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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겁쟁이
작성일 : 20-09-30 20:18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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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션자이, 하나만 물어보자. 왜 그때는 나랑 안 사귄 거야?

 —사람들이 그러지, 사랑은 알듯 말듯한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진짜 둘이 하나가 되면, 많은 느낌이 사라지고 없대. 그래서 오래도록 날 좋아하게 두고 싶었어.

 미니 프로젝터 하나로 둘만의 영화관을 만들었다. 첫 상영작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였다.

 “에이, 바보다.”

 “왜? …난 저 마음 알겠는데.”

 사랑을 시작하기 두려웠던 소년의 어린 마음을 건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김종욱 찾기>에서도 그러잖아.”

 영화를 모르는 듯, 건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서 이수는 그에게 대강의 줄거리를 들려 주었다.

 “여주인공인 지우가 첫사랑을 찾는 얘긴데, 알고 봤더니 지우는 그 사람 민증을 갖고서도 일부러 안 찾았던 거야. 첫사랑의 환상을 깨기 싫었던 거지. 지우는 뭐든 끝까지 가는 걸 무서워하는 애였거든.”

 “거기도 바보 맞네.”

 어려서 그런 건가, 스물둘의 패기라 그러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일까. 그래, 스물둘 서이수도 무식해서 용감하던 때가 있었잖아. 그래서 엄청 아팠지만.

 “어? 우리 이거 봐요. !”

 벌써 다음 영화를 고른 건의 목소리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너 책 다 읽었어?”

 “…아니, 아직.”

 “영화로 보고, 아는 부분이다, 휙휙 넘어가려는 심산이지? 그럴 거면 내 책 당장 가져와, 걘 그럴 대우 받을 애가 아니라고.”

 “누가 뭐래요? 나 완전 정독하고 있거든요? 한 글자도 안 빼놓고 다 읽은 다음에 돌려줄 거예요.”

 “어느 세월에… 시간도 없으면서.”

 못 돌려 받겠네, 이수는 작게 한숨을 쉬었고 건은 아니라며 펄쩍펄쩍 뛰었다.

 

 “흐읍….”

 “어?”

 울음을 삼키고 있는 이수를 발견한 건은 얼른 손을 뻗어 티슈를 몇 장 뽑아왔다.

 “울긴 왜 우노, 다 본 거라면서.”

 눈물을 닦아주는 다정한 손길이 어색해, 이수는 ‘내가 할게’ 하며 티슈를 받아 들었다.

 “저 남자, 마음에 안 들어. 지 여자 울리는 것도 모자라 서이수까지, 것도 두 번이나.”

 이야기의 슬픈 결말을 알게 된 건은 분통을 터트렸다.

 “사랑하면 같이 있는 거지. 노력도 안 해 보고, 루이자한테 기회도 안 주고… 저렇게 떠나는 게 어딨어. 비겁해.”

 “…사랑하니까, 겁쟁인 거야. 그 겁마저도 사랑인 거야.”

 윌의 죽음에 북받쳐 오른 감정을 추스르며, 이수는 그의 말에 이견을 보였다.

 “몰라, 그런 거. 모를래, 그딴 건.”

 아직 몇 분 남은 영화에 다시 집중하는 건을 이수는 조용히 바라봤다.

 시선이 느껴졌는지 건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왜 울어, 또.”

 저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이수의 볼에서 물빛이 반짝였다.

 “슬픈 영화 앞으로 혼자 보지 마라, 니.”

 건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따스하게 감쌌다.

 “이것만 보고 갈라 했는데… 이럼 내가 니 두고 가기 좀 그렇다 아이가.”

 짙은 목소리로 내뱉는 사투리가 이수의 가슴을 더욱 시큰하게 만들었다.

 건은 팔을 크게 둘러 이수를 품에 안았다.

 “안 되겠다, 더 있다 가야지. …아예 자고 갈까 봐.”

 영화가 그렇게 슬펐나, 안 된다 당장 반기를 들고 나올 줄 알았던 이수가 조용하다.

 반응을 살피려고 품에서 떨어뜨렸더니,

 “…달달한 거 땡겨.”

 “엥?”

 멍한 얼굴로 달달한 음식을 찾았다.

 “팥빙수 같은 거.”

 “팥빙수? 이 시간에 무슨,”

 “요 앞에 빙수 가게 있어, 금방 갔다 올게.”

 “같이 가요, 위험하게.”

 누가 피디 아니랄까 봐, 기획에서 실행까지 아주 거침이 없다.

 “거기 사람 많아, 특히 야자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빙수 먹는 여고생들.”

 겉옷도 걸치지 않고 그녀는 지갑만 얼른 챙겨 현관으로 향했다.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텐 문 열어 주지 말고….”

 “아, 진짜!”

 어린애 취급도 정도껏이지, 건은 순간 기분이 상했다.

 “걱정 마요. 서이수 손인지 아닌지, 인터폰으로 확인하고 열어줄 테니까.”

 신발을 다 신은 이수는 동화 속 사례를 예로 들며 빈정대는 건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뭐야… 진짜….”

 강아지처럼 현관 앞에 멍하니 서서 건은 금방 오겠다던 이수를 기다렸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수는 문에 잠시 기대 눈을 감았다.

 “후….”

 영화가 슬퍼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다.

