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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마귀 사냥꾼
작가 : 아미엘
작품등록일 : 2020.9.22

 
걱정하지 마세요, 비극은 남의 일이니까요 2
작성일 : 20-09-30 10:18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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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는 검정고시 준비로 바빴다. 건강해지고 나서 졸업증은 필요할 거라고 해서 중학교 검정고시를 봤고, 이제는 고등학교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원을 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S가 말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검정고시는 혼자서 해도 돼.”

 라고 말했다. 물론 거기에는 S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마음이 컸다. S가 눈치챘을 텐데도 굳이 반대하지 않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불안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마귀인 남자가 약속을 어길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다시 몸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반대할 가능성이 컸다. 문제집을 사다 주고 공부를 하라고 했다.

  그래도 가끔은 쉬라면서 용돈을 주었다.

  “집에만 있을 건데 용돈 안 줘도 돼.”

 라고 말했다. 그러자

  “언니가 그 정도 능력도 안 된다고 생각해?”

 라고 물었다.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기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 H에게 S는

  “아무것도 아니야.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행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미안했다. H는 대답하지 않았다.

  범인이 잡힌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다행히 누군지는 모를 익명의 신고가 들어왔다. 근처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들이 갑자기 들이닥쳤고, 범인을 잡아갔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다들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러기엔 그는 평범했다. 물론 평범하다는 것이 어떤 것이냐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테지만. 40대의 평범한 가장. 회사에선 능력 있는 중역에 존경받는 상사, 인정받는 부하직원. 가족들 사이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졸업할 때까지 줄곧 장학금을 받은 맏딸, 선도부로 활동하면서도 친구들과 선후배 사이에 인기가 많았던 작은 딸, 당연히 처음엔 그갑 법인일 리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라던가,

  “그런 사람이 사람을 죽일 리 없어요.”라고. 물론 수사관들은 증거를 보여줬다. 하나 둘 나오는 증거는 그가 범인이라는 걸 증명했다. 범인과 변호사만이 그 말에 반발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직 재판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범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으리라. 정확히 그는 용의자였다. 그렇지만 경찰에 체포되고 검사에 기소된 순간 그는 범인이라고 인정되었다.

  그의 집에서는 피해자들의 물건이 발견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부정하는 듯했다.

  “도대체 신고한 사람이 누굽니까?”

 라고 묻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신고자 덕분에 범인이 잡힌 것이었다. 재판장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살인자에 대한 호기심인지, 피해자에 대한 동정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언론에서 관심을 기울였다. 사이코패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자는 감탄하며 말했다.

  “세상에 저렇게 전문가가 많다니. 저렇게 많은 전문가가 있는데도 범죄가 사라지지 못한다는 게 흥미롭지 않아?”

 라고 말했다. N은 그만큼 마귀가 많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그렇겠지? 살인을 하는 건 사람이 아니니까.”

 라고 말했다.

  범인이 잡혔다는 기사를 보던 시각 N은 버스 안에 있었다. 연쇄살인범이 적어도 N에게는 고맙기도 했다.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벌써 잊히긴 했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관심마저도 연쇄살인범이 가져갔다. 드디어 범인이 잡혔다는 말이 버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순간에도 관심은 없었다. N은 피해자도, 유가족도 아니었다. 자신의 문제만을 생각하기에도 피곤한데 남의 일까지 신경을 쓰는 것도 피곤했다. 그런데 이렇게 재판장까지 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에서 현장 검증하는 장면을 봤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는 살인을 재연하는 모습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 연기자의 모습처럼 침착했다. 주위의 사람들의 큰 소리가 들렸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기라는 소리도 들렸다. 유가족으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죽은 피해자를 살려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범인은 역시나 뻔뻔했다. 다들 보는 자리에서도 태연하게 자신의 살인을 합리화하기에 바빴다. 정확히는 피해자를 조롱하고 비난했다. 때때로 유가족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분노했다. 저런 새끼들은 굳이 인권을 왜 지켜줘야 하느냐고 비난했다.

  누군가가 저런 인간 차라리 마귀에게라도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자신도 마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가능할 수도 있으리라. 그 사실이 많이 씁쓸했다. 남자도 그런 생각에서 자신을 불렀다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자신을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자는 명희의 어머니를 만났다고 했다. 그녀는 범인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N은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라고 물었다. 그 말에

  “사람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거야?”

