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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 대문
작가 : 웨인킹
작품등록일 : 2020.8.31

뒤늦게 꿈틀거리는 살인충동을 발견한 남자와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여자가 만난다.
그들에게 불어닥치는 고통의 소용돌이. 그 끝을 알수없는 불행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상황을 바꾸어보려는 정민의 노력앞에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17화. 여름놀이
작성일 : 20-09-29 20:37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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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서연은 간만에 연락 온 오빠 대진의 초청이 반가웠다. 어서 가서, 조카 정민이와 새 조카 정혜를 만나고 싶었다.

 

  결국, 자기들이 여행가는 동안, 보모 역할이란 것을 알았지만, 별로 불쾌한 일도 아니었다. 예쁜 조카들하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니까.

 

  “어머 아가씨 이게 얼마 만이에요? 얼굴이 아주 좋아진 것 같아요?”

 

  이전 같지 않은 미옥의 반가운 인사에, 서연은 내심 놀랐지만, 뚱하게 앉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던, 예전에 비하면 대단한 환대임이 틀림없었다.

 

  “아. 그래요. 제가 아니라, 새언니가 몰라보게 예뻐졌어요? 비결이 뭐예요?”

 

  “어머 그래요?” 고마워요. 아가씨. “요즘은 운동도 좀 하고 남편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그러니까 그런가 봐요. 호호호.”

 

  미옥의 발언에 대진은 쑥스러운 듯이 헛기침을 한다.

 

  “어머 정민아? 너 정말 정민이 맞니? 어쩜 이렇게 컸니. 이젠 아빠보다 더 크잖아? 어른이 다 됐네.”

 

  정민도 웃으면서 쑥스러워한다.

 

  “어머 우리 예쁜 꼬마 아가씨도 이제 숙녀가 다 되셨네요!”

 

  정혜도 서연 고모를 보고 배시시 웃었다.

 

  식탁에 가득한 다양한 요리를 보고 서연은 또 한 번 놀랐다. 새언니가 무슨 작정을 한 건가?

 

  “아가씨 서방님도 잘 계시지요?”

 

  “네 공무원이라 시간은 많은데, 우리는 애가 없으니까. 주말에는 자주 외곽으로 놀러 다니고 그래요.”

 

  “어머 너무 좋겠다. 아가씨, 우리는 부부동반 놀러 가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니까?”

 

  미옥은 대진이 들으란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하. 이제부터 자주 가면 되지. 이 사람아!”

 

  대진도 질세라 언성을 높였다.

 

  “자 우리 동생 오래간만에 보는데 우리 맥주도 한잔하자.”

 

  “어머 좋아요. 여보!, 아가씨 우리 오늘 한번 취해보자고요!”

 

  그날 밤, 정민의 집에서는 밤이 늦도록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부산했다. 늦잠을 잔 대진과 미옥은 빨리 나가야 한다고 허둥지둥거렸다.

 

 대진의 전화벨이 울렸다.

 

  “형님. 나오세요. 앞에다 차 대고 있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금방 나갈게.”

 

  “아가씨. 미안해요. 그럼 우리 갔다 올 테니까. 애들하고 좋은 데 구경도 다니시고, 맛있는 것도 같이 사드시고 하세요!”

 

  미옥은 서연에게 신용카드 한 장을 쥐여 주었다.

 

  “아니, 안 이러셔도 되는데...”

 

  “꼭 이거 쓰세요. 안 그러면 제가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알, 알겠어요. 잘 다녀오세요.”

 

  대진의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이 자식 보채기는.’

 

  대진은 전화를 받지 않고 미옥의 캐리어와 자신의 가방을 메고 현관 앞에 섰다.

 

  “야 너희들, 고모 말 잘 듣고, 말썽 피우지 말고 잘 있어야 해!”

 

  정혜는 큰소리로 대답 했고, 정민은 고개만 끄덕였다.

 

  “엄마 갔다 올게, 고모랑 재미있게 놀고 있어!”

 

  “네 엄마 잘 다녀오세요”

 

  정혜는 왠지 신이 난 목소리였다.

 

  드디어, 그들이 떠났다.

 때아닌 아침 소동이 끝나자. 서연 고모가 정혜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얘들아, 우리도 좋은 데 구경하러 가야지? 고모가 생각한 곳이 있는데 어때?”

 

  “어딘데요 고모?”

 

  “에버랜드 놀이동산!”

 

  “꺅 좋아요!”

 

  정혜가 신이 나서 외쳤다. 정민과 서연도 웃고 있었다.

 

  에버랜드 입장은 생각만큼 즐겁지는 않았다.

