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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열여덟 스물아홉
작가 : 애플타이거
작품등록일 : 2020.9.30

열여덟, 양양, 한여름, 새파란 바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2주간 전부를 나눈 수현과 진호가 11년 후, 청춘의 끝자락에서 재회한다.

 
2.
작성일 : 20-09-30 15:33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6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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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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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 바랜 하얀색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나간 낡은 병원 앞에 택시가 멈춰 선다. 영안실 표지판 앞에 선 수현의 행색이 이제야 제 집을 찾은 모습이다.

 

  사망자 현황판에 이름 ‘양태식’이 덩그러니 쓰여 있다. 덕분에 수현은 헤맬 필요 없이 해맑게 웃고 있는 태식의 영정사진과 마주한다. 조문객이 얼마 없었는지 단상 위에 국화가 몇 개 없다.

 

  수현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향을 피우고 잔을 올린다. 그 사이 무릎에 묻은 하얀 먼지를 털고 일어서서 사진 속에 박제된 태식과 마주한다. 목구멍이 따끔함과 동시에 코끝이 시큰하더니 닦을 새 없이 눈물이 툭 떨어진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

 

  또 눈물이 흐를세라 수현이 세수하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벅벅 문대고 절을 올린다. 그리고 남은 절을 더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힘없이 축 늘어진 어깨가 안쓰럽게 들썩인다. 수현은 결국 절 하나를 남겨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다.

 

  조문객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지 수현의 울음이 더 구슬프게 텅 빈 공간을 지배하는데, 사진 속 태식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수현을 다독인다. 그의 왼쪽 팔뚝에 띠가 한 줄인 상주 완장이 채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직계가족이 아닌 친척이나 지인일 것이다.

 

  “그만하면 됐어. 이제 그만 일어나.”

 

  수현의 정장소매 끝단 밖으로 나온 하와이안셔츠가 축축이 젖어있다. 수현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양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닦아낸 뒤에 감정을 추스르고 몸을 일으켜 세워 영정사진 속 태식을 바라본다.

 

  “밥은?”

 

  태식이 예전 모습 그대로 수현에게 말을 건다.

 

  밥은? 수현을 볼 때마다 태식이 했던 말이다. 인사와 같은 말이기도 했고, 수현의 안색이 안 좋거나 수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마다 태식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더 살갑게 이 말을 건넸었다. 그럴 때마다 수현은 식탁에 앉아 태식이 해준 음식을 먹었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것으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했었다.

 

  조문을 마친 수현이 음식이 차려져 있는 맞은편 방으로 들어가 벽에 등을 대고 앉는다. 얼마나 울었는지 이마를 덮은 머리가 축축하게 젖어있다. 수현이 재킷을 벗어 옆에 두고 직원이 내어준 육개장을 한술 뜬다. 이틀 동안 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많다고 생각한 국그릇이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

 

  “아 병진형님... 덕분에요.”

 

  수현을 다독거렸던 남자가 사람 좋은 얼굴로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수현이 병진의 손을 꼭 잡고 놓질 않는다.

 

  “어째 얼굴이 그렇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하더니, 네 꼴을 보면 틀린 말 같은데?”

 

  “에이~ 형님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중학생이었는데 지금하고 비교하면 안 되죠. 지금 제 나이가 스물아홉인데요.”

 

  “스물아홉? 그럼 도대체 얼마 만에 돌아온 거야? 못난 놈.”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평생 청춘일 것 같았던 병진은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있고, 젖살이 남아있는 얼굴에 군데군데 여드름이 나 있던 수현은 어느새 청춘의 끝자락에 서 있다.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흘러갔는지 두 사람은 서로의 변한 얼굴에서 지나간 세월을 실감하고 있다.

 

  “매정한 놈. 안 그래도 태식이가 너 연락 없다고 얼마나 섭섭해 했는지 알아? 어떻게 찾아오기는커녕 연락 한 번 안 할 수가 있냐? 그런데 죽으니깐 와? 인생이란 게 참 그렇다.”

 

  병진의 말에 수현이 죄스러운 얼굴로 쓴 웃음을 짓는다.

