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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신스틸러
작가 : 감귤
작품등록일 : 2020.9.23

과거 연습생, 현직 매니저, 조만간 백수 예정.
나 은서리, 연예기획사의 대표가 되어보겠습니다!

 
테스트
작성일 : 20-09-30 04:06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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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 회장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SR 그룹의 수장인 홍소라 회장이었다. 물론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국내외에 거느린 숱한 사업 중에 가장 주력으로 하는 것은 호텔과 리조트 사업으로, 특히 SR이 운영하는 5성급 호텔은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 가히 따라올 기업이 없었다. 주된 사업 방향이 숙박시설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홍수연이 소라엔터테인먼트의 사옥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건물 역시 홍소라가 소유했던 레지던스였다. 딸 사랑이 지독하기로 유명한 그녀답게 홍수연이 연예계 진출을 희망하자마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레지던스를 통으로 내어주기까지 한 것이다.

 그래. 홍소라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겠고 딸과 얼마나 각별한 사이인지도 알고 있다. 알고는 있는데 그 대단한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냐고.

 

 “반가워요. 홍소라예요.”

 “처, 처음 뵙겠습니다! 은서리입니다!”

 

 내밀어진 손에 깜짝 놀라 허릴 굽히고는 손을 맞잡았다. 심장이 쿵쿵 뛰고 식은땀이 줄줄 났다. 긴장한 기색이 여실했는지 홍소라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긴장할 거 없어요, 서리 양. 오늘은 같이 밥이나 먹으려고 온 거니까.”

 “그러니까 같이 식사하기로 한 손님이-”

 “네, 맞아요. 저희 어머니예요.”

 

 홍수연이 화사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마냥 좋다고 따라나서는 게 아니었는데. 이 상태로는 뭘 먹어도 급체할 게 분명했다.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수연은 그저 해맑게 웃을 뿐이었다.

 반면에 내 옆에 서 있는 한소을은 별 긴장한 기색도 없이 담담하게 홍소라를 마주 보았다. 아마도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왠지 이 녀석은 홍소라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도 이대로 담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워낙 감정표현이 미미한 녀석이라 그런가 보다.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그럼 들어갈까요?”

 

 홍소라의 권유에 다들 안채에 위치한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 구조는 밖에서 본 것보다는 조금 아담했는데 한편으로는 그 덕에 더욱더 아늑하게 느껴졌다.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열기에 긴장으로 굳었던 몸이 노곤하게 풀어졌다.

 

 “자, 이쪽으로”

 

 앞서 걷는 홍소라를 따라 기역자로 한번 꺾었다. 그대로 눈 안에 담기는 방 안 풍경에 절제되지 않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우와!”

 

 방 안이 조금 아담하다는 말은 취소다. 기역자로 꺾인 코너를 돌기 무섭게 드넓게 뻗은 대청마루가 보였다. 마루 한 면을 꽉 채운 통유리 밖으로 중정의 모습이 한눈에 들여다보였다. 그리고 꽃나무로 뒤덮인 풍경을 마주 보는 자리에 통으로 크게 짠 원목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저기 앉으면 마치 풍경 한가운데에서 식사하는 듯한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앉을까요?”

 “네! 와, 맛있겠네요.”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은 한식으로 만들어진 채식주의 식단이었다. 채식주의라고는 해도 콩으로 만든 고기반찬도 섞여 있어 전혀 부족하단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리 수연이가 고기를 못 먹고 입이 좀 짧거든요. 어디로 가면 이 아이를 잘 먹일 수 있을까 찾아보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죠. 아쉽게도 지금은 서로가 바쁘다 보니 자주 오진 못하지만, 그래도 일 년 중 이맘때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오곤 해요. 이 시기의 정경은 참 아름다우니까요.”

 

 조금 전 홍수연이 했던 말과 같은 내용이 홍소라의 입에서 나왔다. 하지만 들었던 내색을 하지 않고 열심히 고갤 끄덕였다. 수저를 놀리는 것조차 잊고 열심히 듣고 있자니 홍소라가 호탕하게 웃으며 먹으라는 손짓을 했다.

