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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그리고 그녀의 비밀
작가 : 로투스틸
작품등록일 : 2020.9.29

그의 비밀, 마지막 숨을 다 하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었다. 덮어두었던 누군가의 마음이, 그의 비밀을 들춰낼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이 비밀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너는, 괜찮니~~~~

그녀의 비밀, 약속을 했다. 죽을 때까지 지키겠노라고. 새로운 빛을 만나고, 새롭게 시작된 생에 충실하겠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 비밀이 탄로날 위기가 찾아 왔다. 이제, 이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할 지, 어떻게 비밀과 스스로 마주해야할지 고민해야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 새빛아~

그리고, 새빛~
우주가 흔들리고 있어. 이 비밀 때문에......

 
[제 12 화] 검은 외제차
작성일 : 20-09-30 04:16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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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짐작이 가는 게 있어서 말이야~.”

 박실장은, 미스터 강에게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떠올랐다.

 

 몇 년 전 쯤, 안나가 박실장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정실장이 어쩐 일로?”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알아야겠다고요~!”

 이미 취할 대로 취한 만취 상태였다. 박실장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무처럼 서서, 인상을 쓰고 있는 훈에게 무슨 일이냐 눈짓으로 물었지만, 훈도 고개만 저을 뿐 대답하지 못했다. 제 걸음도 어쩌지 못하고 휘청 휘청 했다. 보다 못한 훈이 부축하지만, 곧 뿌리친다.

 “놔~, 아무렇지도 않다고~!”

 “정실장~ 많이 취했는데~”

 “그래서, 상종도 안 해 주실라고요?!”

 있는대로 마음이 꼬인 모양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날이 서 있었다.

 “이 밤에, 나를 찾아온 이유가······.”

 “박실장니임~!.”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부여잡는 게 눈에 보였다. 곁에 선 훈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도 보였다. 박실장은, 안나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정실장~!”

 “그렇게 무섭게~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안나의 말에 박실장이 멈칫한다. 자기도 모르게, 안나를 어린 사람으로 대한 건 아닌지, 걱정한다.

 “에이~ 또! 거기서 멈칫하신다.”

 혀가 꼬일대로 꼬인 안나가 박실장을 책하듯이 말한다.

 “박실장님의 문제는 그거예요~ 선을 안 넘으신다니까~”

 안나가,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돌아서 가던 안나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정실장, 많이 취했어요~ 어서 들어가요.”

 “실장님~, 박실장니임~~~”

 “말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정색하는 박실장에 안나가 만취한 상태에도 멈칫한다. 그러더니 곧,

 “회장님은 왜 그러신대요?”

 안나의 입에서 나온 말에 박실장은 당황했다. 미스터 강이라니~.

 “무슨······.”

 “박실장님은 아시죠?”

 “······.”

 “회장님 가슴에 박힌, 그, 그 한 사람~.”

 순간, 박실장은 당황했다. 도대체 무얼 알고 자기를 찾아온 건지.

 “그, 무슨~”

 “에이~ 박실장님은 아시믄서~”

 “······.”

 “제가요~, 꽤 이쁘거든요?”

 사실 안나의 미모는, 어디에 있는 눈에 확 띌 정도로 수려했다. 그걸 모르는 박실장도, 훈도 아니다. 안나는, 당황하는 박실장과 훈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근데요~~~~, 회장님 눈에는 똥으로 보이나 봐요.”

 “그럴리가~”

 “제가요~~~, 일도 꽤~~ 잘~~ 하거든요.”

 “그럼~!, 정실장 업무 능력이야, 온 세상이 다 알지~”

 진심인지, 주사인지 모를 상황이 이어지자, 박실장은 어서 빨리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눈으로는 훈에게, 데리고 갈 준비를 하라고 하면서도, 안나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근데요~!!!!! 회장님만 그걸 몰라준다구욧!”

 “그럴리가~ 회장님이야말로 정실장이 얼마나 훌륭한 인재인 줄 아시는 분인 걸.”

 “아니요~!!!! 인재 말고요~!!!!!”

 “·······.”

 “회장님, 가슴에 박힌, 그 사람 때문에~~~ 내가,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안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곤, 곧 잠이 들었는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날, 안나가 박실장을 찾아온 일을 미스터 강에게 보고 하지 않았다. 안나가 한 말 또한, 전하지 않았다. 그냥, 개인적인 일이라고 애써 생각했다. 다음 날, 안나를 만났을 때, 안나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묻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미스터 강이 알아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짐작 가시는 거라면~~~~?”

