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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최종회
작성일 : 20-09-30 19:16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3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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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드디어 생방송 당일.

  방송 시작은 밤 열한 시였지만, 아이들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이른 아침부터 공연장에 나와 하루를 준비했다.

  점심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던 아이들은 오후 네 시쯤 되자 다리를 덜덜 떨거나, 안절부절 주위를 서성였다.

  최종 7인에 든다 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데, 그마저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길고도 지루한 연습생의 생활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겠지.

  이리 생각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금까지 온 것만도 너무 감사한 일인 거야. 욕심은 내지 말자,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할 것도 없다.

  실망이 싫어, 기대하기를 주저하는 이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떨리기는 매한가지였다.

  딸칵—.

  건의 개인 대기실에 들어와 문부터 잠그고 보는 이수, 대담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긴장돼?”

  “후… 조금.”

  첫 무대 센터에 서게 된 건은 교복 같은 의상에 옅은 푸른빛 머릴 하고 있었다.

  나름 프로그램 초반의 모습을 재현하려 애를 쓴 모양이나, 그때보다 자란 머리칼의 길이만큼 눈빛에서 느껴지는 성숙함이 미세한 차이를 만들었다.

  “발라줘요.”

  한 걸음 다가온 이수에게 건은 들고 있던 립밤을 건넸다. 지난날 이수가 준 것이었다.

  “…어리광은.”

  핏 웃으며 이수는 립밤을 받아 뚜껑을 열었다.

  “입술 마를까 봐 들고 왔어?”

  “아이?”

  편히 바르라 ‘에—’ 하고 있는 통에 발음이 뭉개졌다.

  “그럼?”

  아랫입술 바르던 것을 멈추고, 이수가 잠시 그 손길을 거두어들였다.

  “부적이야, 그때부터 쭉. …서이수 분신.”

  그 말에 기분이 좋아져 무의식적으로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참 멀리도 왔다. 오래도 되었다. 그때 그 순간이 가슴을 울리는 설렘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에이… 얘처럼 통짜 아닌데, 나?”

  “맞을 건데.”

  “죽는다?”

  까불던 것을 멈추고, 건은 가볍게 웃으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이수는 그게 바르던 거 계속 바르라는 의미인 줄 알았다.

  “으응….”

  도에서 솔을 오가는 앙탈에, 비로소 그 의중을 제대로 파악한다.

  “약발 떨어졌어요.”

  “조금밖에 안 떨린다며?”

  “센 척한 거야. 실은 무지 떨려, 막 다리가 후들후들 그래.”

  “낙장불입이야.”

  그러나 매정하게도 이수는 그의 간곡한 음성을 외면했다.

  “오늘 잘해.”

  뚜껑을 닫은 립밤을 건의 손에 꼭 쥐어주며, 싱긋 한번 웃어주고는 뒤돌아 문 쪽으로 걸어간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건의 품에 와락 안겼다.

  “…잠깐만요. 이러고 잠깐만.”

  왼쪽 견갑골에 닿는 그의 가슴에 쿵쿵, 힘찬 박동이 느껴졌다.

  “나 실수하면 어떡해요? 센터는 처음인데….”

  이수는 스윽 뒤를 돌아 그의 오른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는 눈썹을 위로 들어올린 채 저를 내려다보는 건에게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Take my hand, take a breath

  서로의 배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선다.

  Pull me close and take one step

  그의 턱끝을 살짝 잡으며,

  Keep your eyes locked on mine

  세상 가장 든든한 눈빛으로 말한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놓이는, 그런 눈빛 말이다.

  And let the music be your guide

  몇 마디의 노래가 끝나고, 지그시 이수를 바라보던 건의 입술이 비로소 움직였다.

  “…무슨 노래예요?”

  “너 같은 겁쟁이 애인을 둔 어떤 여자의 노래. 모든 걸음을 함께 해 줄 테니 두려워 말라, 다독이는 노래.”

  “저번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노래 부르면서 무슨 요술 같은 거 부려요?”

  “뭐?”

  “기운 나잖아, 거짓말처럼.”

  핏 웃으며 이수가 말했다.

  “가수가 그런 것도 모르면 어떻게 해. 모든 노래엔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구. 그게, 네가 좋은 노랠 부르는 좋은 가수가 돼야 하는 이유고.”

