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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아지는 소녀
작가 : Me문물
작품등록일 : 2020.9.29

정신없이 돌아가는 차가운 챗바퀴 속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
"루나. 제 이름은 루나에요."
...
(미계약작)E-mail: lukegirl001005@naver.com

 
1부 9화 제발, 도와주세요!
작성일 : 20-09-29 21:38     조회 : 132     추천 : 0     분량 : 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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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아저씨?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직원은 의식을 잃은 것인지, 내가 소리를 지르고 양어깨를 흔들어도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주저앉아 소리쳤다.

 

 "저기요!

 누구 전화기 없어요? 핸드폰으로 누가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

 거기 아무나 제발 119에 신고해 주세요.

 이러다가 사람 죽어요. 제발 누가 좀 여기에 와 줘요!"

 

 그러나, 울먹이며 애타게 소리쳐도 아무도 오지 않았고 마트는 이상할 만큼 아주 조용했다.

 

 직원이 쓰러지기 전까지 들렸던 사소한 잡음, 다른 직원이 상품을 광고하는 방송, 어떤 커플이 도란도란 대화하는 듯했던 대화 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았다.

 

 주저앉은 채로 울 지경이었던 묘한 적막에 뭔가 이상해서 조심스레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는데, 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쓰러진 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던 직원뿐만이 아니었다.

 

 마트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은 모두 그 남직원처럼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채,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발을 떼지 못하고, 순간 머릿속이 백지 상태로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헉, 헉."

 

 머리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병원에 말하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갑작스럽게 많은 이들이 동시에 정신을 잃어버린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어제는 꽃집에 갔다가 함정에 가고, 오늘은 꽃집을 피해 마트에 오니까 갑자기 외눈박이들이 기절한다.

 

 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병원에 당장 연락하거나 바로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없고, 그건 앞에 쓰러진 직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병원, 병원.

 그, 그래.

 일단 병원에 가자!"

 

 양손으로 뺨을 때려 혼란과 두려움에 넋을 놓은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숨을 헐떡이며 진정이 되지 않는 가슴을 붙잡았다.

 

 "정신 차리자.

 병원에 가서 마트에 사람들과 직원이 쓰러져 있다고 하는 거야.

 그리고, 그러고 나서 다른 데를 가면 괜찮아 질 거야.

 그래, 그러는 거야. "

 

 손에 들려 있던 라벨을 주머니에 꾹꾹 눌러 넣으며 이렇게 중얼거리고, 황급히 마트 밖을 뛰쳐나가 사거리를 향해 달렸다.

 

 병원은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약국과 같은 건물에 있었기 때문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3층에 병원이 있는 이 건물은 여러 가게와 공공기관이 섞여 있어 이상한 이름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었지만, 다른 회색 건물과는 달리 3층 구간의 외벽만 하얗게 칠해져 있어서 본능적으로 그곳이 병원임을 알 수 있었다.

 

 'hospitium'

 

 "호스피튬.

 철자는 분명 다르지만, 병원이라는 뜻이겠지?"

 

 가슴을 주먹으로 때려 떨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3층까지 올라갔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새하얀 인테리어와 새하얀 유니폼을 입은 간호사가 카운터에서 나를 맞이해주었다.

 

 "저기, 선생님.

 마트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어요.

 땀을 아까부터 엄청 흘리더니, 갑자기 쓰러져선 일어나지도 않아요.

 지금 당장 구급차를 불러주세요."

 

 간호사는 순간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고 차분하게 다시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 저기 학교 옆에 있는 대형마트에 사람이 다 쓰러져 있어요.

 실내에 있고 에어컨도 틀어져 있는데, 다들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아요.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빨리 어떻게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사실 병원에 온 뒤부터는 안심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간호사의 다음 말이 가관이었다.

 

 "어쩌죠, 지금 모든 의료진이 나가서 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고 상태가 많이 심각하냐는 간호사의 질문에 나는 어이가 없어 어떻게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렵다고 말할 수가 있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간호사가 카운터에서 내 팔을 잡고서 대기실 앞에 놓인 의자 쪽으로 안내하며 진정하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사거리 앞에 있는 학교 옆에 마트가 있으니 거기로 가면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전 말 다 전했으니 살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

 

 그렇게 말을 뱉고 간호사의 손을 뿌리치고서 병원을 나갔다.

 

 "어떻게 간호사라는 인간이.

 아니 인간이 사는 곳도 아니지.

 가뜩이나 생선같이 생긴 게. 진짜 말하는 것도 생각 없이 말하네."

 

 내 몸은 분노로 가득 차 부들부들 떨면서도.

 

 이제 마트에 쓰러져 있던 그들은 누가 구해줘야 하는 건지 막막해졌다.

 

 답답하고 서글픈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오려나."

 

 이른 아침에 보였던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보였던 맑은 날씨는 어느새 회색빛의 하늘로 바뀌어 있었고.

 

 수증기를 잔뜩 먹은 듯한 검은 먹구름은 무겁게 움직이고 있었다.

 

 톡, 톡.

 

 툭, 투둑, 투두두-.

 

 한 두 방울 내려오던 빗방울은 소나기가 되어 굵고 줄 차게 내렸다.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면서 나는 큰 빗소리는 마치 누군가 비명을 지른 것 같아서.

 

 나는 서서 고개만 하늘로 향한 채 두 손으로 양 귀를 막았다.

