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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그리고 그녀의 비밀
작가 : 로투스틸
작품등록일 : 2020.9.29

그의 비밀, 마지막 숨을 다 하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었다. 덮어두었던 누군가의 마음이, 그의 비밀을 들춰낼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이 비밀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너는, 괜찮니~~~~

그녀의 비밀, 약속을 했다. 죽을 때까지 지키겠노라고. 새로운 빛을 만나고, 새롭게 시작된 생에 충실하겠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 비밀이 탄로날 위기가 찾아 왔다. 이제, 이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할 지, 어떻게 비밀과 스스로 마주해야할지 고민해야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 새빛아~

그리고, 새빛~
우주가 흔들리고 있어. 이 비밀 때문에......

 
[제 20 화] 안나도, 훈도, 후우~
작성일 : 20-09-30 04:35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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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실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다.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회장실을 드나들면서 이렇게 무거운 마음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업무로 들를 때도, 사적으로 들를 때도, 늘 옆 방 친구에게 가듯, 가뿐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다.

 - 입을 다물어 줄 훈도 아니고······.

 훈은 그랬다. 입도 무거웠고, 업무도 꼼꼼하게 잘 처리했지만, 미스터 강과 관계된 일만큼은 여지가 없었다. 미스터 강의 말이 곧 법이었고, 이유도 근거도 필요 없었다. 그냥, 미스터 강이 ‘말만 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훈에게는.

 “박실장님한테,···· 이야기 했어?”

 회장실로 나서기 전에, 훈에게 물어 봤다. 훈이 안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뭘 묻냐는 거지? 회장님 귀에도 들어갔겠지? 당연히?”

 훈이 입술을 한 번 말았다 편다. 대답하기 곤란한 경우에 하는 행동이었다. 입은 무거웠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안나도 훈을 믿고 함께 움직인 것이기는 했다. 훈을 한 번 더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좀 서운하고 야속한 것도 사실이었다.

 “훈아~.”

 안나가 목소리에 정을 담아 부른다. 훈도, 눈을 껌벅이며 안나를 바라본다. 훈의 표정을 바라보며 안나는 한숨을 한 번 깊이 내쉰다.

 “너랑 나랑 같이 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 올해를 넘기면 10년이 되거든.”

 “······”

 “혹시, 내가 못 되게 굴거나, 섭섭하게 한 적이 있을까?”

 안나의 질문이 예상에서 벗어난 듯, 훈의 표정이 흔들린다.

 “혹시라도, 그런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 아닙, 없습니다.”

 훈이 당황한 듯, 말이 꼬인다. 안나는 그런 훈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덩치만 크지, 아직은 어린 티가 났다.

 “당황하기는·····.”

 “······”

 “그냥, 이번에 한 번쯤은, 회장님 말고, 나를 생각해서, 한 번만 모른 척 해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나의 속내에 훈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런 훈의 눈빛에 안나의 마음도 알 수 없는 요동으로 흔들린다.

 “어떤 것이, 실장님을 위한 건지······.”

 훈이 무겁게 입을 뗀다. 안나가 훈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훈의 말도 맞는 말이었다.

 “훗, 그러네, 어떤 게 나를 위한 건지, 훗,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 너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또 웃긴다, 그치?”

 안나의 말에 훈이 고개를 숙인다.

 “고개 숙이지 마. 니 잘못 아니야.”

 예전에, 미스터 강이 그렇게 말했었다.

 - 안나야, 고개 숙이지 마, 니 잘못 아니야.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쇼를 해도, 가수가 계약을 위반해서 광고주에게 수억의 위약금을 물어주는 일이 생겨도, 미스터 강은 늘 그렇게 말해주었다.

 - 고개 숙이지 마, 니 잘못이 아니야.

 “훗~”

 안나는 저도 모르게 쿡, 웃음이 났다. 어느 새, 조금씩 닮아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그냥, 그냥, 한 번쯤 니가 내 편이었으면 좋았겠다, 그런 섭한 마음이 드네~”

 “죄송합니다.”

 “뭐, 딱히 죄송할 것도 아냐. 훈이 회장님께 어떤 마음인지 내가 아는데, 그것도 모르면, 내가 좋은 상사가 아니지~”

 안나의 말에 훈의 표정이 조금 풀어진다.

 “회장님이, 훈을 처음 나한테 보냈을 때, 그 때 기억나?”

 안나의 말에, 훈이 눈빛이 흔들리며 고개를 한 번 떨군다. 어쩔 수 없이, 몸에 밴 주눅이다. 아무리 극진히 아껴도, 유년기에 몸에 익숙해진 주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또 고개 숙인다. 고개 숙일 일 아니야.”

 안나의 말에, 훈은 고개를 들고 어깨를 한 번 편다. 그 모습이 귀엽다.