 

 “어머, 내 말을 듣느라 서리 양이 뭘 먹지를 못하네. 먹어요, 먹어.”

 “아, 네! 음식이 참 맛있네요!”

 “수연이한테 듣긴 들었지만 서리 씨는 참 귀엽네요.”

 

 음, 저 말도 아까 들었던…….

 가만히 고갤 끄덕이며 물을 마시다가 푸흡, 하고 사레가 들렸다.

 

 “으, 으헉 죄송...! 아, 아니 감사,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이제 와서 말하지만 사실 수연이 친구라는 사람이 누굴까 정말 궁금했거든요.”

 “친구...요?”

 

 흘끔 시선을 돌려 홍수연을 보았다. 그녀는 별다른 말없이 눈을 깜박이며 날 응시할 뿐이었다. 감사한 일이다만 어째서 날 친구라고 소개한 걸까 조용히 고민에 잠길 때였다.

 

 “사실 우리 수연이는 조심성이 많고 겁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한테 마음을 잘 못 붙이더라고.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자기 친구를 소개해주고 싶다 하니 얼마나 놀랐지 뭐야.”

 

 조심성이 많고 겁이 많다는 말에 신뢰감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홍수연은 이번 드라마 촬영에 처음 만나긴 했지만, 촬영 기간 내내 다른 사람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하루 종일 붙어 다니다시피 하는 자신의 전담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에게도. 확실히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잘 못 붙이고 친구가 없다는 말도 일리가 있었다.

 아니, 이쯤 되니 더 궁금해졌다. 그런 사람이 왜 나에게는 이리도 친절하게 대해주다 못해 친구라고 소개한단 말인가. 이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을 때 홍소라가 더 충격적인 말을 해왔다.

 

 “더군다나 그 친구에게 소라엔터테인먼트를 물려주고 SR 그룹으로 돌아오겠다 하니, 엄마 된 마음으로 수연이가 후계자로 돌아와 준다면야 당연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하단 말이죠.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우리 딸이 그리 신뢰할까…하고.”

 “무, 물려, 크흡!”

 “그런데 서리 양을 보니 납득이 되는군요.”

 “쿨럭, 쿨럭!”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사레가 들렸다. 한참 동안 기침이 멎지 않아 옆에 앉아있던 한소을이 냅킨을 건넸다. 아니 대체 어딜 봐서 납득이 되는 거냐고! 우리 오늘 처음 본 사이라고요!

 

 “회, 회장님 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너무 과분한 결정을 하신 게 아닌지…….”

 “으음? 결정은 내가 한 게 아니야. 수연이가 한 거지. 저는 수연이 하는 결정에는 토 달지 않아요. 애가 무슨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지지하는 거죠.”

 “하, 하지만, 그렇지만, 수연 씨랑 저는 각별한 사이가 아니에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어제 처음으로 말을 튼 사이-”

 “상관없습니다. 수연이는 야무진 애라 지금까지 자기 선택에 대해서 실수하거나 후회한 적이 없어요. 이 애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이유가 있는 거겠지요.”

 

 단호한 홍소라의 말에 더이상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딸에 대한 대단한 신뢰와 지지를 보였다. 놀라웠다. 그다음으로 느낀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가진 재산을 떠나서, 자신을 아무런 조건 없이 무한대로 지지하는 부모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머릿속을 휘젓고 간 복잡한 감정의 끝은 서글픔이었다. 내겐 나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할 만한 부모가 존재하지 않았다. 홍수연은 정말 여러 가지로,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 범접할 수 없는 차이가 나를 더욱 작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래, 부모님이 안 계신 거야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거고 살면서 한두 번 느낀 감정도 아니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마음속 오래 묵혀둔 공허함이나 열등감 같은 게 아니다. 당장 귓가에 꽂힌 홍수연의 결정이란 것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수연 씨 그게 사실이에요? 소라엔터테인먼트를 물려주겠다는 게… 그러니까 저한테, 어째서…….”

