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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열여덟 스물아홉
작가 : 애플타이거
작품등록일 : 2020.9.30

열여덟, 양양, 한여름, 새파란 바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2주간 전부를 나눈 수현과 진호가 11년 후, 청춘의 끝자락에서 재회한다.

 
16. 도망갈래?
작성일 : 20-09-30 17:03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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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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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전됐던 경포대해수욕장 일대에 일제히 불이 들어오고, 진호와 수현이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그리고 그들의 양옆으로 동건과 민지가 호들갑스럽게 달려와 어깨동무를 하고 매달린다.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토를 경포대해수욕장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한 거야? 우리 얼굴 보여? 너희 둘 찾느라 땀범벅 된 거 보여? 하 진짜, 빨리 너희 데리고 오라는 병진형님 등쌀에 경포대해수욕장 전체를 이 잡듯이 뒤진 거 아니냐 우리가. 어?!”

 

 동건과 민지가 번갈아가면서 공치사를 늘어놓는다.

 

 “우리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놀지. 뭐 하러 찾아다녔어.”

 

 수현이 두 손을 양쪽 주머니에 슬그머니 집어넣으며 동건과 민지의 기색을 살핀다. 혹여나 진호와 손깍지를 끼고 있던 장면을 목격했나 싶은 불안감에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야 이 바보들아. 오른쪽 봐봐. 타코 푸드트럭 안 보여? 헤어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가만히 있었는데, 괜한 사람 잡고 있네. 그리고 핸드폰은 뒀다 뭐에 쓰게? 김수현 전화번호 몰라? 절친이라며?”

 

 “수현이가 핸드폰이 있으면, 우리가 진즉에 전화했겠지.”

 

 “요즘 세상에 핸드폰 없는 애가 어딨냐? 그리고 진짜 없다 쳐. 너희 젖먹이 때부터 절친이었다며? 그럼 불쌍한 친구를 위해 돈 모아서 핸드폰 정도 생일선물로 사줄 수 있는 거 아냐?”

 

 죄 지은 것도 없으면서 괜히 동건과 민지의 눈치를 보는 수현과 달리 진호가 떳떳한 태도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전법으로 대응하자 동건과 민지는 괜히 허허실실 웃으며 좋은 곳 있으니 빨리 그곳으로 가자며 수현과 진호의 손을 잡아당긴다.

 

 

 

 

 메인무대 건너편에 마련 된 천막 밖으로 젊은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서있다. 다들 하나같이 야광막대기로 팔찌부터 목걸이, 머리띠 등등을 만들어 착용하고 있다. 그들 앞으로 얼굴에 야광페인팅을 해주는 사람들이 가격표를 들고 흥정하면서 지나간다.

 

 거의 맨 앞줄에 병진이 야광막대로 거의 몸을 감싸다시피 하고 초조하게 서 있다. 그의 손엔 행상한테 산 야광막대기 한 움큼이 들려있다.

 

 “이 자식들이 입장할 때가 다 됐는데 왜 안 오는 거야? 아 진짜. 안 오기만 해봐. 나 혼자 들어 갈 거야.”

 

 1960년대로 돌아가 히피문화의 본고장이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는 것이 꿈인 병진은 남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행복을 좀 먹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지라, 자신의 현재 역할이 미성년자 4명의 보호자라 할지라도 입장이 시작되면 그들을 떼어놓고 들어갈 자세가 되어있다.

 

 그때, 민지와 동건이 단번에 병진을 찾아내고 호들갑스럽게 손을 흔들며 다가와 선다. 그 뒤로 진호와 수현이 줄 선 사람들의 행색에 압도당해 쭈뼛거리며 멀찍이 선다.

 

 “양진호, 김수현! 거기서 뭐하는 거야. 빨리 내 뒤로 서. 그리고 이거 이거. 내가 집에 빨리 들어가려고 떨이하는 할머니한테 완전 싸게 샀다? 잘했지? 이거 이렇게 연결해서 목이랑 팔에 걸고, 머리에도 둘러. 이렇게. 빨리! 입장하기 전에 빨리 해야 돼.”

