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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옛 남자의 경고
작성일 : 20-09-30 18:29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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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리허설을 하루 앞두고, 밤늦게까지 연습을 할 요량으로 건은 센터에서 곧장 소속사로 향했다.

  모자 위로 후드를 한 겹 더 덮어쓰고, 귀엔 이어폰을 꽂고. 굽이 제법 높은 운동화를 열심히 움직이며 걸었다.

  도중에, 웬 이름 없는 금은방 진열대 앞에 우뚝 멈춰 섰다.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건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

  방울 소리에 나이 지긋한 주인장이 신문 읽던 것을 멈추고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코끝에 걸친 안경을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을 맞았다.

  “뭐… 찾는 거 있어요?”

  그에게 존댓말을 듣고 있자니 민망했다.

  “아… 그냥… 지나다가 구경을 좀 하고 싶어서….”

  “뭐어, 반지? 목걸이? 학생이 할 건가?”

  “아니요, 여자… 걸로….”

  “여자친구 선물 사가는가 보네.”

  건은 겸연쩍은 웃음과 함께 뒷머리를 긁적였다.

  “쭉 한번 봐봐요, 뭐가 예쁜가.”

  그제야 유리장에 진열된 반지를 하나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다.

  뭐가 잘 어울릴까, 액세서리 같은 거 잘 안 하고 다니던데… 깔끔한 게 아무래도 나으려나?

  본인 목걸이, 반지는 인터넷으로도 척척 잘만 사면서, 이수에게 줄 생각을 하니 디자인 고르기가 영 쉽지 않다.

  “이거… 이거 좀 보여주세요.”

  장고 끝에 반지 하날 가리키자, 주인장이 느릿한 움직임으로 이를 꺼내 위에다 올려 놓았다.

  겉면에 참깨만한 보석이 띠처럼 둘러져 있는 화이트 골드 색상의 반지였다.

  “…예쁘다.”

  수수한 모습이 더 아름다운 이수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하고, 새끼 손가락에 끼어 보기도 하고.

  깍지 꼈던 이수의 손가락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크려나?”

  좋아할 이수 생각에 조금씩 미소가 번져가던 그에게 주인장은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건 값이 좀 나가는데….”

  “얼만데요?”

  건의 물음에, 그는 가만히 한 손을 들어 보이더니 엄지를 슬쩍 접었다.

  “사… 사십?”

  “고게 작긴 해도 다이아거든. 옐로우 골드보단 화이트 골드가 비싼 법이고.”

  조심스레 반지를 내려놓는 건을 보며, 주인장은 핏 웃더니 조금 더 저렴한 디자인을 권했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았다. 자꾸만 아까 골랐던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에… 다시 올게요.”

  아쉽게 발길을 돌리며, 나중에 돈 많이 벌어 서이수 꼭 사줘야지, 다짐을 하고 또 했다.

 

 

  * * *

 

 

  “안 나오겠다 그럴 줄 알았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

  “이제 곧 생방이라 바쁘겠다.”

  우신과 마주보고 앉아 이수는 앞에 놓인 찻잔만 만지작거렸다.

  “밥은 잘 챙겨 먹는 거야? 저번보다 더 야윈 거 같아.”

  자상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힐 때마다 마음 한 구석 찌르르 저려왔다.

  “내일… 리허설이지? 하루 종일 바쁜가? 저녁, 같이 안 할래? 내가,”

  “행복했어.”

  “…어?”

  “오빠하고 있으면서 나, 많이 웃었던 거 같아. 많이… 설렜던 거 같아.”

  이수에게 듣는 오빠 소리. 너무도 그리웠던, 바보같이 잃고 나서야 소중한 줄 알았던, 제 이름.

  “생각해 보니까… 나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

  “이수야.”

  “그러니까, 이제와, 이렇게 나 괴롭히면서… 그 추억까지 빼앗진 말아줘.”

  혹시, 하며 기대했던 스스로가 너무도 한심하다.

  제가 무슨 짓을 했는데, 이렇게 쉽게 그녀가 돌아와 줄 거란 기댈 감히 어떻게.

  “누가 뭐래도… 오빤 내 청춘의 한 페이질 빼곡히 채워 넣는 사람이야. 스물둘의 서이수는 이우신 없인 설명이 안 돼.”

  “내가 잘할게. 욕심인 거 아는데, 서른둘의 서이수, 마흔둘의 서이수… 다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이수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다급하게 그녀를 붙잡아 본다.

  “나 많이 달라졌어. 예전처럼 안 그래. 예전처럼, 너 외롭게도 안 할 거고… 그때, 잘못했던 것도 알아. 많이 후회했어, 자책했어. 실수라고, 끔찍한 실수였다고… 그러고 용서해 주면 안 돼? 정말 안 되는 거야?”

  “무릎 꿇린 거 미안해. 오빠 내 앞에서 이렇게, 비대발괄 손이 발 되게 비는 거… 통쾌할 줄 알았어. 근데 아니야. 마음, 아프다.”