 

 마음이 급해 입을 열긴 했지만 말이 좀처럼 정리가 되어 나오질 않았다. 이런 내 모습을 옅은 미소를 띤 채로 바라보고 있던 홍수연은, 내 개떡 같은 질문도 찰떡같이 알아들은 듯 고갤 끄덕였다.

 

 “맞아요. 사실입니다. 저는 때가 되면 서리 씨에게 소라엔터테인먼트를 양도할 생각이에요.”

 “허억…….”

 “저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서리 씨가 담당 연예인을 소중히 여기고 잘 보필하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소속연예인들을 잘 관리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

 “연예인이 될 만한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고 톱스타로 키워낼 자질이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요.”

 

 그건 당연한 말이었다. 아니 오히려 내가 오민준을 잘 보필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물려줄 생각한 홍수연의 결단이 더 의아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연예기획사 사장이 매니저 과정을 거쳐 자기 소유의 회사를 차린다고는 하지만 그건 단순히 과정일 뿐이었다.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이 본격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에 앞서, 그 바닥의 생리를 알기 위한 경험을 쌓는 것뿐인 것이다. 나처럼 아무런 실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대뜸 회사를 차린다거나 물려받는다는 일을 있을 수 없었다.

 이런 내 염려를 읽기라도 한 듯이 홍수연이 말을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서리 씨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만한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기회를 주신다는 것은...?”

 “네, 일종의 테스트를 할 거예요.”

 

 ‘테스트’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지금까지 미친 듯이 뛰어댔던 심장이 도리어 얌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아무런 조건 없는 양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오히려 마음은 편안했다. 우선은 대가 없이 받는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만약 내가 회사를 물려받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결과이니 깔끔하게 승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테스트의 내용은 서리 씨가 뽑은 사람들을 연습생으로 키워 아이돌로 데뷔를 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데뷔만 시킨다고 끝이 아니죠. 공중파 3사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 후보 진출, 음원 10위권 안에 안착시키면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음원 순위는 영향력과 공신력이 인정되는 망고뮤직의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녀가 내건 조건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우선 신인 그룹은 공중파에 얼굴을 내밀기부터가 쉽지 않다. 겨우 얼굴을 내미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한 해 가요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었다 사라지는 신인 그룹만 백여 개가 넘는다. 그러니까 사라지는 백여 개의 별들 사이에서 꾸준히 얼굴을 내비쳐 인지도를 쌓는 것만 해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1위 후보까지 진출하는 데에 성공하라니. 게다가 음원 10위 후보 안에 안착시키려면 쟁쟁한 선배들보다도 더 좋은 곡을 받아 실력을 선보여야만 한다. 한 마디로 화제성과 실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소리다.

 

 “와하하, 정말 쉽지 않네요!”

 

 하하, 포기하고 싶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마음속의 천사인지 악마인지가 속삭였다. 나는 지금껏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기에, 내 인생을 뒤집을 만한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선뜻 응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자꾸만 움츠러드는 손 위로 겹쳐오는 손 하나가 있었다. 넉넉하게 손을 감싸는 감각이 익숙했다. 한소을이었다.

 

 “할 수 있어.”

 

 고저 없는 담담한 어조로 내뱉은 말일 뿐이다. 이 녀석은 내가 감당해야 할 테스트의 난이도가 얼마나 높고 어려운지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말을 듣는 순간, 긴장감으로 바짝 얼어붙었던 심장이 녹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렇기에 오히려 내게 보내는 신뢰와 지지에 전혀 흐트러짐 없음이 날 굳건하게 붙들었다. 나는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용기에 휩싸어 결연하게 고갤 끄덕였다.

 

 “그럼 서리 씨, 테스트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물론 여기서 물러나셔도 괜찮습니다. 부담 드리지 않을 테니 신중하게 결정하시면 됩니다.”

 

 홍수연의 물음에 나는 다시 한번 더 한소을을 보았다. 테이블 밑으로 잡혀 있던 손을 뒤집어 녀석의 손을 맞잡았다.

 

 “참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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