 

  11년 전, 연고도 아는 사람도 없는 서울 행 버스에 올라탔을 때만해도 수현은 자신이 양양에 돌아오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숨을 들이 쉴 때마다 그에게 전부였던 두 사람과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양양은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가기에 적합한 공간이 아녔다. 매 순간 살과 가슴을 에는 고통과 슬픔이 몰아닥치는, 지옥 그 자체로 변질된 이곳을 떠나는 것만이 그나마 남아있는 삶의 의지를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산거야? 복순할매라도 살아계셨으면 네 소식 건너건너 들었을 텐데. 안 계시니 그러지도 못하고. 너 갑자기 떠나고 나서 수강생들이 얼마나 널 찾았는지 알아? 수현쌤 왜 안 오냐, 어디 갔냐, 언제 오냐, 빨리 데리고 와라... 그럴 때마다 태식이 놈은 아~ 저게 다 돈인데 하면서 김수현 이 자식 돌아오면 보쌈을 해서라도 절대 안 놔줄 거라고 술만 마시면 네 얘길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 지 아들보다 좋아하던 네 얼굴도 못 보고...”

 

  “저야 뭐...”

 

  수현은 태식에게 아들 같은 존재였다. 14년 전, 양양에 전혀 연고가 없는 태식이 하조대 부근에 서핑샵을 열었을 때, 외지인이 마을 물 흐린다며 태식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호의적으로 돌려준 것이 수현이었다.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큰 수현은 다부진 체격에 검게 그을린 피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미소를 가진 태식을 아빠처럼 따랐고, 실제로도 닮은 두 사람을 서핑샵에 온 대부분 손님들은 따로 말하지 않으면 부자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호는 어디 갔어요?”

 

  파도 타다가 죽는 게 꿈이라더니 진짜 그 꿈을 이루고 죽었다면서 쓴웃음을 지으며 빈 술잔을 내미는 병진에게 수현이 진즉부터 묻고 싶었던 말을 내뱉는다.

 

  “아 씨. 술맛 확 떨어지네. 그 새끼 얘긴 꺼내지도 마. 핏줄이라고 하나밖에 없는 놈이 지 아빠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지금까지 코빼기도 안 비추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태식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기야 지 아빠를 돈 나오는 ATM기기로만 아는 놈이었으니 말해 뭐해. 어린 나이에 핏덩이 같은 애한테 발목 잡혀서 자기 삶도 없이 돈 버느라 아등바등 살다가 이제 좀 편해질 만하니깐 좋아하는 서핑하다 파도에 휩쓸려서 죽어버리고. 사는 게 왜 이렇게 엿 같냐?”

 

  연거푸 술잔을 비워도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입을 달랠 길이 없는지 병진이 소주를 새로 따서 빈 잔을 채운다.

 

  “형님, 많이 드셨어요.”

 

  수현이 병진의 술잔을 조심스럽게 자신 쪽으로 가져온다.

 

  “그나저나 넌 재수 없게 그 새끼가 허구한 날 입고 다녔던 옷이랑 똑같은 옷을 입고 왔냐?”

 

  “네?”

 

  “네가 지금 입고 있는 그 셔츠!”

 

  당황한 수현과 달리 병진은 당장이라도 수현이 입고 있는 하와이안셔츠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은 얼굴이다.

 

  병진이 말한 대로, 병진의 기억대로, 진호는 양양에 머문 20여일 중 열흘 이상 수현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셔츠를 입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현이 지금 입고 있는 셔츠는 11년 전 진호가 입었던 그 셔츠다.

 

  “그날 내가 그 새끼 싹수를 알아봤잖아.”

 

  “그날이요?”

 

  “복순할매 장례식 날. 지금까지도 장례식장이 그렇게 미어터진 건 본 적이 없어. 조문객 줄이 건물 밖까지 섰었잖아. 그만큼 좋은 어르신이었지. 인정 많고. 그나저나 우리 태식이도 좋은 놈이었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 하기야 자식도 안 찾아오는데 말해 뭐해. 아무튼 그때 철도 씹어 먹을 것처럼 건강했던 어르신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버스 대절해서 온 단체손님도 다 돌려보내고 태식이랑 곰팡이 냄새 나는 검정색 양복 꺼내 입고 혼 나간 얼굴로 빈소로 달려가서 조문 마치고 난 뒤에 마을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얘기하고 있는데 진호새끼가 뺀질뺀질한 얼굴로 슬리퍼 질질 끌고 온 것도 모자라서 백 미터 밖에서도 보일법한 하와이안셔츠를 입고 와서 생글생글 웃다가 갔었잖아. 서핑가려다가 억지로 끌려온 사람마냥. 그럴 거면 아예 오지를 말든가. 괜히 와서 지 아빠 욕이나 먹이고.”

