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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아지는 소녀
작가 : Me문물
작품등록일 : 2020.9.29

정신없이 돌아가는 차가운 챗바퀴 속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
"루나. 제 이름은 루나에요."
...
(미계약작)E-mail: lukegirl001005@naver.com

 
1부 8화 Griseo Civitatem
작성일 : 20-09-29 21:37     조회 : 144     추천 : 0     분량 : 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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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곳은 처음에 이 마을로 들어왔던 숲 입구였다.

 

 "허억, 헉. 헉."

 

 살짝 돌아 뒤에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같이 들고 온 신발을 옆에 던진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나는 입에 조금 삐져나온 침을 반소매셔츠 소매로 닦았다.

 

 조금 전 정안의 집에서 그의 엄마가 목을 조르면서 숨이 얼마나 막혔으면 침을 삼키지 못해 입으로 나온단 말인가.

 

 나는 요동치는 심장을 잠재우려 심호흡을 연거푸 하면서도, 계속해서 누가 쫓아오지는 않는지 확인했다.

 

 뒷주머니에 넣어 둔 잼 병의 라벨은, 다행히 주머니에 잘 들어가 있었다.

 

 나는 라벨을 꺼내 다시한번 눈으로 읽었다.

 

 'Mors pilulas dormienti'

 

 "모르스 필라루스 도미엔티."

 

 소리 내서 읽고 나니 조금 전까지 사로잡혀있던 공포심은 사라지고, 이제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내가 뭐 잼 병을 들고 훔쳤냐고.

 병 비닐만 뜯고 온 건데,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죽일 듯이 달려들어?

 제정신이 아니네."

 

 조금 전의 그 광기는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윽, 소름 끼쳐."

 

 나는 어이가 없어 입에 고인 침을 '퉤'하고 뱉었고, 한 손으로 비닐 끝을 잡고 위로 펄럭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심코 올려다본 이른 아침의 하늘은 파랗고 하얀 구름이 떠다녔다.

 

 구름이네.

 

 나는 두 손을 땅에 짚은 채 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 와중에 하늘은 참 예뻐."

 

 나는 바보 같이 미소를 지었다.

 

 "다들 바빠서 아무도 아침엔 하늘을 안 보는데, 제일 하늘이 맑은 건 아침이란 말이야.

 사람들이 보는 하늘은 저녁의 붉은 하늘뿐인데."

 

 이걸 아는 나도 참 우습네.

 

 헛웃음이 나오다 급 차분해진다.

 

 천천히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조금 전에 내동댕이쳐 놓은 신발을 꾸역꾸역 발을 넣어 대충 신었다.

 

 "그래, 방금까지 목 졸려서 죽을 뻔했다고 해도 어쩌겠냐.

 나는 말대로 여기선 이방인인데.

 언제 죽어도 모르는, 그런 떠돌이.

 그래도 아무도 안 보는 거 오늘 봤으니까, 이제 나도 움직이자."

 

 터벅, 터벅.

 

 과일가게로 걸어가는 길은 서늘한 아침임에도 가는 길마다 오뉴월의 뜨거운 햇빛이 내리쬔다.

 

  ...

  ...

  ...

 

 거리는 어느새 정오에 가까운 오전이 되어 한가했다.

 

 과일 가게 아줌마는 그전에 본 그 모습대로 뽀글뽀글 파마를 한 뚱뚱한 체형에, 회색빛의 진한 노란 눈동자를 가진 외눈의 모습으로 작은 TV를 켠 채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아줌마는 그 큰 외눈으로 나를 슬쩍 보더니,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이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주머니에서 라벨을 주섬주섬 꺼내어 아줌마를 다시 불렀다.

 

 "아주머니, 이 과일이 뭔지 궁금해서 왔는데요."

 

 아줌마는 '과일'이라는 단어에 표정은 그대로 무표정이지만 빠르게 계산대에서 나와 나를 맞이했다.

 

 "무슨 과일요."

 

 "아, 저 혹시 과일 중에 '모르스 필라루스 도미엔티'라는 과일이 있나요?

 잼 중에 보라색인데 역한 향을 풍기는 과일이 있더라고요."

