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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노미
작가 : 정진교
작품등록일 : 2020.9.23

1919년에 태어나신 나의 할머니 오노미와 남편 정진화 그리고 그 동생들 윤화, 남화, 석이, 민화, 태화, 정화 이야기.

그때 노미는 열아홉 아리따운 소녀였고, 남편 정화와 여섯 도련님들은 스물두 살부터 열다섯 살 사이의 근동에 소문난 꽃같은 소년들이었다. 그렇게 노미의 꽃길같은 시집살이는 정말 꽃길만 같을 줄 알았다. 그러나 병으로 일찍 돌아가신 시어머니 대신 여섯도련님들의 어린 어머니 노릇을 하며 한명 한명 제짝을 찾아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대는 일제강점기. 아프고 어두운 시절이었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어이없이 빼앗기고, 또 잃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노미의 가족들은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 매일 매 순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했고,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시절 누구보다 찬란했고, 아름다웠고, 사랑스러웠으며, 아팠지만 따듯했고, 슬펐지만 행복했다.

공출, 가뭄, 강제징용, 그리고 빼앗긴 소녀들... 아파서 부끄러워서 또 몰라서
아무도 하려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해야하는 이야기이기에 감히 시작해보려 한다.

저는 작가 정진교입니다.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제76화 파란 눈의 친구들
작성일 : 20-09-29 12:00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6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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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6화 파란 눈의 친구들

 

 “Hey, baby~! You wanna come with us?”

 (안녕, 아가씨~! 우리랑 같이 갈래?)

 

 두 백인 군인이 유림이를 향해 다가오는데 유림이는 하얗게 질려 뒤로 물러서다 그만 물동이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물동이는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고, 유림이는 어찌할 바를 몰라 뒤로 물러서다 대나무 숲에 막혀 더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었다.

 

 “Oh, sorry girl! Don’t be afraid. Are you OK?”

 (오, 미안해, 아가씨! 무서워하지 마. 괜찮아?)

 

 하며 대놓고 추근거리던 붉은 머리 군인과 달리 갈색 머리 군인은 유림이를 향해 사과하며 괜찮냐고 묻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유림이는 자기를 향해 손을 뻗는 그의 손길에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때였다. 유림이 뒤쪽 대나무숲 사이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더니 붕 날아올랐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볼 틈도 없이 그 물체는 순식간에 두 손으로 붉은 머리 군인의 양쪽 귀를 세게 때려 귀를 틀어쥐게 하더니 손가락을 호랑이 발톱처럼 새워 눈두덩이를 가격했다. 태화였다.

 

 붉은 머리 군인이 외마디 영어 욕을 내뱉으며 얼굴을 감싸 쥐자 태화는 순간 그의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붉은 머리 군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멍하니 이 광경을 보고만 있던 갈색 머리 군인의 다리를 걸어 바닥에 나뒹굴게 했다.

 

 “이누무 양코쟁이 새끼들이 어데다 손을 대노?!!”

 

 그러더니 태화는 배를 쥐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놈을 올라타고 한 번 더 주먹을 날려 코피를 터트리고는 아직 바닥에 누워 미처 일어나지 못한 갈색 머리 군인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누르고는 손에 잡히는 돌멩이를 틀어쥐더니 내려치려 했다. 목이 밟힌 녀석이 하얗게 질려 소리쳤다.

 

 “Oh! Shit!!”

 

 그때였다.

 

 “안됩니더!!”

 

 하고 유림이가 소리쳤다. 유림이 소리에 태화는 잠시 멈칫하며 유림이를 돌아보았다. 하얗게 질린 유림이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안됩니더! 그라믄 그 사람 죽습니더!”

 

 유림이 말에 태화는 시뻘게진 눈에 조금 힘이 빠졌다. 그렇게 금방이라도 울듯이 서 있던 유림이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얼굴을 두 대나 맞은 붉은 머리 군인이 그사이 땅에 떨어진 총을 주워 태화를 향해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Freeze! Hands up! Put down that stone! Put down!!”

 (꼼짝마! 손들어! 그 돌멩이 내려놔! 내려놔!)

