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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당신의 취향
작성일 : 20-09-29 15:33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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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파이널 곡이래요?”

  “어, 하나는 상큼하게 다른 하난 섹시하게.”

  “응….”

  마지막 생방 무대에서 선보일 음악 두 곡을 처음 들어본 이수의 표정이 제법 피디 같았다.

  “이거 말고 하나 더 있어야 하잖아. 스무 명이 다같이 부르는 거.”

  “아직 작업이 덜 됐어. 건 그렇고, 어때? 넌 두 곡 중에 뭐가 더 마음에 드냐?”

  “글쎄요, 딱히 뭐….”

  “맞다, 너 죽이게 우울한 발라드 취향이었지? 네가 디스크 쟈키였음, 분명 누구 하나 목매달았을 거다, 그랬는데 까먹었다.”

  “치… 발라드가 취향이라기보단, 메시지가 있는 노래가 좋아요. 리듬보단 멜로디. 말도 안 되는 영어 가사에 겉만 번지르르, 그거 별로야. 그런 노랠 듣고 있음 꼭 최면에 걸리는 거 같아요. 이건 좋은 노래다, 신나는 노래다, 그러니까 즐겨라.”

  대성은 뒤로 몸을 기대며 삐딱한 시선으로 이수를 쳐다봤다.

  “우리야 직업이니까 그걸 의미까지 따지며 정성 들여 듣지. 다른 사람들은 머리 비우고 싶을 때, 기운 차리고 싶을 때, 그럴 때 음악을 찾거든? 스낵 컬처, 몰라? 말하자면 음악도 개중 하나지.”

  “스낵도 잘못 먹으면 고생해요. 밤새 토악질에 물똥 좍좍, 만만히 볼 게 아니라니까?”

  “아, 드러… 너는 여자애가 진짜.”

  “피, 언젠 여자 아니라면서?”

  대성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이고 이수는 유유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 * *

 

 

  복도를 거닐고 있는데,

  “어…!”

  어디선가 손이 불쑥 튀어나와 강한 힘으로 잡아당겼다.

  “너….”

  “쉿.”

  건이었다.

  무슨 비밀 작전이라도 하려는지 은밀한 눈빛을 쏘아대며 이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여기 무슨 아지트야? 허구한 날 일루 와, 왜.”

  “마음 편히 얘기할 장소가 마땅치 않잖아요. 얼른 앉아요, 응?”

  비상구 밖 계단. 먼저 가 앉더니 제 옆자리를 툭툭 쳤다.

  “깁스 풀었네? 어디 봐.”

  “아… 살살.”

  “엉그렁 떨지 마. 사내놈이 인대 좀 늘어난 거 가지구.”

  그러면서 이수는 잡은 손에 힘을 슬쩍 뺐다.

  “…엄지만 손톱 예쁘게 자라겠다.”

  “응?”

  “깁스하면, 그 손가락 손톱만 예쁘게 나더라고. 아무래도 압박을 하니까 교정이 되나 봐.”

  “깁스 여러 번 해 본 사람 말툰데?”

  “전공과목이었지. 말했잖아, 나 사고뭉치였다고.”

  “어디?”

  “음, 손가락은 골고루 한 번씩은 다쳐본 거 같구… 오른쪽 발에도 한 번, 그리고 여기.”

  “어깨?”

  “아니, 쇄골. 왼쪽 쇄골, 초등학교 때 피구공에 잘못 맞아 두 동강 났었어. 눈에서 별이… 아니다, 앞이 다 모자이크 처리돼서 보이더라.”

  “진짜요? 완전 아팠겠다.”

  “그렇게 한 번씩 다쳐 봐야, 아, 이 아이의 기능은 이런 거였구나, 새삼 감사하게 된다니까?”

  피식—

  “그건 인정. 근데 왜 그렇게 많이 다쳤어요? 뭘 했길래?”

  “몰라. 의사 선생님이 내 뼈는 빨리빨리 자라느라 틈틈이 채우질 못했대. 뼈님들, 그렇게 부실공사 하심 골다공증은 따놓은 당상이랍니다. 젠장,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줘야 해?”

  남의 속도 모르고 건은 옆에서 쿡쿡대며 웃었다.

  “나 되게 바쁜 사람인데, 누구랑 다르게.”

  “아, 알았어요.”

  본론으로 빨리 들어가잔 이수의 눈치에, 건은 새는 웃음을 참으며 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뭐 하게?”

  “인터뷰.”

  “어?”

  “이건이 묻고, 서이수가 답한다.”

  “그게 뭐야….”

  “좋아하는 음식이 뭡니까?”

  장난으로 치부해버리려던 이수완 달리, 받아 적으려는 자세가 사뭇 진지했다.

  그런 건을 빤히 바라보다 그녀는 나 참… 하고는 대답할 거리를 생각했다.

  “팥.”

  “팥?”

  “응. 팥빙수, 단팥빵, 팥죽, 팥밥. 팥이라면 사족을 못 써. 맹물에 그냥 삶은 팥이 어릴 때 내 간식이었어.”

  “어… 팥….”

  팥, 옆에 별 표를 무려 세 개나 그려 넣었다.

  “또?”

  “또… 녹두, 완두, 강낭콩, 서리태콩, 그런 거 좋아해. 난 초식동물이야.”

