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어떤, 세상의 끝에서
작가 : 어쩡
작품등록일 : 2020.9.23

점점 커져가는 세계의 부패.
그것이 빛을 집어삼키기 위해 올라오고 있었다.
한 세상에서부터 부패를 피해 다른 세계로, 또 다른 세계로.
그렇게 살고 싶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세계의 끝자락을 찾았고…
그것이 이 땅이었다.

 
부패
작성일 : 20-09-30 16:35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421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삐비비빅.

 아침의 알람이 울리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혜원은 느릿느릿 손을 움직여 알람을 껐다.

 사실 알람이 울리기 수 시간 전부터 혜원은 깨어 있었다.

 잠이 통 오질 않았다.

 전학 수속은 모두 끝났다고 한다.

 이제 여기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거구나.

 혜원은 베게를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부터 시작해 이상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

 “보영이랑 같이 쓰면 되겠네.”

 자신이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정해져 버렸다. 그리고는 커다란 이층침대의 위층을 쓰게 되었다.

 달칵.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해, 빨리 안내려와? 학교 안갈거야?”

 보영이 젖은 머리로 방문 앞에 서서 혜원에게 말했다.

 보영은 알람이 울리기 훨씬 전부터 일어나 방을 나갔었다.

 혜원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물 따뜻할 때 가서 씻어.”

 보영이 입고 있던 반팔티를 벗었다.

 위로 당겨지는 옷의 아래에서부터 보영의 팔이 드러났다.

 살색의, 하지만 피부라고는 할 수 없는 차가운 빛을 띈 인공 팔이 있었다.

 “…그거, 뭐야?”

 혜원이 보영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뭐?”

 보영이 혜원을 쳐다보았다.

 양팔이 어깨부터 전부 모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팔, 어쩌다가…”

 “남의 팔에 관심 가져서 뭐하게. 빨리 씻기나 해.”

 남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 어쩌면 남에게 관심을 주기 싫은 사람.

 혜원은 그러한 유형에 익숙했다. 보영의 태도에 화도, 궁금함도 올라오지 않을 만큼.

 혜원은 아무 말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향했다.

 “어, 안녕…”

 검은머리가 삐죽 뻗쳐오른 환희가 혜원을 보고 인사했다.

 “…어.”

 혜원은 손을 살짝 들어보이고는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뭐야, 여기 오는 여자애들은 다 저런 애들만 오나?”

 엘이 환희의 뒤에서 걸어나오며 말했다.

 [난민법 개정, 용인은 없다…폭력 투쟁 가능성]

 거실의 커다란 벽걸이 TV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또 시위대가 올 것 같은데.”

 엘이 뉴스를 보고 말했다.

 “어차피 우리 일 아니잖아. 아래로 내려갈 일이나 생각하고 있어, 너 또 다치면 나만 혼난다고.”

 교복을 차려입은 보영이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엘이 코를 씰룩이며 큰 숨을 들이쉬었다.

 “이번엔 시원한 냄새…”

 “남 냄새 함부로 맡고 평가하지 마.”

 보영이 엘을 쏘아붙이며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환희는 반응 없이 혜원이 뒤로 사라진 문만을 보고 있었다.

 *

 

 

 

 녹빛 가득한 풀밭이 있었다.

 그 가운데 사브작거리며 풀 사이로 무언가를 찾는 여자가 있었다.

 “찾았다.”

 여자는 곧 꽃을 하나 집어들었다.

 “봐, 내가 있다고 했잖아.”

 여자가 걸어오며 말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것 뿐이야. 그 안에 다 있어.”

 여자가 손을 잡아 끌었다.

 .

 .

 .

 눈이 천천히 뜨였다.

 11시 40분 쯤.

 거구의 남자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그만 다시 누웠다.

 나비나.

 3년 전 시위대에서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여자였다.

 시위대는 원래 제한된 구역 안에서 움직여야 했다.

 누구보다 나비나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시위대를 통제하려 했었다.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하루 한끼를 벌어 먹는것에 집중하기 바빠 뉴스를 쳐다보지도 않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나비나의 죽음은 그녀가 화장을 위해 가마로 들어가기 몇 분 전에야 알았다.

 얼마나 바보같이 살았는가.

 달칵.

 “둘루, 일어났으면 좀 씻지? 나가서 밥 먹자.”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지환이 들어왔다.

 거구의 남자는 누워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오늘은…시위대가 조용한 것 같기도 하고.”

 블라인드 너머로 바깥을 살핀 지환이 말했다.

 둘루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지환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방 가운데 있는 탁자를 보았다.

 거대한 가방이 놓여있었다.

 둘루와 지환이 만난 것은 3년 전이었다.

 이렇게 진압당하면 안됐었다고.

 적어도 살릴 수는 있어야 했다고.

 분통을 대신 터뜨려주듯 지환이 둘루에게 말했었다.

 그리고 둘루는 그 길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시위대에 무기를 공급해 주거나 정보를 넘겨주는 일로 지환이 둘루에게 줄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가끔 크게 한탕을 하게 되면 그 돈으로 1년을 버틸 계획을 짜야 했다.

 그래도 둘루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가끔은 소름끼치도록 평온해 보였다.

 팡! 팡!

 밖에서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시위대 사이로 최루가스가 퍼지고 있었다.

 “마스크 써야겠네…”

 지환이 중얼거렸다.

 시위대엔 뿔 달린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아니, 뿔 달린 사람들밖에 없었다.

 흰색의 장갑차가 시위대 사이로 달려나왔다.

 장갑차의 뒤에서 흰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루루 나왔다.

 “그만 가시죠.”

