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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미안해는 내 몫이야
작성일 : 20-09-29 23:25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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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와… 어디야?”

  “그리스요. 울 언니 허니문.”

  형부와 함께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난 언니가 사진을 보내왔다.

  카톡카톡카톡, 쉬지 않고 울려대는 핸드폰 알림음이 듣기 싫어 진동으로 얼른 바꿔 놓았다.

  “이거 끝나면 바로 여권 들고 공항으로 날라야지.”

  “이번 시즌 그렇게 힘들었어? 저번에도 옮기고 싶다 어쩐다 그러더니?”

  “아니, 뭐….”

  건 문제로 골머릴 앓고 있던 때를 떠올리며 이수는 한 작가를 향해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린 그녀는 엄지를 까딱까딱 움직이며 사진을 넘겼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머리칼 휘날리며 찍은 사진들에서 청량감이 다 느껴졌다.

  게릴라 콘서트 진행을 도우며 뙤약볕을 좀 쐤더니, 그리스 해변가에서 바닷물에 첨벙첨벙 발 담그며 노닥거리고 있을 언니가 무척 부러웠다.

  “이제 이모 될 일만 남았네?”

  “말도 마요, 울 엄마 벌써부터 손주들 이름 짓고 난리 났어요.”

  “후보가 뭔데.”

  “북두칠성 세 번째 별, 슬. 뭐 이런 요상한 글자만 파고 있길래,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하자구요, 다른 사람 듣기 평가 시킬 거 뭐 있어, 그러고 말았어요. 나 땐 안 그러길 바라야죠.”

  “다아 사랑이고 애정이야, 네가 뭔데 그걸 막아?”

  한 살 터울이래도 일찍 시집을 가 아이까지 낳고 사는 한 작가는 어딘가 이수와는 다른 단계의 삶을 살아가는 듯했다.

  “그나저나… 얘네 데뷔하면 볼 만하겠다.”

  “무슨 뜻이에요?”

  “봐, 좋아 죽잖냐.”

  한 작가는 아이들 사진을 박은 부채를 들고 다니며 꺄— 하는 여고생들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며칠 전엔 누가 소속사 여직원하고 다니다 스캔들까지 났다더라. 40대였다던데.”

  “에이… 설마요.”

  믿을 수 없는 뉴스에 심장이 벌렁벌렁, 목소리가 옅게 떨렸다.

  “아니었으니 망정이지, 중요한 시기에 그런 스캔들 터지면… 아후, 거의 치명타 수준일걸?”

  “그렇…겠죠….”

  동의를 표하는 이수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 멀리, 건이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며 경호원에 가로막힌 팬들에게 인사했다.

  해맑게 웃는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환호가 아직은 낯선 것 같다.

 

 

  * * *

 

 

  대충 상황을 정리하고 버스에 올라타니 저마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대성이 쏘는 것이었다.

  “자, 너도 하나 해.”

  “뭐예요, 혼자 막 점수 따기 있어요?”

  대성이 건네는 아이스크림을 받으며 이수는 괜히 부루퉁하게 말했다.

  “점수? 야, 여자란 이유로 네가 먹고 들어가는 점수가 얼만데. 이딴 거 백날 사줘 봐야 소용없다구.”

  “여기서 여자 남자가 왜 나와요? 그 논리였음, 지난 시즌엔 인기남이었어야 하잖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 생엔 틀렸어. 다시 태어나야 해.”

  “이리 내, 넌 먹지 마.”

  “줬다 뺏으려고? 어딜.”

  얄밉게 웃으며 이수는 빈자리에 가 앉았다.

  초콜렛 별론데.

  맛보단 갈증 해소 기능만 생각하자, 그러고 비닐을 부욱 뜯었다.

  털썩. 건이 옆자리에 와 앉으며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가져갔다.

  “너….”

  “이거 먹어요.”

  그리고는 붉은 팥알이 그려진 아이스크림으로 바꾸어줬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기다리다 아이스크림 녹을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

  맞바꾼 초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한가한 소릴 늘어놓고 있는 건을 보며 이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얘가, 사람들 다 있는 데서 지금 무슨.

  “너 가.”

  “응?”

  “자리로 돌아가라고.”

