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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아지는 소녀
작가 : Me문물
작품등록일 : 2020.9.29

정신없이 돌아가는 차가운 챗바퀴 속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
"루나. 제 이름은 루나에요."
...
(미계약작)E-mail: lukegirl001005@naver.com

 
1부 3화 Mors pilulas dormienti
작성일 : 20-09-29 21:36     조회 : 146     추천 : 0     분량 : 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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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 그리고 마을의 입구 쪽도 가 봐야지."

 

 덜컥-. 현관문이 열렸다.

 

 아이의 엄마가 여전히 진한 화장에 깔끔한 복장을 한 채 현관에 서 있었다.

 

 "아, 아주머니.

 늦게 와서 죄송합-."

 

 아이의 엄마는 내 사과가 끝나기도 전에 뒤돌아 걸어, 거실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나는 뻘쭘하게 서 있다가 신발을 벗고 거실을 지나 주방 안으로 들어섰다.

 

 주방 한쪽에는 네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 푸짐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어제부터 계속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는 침을 질질 흘리며, 여태 붙잡고 있던 이성을 던지고 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앉기도 전에 먼저 앉을 뻔했다.

 

 이정안-!

 

 아이의 엄마의 부름에 2층에서 빠르게 내려왔다.

 

 낮에 봤던 노란 눈들과 바로 앞에 보이는 아이 엄마의 조금 진한 노란 눈 때문인 건지, 아이의 반짝이는 큰 검은 눈은 더욱더 선명해 보였다.

 

 정안은 테이블 위에 올라간 음식들을 보더니, 오른손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엄마를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엄마는 제 아들이 그런 자세를 잡아도 감흥이 없다는 듯이 흘깃 보고는 요리할 때 썼던 조리기구들을 설거지했다.

 

 정안은 그런 모습이 익숙한 듯 여전히 미소를 띤 채 의자에 앉아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괜스레 민망해진 나는 아이의 엄마에게 내가 머무는 동안 쉴 곳을 안내해 줄 수 있냐고 물었고, 아이의 엄마는 '2층 복도 끝 방에서 쉬세요'라고 말해주며, 화장실은 2층에서 사용하라고 했다.

 

 빠르게 설거지를 끝낸 아이의 엄마는 어딘가에 가야 하는 건지 바쁘게 발을 움직이며 빠르게 주방을 나가 거실을 지나가면서 겉옷을 빠르게 집어가더니 그대로 현관문을 닫고 나갔는데, 낮에도 화장한 것을 생각하면 낮에도 일을 나갔다가, 지금 다시 일을 나가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의 엄마가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뒤돌아 아이와 같이 밥을 후다닥 먹었다.

 

  ...

  ...

  ...

 

 아이의 방은 내가 쓰는 '2층 복도 끝방'의 바로 왼쪽 방이었다.

 

 2층에는 바로 옆방인 아이의 방 외에 건너편에 방이 두 개 더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화장실인 건지 앞에 'Bathroom♥'이라고 적힌 표지가 걸려 있었다.

 

 "후유, 정말 피곤하다.

 내일 시내에는 어떻게 가지?

 아침에 밥 먹기 전에 정안이에게 마을 안내를 부탁해 볼까아."

 

 그렇게 말하곤 누워서 바라본 천장에는 작은 야광별 몇 개가 알록달록 붙어 있었다.

 

 "정안이가 좋아하나 보네. 이런 거."

 

 외눈이라 다소 충격이긴 했지만 대여섯 살의 취향이 귀여워서, 그렇게 말하니 그냥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뒤로는 나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지만, 전혀 아는 것도 없고 피곤함에 몰려와서, 수많은 궁금증을 뒤로하고 잠을 자려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잠들었다.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정안의 어머니는 1층에서 막 아침을 다 먹은 상태였다.

 

 아주머니는 이제 막 집에 돌아온 건지 어제 나갈 때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내가 2층에서 내려오는 걸 본체만체하며 밖으로 나갔다.

 

 주방에 들어가 보니, 정안이 식탁에 앉아 프라이팬에 빵칼을 들어 잼을 떠서 노릇노릇한 식빵 한 쪽에 발라 먹고 있었다.

 

 나는 정안에게 다가가 손을 살짝 들어 인사를 건넸다.

 

 "정안아, 안녕! 잘 잤니?"