 라고 물었다. 잠깐 그렇구나 싶었다. 그 역시 마귀가 아닌가. 사람은 사람을 죽이지 않지만, 마귀는 사람을 죽인다. 그러니 문제 될 게 없을 것이었다. 유죄라는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찾아왔느냐고 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마귀가 불가능하겠느냐고 했다. 애당초 건강했던 사람의 심장을 수술 없이 꺼낸 것이 사람이라면 가능할 리 없었다. 다만 많은 사람이 N을 봤다는 증언 덕분에 다들 그렇게 믿는 눈치였다.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잠깐 시간이 멈추는 듯했다. 남자는 용의자 아니 범인에게 갔고 조용히 말했다. 다들 죽기를 바라니 죽어줬으면 좋겠고 했다. 죽기 직전 범인의 표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 순간 자체가 다 기억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지만 순간적으로 눈동자가 투명하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래선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었다. 다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범인이 죽었다는 기사를 봤다. 다들 보는 곳에서 갑자기 죽었다. 마귀라는 건 이런 면에선 유리했다. 사람이었다면 그런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은 그 사람들 보는 곳에서 범인을 N이 죽였다는 것이다. 기사를 통해서 혹은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들을 통해서 증명됐다. 그 기사의 댓글에 그런 살인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동시에 그런 살인을 옹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N을 칭송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많았다. 그 사실에 N은 놀랐다. 남자는 그런 N에게 말했다. 괜찮다고. 어차피 유가족들이 원했던 일이니까.

  명희의 어머니가 연락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자가 연락할 수 있게 도와준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러고는 사례를 하고 싶다고 했다. N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명희의 어머니는 언제든 사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으면서 말했다. 정말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남자가 낄낄거리면서 말했다. 사람이란 이상한 동물이라고.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은 마귀라고 비난하면서 사람을 죽인 마귀는 칭송하다니 이상하다고. 사실 N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누구를 죽이느냐에 따라 살인자가 아니라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일까? 물론 그런 반응도 어느 순간 사라질 거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아무튼 대다수의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만큼 죽은 범인이 사람들에게 증오를 받았다는 것이리라.

  어차피 그는 유죄였다. 당사자는 억울하다며 항소를 할 거라고 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는 죽었으니 불가능해졌지만. 누가 그를 대신해서 항소하겠는가. 그는 분명 살인자였다. 증거가 그렇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한 기자가 그의 집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녀 아내의 직장이나 자녀들의 학교에도 찾아갔으나 거기서도 알지 못했다. 하기야 도망가면서 알려주고 갈 리가 있겠는가. 인터넷에선 그들의 직장과 학교에 대해서 이미 올라온 상태였다. 짐이나 가방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떠난 모양이었다. 뭐 요즘 세상은 돈만 있으면 되는 세상이니까. 이웃들이나 지인들도 모르는 눈치였다.

  H는 처음으로 범인의 가족이 살던 동네에 갔다.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에선 벌써 그의 가족에 대한 정보라는 것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에 오는 것을 S가 알았다면 반대했을 것이다. 그가 살았다는 집 주위로 낙서가 있었다. 유리창은 깨진 채였다. 마치 폐허로 변한 상태였다. 기자들이 몇 다녀갔다고 했다. 이런 곳에서 살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S는 왜 Y를 죽이게 됐을까? 아무리 마귀의 유혹이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은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자기 탓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사실이 괴로웠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언니가 살인자가 되는 게 괴로운 것인지, 아니면 원인이 자기라는 것 때문이었는지 헛갈렸다.

  S가 Y를 죽이기 전의 그녀라면 어쩌면 저들과 같이 범인의 가족을 욕했을까? 순간 휴대폰의 모바일 메신저 알람이 울렸다. 범인의 죽음에 대해서 들었느냐고 묻고는 명희의 어머니가 원하던 일이라는 내용이었다. 역시 마귀는 대단했다. 언니에게 연락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대단한 놈이었다.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는 했으나 이렇게 친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건 분명 남자 외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S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뭐 왜 그런 메신저를 받았느냐.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느냐는 등 많은 잔소리를 들어야 할 테지. 남자와의 관계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명희 어머니도 원했다는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명희의 어머니가 마귀와 거래라도 했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될 것이었다. 그것이 분명 비난을 받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는 살인자니까. 하나뿐인 딸이 죽었는데 범인이 죽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할 수 있었다.

  연쇄살인으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 가족이 생겼다. 그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가족이 상처를 받았다. 바로 범인의 가족이었다. 범인의 범죄로 과연 그들이 상처를 받아야 하냐고 물을 권리가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H역시 어떤 면에서는 살인자의 가족이었으니까. 인간과 마귀, 마귀와 인간,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직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쩐지 갑갑해졌다. 명희의 어머니를 신고하는 것이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자신이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만일 S가 잔인하게 죽어가는 사실을 알았으면 과연 그 범인을 용서할 수 있을까? 잔인하게 죽길 바라지 않을 용기가 있을까? 용서하라고 하는 것도 어쩌면 H 스스로가 살인자의 가족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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