  “나는 고기 킬런데.”

  이수가 말한 것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빠르게 적어가며 말을 덧붙였다.

  “나중에 서이수도 잡아먹어야지.”

  “…야해.”

  눈을 가늘게 떠 흘겨보자 그는 뭐, 그러면서 도리어 뻔뻔하게 쳐다봤다.

  “이상형은?”

  “이상형은… 별거 없어, 그냥… 다정한 사람, 헌신적인 사람.”

  “그게 다예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잘 들어둬야지, 그는 이수의 입술 끝을 예의주시했다.

  “날 만나러 버스 두어 정거장쯤 달려와 줄 수 있는 사람.”

  마주보고 말하기가 왠지 부끄러워, 이수는 뜨거운 건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허공을 바라봤다.

  “비 오는 날,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주는 사람. 내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흔쾌히 맞바꿔 주는 사람. 그런 소소한 배려가 예쁜 사람.”

  “…있었어요, 그런 사람? 아니, 그런 놈.”

  알지도 못하는 과거의 남자들에게 적대심을 품고 있는 건이 귀여워 앙 깨물어 주고 싶었다.

  “과거는 묻는 게 아니라네, 어리석은 중생이여.”

  “나도 말해 줄게요. 어차피 지나간 인연, 숨겨야 할 이유 뭐 있다고.”

  “안 돼. 불리하잖아, 난 너보다 5년이나 더 살았는걸.”

  “일년에 한 번씩 사람 바꿔가 만났어요? 그게 무슨 논리야.”

  “아무튼 안 돼. 싫어, 절대 싫어.”

  “흠… 알았어요, 그럼 다음 질문.”

  “근데 이거 몇 개나 더 해야 해?”

  “내가 서이수란 사람에 대해 다 알 때까지. 왜요, 지겨워?”

  “졸속공사로 내 지난 27년을 다 알려고? 네가 내 뼈님이야?”

  모름지기, 열심히 공부하겠다 산더미 같은 질문거릴 가져온 학생 미워하는 선생은 없다.

  더구나 건이 지금 공부하려는 건 서이수 자신이었으니 기특하지 않을 리가.

  “시끄럽고요, 평소 즐겨보는 웹툰이 있다면?”

  “웹툰이라… <밤의 베란다>, <시큼새큼>, <강변살다>?”

  삐뚤빼뚤, 그놈 글씨 참 못나게도 쓴다.

  깁스는 풀었지만 아직 좀 신경이 쓰이는 듯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그걸 다 읽어 보려고? 잠도 별로 못 자면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

  “…<노트북>.”

  “첨 들어보는 제목이네.”

  “건아.”

  “알았어요, 마지막.”

  생각해 온 질문은 훨씬 많았지만 이수의 목소리가 무거워지자 건은 서둘러 마지막 소릴 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하… .”

  가끔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을 할 때가 있다.

  건은 그게, 제가 그녀보다 많이 부족한 탓이라고 여겼다. 지적으로.

  그래서 그녀가 읽은 책들을 저도 읽으며 생각의 깊이를 맞춰가겠단 장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게 너무 감동적이라, 마지막 장면을 도서관에 가 읽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거야. 내 앞에서 공부하고 있던 어떤 학생, 나 뭐 큰일 치른 사람인 줄 알았을걸? 이 여자가 차여도 제대로 차였구나, 실연의 아픔을 책으로 달래는구나, 뭐 이렇게.”

  “어,어, 스포하지 마요. 읽을 거니까.”

  그게 얼마나 두꺼운 책인데, 네가 완독하나 어디 보자. 그런 마음으로 이수는 코웃음을 쳤다.

  “그 책 나 빌려주면 안 돼요?”

  “싫다? 내가 얼마나 아끼는 책인데, 사서 읽어.”

  “아, 그러지 말고. 서이수 손때 묻은 책이 좋아서 그래요.”

  가볍게 웃음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변태.”

 

 

  * * *

 

 

  —어딘가에서, 그의 아주 작은 입자들이 소화되고, 삼켜져서, 살아있는 채로, 영원히, 내 몸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내 몸 아주 작은 한 조각까지 그의 몸에 밀착하고 싶었다.

  이층 침대 위, 건은 이수에게서 받은 책을 휘리릭 넘겨 보았다. 그녀가 노랗게 칠해 둔 글귀들을 먼저 쭉 읽어 나갔다.

  —내 의지로 그에게 무언가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내가 느낀 생명의 조각 마지막 하나까지 그에게 주어 어떻게든 살게 만들고 싶었다.

  그 사람은 어디서 웃었을까, 어디서 울었을까.

  이 말이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기에 밑줄까지 쳐두었을까.

  그런 것들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그가 없이 살아가는 게 너무나 두려운 내 마음을 깨달았다. 어쩌다가 당신은 내 인생을 망쳐버릴 권리를 갖게 되어버린 거예요?

  이수의 말대로 이 책은 왠지 시작하기 겁날 정도로 슬픈 얘기일 듯싶다.

  “건, 안 자? 불 꺼도 돼?”

  “어, 꺼.”

  —다 읽고 독후감 제출할 것, 그리고 꼭 돌려줄 것.

  책의 맨 앞 장, 정갈하게 쓰여진 이수의 글씨를 마지막으로 탁—.

  “잘 자.”

  건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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