 방학이라 우르르 몰린 입장객들에 밀려 정민 일행은 10분 넘게 줄을 서는 중이었다.

 

  “너무 힘들다. 오빠. 얼마나 기다려야 돼?”

  정혜가 볼멘소리를 했다.

 

  “야, 이건 기다리는 것도 아니야. 여긴 금방 들어갈 거야. 이게 문제가 아니고, 들어가서 탈 것 기다리려면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될걸?”

 

  “진짜?”

 

  “그래 정혜야, 이거 시원한 거 마시면서, 마음 편하게 기다려야 해!”

 

  서연 고모도 거들었다.

 

  드디어 입장.

 

  신이 난 정혜는 깡충, 깡충 앞서서 뛰어나갔다.

 

  뒤따르는 정민과 서연 고모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고마워요. 고모, 안 그래도 정혜가 놀이공원 가고 싶다고 늘 졸랐거든요!”

 

  “어머, 그랬니? 잘됐다. 난 또 안 좋아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너희가 기뻐하는 모습 보니까 내가 더 기분이 좋다 얘!”

 

  “그나저나, 너희 새엄마는 좀 많이 달라진 거 같은데. 언제부터 저런 거니?”

 

  “하하하, 고모가 봐도 그런가요? 한 달도 안 된 것 같아요. 어찌 됐든, 정혜도 좋아하고 집에서 큰소리도 안 나니까 저도 좋아요.”

 

  “그래, 그래, 너무 다행이다.”

 

  정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서연은 안쓰러움 마음으로 정민의 등을 다독였다.

 

  “오빠! 우리 이거 꼭 타야 해!”

 

  어느새 꽤 멀리 간 정혜가 오빠를 불렀다.

 

  “고모 천천히 오세요. 제가 먼저 가서 줄 서고 있을게요.”

 

  “그래, 그래 정민아!”

 

  “꺅 아악” 정혜의 비명과 함께 시원한 물보라가 그들에게 튀겼다. 두 번째 낙하지점에서는 서연도 비명을 질렀다.

 

  “이거 보기에는 별로 안 무서워 보이는데 꽤 무섭다. 정혜야 재미있었니?”

 

  “너무 재미있어요! 우리 이제 빨리 다른 거 타러 가요.”

 

  정혜는 신이 나서 재촉했다.

 

  정혜가 선택한 다음 탈 것은 360도 회전 롤러코스터였다.

 

  “우와 악. 으악”

 

  먼저 탄 사람들의 비명이 정민 일행에게도 들렸다.

 

  “어머 난 저거 못 탄다 얘들아, 고모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너희들끼리 타고 와!”

 

  “정말 안 가실 거에요? 보기는 무서워도 타 보면 재미있어요”

 

  이제는 정민도 흥이 난 어린애처럼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고모는 정말 못 타. 고모는 저기 가서 아이스크림 사 올 테니까 너희는 빨리 가서 줄 먼저 서.”

 

  서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민과 정혜는 부리나케 대열에 합류했다.

 

  점심을 먹고도 탈것을 3개 더 탈 정도로 왕성한 에너지를 보였던, 정혜도 이제는 좀 지쳐 보였다.

 

  “오빠 우리 저기 그늘에서 좀 쉬었다 가자.”

  양 볼이 발갛게 상기된 정혜가 말했다.

 

  “하하하, 그래. 우리 정혜가 드디어 힘이 빠졌구나!”

 

  시원한 음료를 든 그들은 완구 샵 근처에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았다.

 

  완구 샵에 인형들을 보던 정혜는 갑자기 기운이 난 듯 소리쳤다.

 

  “나 저기 구경 좀 갔다 올게요!”

 

  “그래 정혜야, 멀리 가지 말고 완구 가게에만 있어야 해.”

 

  서연 고모가 말하자, 정혜는 대답도 안 하고 뛰어갔다.

 

  “하하하. 정혜가 오늘 많이 신난 것 같아요. 다 고모 덕분이에요!”

 

  “무슨 소리니? 너희 덕분에 내가 힐링 하는 것 같다. 간만에.”

 

  “그, 그런데 고모, 제가 할 말이 좀 있는데,”

  정민은 어려운 말을 꺼내려는 듯,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말해 봐, 무슨 일 있니?”

 

  “아니 다른 게 아니고요, 제가 엄마를 좀 보고 오고 싶어서요?”

 

  “엄마라면? 제주도에?”

 

  “네 아빠는 옛날부터 외가 쪽 사람들을 싫어해서 제가 제주도 간다 그러면, 난리가 날거예요.

 그래서 다르게 말하고 다녀와야 하는데 고모네 간다고 할까 해서요?”