 박실장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정실장이 만나는 남자가 있나?”

 “그건~ 잘~”

 “훈이에게서 들은 것도 없고?”

 “따로 들은 건 없습니다.”

 “그래~, 그래~”

 미스터 강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체념 섞인 고개를 끄덕인다. 미스터 강의 행동에서, 박실장이 우려하는 것을, 이미 미스터 강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정실장을 막을 방법을 좀, 생각해 봐~”

 “있을까요? 방법이?”

 “그래도··· 찾아봐야지~.”

 “하지만······.”

 “이제 좀, 살만하지 않겠어? 그 아이? 사람답게~~.

 “언제까지······.”

 “그래, 그게 문제야~ 언제까지~”

 미스터 강이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박실장도 그 마음을 아는지, 그저 입을 다물고 먼 산을 바라본다.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마땅히 해답이 없는 문제였다. 안나가 스스로 멈추기를 바라야 할 뿐.

 “난 말이지~”

 미스터 강이 무거운 입을 뗀다.

 “그 아이가, 제 아버지를 만나러 갈 용기가 생길 때, 그 때까지만.”

 

 “아~~~ 늦었잖아~!!!”

 새빛이 목소리에, 새빛이 엄마도 제경도 벌떡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새빛이 엄마는 정면 벽에 붙은 시계를 본다. 6시 37분. 새빛이 등교 시간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다시 누우려는 찰나~!

 “늦엇다고~!!!!”

 새빛이의 목소리에 거실에서 울린다. 눈도 못 뜬 상태로, 거실로 나오니, 이미 나갈 준비를 마친 새빛이 서 있다. 새빛이 모습에, 잠이 확 깬다.

 “뭐, 뭐야~? 아직 6시 40분도 안 됐는데?”

 “뭐야~ 도대체 나한테 관심은 있어?”

 새빛이 물병에 물을 담으며 퉁명하게 말한다. 괜히 머쓱해진 새빛이 엄마가 물통을 받아들며 잡는다.

 “무슨, 소리야~~”

 “나 요즘에, 윤지 운동한다고 해서 새벽에 일찍 나가잖아~!!!!”

 “아~ 맞다~!”

 그제야, 새빛이 엄마는, 얼마 전에 새빛이 해 준 말이 생각났다. 연예인을 꿈꾸는 윤지의 오디션을 위해 다이어트 도전 중, 그래서 학교에 가기 전인 새벽 시간에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 중, 이라고 했던 말이. 새빛이 엄마에게 눈을 흘기며, 물병을 받아 들고 신발을 신는다.

 “미안해~~~”

 새빛이 엄마는 또, 괜시리 새빛이한테 약해진다. 새빛이는 엄마가 저렇게 나올 것을 알면서도 괜시리 더 퉁명스럽게 군다.

 “됐네요~, 만날 증인들이나 찾으러 다녀야지 모~~~”

 “아우~~ 야~~~”

 “왜애~~~ 맞잖아~! 증인 때문에 찜질방도 못 가면서······.”

 “그, 그건······.”

 “엄마 탓은 아니지~~, 증인들 탓이지~~~ 모~~”

 문을 나서기 전에, 제 엄마를 한 번 더 똑바로 바라본 새빛이 묻는다.

 “그래서, 요즘 재판 승률은 좀 좋으신가? 그래야, 새빛이 맛난 거 많이 많이 사주지~~~”

 새빛이 엄마는 피식 웃는다. 정말, 엄마를 들었나 놨다 하는 딸램이다.

 “승률은 괜찮으니, 걱정 마셔~~~~”

 “그래~!, 그럼 봐줄게~!!!”

 새빛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문을 연다.

 “잘 갔다 와~~”

 “엄마도~~ 오늘 재판도 이겨~!!!”

 새빛이 문을 열고 나서며, 한 마디 한다. 새빛이 엄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선다.

 “그 말에 내가 산다~”

 혼잣말까지 중얼거리며.

 “언니~, 나도 좀~”

 집 안 쪽으로 돌아서니, 제경이 옷을 다 챙겨 입고 서 있다.

 “넌, 이렇게 일찍 어디 가게?”