 

 정안은 그제야 내가 온 걸 알았는지, 빠져나올 듯한 큰 동그란 눈웃음과 작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짓는 것으로 답하고 손에 들고 있었던 식빵을 마저 해치웠다.

 

 어제 정안이 말 한마디 하지 않지 않아, 이 애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은 벌써 다 먹었어?"

 

 정안은 고개를 저으며 새로 잼을 발라 먹고 있던 식빵을 두 손으로 잡아 번쩍 들었다.

 

 "아, 누나도 지금 일어나서 배고픈데.

 혹시 옆에 놓인 토스트 먹어도 돼?"

 

 정안은 오물오물 먹으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고마워!"

 

 의자에 앉아 식빵을 들어 잼이 묻은 빵칼을 들어 발라 머리 큰 외눈박이 집이어도 먹는 건 똑같구나.

 

 식사 정도는 정상적이라는 것에 즐거운 마음으로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먹자마자 토할 뻔했지만.

 

 "흠~!"

 

 애써 맛있는 것처럼 정안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우물대고 있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맛없는 잼은 처음 먹어 본다.

 

 다른 세계에서의 맛 기준도 다른 걸까.

 

 옆에 대여섯 살 된 정안은 언뜻 보면 기괴해 보일 만큼, 눈알이 삐죽 튀어나오며 눈이 납작해질 만큼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걱우걱 먹고 있었다.

 

 열 댓개 정도 쌓여 있던 구운 식빵이 반절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입안에 머무는 이것을 더 입안에 뒀다간 물고 있는 식빵 덩어리와 함께 헛구역질하게 될까 봐 조심스럽게 접시에 뱉었다.

 

 "정안아,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정안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점점 더 빠르게 식빵을 집어 들고 잼을 바르고,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청소기처럼 빠르게 식빵을 입안에 넣어 우물우물 먹고 삼키기를 반복했다.

 

 정안이, 정신없이 먹는 것을 보니 많이 배고팠나 보네.

 이게 맛있나? 진짜 빨리 먹네. 저렇게 먹으면 진짜 체하는데.

 그나저나 잼 색이 검정에 가까운 진한 보라색이길래 포도나 블루베리인 줄 알았는데.

 무슨 잼이지?

 

 식빵 옆에 잼이 든 병을 들어 라벨에 적힌 이름은 이렇게 적혀있다.

 

 'Mors pilulas dormienti'

 

 모르스 필룰라 도미엔티?

 

 잼 이름 치곤 길다. 근데 이게 무슨 말이지.

 

 처음 보는 과일 이름이네. 아무래도 이건 영어가 아닌가?

 

 아니지. 스페인어나 독일어 같은 아예 모르는 언어일 수도 있으려나.

 

 지구가 아니니까 아무 말이나 조합해놓은 것일 수도.

 

 병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이제는 두어 개 남은 식빵 중 하나를 들어 길게 찢어 입에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며칠간 이 집에서 머문다 해도 정확히 언제 나가라는 말이 없으니 마냥 편하게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는 몰라도, 당장 말이 통한다는 건 불행 중 다행이다.

 

 며칠 마을에서 머문다 해도 그 후에 마을 밖으로 나가면, 당장 그다음은 어떻게 하지?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입에 물린 가늘고 길게 찢긴 식빵이 축 늘어졌다.

 

 얼빠진 나는 잘린 나머지 식빵도 반으로 접어 마저 한 입 베었다.

 

 주방에는 입안에 남아있는 빵을 씹는 소리와 우유를 목에 넘기는 소리만 울렸다.

 

 그 고요를 깨트린 것은, 내가 식빵을 막 다 먹고 우유를 마시고 있을 때 정안이 갑자기 의자에서 내려와 거실을 지나 어딘가로 뛰어갔을 때였다.

 

 "정안아?"

 

 조금 뒤 위층에서 문이 열리는 동시에 쾅 하고 문이 닫혔고, 이내 집 안은 잠잠해졌다.

 

 "무슨 일이지?"

 

 이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의자를 빼고 일어났는데, 정안이가 지나간 자리엔 아주 연한 보라색 액체가 뚝뚝 떨어져 있었다.

 

 2층 화장실로 갔구나.

 

 따라가 보니, 중간중간에는 거의 그 액체를 뱉다시피 줄줄 흘린 흔적도 보였다.