 

 그런데도 빗소리는 강하게 들려서, 마치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향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그냥, 더 위험하더라도 여길 떠나는 게 맞는 걸까?"

 

 빗물이 닿는 얼굴에서, 특히 눈 주변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접착제가 붙은 듯. 나는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절망했다.

 

 거센 비가 내려와 내 몸을 적시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몸을 지배한다.

 

 병원까지 뛰어와 도움을 요청했는데, 생명을 살리는 기관에서 지금은 어렵다는 대답을 받고 나오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네 할 만큼 도움은 청해본 것 같은데.

 

 이 주변에는 경찰서는 없다고 하니, 파출소라도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하지만 파출소의 위치는 모른다.

 

 파출소를 찾겠다고 움직이며 헤매다간 구해주려고 하기엔 그땐 이미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렇게 멈춰있을 순 없어.

 뭐라도 해봐야 해!"

 

 오른손으로 얼굴을 닦아 비를 털어 내며, 나는 마트로 다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차라리 응급처치라도 해야지.

 

 그렇게 마음 먹고 빗속을 뚫고 다시 마트로 갔다.

 

 "어?"

 

 마트 앞에는 우산을 쓴 몇몇 외눈들이 웅성거리며 그 안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트 앞에서 구경 중인 머리에 살짝살짝 걸리는 우산들을 피해 고개 숙여 구경꾼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보니.

 

 누군가 파출소에 연락을 준 건지 마트 앞에는 경찰차와 응급차 두 대가 서 있었다.

 

 안에서는 쓰러진 사람들을 구급대원들이 들것에 실어 응급차에 옮기고 있었고.

 

 파출소에서 나온 경찰 두 명은 마트 앞에서 신원조사와 함께 목격자를 불러 이 일에 대한 경위를 물어보며 조사하고 있었다.

 

 다행히 들 것으로 실려 나가는 이들 중 얼굴에 하얀 천을 덮은 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모두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에 크게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저들은 근처 병원이 아닌 여기서 좀 더 큰 도시에 있는 전문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앞에서 구경꾼들을 잠재우는 경찰관이 설명해 주었다.

 

 "후, 정말 다행이다.

 그 병원 안 가고, 전문병원에 가서 치료한다니."

 

 구경꾼들은 상황이 끝난 걸 알았는지 한두 명씩 자리에서 사라졌다.

 

 무책임한 병원 때문에 무더기로 외눈박이들이 죽을 뻔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살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궂은 날씨 탓에 마트는 오늘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비가 계속 온다면 나 역시 밖에 있을 순 없다.

 

 "후.

 어쩔 수 없이 집에 가야 하는 건가."

 

 정안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에 봤던 그 괴물의 눈빛이 떠올라 고개를 푹 숙였다.

 

 마음 같아선 가기 싫은데, 집에 가는 것 외에는 따로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울적하게 만든다.

 

 구경꾼들이 사라진 자리에 홀로 남아, 비 맞으면서 서 있는 내 모습은 초라해 보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여기에 서 있을 수도 없었고,

 

 다른 갈 곳도 없던 나는 결국 정안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정안의 어머니가 어제처럼 일찍 일하러 간다면 괜찮겠지만 아침에 화를 낸 것을 생각하면 그럴 리는 없다.

 

 "들어가면 또 화내겠지."

 

 처음에 나는 그녀가 단순히 잼 때문에 화났을 거로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짜 화를 낸 이유는 아무래도 이 비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잼이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는 게.

 

 나는 아침에 잼을 먹다 뱉은 이후로는 잼 자체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가져간 건 잼 병의 라벨 뿐.

 

 하지만 잼을 먹은 게 정안이 아니라 나라 생각한다면.

 

 라벨까지 훔쳐 간 것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목을 조를 것까진 없잖아."

 

 그녀의 손에 눌렸던 목이 으슬으슬하다.

 

 나는 목을 만지며 멍이 생기진 않겠지, 라고 중얼거렸다.

 

 정안의 집 앞에는 금세 도착했다.

 

 "아, 지금 들어가기 싫은데."

 

 달칵-.

 

 문 앞에서 들어가기를 망설이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당황한 나는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아주머니가 이 타이밍에 나온다고?

 

 좀 숨어 있을 걸.

 

 다행히도, 문을 열고 나온 건 큰 남색 우산을 쓴 정안이었다.

 

 오늘 여러 번 놀란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 우산을 씌워주는 정안의 키에 맞춰 쭈그려 앉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안아. 누나 보러 마중 나온 거야?"

 

 정안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누나가 지금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은데 어떡하지?"

 

 나는 소곤거리며 정안에게 물었다.

 

 정안은 처음에 내 말을 듣고 이해하지 못하더니.

 

 내 난처한 표정을 본 건지 씩 웃고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내 셔츠를 잡아 끌어 쭈그려 앉은 나에게 우산을 씌워 주었다.

 

 하지만 또래보다 작은 정안의 키는 나와 상대적으로 차이가 커 우산을 쓸 수 없어.

 다시 정안에게 말했다.

 

 "근데, 정안아.

 누나 키가 보시다시피 좀 크잖아.

 얼마인지는 잘 모르는데 아까 마트에서 우산 쓰고 있던 아저씨 옆에 섰다가 누나 얼굴 우산살에 맞았어.

 좀 아프더라."

 

 정안은 내 말에 우산을 넘겨주고 안아달라는 제스처를 취해줬다.

 

 나는 정안을 번쩍 안아 들고 정안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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