에 몸을 기울이더니 조용히 물었다.

 

  “그 인간 지난주 강도 사건, 이번 주엔 금은방 털이범 잡았다고 의기양양한 것 같던데요?”

 

  “ 그 인간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김 형사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이번에 우리 관내에서 있었던 30년 전 미제사건 하나 맡는다고 하는 것 같던데요.

  그 핑계로 인력보충이나 지원 요청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라고요!”

 

  김 형사는 조 형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갔다.

 

  ‘비열한 인간!’

 

  김 형사는 갑자기 두통이 밀려오는 듯했다. 의자를 젖히고 기지개를 켜는 그에게 정 순경이 황급히 달려왔다.

 

  “김 형사님 신 유라 사건 관련해서 제보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그래? 누구야?”

 

  “태화 룸살롱 지배인 하는 사람입니다.”

 

  오후 3시.

 

  청소가 덜 된 건지, 어두운 룸살롱 내부에는 술 비린내와 습한 냄새가 가득했다.

 

  잠이 덜 깬 듯한 얼굴의 지배인이란 사내는 마른세수를 하고는 김 형사 일행을 쳐다봤다.

 

  “아니 그게 뭐, 확실한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저도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남자의 장황한 서론을 들어 줄 인내심이 없던 김 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 네 알겠어요. 오늘 우리한테 들려줄 제보라는 게 뭐죠?”

 

  “우리 집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 하나 있는데요. 지난주에도 왔었는데, 이 양반이 술이 엄청 취해서 헛소리를 하더라고요!”

 

  “무슨 헛소리요?”

 

  “그게 그러니까, [너희 그거 아냐? 그 여자 어떻게 죽은 건지 아냐?] 라고 하데요. 그래서 뭔가 이상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저 말고 우리 웨이터 놈도 들었습니다.”

 

  “그분이 누구시죠?”

 

  “요 아래 재활용하시는 권 사장님입니다.”

 

  “권 대진 씨요? 권 대진 씨 맞아요?”

 

  김 형사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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