 지환의 뒤에서 둘루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래. 그 가방 챙기고.”

 지환이 탁자 위의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

 

 

 

 벽 너머로 시위대와 진압대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 어떤 소음도 넘어 들려오지 않았다.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구나.

 혜원은 창문에서 눈을 떼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마법은 함부로 사용해선 안돼. 너도 잘 알겠지만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니까. 꼭 내가 허락할때만 쓸 수 있는거야.”

 그렇게 지윤이 당부했었다.

 자기한테 무슨 권한이라도 있는건가.

 “오하사 엠…”

 혜원은 손바닥을 쫙 펴고 중얼거렸다.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숨이 픽 나왔다.

 사용할 줄 모르는걸 사용하지 말라고 하다니.

 스피커로 요란하게 수업의 끝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어이, 그쪽에 너.”

 혜원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어디서 왔어?”

 아이들 몇이 혜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어디든 무슨 상관이야?”

 아이들이 히죽거렸다.

 “여기 들어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 괜히 피하지 말고 말해, 어떻게 온거야?”

 아하, 그렇구나.

 여기의 학교에는 신분제가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특채로 들어온 자들이 가장 아래에 존재하는 식으로.

 혜원은 책상 서랍 안으로 손을 넣으며 몸을 앞으로 눕혔다.

 “뭐야, 남 무시하냐?”

 책상 속에서 커터칼을 집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손에 힘을 꽈악 주고는 틱틱 밀어올렸다.

 “그만하지? 걔 보통 특채 아니야. 우리 오메가 애인데.”

 보영이 혜원을 둘러싼 아이들의 뒤에서 나타나 말했다.

 “뭐야…마녀야?”

 아이들 중 하나가 보영과 혜원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어. 그중에서도 특별히 빈민가에서 온 애야.”

 아이들이 혜원을 바라보며 코를 싸쥐었다.

 “가자, 저런거랑 가까이 있으면 안돼.”

 아이들이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도와준거야?”

 “눈치는 있네. 여기가 어떤 곳인지 대충 이해하겠어?”

 보영이 몸을 일으킨 혜원에게 말했다.

 “딱히 도움 필요 없었는데…”

 혜원이 손 안의 커터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뭐, 미쳤냐 너? 그런짓 했다가 무슨 일이 있으려고!”

 “…넌 그런짓 해본적 없나보구나.”

 보영이 놀라 소리치듯 말하자 혜원이 조용히 대답했다.

 “…어디 출신 아니랄까봐.”

 보영이 중얼거리듯 말을 흘리며 교실을 나섰다.

 퍽.

 교실 문앞에서 엘이 튀어나와 부딪혔다.

 “어우, 여기 있었네. 이번엔 시원하게 애들이랑 싸워 이긴거야?”

 엘이 복도 멀리의 아이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와, 그런거 아니니까.”

 보영은 엘을 밀고 걸음을 계속했다.

 “…그럼 그렇다고 할것이지.”

 엘이 말하며 혜원에게로 다가왔다.

 “음…특이한 냄새.”

 엘이 코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남의 냄새 맡으려고 온거야?”

 혜원이 엘에게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보영이가 어떻게 싸우는지 봤어?”

 “…나보고 안좋은 곳 출신이라고 하니까 다 도망가던데.”

 혜원이 잡고있던 칼을 필통에 집어넣었다.

 “어…그런 식으로? 조금 예상밖인데. 아아, 오늘 설명해줄 거 있다고 지윤쌤이 빨리 들어오래.”

 엘이 가방을 챙기는 혜원을 보며 말했다.

 “…너는 챙길거 없어?”

 “나? 여기서 뭘 배워. 저택에서 배우는게 훨씬 재밌는데.”

 엘의 말에 혜원은 고개를 들어 엘을 쳐다보았다.

 엘이 히죽 웃음을 지어보였다.

 갑자기 애앵거리는 사이렌소리가 요란하게 교실을 채웠다.

 [경계령 2단계. 4구에서 사건 발생. 주민 여러분은 해제경보가 발령될 때 까지 4구에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집에 좀 늦게 가겠네.”

 엘이 바깥을 쳐다보며 말했다.

 *

 

 

 

 끼에에엑, 하고 알 수 없는 울부짖음을 내며 온통 검은색으로 칠갑이 된 뿔 달린 남자가 거리에 서서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황금색의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부패한 개체 확인. 개체 하나.

 -주변에 다른 부패개체 확인될 때 까지 감시만 하도록.

 흰옷의 진압대가 벽 뒤로 몸을 숨기고 무전을 하고 있었다.

 “이정도면 쉽지 않나.”

 진압대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덤벼라, 괴물아.”

 남자가 나지막히 읊조리며 검은 사람에게로 뛰어들었다.

 콰앙!

 “03번!”

 벽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물체가 하나 더 날아들었다.

 달려들었던 03번은 이미 상반신이 사라져 있었다.

 -여기는 초기진압대, 오메가에 지원을 요청한다!

 -여기는 오메가. 지원 요청을 수락하겠다.

 흰 옷의 진압대가 무전기를 통해 소리치자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8 정화 2020 / 10 / 4 213 0 3821   
7 부패(2) 2020 / 10 / 1 216 0 4153   
6 부패 2020 / 9 / 30 217 0 4219   
5 마음의 성 2020 / 9 / 28 204 0 2466   
4 마녀의 피 2020 / 9 / 27 214 0 3998   
3 성곽 안으로 2020 / 9 / 25 201 0 3751   
2 시작은 그렇게 2020 / 9 / 24 210 0 3613   
1 어떤 미래에서 2020 / 9 / 23 349 0 374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