 이내 바로 선 이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금방 돌아오겠다고 했으니까.

 

 

 * * *

 

 

 띵동—

 왔나? 벨이 울리자 건은 곧장 현관으로 향했다.

 그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아마도 신나게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인터폰으로 손 확인하겠단 말에 벨을 누른 것인지, 문 앞에 서 있을 이수를 상상하며 건은 입가를 실룩였다.

 “이 사람이 왜 여길….”

 설레며 확인한 인터폰 화면 속에 이우신, 그 남자가 있었다.

 조금 긴장한 듯한 얼굴로 손에 든 무언가를 살폈다. 자세히 보니 비행기 표… 같았다.

 이수의 오피스텔에 제가 있는 걸 우신에게 들키면 안 되었기에, 밖으로 나가 그와 대면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소리도 안 내고 인터폰 화면 속 우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정해진 시간이 지났는지 화면이 저절로 꺼졌다.

 우신은 안에서 아무 반응도 없자, 이수가 집에 없나 싶었다. 그런데 또 불은 켜져 있고. 벨을 한 번 더 눌러 보잔 생각에 한 손을 들어올렸는데,

 “뭐 해, 여기서?”

 부스럭부스럭 비닐 소리 뒤로 냉랭한 이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얀 비닐 안에 든 빙수보다 더 차가웠다.

 “이수,”

 “조용히 해.”

 이수는 문을 한번 보더니, 저벅저벅 다가가 우신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화면 속에서 사라져 가는 걸, 건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뭔데.”

 

 

 * * *

 

 

 “나 왔어.”

 조심스레 신발을 벗으며, 이수는 눈으로 건을 찾았다.

 “왔어요.”

 그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늦었네요?”

 “응, 주문이 엄청 밀려서. 오늘 무슨 날인가? 애들이 아주 단체로 와 있더라.”

 얼른 식탁 위에 사온 팥빙수를 꺼내 놓는데 맙소사, 거의 녹아 있었다.

 “…먹으면 살 찌겠다, 이거. 내일 아침에 먹자, 그게 좋겠어.”

 건이 보기 전에 얼른 냉동실 안에 쑤셔 넣었다.

 “진짜 자고 갈 거야? 내일 스케줄 없어?”

 화장실로 들어가며, 이수는 건이 듣기 좋아할 만한 말을 던졌다. 관심 분산용이었다.

 탁—. 화장실 문이 닫히고, 건은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갔다.

 냉장고 손잡이를 잡고 잠시 망설이더니 그는 기어이 문을 열어 이수가 사온 팥빙수의 몰골을 확인했다.

 가슴팍이 크게 오르락내리락거리기 시작했다. 화가 나 그런 것인지, 불안해 그런 것인지.

 냉동실 문을 닫고, 그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진정을 좀 한 뒤에 이수와 얘기하고 싶어서였다.

 멈칫—

 그러나 이수의 가방 속, 급히 넣은 듯한 모양새로 한쪽 귀퉁이만 빼꼼 밖으로 나와 있는 저건….

 저도 모르게 굳어버린 얼굴로, 건은 아래턱을 꽉 조인 채 한 걸음 한 걸음 이수의 가방이 놓인 곳으로 다가갔다.

 아니길, 제발 아니길. 그 짧은 거릴 걸어가며 이 말을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는지 모른다.

 막 가방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차에 이수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건아… 왜 그래?”

 표정이 이상했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로 절 보고 있는 건 때문에 이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슨 일….”

 “팥빙수가 다 녹았어요.”

 “어? 어어… 그게, 내가 드라이아이스 빼달라고 했더니… 밖이 되게 덥더라고, 열대야가 벌써 왔나 봐.”

 뭐라는 거야, 서이수.

 횡설수설, 되는 대로 말을 뱉어낸 이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떴다.

 “왜 거짓말해요.”

 “…뭐?”

 “그거 아니잖아.”

 건의 눈빛이 순간 단단해져 작은 깜박임도 없이 이수를 쳐다봤다.

 “이우신 만나 뭐하고 왔는데.”

 “너 그걸 어떻게….”

 “그 자식이 여기 왜 왔냐고…!”

 이수에게 소리를 빼액 질렀다. 화가 나 그런 것인지, 불안해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다시 잘해 보재요? 같이… 돌아가재요? 내가 본 게 대체…!”

 젠장… 건은 고개를 떨구고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인터폰을 통해 우신을 봤을 때, 문을 벌컥 열고 나가 물어 봤어야 했다.

 왜 망설인 건데, 뭐가 두려웠던 건데. 이우신한테 이 관계를 숨겨 지키고 싶었던 게… 뭐였냐, 너.

 건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소리 없이, 비겁했던 제 모습을 힐난했다.

 ‘남자가 멱살을 잡았음 한 대 멋지게 후려치는 거야, 앞뒤 안 재고.’

 그렇게 말하는 남자 앞에서 또 재고 있었다. 그래 놓고, 빼앗길까 두려운 그녀에게 도리어 화를 내고 있다.

 “건아, 건아…!”

 건은 그대로 현관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급히 그 뒤를 쫓아가 보지만, 따라잡을 자신도 의지도 없었다.

 붙잡아, 해줄 말이 없다.

 차라리 잘 된 건가 싶은 마음이 그녀를 아프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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