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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여름의 왈츠
작성일 : 20-09-30 20:01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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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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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아침을 함께 먹고, 이수는 노트북을 가져와 영화 <하이스쿨 뮤지컬>의 한 장면을 틀었다. 어제 제가 불러준 노래 원곡을 들려 달라는 건의 부탁 때문이었다.

  “우와… 멋지다.”

  남녀 주인공이 학교 옥상에서 다정한 눈빛을 서로에게 보내며 왈츠를 추는 모습은 꽤나 낭만적이었다.

  “나도 저런 거 한번 해보고 싶은데…….”

  “너랑 이런 거 췄다 몰매 맞을 일 있니?”

  이수는 찻잔을 싱크대로 가져가며 말을 이었다.

  “왜, 줄리 언니 하나로는 부족해?”

  지난날 그가 실력파 솔로 가수 줄리의 파트너 댄서였던 사실이 알려지며, 몇 해 묵은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되었다.

  “치….”

  건은 제게 등을 보인 채 달그락달그락 싱크대를 정리하고 있는 이수를 가만히 지켜보더니, 이내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안 졸려? 피곤할 텐데 집에서 그냥 쉬지. 여긴 뭐 하러 와.”

  수돗물을 잠그고 젖은 손을 탈탈 터는데, 건이 뒤에서 부드럽게 안아왔다.

  그러더니 몸의 중심을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며 옮긴다.

  아, 이 귀여운 녀석을 정말 어쩌면 좋을까.

  이수는 그가 만들어내는 리듬에 편안히 기댔다.

  음악도 없이, 맨 정신에 이러는 게… 아, 그래. 우린 둘 다 사랑에 취하였지, 것도 제법 도수가 높은.

  쿵짝짝, 쿵짝짝.

  나른한 오후, 창문을 넘어 들어온 햇살을 조명 삼아, 길이를 달리하는 서로의 숨소릴 배경 삼아 추는 여름의 왈츠.

  영상에서 본 몸짓을 따라 건은 이수의 허릴 잡아 들어올렸다.

  “야아, 내려 놔!”

  힘도 세지, 무거울 텐데 바보처럼 웃고만 있다.

  털썩. 그가 이수를 내려 놓은 곳은 푹신한 매트리스 위였다.

  “너 진짜…!”

  짧은 비행을 마친 이수의 잔소리가 시작되려던 때, 건은 침대 위로 올라와 이수를 품에 안고 눈을 꼭 감았다.

  “아, 졸리다.”

  “좋은 말로 할 때 놓지?”

  “별로 좋게 안 들리는데, 뭐.”

  “야.”

  “나 진짜 졸려요, 몇 시간 못 잤다고.”

  “그러니까 왜….”

  “쉿. 시끄러워, 서이수. 조용히 해.”

  하, 기막혀. 이수는 막무가내인 건에게 붙잡혀 오도가도 못하고 아무 무늬 없는 흰 벽만 응시했다.

  손을 스윽 내려 배를 감싸고 있는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잔다더니, 느릿하게 제가 잡은 손을 오므린다.

  그와 동시에 품 안에 가둬 놓으려 줬던 힘이 스르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이수는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려, 베개에 오른쪽 뺨을 묻은 채 잠을 청하고 있는 건을 바라봤다.

  “내가 헷갈려서 그러는데….”

  조금은 잠긴 듯한 목소리로 건이 물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언제 나한테 피디 아니라 여자 하는 거예요?”

  “…어?”

  “그날로 한댔잖아, 우리 1일.”

  프로그램도 끝났겠다, 이제 연애란 걸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이수는 저만큼 그날이 기다려지진 않는 모양이다.

  “너네 땡큐 콘서트 끝날 때까진… 안 돼.”

  “애달아 죽으라고?”

  건은 감은 눈을 떠 제법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나 그만 괴롭히고 그냥….”

  “자. 졸리다며.”

  한 손으로 건의 입을 막으며, 이수는 휘이이 백색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갓난쟁이가 아니야.”

  졸린 눈을 껌벅이며 건이 유약한 반항을 했다.

  새끼손가락에 닿는 그의 속눈썹이 간지러웠다.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도 모르게, 이수는 건의 옆에서 깊은 잠을 잤다.

