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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여름의 치기
작가 : 이소이
작품등록일 : 2020.8.18

사랑이 가장 청량하게 빛날 수 있는 계절 여름, 그리고 그런 여름에 걸맞게 다채로운 선물들을 선사할 하동.

우리 모두가 각자 다른 이름을 지니고 살아가듯 사랑에는, 삶에는 참 다양한 이름이 있습니다. 그저 예쁜 풍경이 좋아서 기대를 끌어안고 향한 여름이와 어디든 먼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 떠난 제연이처럼요.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여태 살아온 삶과는 다른 결의 선택,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에 있는 그대로 반응 하는 것. 이걸 단순히 한여름의 치기라 치부해도 되는 건가요?

여러분은 언제 사랑을 느끼시나요? 또, 여러분의 사랑이 담고 있는 온기와 의미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요? 한 순간에 지나가버린 여름이 잠시나마 푸르르고 찬란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이곳에 제 사랑을 남깁니다.

 
풋사랑의 묘미
작성일 : 20-09-30 20:07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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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첫 사랑은 누구인가요?

  어느 매체에서든 살면서 질리도록 접할 수 있는 뻔하고 흔한 멘트. 그렇게도 징하게 자주 본 멘트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멘트에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는 사람은 적다. 첫 사랑의 정의도, 첫 사랑의 순간도, 첫 사랑의 대상도 모두 모호하기에 그럴 것이다. 여기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가이드라인처럼 기준선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대답하기 힘들다. 적합한 비유는 아닐지라도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하나를 정해 이거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게 어려운 건, 다름이 아니라 선지가 너무나도 많아서다.

  절절한 로맨스 영화를 보고난 후 여운에 젖어 이불 속에 고개를 폭 파묻던 여름은 생각이 많아졌다. 누군가 나에게 첫 사랑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과연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완연한 여름 날씨다. 산자락에서 지내고 있어 분명 평지보다 훨씬 시원하겠지만 그럼에도 덥다고 느껴질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이 정도면 폭염주의보 발령돼야 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더웠다. 아주머니가 장보러 다녀오시면서 수박을 사오셨다. “화채라도 만들어 먹을까 싶어서.”라는 말이 진짜였는지 아침을 먹다 말고 이따 점심때쯤 화채를 만들어 먹자며 친하게 지내는 총각도 불러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전날 제연과 함께 내일하자고 세웠던 계획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 아침 운동을 가며 말했을 때, 얘기를 들은 직후에는 몇 번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화채도 먹고 느지막이 나가서 자전거 타다 오자는 말에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여름아 언제 온댜?”

 “12시요! 아마 곧 올 거 같아요.”

  여름은 평상에 누워 뒹굴며 책을 읽던 중이었다. 그러다 책에 집중이 안 되면 핸드폰으로 헤나 도안을 검색했다. 제연과 함께 마을회관에 택배를 찾으러 갔을 때 드디어 도착했다며 좋아했던 그 물건, 친구와 공구했던 물건은 바로 헤나 키트였다. 타투는 아직까지 생각이 없는데 막상 또 타투 비슷한 건 해보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 영현이 단톡방에서 헤나 키트 공구할 사람을 찾길래 곧바로 하겠다고 했다. 타투 스티커에 비해서 지속력도 오래가고, 원하는 도안으로 직접 그릴 수 있어서 좋지만 그래도 헤나는 헤나였다. 3일 전쯤 손목에 그려뒀던 그림이 벌써 흐려지고 있었다. 완전히 다 지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새로운 도안을 할지, 아니면 그냥 지금 이 도안 위에 똑같이 한 번 더 그려 좀 더 오랫동안 그대로 둘지를 고민 중이었다. 한 손을 턱에 괴고 이것저것 검색하며 고민하는 여름에게 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제연은 매번 올 때마다 아주머니가 계시든, 계시지 않든지 상관없이 인사부터 했다. 말한 적은 없지만 여름은 이런 제연의 모습이 좋았다. 배려심 없는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여름의 특성상 예의 바른 사람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가 많았다.