 

  “무슨 오해가...”

 

  “그 새끼 두둔하는 건 태식이 하나로도 충분했으니깐 너까지 수저 얹을 필요 없어. 나한테는 내 친구 등골 빼먹는 싹퉁머리 없는 놈으로만 남아있거든. 태식이가 마을사람들한테 겨우 다져놓은 평판 그 새끼 때문에 다 깎였었잖아. 그때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려. 싸가지 없는 놈. 지금쯤 아무리 잘 됐어도 사기꾼이 다일 거야. 그런 놈은. 뺀질뺀질 해가지고 뭐 하나 제대로 하고 있겠어?”

 

  벽면 한 가운데 걸린 대형거울에 조문객을 기다리는 20개의 텅 빈 상이 씁쓸하게 보이고 그 한 가운데에 연거푸 술잔을 비우는 병진과 술잔을 채워주는 수현의 모습이 청승맞게 비친다. 그나마 쨍한 태양 아래 바다를 연상시키는 수현의 하와이안셔츠가 탁한 분위기를 환기시켜준다.

 

  신도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상주를 찾는 모습에 병진이 술잔을 내려놓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난다.

 

  “또 말없이 사라지지 말고, 천천히 먹고 있어. 모자란 거 있으면 아주머니한테 더 달라 하고. 진짜로 그냥 가면 죽는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있어.”

 

  수현이 대답 대신 빈 술잔을 들어 보인다. 북적이는 조문객에 일일 알바로 고용된 아주머니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말고 부엌으로 들어가 바쁘게 음식을 준비한다. 홀로 남은 수현이 빈 잔에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채운다. 입술이 닿는 부분을 검지로 의미 없이 닦아내다 술잔을 들어 자신을 비추고 있는 거울에게 건넨다.

 

  수현이 애써 입꼬리를 당겨 올린다. 젖살이 빠져 거죽만 남은 살갗이 위로 올라가면서 수현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보인다. 의미 없이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이 부드럽게 꺾인다. 수현의 시선이 그가 입고 있는 하와이안셔츠에 닿는다. 셔츠를 바라보는 수현의 시선이 한없이 애처롭다.

 

  “이렇게 네가 선명한데, 정작 너는 없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환상에 젖어있던 수현이 차가운 현실로 되돌아온다. 홀로 잔을 들고 앉아있는 꼬라지가 영락없이 바보 같은데...

 

  “넌 어떻게 여전히 바보 같냐?”

 

  불현 듯 들이닥친 음성에 수현의 손에 들려있던 잔이 테이블 위로 떨어지고, 산산조각 난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사정없이 튀어 나간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짝 쪼그라든 수현의 동공이 영겁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려는 순간, 누군가 수현의 손을 덥석 잡아 올린다.

 

  “안 다쳤어?”

 

  “괜찮아요.”

 

  다급하게 억지로 빼낸 수현의 손이 유리조각이 널브러져있는 테이블을 쓸어내리며 바닥에 툭 닿는다.

 

  “괜찮아요? 재수 없는 건 여전하네. 아주머니 여기 좀 치워주세요.”

 

  2:8로 멀끔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 진호가 재킷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고 소매단의 단추를 풀어헤쳐 소매를 걷어 올리고 수현을 일으켜 세운다. 수현의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해있다. 할 수만 있다면 땅을 파고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다.

 

  “인사를 꼭 이런 식으로 해야겠냐?”

 

  수현이 11년 동안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다. 혹여나 기억이 왜곡될까봐 의식적으로 아주 가끔씩만 꺼내본 얼굴이 지금 한껏 짜증난 얼굴로 수현을 쳐다보고 있다.

