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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그는 나의 첫사랑
작성일 : 20-09-30 14:25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3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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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

 

 

  스물둘, 바람에 흔들려 서로 부딪치는 나뭇잎 소리가 꼭 빗소리 같았던 날.

  나는 그를 만났다.

  뭣도 모르고 가입한 작곡 동아리, 문을 열고 들어가 처음 시선을 맞췄던.

  투박하게 깎은 연필 한 자루로 하얀 오선지 위에 저만의 세상을 그리던.

  스물둘의 나에겐 그저 환상이자 낭만이었던, 그런 사람이었다.

  ‘안 돼, 보지 마. 보지 말라니까?’

  ‘왜, 잘했는데. 이걸로 동요대회 나가면 1등 하겠다, 우리 이수.’

  ‘아, 정말…!’

  학부 때부터 프로 작곡가로 이름을 올린 그의 작업실은, 깨끗한 침대 하나말곤 모두 악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털썩—

  ‘…짓궂어.’

  ‘모르는구나. 너 골내는 거 좋아하는 악취미 있어, 나.’

  자잘한 입맞춤과 부드러운 손길, 장난스런 애태움에 복수하던 집요함.

  사랑의 유효기간이 다하기 전까지 우린, 열렬했다. 달콤했다. 행복했다.

  ‘자기 여자친구 있다면서.’

  ‘근데.’

  ‘근데 이래도 돼?’

  나의 사랑은 더 이상 그에게 어떠한 영감도 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겉돌았다. 새로운 뮤즈가 필요했다.

  그게, 다른 여잘 품에 안아도 될 명분이 되었다. 대단하신 명분, 하… 대단하신 예술가.

  ‘뭔가 착각하나 본데, 이수 자리 넘볼 생각 마.’

  나는 이해했다. 이해하려 죽도록 노력했다.

  ‘그 앤… 너랑 달라.’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제 말이 내게 전해질 걸 알고 있었던 건지, 글쎄 잘 모르겠다.

  그치만 그 말 때문에 난… 그의 마음 어딘가, 다른 이들은 열 수 없는 문 너머에 내가 있을 거라 믿었다.

  그 믿음에, 발등이 찍혔다. 그 믿음이, 내 심장을 할퀴고 무자비하게 난도질했다.

 

  ‘여기… 뭐야?’

  작업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던 그를 만나러 가기 위해 교환학생을 신청했었다.

  음악을 위해 정조 따위 버린 지 오래인 사람, 감시할 목적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파티에 가자며 예쁘게 하고 오라던 그의 말에 설렜다.

  나는 어렸고, 순수했고, 빌어먹을… 멍청했다.

  ‘괜찮아, 여기선 이상한 거 아니야.’

  눈이 파란 사람, 덩치가 산만한 사람, 그래서 낯선 사람, 낯설어 무서운 사람들이 저마다 하얀 입김을 뿜어대고 있는 곳.

  ‘얘야? …예쁘네.’

  그곳에서 그는. 음악을 팔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불쌍한 장사치였다.

  내게 와닿는. 낯선 이의 더러운 시선, 기분 나쁜 웃음을 그는 못 본 척했다. 철저히 외면했다.

  촤악—

  그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남자의 얼굴에 끈적한 액체를 끼얹고, 나는 도망치듯 그 자릴 벗어났다.

  ‘이수야, 서이수…!’

  뒤따라 나온 그에게 여지없이 잡혔고, 파티장 안으로 끄는 힘에 헛웃음이 났다.

  ‘나 왜 잡아.’

  ‘이렇게 가면….’

  ‘내 이름 왜 부르는데, 나더러 뭘 어떡하라고…!’

  그는 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달래주지 않을까. 성공에 눈이 멀어, 욕심이 지나쳐 잠깐 미쳤었다, 고해성살 하진 않을까.

  ‘어떡하라고, 이 나쁜 자식아…!’

  그 순간까지도 나는, 미련하게도 나는, 그를 기다렸다.

  ‘네가 어떻게 이래, 나한테 어떻게!’

  ‘내 음악 위해서라면 나…! 영혼이라도 팔 수 있어.’