 

 "모르스, 뭐라고?"

 

 "여기, 적힌 이름인데요."

 

 나는 구겨진 라벨지를 빳빳하게 펴서 아줌마에게 건네주었다.

 

 "아이고, 뭐.

 이게 과일이라고, 참 나.

 어?"

 

 아줌마는 살짝 짜증나는 목소리로 대답하다 놀란 듯이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내게 물었다.

 

 "아가씨.

 이거 어디서 났어요."

 

 "네?"

 

 "이거 어디서 났냐고요."

 

 아줌마의 라벨지를 든 두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하지만 아줌마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나는 거짓말을 하며 둘러댔다.

 

 "그냥, 아는 분이 주셨어요."

 

 내 대답에 아줌마는 양 입꼬리를 찢어질 듯 올리며 괴상하게 웃었다.

 

 "그래요? 아가씨가 운이 좋았네.

 이거 엄청 귀한 거니까 잘 가지고 있어요.

 조만간 요긴하게 쓸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아줌마는 킬킬 웃으면서, 라벨지를 내게 돌려주며 덧붙였다.

 

 "아, 그리고 그건 과일 아니에요.

 꽃이 원료니까, 자세한 건 꽃집 가서 물어봐."

 

 "시내에 있는 꽃집이요?"

 

 "그래, 거기가 꽤 유명한 곳이거든!"

 

 아줌마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였지만, 어깨를 으스대며 좋다고 킥킥 소리 내며 웃은 미소는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나는 가게를 나오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꽃집이면, 시지프가 있는 곳이네."

 

 어제 이미 꽃집을 갔던 나는 시지프의 부드럽고 차분하면서도 싸한 분위기에 당분간 갈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시지프가 있는 꽃집은 당장은 걸리는 게 너무 많아 갈 수 없어."

 

 하지만 이 원료를 물어볼 곳은 시지프가 있는 꽃집밖에 없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지?“

 

 "아니야, 그래도 거기는 가지 말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해."

 

 꽃집에 가면 쉽게 이 라벨에 적힌 원재료와 시지프가 차나 케이크에 넣은 꽃의 이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케이크는 색깔만 낸 거라고 쳐도, 차의 역한 향은 이 잼의 맛과 유사했어."

 

 하지만 꽃집은 역시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안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갔다간 그 아줌마가 날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건 과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당장 집에 가서 돌려드리고는 싶지만, 아직 화는 안 풀리셨겠지."

 

 정안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안의 어머니가 나가서 일할 시점에 들어오기로 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를 가야 하는가.

 

 일단, 적어도 꽃집을 당장 가기엔 아는 것이 너무 없고 걸리는 부분이 많다.

 

 어제 꽃집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기절한 일부터, 시지프의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진 부분까지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렇기에 지금 가는 것은 타이밍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일단 근처에 있는 마트나 학교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꽃집에 가면 시지프가 금방 알려주겠지만, 굳이 꽃집이 아니어도 잼의 정보로 알 수 있는 곳은 있으니까."

 

  ...

  ...

  ...

 

 일단 잼을 파는 곳을 가보자.

 

 해서 간 곳은 대형마트였는데 마트는 사거리 앞 중앙도로 왼쪽에 초등학교와 나란히 서 있었다.

 

 회색 외벽에 '大형Mart'라고 적힌 간판의 배경은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그런지, 깨끗하지만 오래된 건물의 느낌을 주었다.

 

 "대형마트, 다행히 읽을 수는 있는 단어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대형마트 안은 바깥에 비해 시원하고 덕분에 밖에서 흘렀던 땀은 금방 말라 찝찝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직원들이 신상품을 광고하거나 세일 행사를 한다는 내용의 방송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시끄러웠다.

 

 마트에는 과일이나 여러 간식류 외에도 문구류나 옷 같은 생활필수품들이 올라가 있었고, 진열대 위에는 천장 아래로 걸려 내려온 팻말이 여러 개 걸려 있었는데, 번호와 함께 어떤 상품을 주로 파는지 적혀져 있었다.