 

  “술도 한 잔 안 먹은 총각이 어쩌다 이렇게 저지레를 해놨데? 저기 선반 아래에 구급상자 있으니깐 그걸로 대충 어떻게 해봐요.”

 

  아주머니가 빈소 입구까지 튄 유리조각을 비질하며 진호에게 선반 쪽을 눈으로 가리킨다.

 

  “죄송합니다.”

 

  “야 죄송하다는 얘긴 나한테 먼저 하는 게 맞지 않냐? 이 셔츠가 얼만 줄 알아? 사람은 안 변한다고 하더니 예나 지금이나 남의 옷 망가뜨리고 쌩까는 건 똑같네.”

 

  수현이 자신의 손등에 남아있는 피를 보란 듯이 진호의 흰 셔츠에 닦아내고, 아주머니에게 빗자루를 넘겨받아 남은 유리조각을 쓸어낸다.

 

  “오빠 여기.”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수현이 비질을 멈추고 처음으로 진호 쪽을 바라본다.

 

  “이제야 아는 척 해주냐? 바닥 구멍 날 정도니깐 그만 쓸고 이리 와서 앉아. 여름이라 소독 제대로 안하면 곪아.”

 

  능숙하게 거즈에 소독약을 적시는 진호 옆에 탄성이 나올 정도의 미모를 가진 민희가 앉아있다.

 

  “우리 오빠가 이렇게 생겼어도 강남에서 알아주는 성형외과의예요. 제 얼굴 보면 어느 정돈지 굳이 말 안 해도 알 것 같죠? 엄마가 날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사람이라면, 오빤 날 창조해준 신 같은 존재예요.”

 

  “괜한 소리 그만하고 나가서 빨간색 소독약 좀 사다 줘.”

 

  “하루라도 안 시켜먹으면 입에 가시가 돋지?”

 

  민희가 김 샌 얼굴로 새침하게 일어서서 10cm는 족히 넘는 구두를 신다말고 흥미로운 얼굴로 수현을 뒤돌아본다.

 

  “혹시 그쪽이 김수현이에요?”

 

  “네.”

 

  “음... 그렇구나?”

 

  퉁명스런 수현의 대답을 민희가 천천히 곱씹는다. 뭔가 알 듯 말 듯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직도 안 갔어?”

 

  민희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기라도 하듯 진호가 냉랭하게 민희의 입을 막아버린다. 또각또각 민희의 구두소리가 멀어질 때쯤, 뒷정리를 마무리 한 수현이 자신의 재킷을 챙겨 빈소 입구에 서서 구두에 발을 우겨넣는다.

 

  “그 셔츠 아직도 갖고 있었네?”

 

  “설마.”

 

  수현이 당황한 기색 없이 진호를 빤히 쳐다본다.

 

  “이런 게 한두 개 일리 없잖아.”

 

  “그래? 그럼 다행이고. 미안할 뻔 했잖아.”

 

  진호가 흥미 잃은 얼굴로 소독약에 적신 거즈를 뒤적이다가 단숨에 수현 앞으로 다가와서 수현의 손목을 잡아 쥔다.

 

  “너 땡 잡은 줄 알아. 나한테 치료받으려면 적어도 한 달은 기다려야 돼. 비싼 건 당연하고.”

 

  수현이 손을 잡아 빼보지만, 진호의 악력을 당할 수가 없다. 진호가 수현의 손등을 닦아내는 동안 둘 사이에 더 이상의 대화나 신경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저씨 섭섭하게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네가 와 있을 거란 걸 알았으니깐.”

 

  진호가 수현의 손등에 박힌 유리를 빼내는 동안 수현이 곁눈으로 진호의 얼굴을 살펴본다.

 

  왁스로 고정시킨 머리 사이로 삐져나온 자연스럽게 웨이브 진 머리카락, 밝은 갈색눈동자, 쌍까풀 진 큰 눈, 부드러운 콧날, 살짝 벌어진 핑크빛 입술, 새하얀 피부...

 

  그대로다. 진호만은 11년 전 그대로 남아있다. 그리고 진호의 입술 옆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상처가 수현을 절로 11년 전 그때로 돌아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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