  눈을 떠 보니 그 환했던 햇살은 온데간데없고, 겨울 바다 색을 닮은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었다.

  색색거리는 숨소리에 고갤 돌려보니, 건은 아직 꿈나라 여행을 마치지 못한 듯했다.

  손을 뻗어 그의 얼굴 선을 따라 움직여 본다.

  살갗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릴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때 왜 개인 소장할 사진은 있냐던 건의 말이 떠올랐을까.

  이 평온한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까.

  “윽….”

  이수는 손을 뻗어, 침대맡에 있는 제 핸드폰을 겨우 손에 넣었다.

  플래시를 끄고, 찰칵 소리도 안 나게. 건을 깨우지 않고 그가 그리도 원하던 도둑 촬영을 시작했다.

  “…아기 같아.”

  저는 갓난쟁이가 아니라고, 몽롱한 와중에도 분명히 밝혔건만 이수의 눈엔 온순한 아기로 보였다. 천사같이 예쁜.

  툭—.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이수의 베갯잇을 적셨다.

  “으음….”

  몸을 움직이며 잠에서 깨어나는 건의 눈이 초점을 맞추기 전에, 이수는 서둘러 제 볼에 묻은 물기를 훔쳤다. 완전범죄였다.

  “잘 잤어?”

  “음… 몇 시예요?”

  “일곱 시 조금 넘었어.”

  “언제 깼어?”

  “나도 방금, 아주 방금.”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이 다시 눈을 감았다. 그 피곤한 모습을 바라보던 이수가 조용히 물음 하날 던졌다.

  “너… 나중에 앞니 교정할 거야?”

  “응? 뜬금없이 그건 왜 물어.”

  “할 거야, 말 거야.”

  건은 찡그리듯 한쪽 눈만 겨우 떠 이수를 쳐다봤다. 엉뚱해, 하여튼.

  “글쎄? 회사에서 시켜 준단 소리 있긴 했는데….”

  “하지 마. …변하는 거 싫어.”

  어째 이수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무겁게 가라앉았달까.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고. 귀여운 토끼 같아.”

  “예쁘고 귀엽다, 전략이 별론데?”

  “멋있어, 완전 멋있어.”

  건의 지적에 얼른 다른 형용사를 내민다.

  “이가 좀 안 고르면 어때, 눈이 좀 작으면 어때, 코가 좀 뭉뚝하면 어때, 살집이 좀 있음 어때. 그렇게 모두가 관대해지면 좋겠어. 사랑에 빠지는 우리네 마음엔 눈이 없답니다, 네가 알려줘. 응?”

  “지금 그거… 다 나한테 하는 말이에요? 눈이 어떻고, 코가 어떻고?”

  “…배고프지 않아? 난 배고파서 깼잖아.”

  대답을 피하며 이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런 이수를 붙잡아 당기며 다시 옆자리에 눕혔다.

  “말해 봐, 세상에서 누가 제일 잘생겼어.”

  “거울아, 거울아… 그거 해?”

  “씁, 얼른.”

  핏 웃으며 이수는 건의 코를 검지로 톡 건드렸다.

  “너.”

  옆구리 찔러 받은 절이라도, 원하던 대답을 들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바깥 쪽 팔을 접어 머리 밑에 깔고, 건은 일렁이는 구름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나 얼굴 더 팔리기 전에 서이수랑 나가 제대로 데이트하고 싶다. 대단치 않아도 괜찮은데….”

  고개 돌려 이수를 보며 그가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한강 공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어폰 나눠 끼고 가만히 누워 바람 맞는 것도… 서이수랑 하면 근사할 거 같아.”

  “치….”

  “미안해요.”

  건은 이수를 품에 꼭 안으며 말했다.

  “미뤄 뒀다, 우리 나중에 다 해요. 둘이 같이.”

  “…응.”

  그렇게 꼭 안고 있다, 서로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웃었다.

  그럼에도 떨어지지 않고 한동안 더 이불 속 온기를 느꼈다.

  이마와 뺨에 하는 간지러운 입맞춤만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말론 사귀는 게 아니라 하고, 다른 이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마음도 못 되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선명했다.

  조금의 의문도 없이,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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