 “그래~ 그렇게 고개를 들고, 어깨 죽~ 펴고~! 그래야, 나도 지키고, 회장님도 지키지~!”

 안나의 말에 훈이 씩~ 웃는 표정을 짓는다.

 “회장님에 비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 괜찮은 상사 아냐?”

 “······”

 훈이, 대답 대신 웃음으로 대답해 준다. 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활짝 웃는 것도 잘 모르는 훈이다.

 “니가 있어서, 든든해. 그래도, 회장님 몰래는, 안 되는 거지?”

 “죄송합니다.”

 훈이 한 번 더, 고개를 숙인다.

 “고개 숙이지 마. 괜찮아.”

 안나는 훈의 어깨를 한 번 다독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제 회장실에 가야했다. 부르셨으니까. 훈이 뒤따른다. 두 발짝 정도 앞서 걷던 안나가 순식간에 뒤를 돌아 훈의 코 앞에 얼굴은 댄다. 훈이 당황한다.

 “훈아~! 나 짤리면 어떻하지?”

 안나의 말에 훈이 더 당황한다. 안나의 얼굴이 정말, 훈의 코 앞에 다다랐다. 훈이 저도 모르게 눈을 굴린다.

 “훗~! 당황한다~!”

 “실, 실장님~”

 훈의 당황하는 모습에, 긴장이 풀어져 훈의 어깨를 다시 한 번 툭툭 친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다.

 “놀라지 마. 나도 긴장한 거야. 너도 알지?”

 “·······”

 “대답을 하면 얼마나 이쁠까~”

 훈이 고개를 숙이려는 찰나,

 “고개 숙이지 말라고~”

 안나가 훈의 턱을 지탱한다. 훈은 한 번 더 당황한다.

 “회장님이 알려 주신 거야.”

 “?”

 “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회장님이 해주신 말이었어. ‘안나야, 고개 숙이지 마, 니 잘못이 아니야.’”

 “아~”

 “나도 그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이런 마음이었나 봐~”

 훈의 어깨를 한 번 더 토닥하며 돌아서 걸음을 옮기며 안나는 생각한다.

 -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뒤를 따라 걷는 훈도 생각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 보고 하지 않는 게 좋았을까.

 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지옥에서 저를 건져준 건, 미스터 강이었다. 말 그대로 ‘구원’이었다. 그 말 밖에는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건져준 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져 올려, 천국에 데려다줬다, 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훈에게 미스터 강은,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 또한 당황스러운 훈이었다.

 안나의 사무실은 17층에, 회장실은 지하 1층에 있었다. 안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연신 심호흡을 하지만, 두근대는 맥박이 진정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앞을 서성인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훈이 버튼을 눌러 대기한다. 훈의 그런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기도 하다.

 “내가 말이야, 혹시, 혹시 말야, 짤려도, 너~ 이렇게 엘베 잡아줘야 한다~”

 안나는 말을 하면서도 이게 무슨 말이지 싶었다.

 “네~”

 놀라운 건,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에, 훈이 대답을 한다. 훈의 대답에 안나는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훈이 함께 타려고 하자, 손으로 막는다.

 “아니~! 혼자 갈게.”

 안나의 말과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다. 훈은,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 내가, 왜 이러는 거지?

 훈은, 제 마음도 가늠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 당황스러웠다.

 

 회장실 앞에 선 안나는, 심호흡을 한다. 훈에게 서운한 감정은, 그냥 서운한 것일 뿐, 다른 뜻은 없다. 누구보다도 훈의 마음을 잘 안다. 저도 얼마나 안달했을지 안 봐도 보인다. 맘 좋은(물론, 안나 스스로 한 생각이지만) 상사와, 제 인생을 구원해 준 아버지 같은 미스터 강 사이에서,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곤란했을지······.

 이제부터, 미스터 강과 겪어야 할 일들은, 오롯이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지난 시간 동안, 늘 그렇게 두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니까. 그 마음에, 단단히 박혀 있는 존재라고 하니까. 그렇게 그 자리를 나름 지켜주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 이 때에는 더 이상 지켜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래서~. 이유나 알아야 마음이 후련할 것 같다. 누군지나 알아야, 알아서, 선뜻 물러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지금, 이 순간, 부딪혀야 했다.

 

 똑, 똑, 똑.

 

 심호흡을 내뱉은 뒤, 회장실 문을 두들겼다.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평사시라면, 화답 소리를 듣지 않아도 문을 열고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1초라도 천천히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한 번 더 두들긴다.

 

 똑, 똑, 똑

 

 큰 숨을 한 번 내 쉬는 찰나,

 - 들어오세요~

 익숙한 박실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나는, 한 번 더 심호흡을 하고, 회장실 문의 손잡이를 힘주어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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