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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보통의 연인
작성일 : 20-09-29 21:27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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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네.”

  창문 밖 우수수 떨어지는 빗소리가 경쾌하다.

  조신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이수는 비 내리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다행이죠, 올해 하도 가물어서 말이 아니었나 본데.”

  “아, 네….”

  딴 생각을 하느라 과일을 내온 여인을 잠시 잊고 있었다.

  “뭘 이런 걸… 저희 괜찮은데요, 정말.”

  “내 마음 편하자고 이러는 거예요.”

  푸근한 인상으로 제작진을 반겨준 건의 어머니.

  스무 명의 연습생에게 보여줄 영상 편지를 위해 이수는 그들의 부모님을 찾아 뵙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아들 많이 말랐던데… 곁에 없으니 뭘 챙겨 주지도 못하고. 이왕 오신 손님, 내 자식이다 생각하고 이것저것 내온 거니까 많이들 들어요. 응?”

  “아, 네… 네, 어머님.”

  건네주는 포크에 꽂힌 참외, 이수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듣던 대로 훌륭하신 어머님, 그래서 왠지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건이, 그 아이… 참 멋진 아이예요.

  그 멋진 아이가 나를 좋아해 줘요.

  이해, 힘드실 거예요. 저도 그러니까.

  입에 넣은 참외를 느릿하게 저작하며 이수는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어머!”

  순간, 그녀의 무릎 위로 강아지 한 마리가 펄쩍 뛰어올랐다.

  “얘가, 얘가… 젤젤! 너 일루 와.”

  네가 젤젤이구나. 이수는 옅게 웃으며 강아지의 하얗고 복실복실한 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건의 본가에 온다는 건 생각보다 굉장한 일이었다.

  그의 흔적들이 가득한 집안을 이리저리 살피며, 그녀는 제 손때 묻은 책을 원하던 건의 마음을 이해했다.

 

 

  * * *

 

 

  “혼자 걷는 길 위에 비가 내린다. 구름이 끼인 만큼 비는 내리리라.”

  일정을 마치고 센터로 돌아온 이수는 물 웅덩이를 피해가며 비 오는 거릴 걸었다.

  조금은 처진 어깨와 힘없는 목소리에서 고된 하루의 피로가 묻어났다.

  “당신을 향해 젖으며 가는 나의 길을 생각한다. 나도, 당신을 사랑한 만큼 시를 쓰게 되리라.”

  너무나 좋아해 외우고 있던 시, <우산>.

  부슬부슬 비 내리는 이 거리와 너무도 잘 맞는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지난날 건이 빗속을 뛰어와 저를 붙들었던 곳이 보였다.

  ‘왜 이제 와요?’

  ‘사람 걱정되게 왜 갑자기 안 보였냐구요.’

  그의 손에서 전해지던 따스한 기운이 손목에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앞을 보는데,

  “하루 종일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녀요, 찾았잖아.”

  트레이닝복 차림의 건이 우산도 없이 서 있었다.

  기억 속 그때와 지금, 흘러간 시간만큼 더욱 어여뻐진 나의 사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이수는 읊고 있던 시를 마저 낭독했다.

  “이렇게 먼 거리에 서 있어도….”

  이수의 느린 걸음을 기다리지 못하고 건은 휘적휘적 긴 다리로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스윽—.

  그리고 또 한 번, 그녀는 그의 머리 위로 하늘색 우산을 씌워 주었다.

  “나는 당신을 가리는 우산이고 싶다. 언제나… 하나의 우산 속에 있고 싶다.”

  “무슨 시예요?”

  “도종환의 <우산>. 읽어야 할 시집, 하나 더 늘었다.”

  이수가 짓는 시들한 미소를 내려다보며 건은 미간을 찌푸렸다.

  “피곤해 보여.”

  “응, 조금.”

  “뭐 하다 왔는데.”

  “비밀이야.”

  “나빴다, 하루 종일 기다린 사람한테.”