 

 줄 선 사람 중에 병진이 제일 연장자로 보이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여기 뭐하는 곳인데 사람들이 다 이러고 있는 거예요?”

 

 병진의 현란한 손길로 단숨에 야광 아이돌로 변신한 진호가 현수막도 하나 없이 몽골의 게르와 비슷한 형태인 하얀색 천막을 둘러본다.

 

 “완전 좋은 질문! 불 꺼진 클럽이라고 들어봤어? 어린 애들을 데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만, 빛이라고는 우리 몸에 두른 이 야광막대와 다들 얼굴 들이대 봐.”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아기새 마냥 진호, 수현, 동건, 민지가 병진 앞에 쪼르르 서고, 병진이 야광페인트를 검지손가락에 묻혀 아이들의 오른쪽 뺨에 슥 긋는다.

 

 “이 야광페인트 밖에 없다 이거야. 그리고 심장을 때리는 음악까지! 어때? 흥분되지?”

 

 “형님이 흥분한 것만은 알겠네요.”

 

 찬물을 끼얹는 진호의 냉랭에 반응에도 병진은 굴하지 않고 동건과 민지, 수현의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면서 흥을 계속 올린다.

 

 “미성년자 출입여부 확인했으니깐 걱정 말고 놀아도 돼. 알겠지?”

 

 진호까지 끌어들여 손에 손을 잡고 빙빙 돌자마자 입장이 시작되고, 병진과 아이들은 그 상태로 암전된 천막 안에 들어가서 귀청이 터질 듯이 왕왕 울리는 노래에 몸을 맡긴다.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과 부딪쳐서 싸움으로 번지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병진은 아이들에게 손에 손을 잡고 선 원형 대형을 절대 벗어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대형 안에 들어가 댄스신고식을 한다. 한때 아이돌이 꿈이었던 민지는 소녀시대 춤을 똑같이 따라 추고, 동건은 말도 안 되는 관절 꺾기를 선보이며 혼자만 흐뭇해 한다. 수현은 개다리 춤을, 진호는 박수치기를 하다가 야유를 받으며 대형 밖으로 쫓겨난다. 그리고 모두의 기대를 받았던 병진은 저질 섹시 웨이브를 선보이다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서 바로 동건과 민지의 부축을 받으며 천막 밖으로 질질 끌려나간다.

 

 “우리도 나가자.”

 

 워낙 큰 노래 소리 때문에 수현이 진호의 몸에 완전 밀착해서 수신호와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말한다. 그런데 진호가 수현의 손을 잡아끈다. 그리고 수현과 마주보고 서서 천장을 향해 손을 뻗고 방방 뛰면서 미친 듯이 소리치기 시작한다. 진호의 선창에 천막 안 모든 사람들이 늑대라도 된 것 마냥 괴성을 질러대고, 처음 보는 진호의 낯선 모습에 뒷짐을 지고 서있던 수현까지 진호에게 동화되어 괴성을 주고받는다.

 

 진호가 수현의 양손을 맞잡고 들어 올린다. 그리고 손목에 주렁주렁 매달린 야광 팔찌를 수현의 얼굴에 가까이 갖다 댄다. 빛 하나 없는 천막 안에 수현의 얼굴이 가장 밝게 빛난다.

 

 “지금 내 눈엔 너밖에 안 보여.”

 

 야광 팔찌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행복한 얼굴이 눈부시게 빛난다. 눈 꼬리가 아래로 축 쳐진 진호의 해맑은 눈웃음에 수현의 작은 눈이 한껏 치솟은 광대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수현이 귀여운지 진호가 수현의 까까머리를 마구 흐트러트린다.

 

 “우리 도망갈래?”