 “볼 일이 좀 있어서~~”

 제경이 얼버무리자, 새빛이 엄마가 붙잡는다.

 “그냥 일이 아닌데?”

 “아~~, 그냥 좀~”

 “뭔데 그래~”

 제경이 모습에, 평소와는 좀 다르다고 느낀, 새빛이 엄마가 제경을 막아선다. 제경이 살짝 다급한 모습이 보이자, 새빛이 엄마는, 더 그냥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경아~”

 “아~~·, 언니~~~ 내가, 나중에 이야기 해줄게~~~”

 처음으로, 새빛이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집을 나선다. 여태껏의 제경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새빛이를 처음 만나고, 새빛이 엄마의 동생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후로, 언니에게는 한 번도 비밀을 만든 적도 없고, 거짓말을 한 적도 없었다. 속을 모두 뒤집어도 다를 것이 없다고 할 만큼, 새빛이 엄마에게만은 제 모든 진심을 다~ 내보이며 살았고, 또 새빛이 엄마의 말이라면, 거스르지 않았었다. 엄마가 죽은 후로,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주는 ‘어른’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다~ 어기더라고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제경이 느낀 ‘위기’라는 느낌이,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급하게 집을 나서는 제경을 보고 당황하기는, 새빛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도 저런 식으로 손을 뿌리친 적이 없었다, 제경이는.

 ‘뭐지~, 무슨 일이야, 대체~’

 새빛이와 제경을 내보내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내내, 새빛이 엄마는 마음이 불편했다. 윤지의 다이어트 운동을 돕겠다고 나서는 새빛이는, 아리 엄마와의 통화로 사실을 확인하고 한숨 돌렸다. 거의 두 달이 다 되어 간다는 아리 엄마의 말에, 새빛이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 아니, 여태 몰랐어?

 휴대폰 너머의 아리 엄마가 책망한다.

 -- 새벽에는, 제경이가 새빛이를 챙겨서 보내니까······.

 -- 이그~ 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애가 나갈 때는 좀 챙겨보지~

 -- 그러게~ 그래야 했는데, 최근에, 이런 저런 건이 너무 여러 개 겹쳐서 퇴근도, 자는 시간도 너무 늦어져서~ 내가 좀 놓쳤나 봐.

 -- 여태 티도 안 내고, 새빛이 다 컸네~

 -- 그러게~, 고마워요 언니~ 나중에 다시 통화해~

 -- 그래~~~

 아리 엄마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최근 새빛이에게 좀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는 핑계가, 새빛이한테는 통하는지는 모르지만, 스스로가 생각해도 영~ 안 되는 변명 같았다. 엄마의 무심함을 탓하지 않을 정도로 새빛이 컸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그나저나, 제경인 왜 그러지?’

 새빛이, 새벽같이 나간 일이 해결되자, 제경이 걸렸다. 새빛이가 나가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나섰다. 보내 놓고 생각하니, 새빛이를 따라나선 것 같다. 무슨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후우~~~ 내가 요즘, 일이 바쁘다고, 새빛이도 제경이도 너무 소홀했나 보네, 얘네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도무지 상상도 안 되네~’

 새빛이 엄마는 스스로 반성한다.

 

 ‘오늘도 있으려나~’

 붙잡는 언니의 손을 뿌리치고, 부랴부랴 서둘러 새빛이 뒤를 따라 나왔다. 새빛이 알아챌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같이 가자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미 들기 시작한 의심인데, 그냥 나가게 둘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새빛이 몰래 뒤를 따라 나서는 걸로 정했다. 언니한테 말하지 않은 건, 괜시리 걱정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렇지 않아도, 새빛이에 관한 것이라면,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 언니였다. 일단, 검은 외제차의 의도가 뭔지 확인을 하고 나서, 그 다음에 언니에게 알리고 문제를 삼아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괜시리 먼저 문제를 키울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해도, 스스로에게 깔끔하지 않게, 계속 걸리는 것을 그냥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팔랑거리며, 학교 운동장으로 향하는 새빛이 뒤를, 조심스레 몰래 따른다. 새빛이 학교에 도착해, 교문으로 들어서는 것을 확인 하는 순간, 거의 한 달 째, 새빛이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검은 외체자가 교문 건너 편에서 보였다!

 ‘저 차~! 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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