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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악질
작성일 : 20-09-30 16:16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3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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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말 뭐.”

  무감각한 표정과 목소리로 이수는 우신을 대했다.

  “우리 헤어진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뭐, 무슨 소리가 듣고 싶은데.”

  “<하늘빛>, 그거 네 노래야. 가사 하나, 멜로디 하나… 서이수 생각 안 하며 만든 게 없어.”

  웃기지도 않는 소리.

  “우리 헤어지고 몇 년이 지나는 동안… 네가 내 십자가였어.”

  고개를 돌리고 짧게 한숨을 내쉰 이수가 다시 우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뭐?”

  “그래서 뭐 어쩌라고.”

  “미안해… 나 너, 놓아지지가 않아.”

  그의 얼굴엔 아픔이 가득했다.

  “보고 싶은데, 차마 만나러 올 수가 없었어. …근데 이제 안 참으려고.”

  이수의 반응은 냉담했다.

  우신은 물러서지 않았다. 딱히 예상 못한 것도 아니니.

  “너한테 사과하고, 또 사과하고… 욕을 먹든 죽도록 맞든… 뭐든 다시 해보려고.”

  “뭐든.”

  “그래, 뭐든.”

  잠시 말을 고르던 이수가 차분히 목소리로 요구했다.

  “꿇어 봐.”

  우신의 한쪽 눈썹이 꿈틀했다.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해 달라고 빌어. 진심 어린 눈물 몇 방울 흘림 더 좋구.”

  자존심 강한 사람, 저를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시험하고 싶었다. 용서해 줄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괜히.

  이수의 제안에 당황했던 티를 지우고, 우신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점점 그의 눈높이가 낮아지며 이수를 향하는 고개가 위로 들렸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두 무릎이 모두 바닥에 닿았을 때, 우신은 이수가 원한 사과의 말을 내뱉었다.

  “이수야 나 좀 제발… 용서해 줘, 다시 돌아와 줘. 나를… 사랑해 줘.”

  줄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우신을 보고 있던 이수는 ‘사랑’이란 단어에 순간 울컥했다.

  “네 그 뻔뻔한 용기, 가증스러워.”

  그리고는 그대로 우신을 지나쳐 문 쪽으로 향했다.

  사랑? 하, 무슨 사랑. 그렇게 괴롭히고도 아직 미진함이 남았니? 누구 마음대로 미안해야, 누구 마음대로 다시야.

  속 시끄러운 상태로 저벅저벅 걸어가 문고리를 잡았을 때, “이건,” 우신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서이수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런 어린애 데리고 오래 노는 거 아니야.”

  뒤돌아본 이수의 얼굴 위로 당황, 두려움, 분노가 교직됐다.

  “나 지금 네 오피스텔 건물에 살아. 우연을 가장해 재회하고 싶었거든.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낭만적인 거, 운명적인 거.”

  “…미친놈.”

  “맞아. 마주치면 뭐라고 인사해야 하나, 미친놈처럼 거울 앞에 서서… 하, 근데 너 안 오더라. 피디 일 힘들다더니, 정말인가 봐?”

  목소리에서 장난기를 지우고 우신은 말을 이었다.

  “그날 우연히… 봤어, 아침에 둘이 같이 나오는 거. 분위기 묘하더라.”

  뒷말이 씁쓸했다. 그러나 이수에겐 지금 그의 기분이 어떨지 따윈 관심 밖이었다.

  “그만 둬. 안 되는 거 알잖아.”

  “당신이 신경 쓸 일 아니야.”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내가 널 아는데!”

  한 걸음 성큼 이수에게 다가와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깰 붙잡는다.

  “주위에 들킬까 전전긍긍하면서, 데뷔 앞둔 연습생이랑 밀회? 네가 그걸 어떻게 버텨. 너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 싫어하는 애가.”

  “오버하지 마. 나 무슨… 미성년자 데리고 드라마 찍니?”

  “그랬음 얘기가 좀 더 쉬웠겠지.”

  “뭐?”

  “그 애랑 헤어지고 나한테 와.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이우신이 하는 말이라 그런가, 꼭 협박처럼 들렸다.

  “혹시 말야… 당신 그 뻔뻔한 용기의 근원, 건이었어?”

  그 말에 우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애송이 같은 놈이나 만나는 서이수, 잘하면 다시 꼬실 수도 있겠다… 하, 우리가 만만했던 거지?”

  “이수야.”