  건은 우산 든 이수의 손 위를 슬며시 감싸더니 이내 그 손잡이를 차지해버렸다.

  그녀가 들 때보다 한 뼘 더 높이 솟은 우산에 톡톡, 빗물이 내려앉았다.

  그대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하나의 우산 아래, 둘만의 랑데부.

 

 

  * * *

 

 

  “으유… 이 칠칠이.”

  달랑달랑, 건의 가슴팍에서 널을 뛰고 있는 단추가 신경 쓰여 이수는 결국 미니 반짇고리를 찾아와 바늘에 실을 뀄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났대?”

  “내가 좀 여성스러워야 말이지.”

  단추를 고쳐 다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이수를 내려다보며 건은 설렘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잘 해요, 찌르지 말고.”

  거침없는 바느질에 겁을 먹은 모양이다. 엄살은 하여간.

  “지금도 충분히 아프니까.”

  아프다는 말에 이수는 바느질을 멈추고 스윽 고개를 올려 묻는 눈길로 건을 쳐다봤다.

  “요새 서이수 때문에 무리를 좀 했더니.”

  그의 다정한 미소를 오롯이 받아내며 이수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혼자는 억울해 제 심장까지 무리를 시킬 작정인가.

  콩—

  “아…!”

  “까불고 있어.”

  괜히 머리를 쥐어박아 주곤, 이수는 실을 돌돌 돌려 매듭을 지었다.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 몰라!” 하고 건의 가슴팍에 얼굴을 가져가 매듭을 빠져 나온 실 두 줄을 입에 물었다.

  “여성스럽기도 하지, 참.”

  “가위가 없단 말야.”

  뚝, 소리와 함께 실을 끊어낸 이수가 다시 멀어지려는데 건이 길다란 팔을 그녀의 어깨 위로 둘러 꼭 안았다.

  “…알아?”

  “뭘?”

  “나 방금… 진짜 바늘로 너 찌를 뻔했어.”

  핏 웃은 건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편안히 숨을 내쉬었다.

  “…강아지 냄새 난다.”

  말도 안 돼. 건에게 안겨 눈동자를 도르르 굴리며 이수는 남몰래 마른침을 삼켰다.

  “그, 그거 욕이지. 나한테서 지금 냄새 난다고 에둘러 말하는 거지?”

  “아니, 그냥… 뭔가 그리운 냄새가 나. 이상하게.”

  개코 납셨네. 뭐 얼마나 안고 있었다고 냄새를 알아맞혀?

  부모님의 영상편지는 깜짝 이벤트이기에, 본가에 다녀왔단 사실을 건에게 들켜선 안 되었다.

  초조해하는 이수완 달리, 건은 눈까지 감은 채 하루 종일 기다렸던 휴식을 즐겼다.

  “오늘 어디 갔다 왔나, 진짜 말 안 해 줄 거예요?”

  나직한 말소리가 떨어지는 목 언저리가 따스했다.

  “비밀이랬잖아.”

  “치사해. 나한테 비밀 같은 거 안 만들면 안 돼요?”

  “싫어.”

  “왜?”

  “너 궁금하라고.”

  “…무슨 뜻이야?”

  “너한테, 더는 궁금하지 않은 여자 되기 싫단 뜻.”

  건은 이수를 품에서 떨어뜨리며 그녀의 눈을 들여다봤다.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아니래도… 혹시 모르지? 나중엔 어떨지.”

  “그래서 신비주의 전략으로 나오시겠다?”

  “고전적이고 좋잖아. 봐, 세헤라자데도 1001일 동안 왕을 궁금하게 만들어 산 거 아니야.”

  눈을 껌벅이며 나름의 주장을 설파하는 이수의 모습이 얄미워 죽겠다.

  그런 건의 눈빛을 읽었는지 이수는 상냥하게 웃으며 당근을 내밀었다.

  “서브 보컬 힘들지, 안무까지 짜느라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겠네?”