  속삭이듯 내뱉은 이수의 말에 건이 스윽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이쪽 신경 쓰고 있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서이수만 신경 쓰고 있는 거 같은데.

  “얼른!”

  “…알겠어요.”

  시무룩한 얼굴로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이 뒤로 넘어가기도 전에, 이수는 고개를 홱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하….”

  그녀의 깊은 한숨이 차창에 닿아 작게 뿌예졌다.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에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건이 주고 간 팥 아이스크림, 포장지 한쪽이 쭈글쭈글했다. 손바닥 온기에 녹을까 포장지 끝을 잡고 있었나 보다.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흔쾌히 맞바꿔 주는 사람, 제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 * *

 

 

  “나 왜 끌구 와, 뭐 할라구.”

  건은 좋으면서 괜히 심술을 부렸다.

  불 꺼진 연습실에 들어온 이수는 문을 닫자마자 아랫입술을 물어 제법 엄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그거 뭐야. 너 생각이 있어,”

  혼나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건은 이수를 품에 안으며 상황을 모면하려 들었다. “없어.”

  “놔, 이거.”

  “…싫어요.”

  “나 지금 화났어, 것도 아주 많이.”

  “알아… 아깐 내가 잘못했어요.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요.”

  힘없는 그의 목소리에 마음이 쓰렸다.

  “눈치보게 해서 미안해요.”

  이수에게 머리를 기대며 건은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아니야. 화내서 미안해. 같이 좋아하는 건데, 너만 나쁜 사람 만들어 미안해. …네가 걱정 돼, 네 걱정을 도저히 끊어버릴 수가 없어. 미안해.”

  뭐라 말을 더할 줄 알았던 건이 잠자코 있자, 이수는 그의 표정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의 품에서 빠져 나오려 하는데 기다리던 음성이 귓가에 와닿았다.

  “내가… 창피한 건 아니죠?”

  “…뭐?”

  “내가 너무 어려서… 내가 너무 부족해서 혹시라도….”

  얼토당토않은 소릴 계속 듣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져, 이수는 뿌리치듯 건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의 두 눈을 봐야 했다.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제 생각만 하느라 그 차가웠던 반응에 건이 상처 받았으리라고는, 이런 끔찍한 상상을 하고 있을 거라곤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상황이 어쩔 수가 없어서, 그래서 숨기려고 하는 거 아는데… 그냥 문득.”

  “건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미안해는 오늘 내 몫이야, 당신은 하지 마.”

  건은 이수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3000만큼 사랑해. 그래서 미안해. 용서해 줘.”

  웃으라고 어느 영화 속 명대사를 던지는 건의 노력은 무효했다.

  이수의 눈시울이 그만 붉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밖으로 나가 건은 내 거다 소리라도 지르고 올까, 그럼 저 응어리진 마음이 풀어질까, 어리석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

  “…관둬, 넌 스타크만큼 못 살려.”

  “치… 예쁘게 좀 봐주라.”

  “욕심은… 나더러 지금보다 얼마나 더 봐주란 말이야!”

  이수가 울먹이듯 내지르는 소리에 핏 웃더니 건은 그녀를 다시 품 안에 가두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 손길에 보답하듯 그녀는 그의 허리를 꼭 안고 단단한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이 사랑이 어딘가 잘못되었단 생각, 그래서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된다는 생각 같은 건 끼어들 틈이 없었다.

 

 

  * * *

 

 

  “무슨 사진이야?”

  지금보다 앳된 이수의 모습이 담긴 사진, 그 사진을 가지고 있는 남자.

  “내가 많이 미안해하는 사람, 그래서 그리워하기만 해야 하는 사람.”

  “천하의 이우신이? 어디 봐, 얼마나 대단한 여잔가 제대로 봐야겠어.”

  “안 돼, 닳아.”

  약 올리듯 웃으며 우신은 이수의 사진을 재빠르게 한쪽으로 치웠다.

  “나 여기 바꾸려고.”

  “갑자기? 왜, 나쁘지 않은데.”

  하얀 종이 위, 한 줄의 문구를 쓱쓱 그어버리고 우신은 그 위에 새로운 의미의 글자를 적어 넣었다.

  “더 좋은 게 생각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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