  그녀는 어깨를 짓누르는 우신의 손을 뿌리쳤다.

  “일을 어떻게 복잡하게 할 건데? 왜, 또 로비라도 하려고? 그거 당신 주특기잖아.”

  “…못할 것도 없지. ”

  “그래… 그 애 데뷔 막는 거 일도 아닐 거야, 그치?”

  이수는 차가운 비소를 지었다. 울고 싶었다.

  “…악질.” 물기 어린 눈빛으로 우신을 노려보며 그녀가 말했다. “넌 저질을 넘어, 악질이야.”

  “그러지 마. 다 널 위해 하는 말인 거 알잖아.”

  “널 위해서겠지, 내가 아니라.”

  그는 뒤돌아 나가려는 이수의 팔을 붙잡아 품에 안았다.

  “말 들어. 지금 나한테 오는 게 정 힘들면 일단 걔부터 정리해. 잘못해 말 나오면 너 정말 큰일 나!”

  “이거 놔, 놓으라구…!”

  울분을 토해내며 그를 밀어내려 몸부림쳤다.

  쉽게 떼어낼 수 없을 것 같았는데, 파악— 저를 옭아매던 답답한 손길이 한순간에 거두어졌다.

  “너 뭐야.”

  건이 와줬다.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제 몫까지 화를 내주었다.

  그런 건을 보면서 고맙단 생각보다 먼저 든 건… 그래선 안 된다, 였다. 둘 중 약자가 누구인지 이수는 명확히 알았다.

  안 그래도 못 잡아 먹어 안달인 우신에게서 그를 떨어뜨려야 한단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 마.”

  이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건이 멈칫했다.

  “놔 줘, 그 사람.”

  뒤를 돌아 이수를 쳐다보는 눈빛이 옅게 흔들렸다.

  “놓으라고 얼른!”

  서이수, 당신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야.

  내가 당신을 위해 무슨 짓을 하든, 늘 이렇게 화를 내잖아.

  정작 화를 내야 할 사람이 누군지 헷갈려 말고 똑바로 봐.

  “얘야.”

  이수에게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던 건의 귓가에 우신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남자가 멱살을 잡았음 한 대 멋지게 후려치는 거야, 앞뒤 안 재고.”

  달콤한 유혹의 말.

  건은 우신을 잡은 두 손을 부르르 떨다, 결국은 놓고 말았다. 그게 이수가 바라던 거였으니까.

  “애들 이렇게 나돌아다니는 거 보니, 이제 돌아가 봐야겠다.”

  흐트러진 옷깃을 여미며 우신은 건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하….” 이수의 앞에 잠시 멈춰 깊은 숨을 내쉬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건은 이수를 바라봤고, 이수 역시 지친 얼굴로 건과 눈을 맞췄다.

  괜찮냐는 물음이 의미가 없다.

  그녀는 지금 괜찮지 않다.

 

 

  * * *

 

 

  촬영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우신이 저를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제가 만든 곡을 소개하고.

  음악을 들어본 뒤 한 번씩 불러보며 파트를 정하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이수는 멀찍이 떨어져 상황을 지켜봤다.

  스피커로 음악이 흘러나오고, 모두가 가사지를 바라볼 때 건의 두 눈은 조용히 이수를 찾았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 사람을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가사 하나, 멜로디 하나… 서이수 생각 안 하며 만든 게 없어.’

  거기까지만 하지. 그럼, 불쌍한 사람… 그러고 동정이라도 했을 텐데.

  노랫말을 들으며 이수는 우신이 조금 전 했던 말을 상기하고 있었다.

  생각이 복잡해지자 그쪽으로 자연히 눈길이 갔다.

  ‘일을 어떻게 복잡하게 할 건데? 왜, 또 로비라도 하려고? 그거 당신 주특기잖아.’

  ‘…못할 것도 없지.’

  그런 말까진 하지 말지. 그러지 말지….

  느껴지는 시선에 우신이 이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그녀가 두 눈을 감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천천히 다시 들어올린 이수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 어두운 얼굴로, 그녀는 쭉 저만 보고 있던 건을 바라봤다.

  걱정 가득한 그를 달래려 짓는 가짜 미소, 괜찮다는 하얀 거짓말.

  그녀의 미소를 따라 지으며 속아 넘어가 준다.

  건아, 나 무서워.

  내 옆에 있다 네가 멀리 나는 법을 잊을까 봐.

  설혹 날개가 꺾여도 괜찮다 말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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