  노래가 가진 힘, 멋지다. 건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좋은 가수 되기, 당장 오늘부터 시작이다.

 

 

  * * *

 

 

  순조롭게 출발한 생방송은 네 번의 무대가 끝날 때까지 큰 사고 없이 진행되었다.

  대성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룹명은 결국 ‘칸(xON)’으로 정해졌고, 방송 초반에 모두에게 발표되었다.

  가요계의 제왕이 되라는 의미라는데, 이수는 어쩐지 올드하다고 느껴졌다.

  실시간 반응을 살펴보니 같은 생각을 한 시청자들이 제법 되는 듯했다.

  이수는 조금 후회가 되었다. 김 선배 혼자 결정하게 두지 말걸.

  다시 열을 맞춰 무대 위에 오른 스무 명의 아이들.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 속, 지루한 침묵을 깨트리는 MC 김본의 외침.

  “명재선…!”

  7등부터 차례대로 불려지는 이름에 누군가는 박수를 받고, 누군가는 박수를 친다.

  노력의 등수, 절실함의 순위를 매기라면 모두가 공동 1등일 텐데… 안타깝다.

  관객석에서 김본에게 큐 사인을 보내던 이수는 무대를 건너오는 재선과, 그의 뒤에 남겨진 아이들을 보며 쓰게 웃었다.

  그 다음으로 도경이 호명되고, 맨 앞자리에 서 있던 건은 저를 지나치는 그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건…! 바지 뒷주머니…!”

  도경이 한창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하고 있을 때, 관객석 여기저기서 건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이수의 귓가에도 닿아, 그녀는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서둘러 건을 바라봤다.

  먼 거리에 있던 터라 뭐가 문제인지 쉽게 인식할 수 없었다.

  팬들이 하는 소릴 가만히 듣고 있자니, 건의 바지 주머니가 나와 있단 소리 같았다.

  “으이그, 저 덜렁이가….”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팬들에게 응, 응? 거리고 있는 건 때문에 한숨이 다 나왔다.

  다행히 그 바로 뒤에 서 있던 가람이 잽싸게 주머니를 도로 넣어주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건은 겸연쩍게 웃으며 뒷머릴 긁적였다. 바보 같았다.

  “아니 그나저나, 이 양반은 대체 뜸을 왜 이렇게 들이는 거야. 밥 다 타겠네.”

  이수는 관제탑에서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대성을 멀리서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긴장감 조성도 좋은데,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욕 몇 바가지 들어먹게 생겼다.”

  인이어를 확 벗어 던지고 제멋대로 사인을 줘버릴까, 잠시 충동이 일었으나 숨을 깊게 내쉬며 참았다.

  그렇게 한 시간쯤 흘렀을까, 드디어 1등 자릴 두고 두 명의 후보가 발표되었다.

  가까이서 본 건의 얼굴은 초조와 설렘으로 얼룩져 있었다.

  열심히 바르던 립밤을 다 먹어버렸는지, 바짝바짝 마른 입에 연신 아랫입술을 물었다 놓는다.

  “저는 진심으로 건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미인대회를 연상케 하는 원해의 겸양에 이수는 실소를 터트렸다.

  “MBS <아이돌> 시즌 2! 데뷔는 물론 장차 칸의 센터가 될 1위는…!”

  다른 것도 아니고 1등 발표인데, 이번엔 또 얼마나 시간을 끌까. 중간 집계라도 좀 보고 올 걸 잘못했다.

  봐서 좋은 소식 있음 티가 날까 봐, 무대 위에서도 눈으로 저를 찾는 그에게 들킬까 봐 그랬던 건데.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이야! 하는 대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수는 MC를 향해 손짓했고,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영예의 1위, 그 주인공을 밝혔다.

  “이건! 축하합니다…!”

  발표와 동시에 박수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가 그의 수상을 기뻐해 주는 풍경이 이수는 감격스러웠다.

  “와… 감사합니다…….”

  장하네, 이건. 잘했어, 그동안 수고 많았어.

  마치 제 일처럼 마음이 벅차 올랐다.

  “…잘 됐다, 진짜.”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은 슬플 때의 그것보단 좀 차갑다. 조금 덜 짜고, 조금 더 투명하다.

  “축하해… 축하해….”

  한데 이상하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 눈물 맛은, 조금도 싱겁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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