 

  “참 너희 아빠도 이상해. 아들이 친엄마 보고 오겠다는 게 당연한 거지? 그게 그렇게 난리 칠 일도 아니고.”

 

  “안 좋게 헤어지셔서 그런 것 같아요.”

 

  “암만 그래도, 이젠 돌아가신 분인데....”

 

  “암튼, 정민아 네 말, 무슨 말인지 알았고 고모가 방법을 좀 생각해 볼게. 오늘 보니까 너희 아빠하고 새언니도 분위기도 좋은데 괜히 또 너희 아빠 성질 긁을 필요는 없으니까!”

 

  “고모가 생각해보고 다시 말해줘도 괜찮지?”

 

  “그럼요. 그럼요.”

 

  정민이 환하게 웃었다.

 

 

  서울에서 3시간 남짓 걸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변산반도 부근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이었다.

 

  “우와!, 형수님 여기 죽이는데요!”

  익준은 감탄을 연발했다.

 

  “어머! 정말요 여기 너무 좋아요!”

 

  일행 중 가장 어린 익준의 약혼녀도 생기발랄하게 외쳤다.

 

 호텔은 마치 높은 주상 복합처럼 지어져 있어서, 3~4층 높이부터 라운지가 시작되는 구조였다.

  호텔 라운지 앞마당은 야외 라운지처럼 각종 연회와 행사, 수영장. 그리고 실내와 이어지는 야외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소나무 숲 뷰 뒤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압권이었다.

 

  대진은 마치 자랑스럽다는 듯이 미옥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와, 당신, 어떻게 이렇게 좋은 데를 찾았어!”

 

  “결혼하고 처음 오는 건데 분위기 좀 내고 싶었지 뭐!”

 

  미옥은 남편에게 윙크를 보내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 들어가서 조금 쉬고, 옷도 갈아입고 나옵시다!”

 

  “지금이 세 시 반이니까, 다섯 시까지 다시 모입시다.”

 

  커플들은 각자의 객실로 향했다.

 

  네 시 오십 분.

 

  익준과 약혼녀 은희가 먼저 나왔다.

 

  “어머 저 수영장 좀 봐! 수영장 안에 불도 들어오네. 우리 들어가서 수영하자 오빠?”

 

  “진짜 멋지네! 하하. 좀만 있어 봐. 형님 내외 내려오면 같이 들어가자.”

 

  마침 라운지를 가로질러 오는 미옥과 대진을 본 익준이 손을 흔들었다.

 

  “어서들 오세요!”

 

  “어머, 익준 씨하고 은희 씨 먼저 내려와 있었네?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에요. 언니. 저희도 금방 내려왔어요.”

 

  익준의 약혼녀 박은희는 친화력이 대단한 여자였다. 3시간 내내 그녀가 쏟아내는 수다와 에너지 덕분에 대진과 미옥은 지루함 없이 올 수 있었다. 물론 한숨도 잘 순 없었지만.

 

  “자 그럼 우리 여자들 먼저 수영장에 들어가서 쉬고들 있어요! 우린 저기 가서 맥주 한 잔씩하고 갈게요.”

 

  대진의 말에 은희가 미옥의 팔짱을 끼며 재촉했다.

 

  “언니 우리 빨리 가요!”

 

  야외 바에는 외국인들도 몇 명 보이는 듯했다. 트로피칼 남방에 한껏 휴양지 패션을 연출한 익준이 말했다.

 

  “이야, 형님 여기 진짜 죽이네요. 꼭 외국 온 것 같아요? 형수님하고 이런 데만 다니시나 봐요?”

 

  “야 인마, 너 나 알면서 그러냐! 나도 처음이야. 신혼여행 때 발리에 갔다 온 이후로 이렇게 좋은데는 나도 첨이다.”

 

  “그래요. 형님. 우리 은희도 너무 좋다고 난리에요. 다 형님 덕분입니다.”

 

  “됐어. 인마, 그냥 2박 3일간 푹 쉬다 가자고!, 근데, 넌 은희 씨 언제 안 거야? 제수씨가 몸매도 엄청나고 성격도 진짜 좋은데?”

 

  “곰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기가 찬다.”

 

  “하하하. 형님도 참. 사실은 몇 달 전에 정규 여자친구가 소개해 줬어요.”

 

  “그래, 다 좋은데 그 놈에 정규에서 에러다. 인마! 재수 없는 새끼 말도 꺼내지 마라. 우리도 이제 가서 물놀이 좀 하자.”

 

  “그래요 형님, 바닥에 불도 들어오는 게 희한하네요!”

 

 

  익준은 먼저 일어선 대진을 따라 수영장으로 향했다. 대진이 수영장에 있는 은희의 풍만한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익준은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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