 

 수현이 진호의 손목을 움켜잡는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 갖다 댄다. 진호가 그런 수현의 손을 끌고 와 이번엔 자신의 심장에 갖다 댄다.

 

 “이미 우린 하나야.”

 

 “밝은 곳에선 안 되는 거야?”

 

 진호의 단단한 말에 수현이 절망스럽게 되묻는다.

 

 “어둠이 있어야 밝음도 있는 거야.”

 

 진호가 수현의 목을 끌어당겨 코끝이 거의 닿은 상태로 수현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내 눈 봐.”

 

 흔들림 없는 진호의 눈과 달리 수현의 눈은 눈물이 차올라 흐릿해져있다.

 

 “넌 어떻게 우는 것도 바보 같냐?”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던진 진호의 농담에 수현이 정공법으로 응수한다. 퇴로를 잃은 진호가 대답대신 수현을 끌어안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수현의 몸을 장난스럽게 밀쳐내고 노래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좋은 아침입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활기찬 인사를 건네며 출근하는 수현을 태식이 멋쩍은 얼굴로 반긴다.

 

 “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무슨 일은... 어 왔어?”

 

 “아닌데? 무슨 일 있는데? 바다에 나가는 스케줄 말고도 가게 안에서 해야 할 일 많잖아요. 바다만 일주일 동안 출입금지 아니었습니까? 설마 저 잘린 건 아니죠?”

 

 “우리 양브로샵 대표강사님을 내가 자를 리가 있나?! 다른 가게에서 탐내는 인재를 웃돈을 주고 붙잡아도 모자를 판에.”

 

 “뭐예요~ 괜히 쫄아 있었잖아요~”

 

 전날 수현에게 화 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태식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개의치 않고 자신을 살갑게 대해주는 수현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형님 무슨 좋은 일 있으시죠? 얼굴이 평상시랑 다른데?”

 

 “응. 우리 진호, 2주 더 머물다 가기로 했어.”

 

 “진짜요?”

 

 “응! 2주 동안 진호 좀 잘 부탁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진호가 널 꽤나 의지하는 것 같더라."

 

 “제가 누굽니까~ 양브로샵 인기쟁이 김수현 아닙니까~ 아 또 이 형님이 아우 좀 반겨주러 가야겠네요. 진호 어디 있어요?”

 

 “진호 방에 가봐.”

 

 히죽이며 단숨에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수현을 태식이 흐뭇하게 바라본다.

 

 수현이 닫혀있는 진호의 방 앞에 서서 괜히 숨을 고르고 옷매무새를 정돈하다. 그리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진호가 없다.

 

 “응? 양진호! 양진호 어딨어?”

 

 화장실부터 옷장, 서랍장까지 괜히 문이란 문은 다 열어보는데, 활짝 열린 창문 밖으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누군지 알겠다는 듯, 수현이 반가운 얼굴로 창가에 기대선다. 그리고 하와이안 셔츠 끝을 펄럭이며 방파제에 올라서서 자리를 잡고 앉는 진호를 바라본다. 진호가 헤드폰을 끼고,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태식형님이 담배 피는 거 안 좋아한다고 말했을 텐데...”

 

 수현의 미간이 불안하게 찌푸려진다. 수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머니에서 빠져나오는 진호의 손을 응시하는데, 진호의 손 안에 츄파춥스 막대사탕이 들려있다. 그리고 수현의 불안감을 보기 좋게 비웃듯 진호가 츄파춥스 껍질을 벗겨 막대사탕을 입안에 문다.

 

 "미친놈."

 

 수현의 입에서 애정 어린 욕지거리가 튀어나오고, 수현이 그대로 창밖으로 상체를 내밀고 진호를 부른다. 그리고 진호가 햇살처럼 맑은 얼굴로 미소 지으며 반대편 주머니에서 새 츄파춥스 막내사탕을 꺼내 수현을 향해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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