 

 한글이 아닌 이상한 문자였지만, 처음 보는 풀들이 모여 있는 곳은 아무래도 채소류인 듯했고 그 옆에 하얀 병들이 모인 것들은 유제품이라고 확신했다.

 

 "어디 보자.

 잼이 있을 곳이라면 유제품보단, 빵류에 있겠지?"

 

 이 마트에 빵류가 따로 코너로 마련되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잼은 팔고 있고 식빵도 있으니 돌아다니면 보이긴 할 것이다.

 

 마트를 눈으로 삭 둘러보니, 마트의 코너는 총 8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마을에 대형마트라고는 하지만, 대형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수준이라, 그 보라색 잼을 찾기에는 쉬울 것이 분명하다.

 

 "자, 그럼 몇 코너를 빼고 나면 유제품류랑 과일류, 간식류가 남아있네."

 

 나는 코너의 번호와 자리를 외우며 하나씩 둘러보았는데, 이 세계에는 머리로 알고 있는 지식과는 매우 달랐다.

 

 이를테면 내가 알고 있는 과일의 형태는 과일이 동그란데 이곳의 과일은 네모나거나 각이 져 있다든지, 구멍이 적고 색이 선명할수록 맛있고 싱싱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서의 과일은 각이 선명하게 지고 껍질이 검게 변할수록 맛있고 싱싱한 과일이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과일류에 보이는 과일의 색은 알록달록하지 않고 대부분 검거나 진한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과일의 모양도 대체로 네모나거나 방사능에 노출된 병 걸린 과일처럼 괴상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과일 가게는 단속이 필요하겠네, 과일 가게에서 봤던 알록달록한 과일들이 생각났다.

 

 아무튼 여기에 모르스 뭐시기가 있단 말이지?

 

 만지기 꺼려지지만 만지긴 해야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한두 개 들어서 어떤 과일인지 유추했다.

 

 그때 얼굴색은 회색이고 대두에 노란 외눈을 한 검은 머리숱이 반쯤 없어진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다가와, 도울 것이 있냐고 묻는 것을 시작으로 쫑알거렸다.

 

 하지만 '오늘의 맛있는 과일'이 뭔지 과일 이름만 어려운 발음으로 답해주는 그의 말이 나에게는 작은 소음으로 들렸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건 개의치 않고 비닐을 꺼내 보여주며 물었다.

 

 "직원 아저씨.

 여기에 이런 이름을 가진 과일이 있나요?"

 

 직원은 슬쩍 보더니,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렇게 긴 이름의 과일은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나는 다시 봐달라고 했지만, 살짝 통통한 체형을 가진 그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손수건으로 이마에 점점 늘어나는 땀을 닦는데 정신이 없었다.

 

 "땀이 많으신가 봐요."

 

 "그건 아니고, 건물이 더운 건지 땀이 나네요."

 

 후, 직원이 숨을 뱉으며 자신의 얼굴에서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여기가 바깥만큼 그렇게 덥나, 나는 한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직원들 역시 손수건이나 옷소매로 땀을 닦기에 바빴다.

 

 "에어컨 없어요?"

 

 "없습니다."

 

 손가락으로 위에 달린 움직이는 에어컨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잖아요.

 작동도 잘 되고 있는데요?"

 

 "고장 났습니다."

 

 고장 났다고? 움직이고 있는데.

 

 손님들도 다니는 마트에서 잘만 돌아가고 있는 에어컨이 고장 났다는 말이 우습다.

 

 "아저씨, 그러다가 쓰러지실 것 같은데요."

 

 "전 괜찮습니다."

 

 직원은 그렇게 말했지만 숨을 헐떡이며 눈은 반의반쯤 돌아가 곧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괜찮으세요?"

 

 걱정돼서 묻는 내 질문에 직원은 입 모양으로 뭐라 웅얼거렸다.

 

 "네?

 아저씨, 뭐라고요?"

 

 괜, 찮, 아, 요.

 

 직원은 입모양으로 이 말을 반복하다가 크게 비틀 거리더니, 중심을 잃고 뒤로 벌러덩 넘어져 눈이 뒤집혀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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