 

 황급히 2층으로 올라가 왼쪽으로 돌아 화장실 앞에 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 안에서는 정안이 토하는 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급하게 먹다가 소화를 못 시킨 채 역류하여 토한 것 같았다.

 

 문을 활짝 열고 자신의 큰 얼굴을 변기에 박은 채 토하고 있는 정안의 등을 탁탁 때렸다.

 

 한참 동안 토하는 소리는 끊이질 않았고 나중엔 중간중간 멈추다가, 거의 다 구역질을 했을 땐 앓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섞여 변기 안에서 울렸다.

 

 "정안아, 일어날 수 있겠어?

 일단 세수부터 하자."

 

 억-. 캑.

 

 세수를 시켜주는 와중에도 정안은 헛구역질했다.

 

 나는 정안을 방으로 데려다주었고, 정안은 입에서 숨이 새는 소리가 나다 잠이 들었다.

 

 "조금 전에 먹었던 잼이 문제였었나."

 

 나는 후, 하며 한숨을 쉬고 방을 나서기 전 잠든 정안의 모습을 봤다.

 

 1m 남짓한 작은 키에 그 반을 차지하는 길고 큰 얼굴, 그 얼굴에서 반을 차지하는 동그란 큰 눈과 그 위아래에 붙은 작은 눈썹과 연분홍빛의 작은 입술.

 

 작은 몸에 입은 노란 줄무늬 셔츠 위에 검은색 멜빵 바지를 입은 우악스럽고 아직까진 똑바로 얼굴을 보기는 어려운 외모였지만, 눈을 감을 때 조용하게 자는 모습이나 일어났을 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어린아이로 보였다.

 

 "어디에 있든, 어떻게 생겼던 어린아이는 다 똑같네."

 

 나는 피식, 웃고서 조용히 문을 닫고 1층으로 내려왔다.

 

 "일단 주방을 좀 치우고 시내 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정안이가 저렇게 아프니 혼자 나가야겠네."

 

 어질러진 자리를 주방에서부터 정리하는데, 정안이 입에서 떨어뜨린 2층에서부터 떨어진 연보라색 액체는 어느새 투명하게 변해 있었다.

 

  ...

  ...

  ...

 

 해는 이제 막 떠오르고 있는데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제 거리에서 봤던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색으로 뒤덮여 있고 눈동자만 노란 큰 외눈에 거대한 얼굴을 가진 그들은 구부정한 자세로, 시선은 한 방향으로 향한 채 터덜터덜 걸어간다.

 

 사람들의 얼굴은 오전임에도 퀭한 얼굴로 시선은 앞으로 향하고 전체적으로 회색빛을 띤 채 노란색의 눈동자는 초점 없이 걸어가고 있고, 하나 같이 어깨가 축 내려가 있어 손에 들고 있거나 어깨에 멘 가방들은 대단히 무거워 보인다.

 

 해가 막 뜨면서 세상은 하얗게 빛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회색이 조금은 밝아 보인다.

 

 "어제 아줌마가 시내로 갈려면 쭉 앞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가라 했던가?"

 

 나는 어제 갔었던 과일 가게 쪽으로 걸어갔다.

 

 아직은 가게 영업이 시작되기 전인 건지, 'closed' 라는 문구가 팻말에 적혀 있었고, 과일이 진열된 상자나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으며 한쪽에는 큰 상자가 가득 쌓여 있었다.

 

 "설마 저게 재고는 아닐 거야."

 

 어제 정안과 먹었던 과일과 오늘 아침에 먹은 잼이 저 과일처럼 보관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자, 안에서 위로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더 있다간 기분이 정말 안 좋아질 것 같아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과일 가게를 지나 계속해서 걷다 보니, 꾸불꾸불한 길을 지나자, 큰 눈을 가진 그들은 여러 갈림길을 나눠서 가기 시작했고 오른쪽에 뻗은 길들을 보던 나는 그중에 시내로 가는 길을 찾았다.

 

 그들이 제일 많이 가는 길이 시내일 것으로 생각했던 내 예상은 맞았다.

 

 그들은 유독 어느 한쪽으로 많이 몰렸고 나는 그들의 사이에 껴 길을 따라 사람들 사이에서 밀리듯 걸어갔다.

 

 시내로 통하는 길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다 길 끝에 도달하자 순식간에 한산해졌다.

 

 어제 마을 끝에 도착했을 땐 생각보다 마을의 크기가 크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시내는 마을 하나 만큼이나 크고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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