 “뭐하다 왔어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곤 발을 동동 거리며 제연을 바라보다 제연이 가까이 오자마자 물었다. 동시에 양손으로 제연의 오른손을 잡아 이리저리 돌려봤다.

 “티비 보다 왔어.”

  고개를 끄덕이던 여름이 거의 다 지워진 헤나 자국을 손가락으로 문질 거렸다.

 “다시 해주면 받을 의향 있어요?”

 “뭐를?”

 “이거요.”

 “헤나?”

 “네. 거의 자국도 없이 다 지워져서 다시 해주고 싶어서요.”

  제연의 시선은 여름의 손목을 향했다. 양쪽 손목에 해뒀던 여름의 헤나 역시 많이 흐려져 있었다.

 “한 번 더 그렸던 거지?”

 “손목이라 물이 자주 닿아서 그런가 금방 훅훅 옅어지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더 했었어요.”

  그러고 보니 제연 역시 물이 자주 닿는 부위인데 그런 거 치곤 자국이라도 남아있는 게 신기했다. 손등이라 손목보다 물이 더 닿으면 닿았지 적게 닿지는 않았을 텐데. 거기다 오른손잡이니까 오른손을 훨씬 많이 쓸 테고. 한 번 더 했던 나도 이렇게 옅은데? 생각해보니 자국이 남아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또 같은 걸로 다시 그리게?”

  여름의 것을 말하는 건지, 제연의 것을 말하는 건지 질문이 모호했다. 그래도 아무렴 상관없었다.

 “고민 중이에요. 새로운 거 하는 게 나을까요?”

 “편할 대로.”

  무심한 듯 알아서 하라는 말에 여름은 충분히 답변이 됐다는 듯 웃었다.

 “그럼 이따 같이 해요.”

 “여름아!”

  때마침 들려온 아주머니의 부름에 해맑게 대답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정작 화채 재료를 준비해주신 아주머니는 약속이 있으시다며 여름에게 이것저것 설명만 해주시곤 곧바로 서둘러 외출 하셨다. 덕분에 여름은 열심히 재료를 평상에 옮겨두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다 넣으면 되는 거예요?”

 “화채 안 먹어봤어?”

 “음, 네.”

 “한 번도?”

 “제 기억이 맞으면, 그럴 걸요?”

  유치원생 때부터 제일 만만하게 만들어 먹는 게 화채 아니던가. 특이하다 싶었다.

 “거기 제일 큰 양푼 그릇에 다 넣으면 돼.”

 “뭐부터 넣어요?”

 “순서 상관없이 다 넣어.”

 “정말 아예 상관없어요? 그럼 사이다부터 넣어도 돼요?”

  보통 사이다를 제일 마지막에 넣었긴 하지만 문제될 건 없지. 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어요.”

  재료를 한 번에 쏟아 넣다간 그대로 사이다가 여기저기 튈 거 같아 조심스레 한 두개씩 퐁당퐁당 넣었다.

 “그래?”

 “아까 화채 안 먹어봤냐고 물어봤잖아요.”

 “응.”

 “보통 다들 한 번쯤은 화채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요?”

 “그럴 걸.”

 “그렇구나.”

  혹시 조심스러운 부분일까 싶어 힐끔 여름을 살핀 제연과는 달리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라는 눈치였다.

 “우유 괜찮아?”

 “우유요? 같이 마시려고요?”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나는 화채에 우유도 같이 넣어.”

 “아아 그럼 넣어요! 제가 꺼내올게요.”

  곧장 여름은 냉장고에서 200미리 작은 우유팩 하나를 꺼내왔다.

 “이거 하나면 돼요? 더 가져올까요?”

 “충분해.”

  우유를 쫄쫄 따라 넣고 국자로 휘휘 젓던 제연은 강아지가 밥을 기다리듯 애타게 화채를 기다리는 여름의 모습에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먹어 봐.”

 “저 먼저 먹어봐도 돼요?”

 “첫 화채라며.”

 “진짜 먹어요?”

  예의상 물어본 말이었는지 말이 끝나자마자 한 입 크게 떠먹었다. 곧바로 여름의 입 꼬리가 시원하게 올라갔다.

 “대박. 우와, 이거 알았으면 인니에서 왕창 해먹는 건데.”