  좋은 이별은 없단 걸 안다.

  우신이 저를 다시 찾아와 준 건, 그저 지난날 저희가 하지 못했던 끝맺음을 완성하기 위한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의 이별.

  이 남자 때문에 얼어버리기도 녹아내리기도 했던 스물둘 서이수와의 안녕.

  “그만 나 내려 놔, 그래줘. 무겁게 골고다 언덕까지 끌고 올라가지 말아줘. 거기서 못으로 탕탕, 오빠랑 하나 되고픈 마음 없어.”

  간절한 이수의 부탁에도, 스윽— 우신은 그녀에게 비행기 표를 내밀었다.

  “출발 일정, 너 편한 대로 조정해도 돼.”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잔 의미였다.

  “하… 정말 벽창호가 따로 없다.”

  “몸만 와, 오기만 해. 내가 다 준비할 테니까.”

  “…이해할 수가 없어. 갑자기 나한테 왜… 잘 살았잖아, 잊은 줄 알았단 말야. 나 같은 건 진즉 다 잊어버리고,”

  “너 없음 안 된다, 갑자기 깨달아진 거 아니야. 너랑 사귈 때도, 너랑 헤어질 때도, 헤어져 미친 듯이 일만 할 때도… 나는 알고 있었어. 내 옆자린 서이수 거란 거,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거.”

  “…늦었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얼마든지 우리 다시 시작할 수,”

  부우욱—.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수는 우신이 건넨 비행기 표를 찢었다. 덤덤한 표정이었다.

  “이거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비행기 값 아까워 손이 덜덜 떨릴 줄 알았는데….”

  우신은 어두워진 얼굴로 이수를 바라보다 무겁게 말문을 뗐다.

  “이건, 그 자식 때문이야?”

  비싼 티켓도 단번에 무용지물 만들었던 이수가 건을 걸고 넘어지는 우신을 보며 불안에 떨었다.

  “아니야. 걔 아니었어도, 오빠랑 다시 잘 되는 일 없었을 거야.”

  “너 이러는 거, 걔 인생에 도움 안 돼. 이기적인 거야.”

  “이 상황에 이기적이라 안 된다, 그 말이 하고 싶어?”

  “서이수.”

  “그래, 맞아. 나 이기적이야. 내가 좋으면 됐지, 걔 걱정까지 안 해. 근데, 나 이기적인 사람 만든 거… 당신이야.”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감정의 밑바닥까지 다 보여주며 헤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한테 데이고 나서부턴, 안 해. 안 해지더라고.”

  “너네 그 사랑, 서로에게 해로워. 너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아냐?”

  정곡을 찔렸다. 역시 이우신, 얄미우리만큼 예리한 사람.

  “어디까지 갈 건데, 네가 걔랑 대체 뭘 할 수 있느냔 말이야…!”

  “상관 마. 내가 누구랑 뭘 하든 주제 넘게 나서지 말라고…!”

  “어떻게,”

  벌떡—.

  말을 이어가려던 우신을 두고, 의자를 뒤로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싸늘한 빛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당신 욕심 채우자고 괜한 애 건들지 마.”

  “너 위태로워 보여.”

  “경고하는데, 끼어들지 마.”

  그 말을 끝으로, 이수는 우신을 버려두고 카페를 나왔다.

 

  “하… 하아….”

  밖으로 나오자마자, 꾹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오기 전에 몇 번이고 살펴야 했던 감정의 둑이 결국엔 무너지고 말았다.

  시야를 가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이수는 걸었다.

  뺨에 와닿는 이 눅눅한 공기가 제 눈물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지이잉. 주머니에 든 핸드폰이 울렸다. 한유민 작가였다.

  “어, 언니.”

  —…밖이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평소와 다름없는 유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결정했어?

  “…응.”

  전화를 걸어주어 고맙다, 언니야.

  안 그랬음, 이 길… 집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걸으며 나는, 좀처럼 달래지지 않는 슬픔과 사투를 벌여야 했을 테니.

  한 작가와 이런저런 이야길 주고 받으며, 안정을 찾아가던 이수였건만.

  —김 피디, 완벽주의잔 건 알아 줘야 한다니까? …이게 뭐야?

  “왜? 왜 그래.”

  —얘 또 왜….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이 기분 나쁜 느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뭐야, 얘가 누군데.”

  얼마나 신경이 곤두섰는지, 저쪽에서 마우스 건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건 또 사고 쳤나 봐.

  “…뭐.”

  —여자 반지… 보는 사진이 찍혔대. 여기가 어디야, 대체….

  나는 네가 좋아, 널 위해 내 등을 내어주고.

  너는 내가 좋아, 날 위해 네 손을 내어주고.

  —얘… 여자친구 있는 거 아니니?

  나는 네가 좋아, 너의 팬들을 시기하고.

  너는 내가 좋아, 나의 옛 남잘 질투하고.

  —생방 앞두고 이게 무슨…… 내일 기자들 또 난리나겠네.

  아아, 그래. 나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분명,

  나의 이 사랑은 네게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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