  볼을 톡톡 건드리는 이수의 손을 감싸 쥐며 건은 기분을 풀었다.

  “나 이번엔 진짜 랩 할라 그랬는데.”

  “하지, 왜. 다른 애들이야 어떻게 되든 패기 있게, 어?”

  장난기 어린 이수의 말투에 금방 또 삐칠 기색이다.

  래퍼들이 팀에 몰려 할 수 없이 보컬 포지션을 맡게 된 사정을 다 알면서. 그래서 얼마나 속상한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너무해.

  이수는 건에게 잡히지 않은 반대쪽 손을 들어올려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착해, 그래서 예뻐. 노래도 곧잘 하던걸?”

  칭찬이 어색해 건은 수줍게 웃었다.

  “우리 안무 거의 다 됐는데. 아, 한번 볼래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건을 이수가 급하게 붙잡았다.

  “아니야, 그러지 마.”

  관람 거부하는 이유를 물으려는데 그녀가 말을 이었다.

  “형평성. 내 마지막 양심. 응?”

  아… 생각이 짧았다. 그녀에게 괜한 부담을 준 것 같아 건은 미안해졌다. 그리고 이 관계가 지닌 위험성이 새삼 피부에 와닿아 조용히 놀랐다.

  다시 자리에 앉으려는데 공복을 알리는 꼬르륵 소리가 선명히 났다.

  “아! 젠장….”

  이수는 풉, 하고 웃더니 배가 고픈지를 물었다.

  그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저녁 건너뛰었어?”

  “다이어트.”

  “응… 그래도 뭐 좀 먹지, 왜. 탈 나면 어떡하려구.”

  낮에 그의 어머니가 한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 아들 많이 말랐던데… 곁에 없으니 뭘 챙겨 주지도 못하고.’

  미안함에 괜히 찻잔을 만지작대던 그녀의 주름진 손. 이수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 살 안 찌면서 맛있는 거 어디 없나?”

  “그거 내 단골멘튼데.”

  잠시 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이수가 갑자기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좋았어!”

  “응?”

  “일어나. 오늘 야식은 이 누나가 쏜다.”

 

 

  * * *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괜찮아요. 아직 그 정돈 아니다, 뭐.”

  장을 보러 마트에 온 두 사람, 이수는 행여나 누가 저흴 알아보진 않을까 걱정이다.

  “모자 좀 더 푹 눌러 써.”

  “아, 진짜… 알겠어, 알겠어.”

  이수의 지시대로 그는 거의 앞이 안 보이다 싶을 정도로 모자를 눌러썼다.

  그제야 식품 코너로 눈길을 돌린 이수는 고민할 새도 없이 길을 찾아가, 필요한 재료들을 골랐다.

  “자두 맛있겠다.”

  “으응, 눈으로 흘기기만 해도 뭉그러지게 생겼구만.”

  뭣도 모르고 과일을 고르는 건의 손을 막으며 이수는 그 옆에 놓인 키위를 몇 개 담았다.

  정말이지 여러모로, 그를 이곳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

  “우와… 그건 뭐예요?”

  “곤약, 내 비장의 무기.”

  포장지에 적혀 있는 ‘0 칼로리’를 보며 이수가 씨익 웃자 건도 덩달아 실소를 터트렸다.

  “골뱅이도 넣어 줘야지. 고기 킬러라니까.”

  “골뱅이가 고기야?”

  “싫음 말구, 빼?”

  “아니, 아니야. 넣어요. 맛있겠네, 골뱅이 고기.”

  그렇게 카트에 재료들을 이지가지 골라 넣은 이수의 오케이 사인에 카트를 끌던 건이 곧장 계산대로 향했다.

  어깨를 툭툭 치며 장난스레 웃어도 보고, 초록의 이쑤시개로 맛난 걸 먹여도 주고, 물정 모르는 소리 말라 타박도 받고.

  마트에 들어서던 때완 달리,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장을 본 두 사람의 모습이 주위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보통의 연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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