  딱히 반응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순전히 맛있어서 나오는 감탄사이자 혼잣말이었다.

 “인니?”

  하지만 여름의 반응을 살펴보던 제연에겐 크게 다가갔는지 되물었다.

 “인도네시아요. 인도네시아 줄여서 인니라 많이 부르는데, 조금 낯설긴 하죠? 인도네시아 위치도 정확히 어딘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거기 살았어?”

 “2년 정도요. 가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까 다녀오게 됐어요.”

 “학교는?”

 “당연히 인니에서 다녔죠. 고등학교 다니다 갑작스럽게 간 거라 언어도 하나도 안 되는 상태로 갔어요. 그래서 일반 학교는 못 갔고, 국제학교 다녔어요.”

 “그럼 지금은 인도네시아어 잘 해?”

 “잘은 아닌데, 일상적인 대화는 하죠? 의사소통은 어렵지 않게 해요.”

  뭐 외국 살다온 사람이 외국 살다왔다고 어디 적혀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여름이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건 의외였다. 평상시보다 더 집중해서 여름의 말들을 듣고 있었다.

 “근데, 인도네시아 어디 있는지 알아요?”

  몰랐다간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장난칠 여름의 모습이 빤히 보였다. 그래서 장난에 장단 맞춰주게 모른다고 대답해야하나, 아니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말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적도부근에 있잖아. 인도네시아.”

  장난일지라도 시무룩한 모습보다는 기왕이면 방방 뛰는 모습이 나을 거 같아 그냥 아는대로 답했다. 역시나 여름은 환히 웃었다. 알고 있다는 게 기쁜 모양이었다.

 “맞아요. 그래서 1년 내내 우리나라 여름 날씨거든요. 지리 교과서에서 보던 열대우림 지역 날씨를 실제로 겪어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했어요.”

 “괜찮았어?”

 “날씨요? 아니면 거기서 지냈던 거요?”

 “뭐든. 전부.”

  그 말에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곤 턱 끝을 만지작댔다. 인니가 나에게 어땠냐고 묻는다면, 굉장히 복합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여름에게 무어라 한 단어로 정의해서 얘기할 수 없는 존재였다.

 “좋았어요. 당연히 슬플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떠올리니까 전부 다 추억이더라고요.”

 “그땐 힘들었을 거 아냐.”

 “그쵸. 그렇게 좋았던 푸릇푸릇한 날씨도 1년쯤 보니까 한국에서 볼 수 있던 다른 계절이 그리워진 적도 있었고, 현지어를 못하는 것 때문에 사건사고 생길 때마다는 진짜 서럽게 울기도 했어요.”

 “…”

 “근데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잖아요. 한국에서만큼이나 소중하고, 애틋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혼자인 거 같았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꼭 한 명씩은 곁에 있었던 거 같아요.”

  빤히 제 눈을 바라보는 제연에 피하지 않고 함께 눈을 맞추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꼭 지금 제가 전래동화나 구전동화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거기서는 다들 오토바이 타고 다니거든요? 맨날 학교 끝나면 친구들 뒤에 타서 같이 여기저기 다니고 그랬는데. 진짜 재밌었어요. 오토바이 타봤어요?”

 “아니.”

 “주위가 전부 같이 가고 있는 친구들 오토바이로 가득해서 놀러가는 길에도 서로 얘기하면서 갔어요. 밤에 도로 한적할 때 우리 오토바이들만 가득한 도로에서 서로 웃고 떠들던 거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인도네시아에서의 기억을 펼쳐주는 여름은 행복해보였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진짜 좋았나보네.”

  좋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게 보여요?”

 “표정에서 다 보여.”

 “평소랑 많이 달라요?”

 “크게 다르진 않아. 비슷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갑자기 여름이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살짝 찡그린 미간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까지 푹 숙이고 깊게 고민하더니 뭐라 웅얼거리는 여름에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댔다. 뭐라고?

 “…좋아하는 거 같아요.”

  들려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좋아하는 거면, 어떡해요? 좋아해도…, 돼요?”

  하지만 이 설렘이 잔뜩 담겨있는 표정이 거짓말을 하는 것 일리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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