  끝까지, 미안하단 말 한 마디가 없었다.

  —How is it you have the right to destroy my life?

  그는 나의 첫사랑,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단 잔인한 운명이었다.

 

 

  * * *

 

 

  “야, 서이수. 너 왜 그래. 둘이… 아는 사이야?”

  눈시울을 붉히고 우신을 노려보듯 매섭게 쳐다보고 있는 이수에게 대성이 물었다.

  “…학교 후배예요. 많이 아끼던.”

  그 뜨거운 시선을 여유롭게 받아내며 우신은 대신 답을 건넸다.

  “다행이다, 나 아직도 미워하고 있어서.”

  주먹을 꼭 쥔 이수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그렁그렁 차오르는 눈물은 무엇의 아픔으로 인한 것일까.

  지금, 깊숙이 패인 살갗보다 더 고통스러운 곳이 어딜까.

  “아무것도 안 남아 있음 어떡하나, 걱정했어. 내가….”

  눈물이 뚝 떨어져 볼을 타고 흐르기 직전, 이수는 차갑게 그를 지나쳐 녹음실 밖으로 나갔다.

  콰앙! 문 닫는 소리 뒤로 우신의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저 잠깐.”

  끄덕임 몇 번으로 알겠단 뜻을 전한 대성에게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우신 역시 녹음실을 나섰다.

  “무슨 일이야, 대체….”

  두 사람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대성은 작게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저 멀리, 건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수가 떠난 자릴 응시하고 있었다.

  밖에서 만날 두 사람에게 아무 일도 없길 바라기엔, 방금 전 그들을 감싸던 공기가 너무도 탁했다.

  “…이우신.”

  건은 우신의 이름을 읊조리며 턱을 꽉 조였다.

 

 

  * * *

 

 

  “하… 하….”

  어느 비어 있는 부스에 들어가 씩씩거리고 있는 이수의 뒷모습이 어딘가 안쓰럽다.

  울 거 없어. 왜 울어, 바보같이.

  그녀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훔쳤다.

  물기를 닦아내는 손에 힘이 들어가 볼이며, 눈두덩이며 붉게 물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때….

  “서이수.”

  우신이 안으로 들어왔다.

  “나 좀 봐. 응?”

  못 볼 것도 없지. 마음을 다잡으며 이수는 그에게 얼굴을 보여주었다.

  “나 아직도… 널 울리는 사람인 거구나.”

  “그래서, 좋니?”

  “응… 좋은데, 그럼 안 되나?”

  “하, 기막혀.” 작게 낸 입바람 소리에 노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

  “너 만나고 싶어서… 없는 시간 내, 이 곡 맡았어. 빠듯하게 작업하느라 며칠 밤샜다.”

  “…원하는 말이 고맙다야, 미안해야. 골라 봐, 입맛에 맞는 걸로.”

  그녀는 퉁명스런 어조로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 가을의 낙엽처럼 바라보는 눈빛이 건조했다.

  “미안해, 고마워는 내가 너한테 빚진 거고. 진짜 원하는 말은… 다른 거야.”

  몇 년을 못 봤는데, 마치 어제 만나 헤어진 사람같이 굴다니. 이우신 특유의 여유로움이 그녀는 싫었다. 끔찍했다. 절망적인 피로감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 * *

 

 

  어디 있어, 서이수.

  우신이 없는 마당에 촬영을 진행할 순 없었다.

  두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녹음실에 가만 있으라던 대성의 말을 어기고, 건은 화장실 가는 척 밖으로 나와 이수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이거 놔, 놓으라구…!”

  “이수야….”

  우신에게 억지로 안겨, 그 품에서 빠져 나오려 발버둥 치고 있는 그녈 발견했다.

  팍—

  문을 박차고 들어가 건은 우신의 멱살을 잡고 그를 벽으로 힘껏 밀쳤다.

  순간 숨이 턱 막힌 우신이 윽! 짧은 신음을 흘렸다.

  “건아….”

  놀란 이수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선 채 근거리에서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너 뭐야.”

  사나운 짐승의 눈을 한 건이 어두운 목소리로 다그쳤다.

  “너 뭐야,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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