 

 그 군인은 흐르는 코피를 손으로 대충 문질러 닦고는 태화를 향해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태화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대충 돌멩이 내려놓고 항복하라는 뜻이란 걸 알았다. 그러나 태화는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태화는 눈을 더 부라리며

 

 “몬소리고? 니나 그 총 치워라! 안 그라믄 니 친구 놈 면상이 날라간다!”

 

 하며 누워있는 놈을 누른 무릎을 더 세게 찍어누르며 손에 든 돌멩이를 치켜들었다. 태화가 물러날 것 같지 않자 그 녀석은 태화 코앞까지 총을 들이대며 고함을 쳐댔다.

 

 “Put it down! Stupid!! You wanna die?”

 (그거 내려놔! 멍청아! 너 죽고 싶어?)

 

 일촉즉발이었다. 놈이 총을 쏘거나 태화가 돌멩이로 어떤 놈이든 내리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유림이는 눈앞이 흐릿해졌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유림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태화가 무사하기만을,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빌었다.

 

 그때였다. 대나무 숲에서 또 무언가 튀어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물체는 총 든 놈 뒤통수를 때렸고, 다른 물체는 놈의 어깨를 짚으며 머리 위로 휘돌아 그놈이 쥐고 있던 총을 낚아챘다.

 

 “수투피드?! 이 누무 새끼가 누구한테 수투피드라 카노? 니눔이 수투피드다! 이 닭대가리야!”

 

 정화였다.

 

 “이게 놈들 총이가? 일본놈들 쓰는 거랑 쫌 다르네! 때깔 나네!”

 

 하며 뺏어 든 총을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는 이는 민화다. 정화는 빠르게 붉은 머리 군인의 팔을 등 뒤로 꺽어 잡았다. 팔을 뒤로 잡힌채 꼼짝을 못하게 된 붉은 머리 군인은 그만 완전히 기가 질려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욕을 끝없이 해대고, 태화 발밑에 깔려있던 갈색머리 군인은 계속해서 태화에게 살려달라며 잘못했다고 빌어대고 있었다. 태화는 형제들을 보자 마음이 놓여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정화야! 민화야! 니들 우예 왔노?”

 

 그러자 정화가 빨간 머리 군인 뒤통수를 잡아 바닥에 꿇어앉게 하고는 눈으로는 그 녀석을 노려보며

 

 “형이 하도 집에 안 와가 궁금해가 와봤다. 새벽에 여 오는 차가 있다 해가 얻어타고 방금 왔다.”

 

 정화는 이번에는 태화가 발로 밟고 있는 녀석을 일으켜 세워 빨간 머리 군인 옆에 꿇어 앉혔다. 그 사이 민화는 두 놈을 향해 어색하게 총을 겨누고 서 있었다. 방긋 웃으며 말이다. 태화는 그제야 뒤에 덜덜 떨고 있는 유림이 생각이 나 얼른 유림이에게 다가갔다.

 

 “괘안나? 다친데 없나?”

 

 태화가 유림이를 향해 걱정스럽게 말을 걸자 유림이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화는 유림이 손을 덥석 잡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유림이는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을 보던 정화와 민화가 서로를 향해 눈을 찡긋하더니 웃었다. 그리고는 둘 다 유림이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유림이도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Is she your girl friend? Sorry! We didn’t know that. My friend did very stupid things. Please forgive us. We didn't mean anything bad.”

 (네 여자친구니? 미안해! 우리는 몰랐어. 내 친구가 매우 멍청한 짓을 했어. 제발, 우리를 용서해줘. 우리는 나쁜 뜻이 없었어.)

 

 하고 갈색 머리 군인이 최대한 다정한 얼굴로 이야기하는데 옆에 있던 빨간 머리 군인은

 

 “No way! They don’t understand what you say. Stupid!”

 (말도 안 돼! 그들은 네가 하는 말 이해 못 해! 멍청아!)

 

 라고 말했다. 그러자, 갈색 머리 군인이 화가 잔뜩 나서 옆구리로 붉은 머리 군인을 툭 치며,

 

 “Hey! You are stupid! Don’t call me stupid! Dum haed!”

 (이봐! 네가 멍청이야! 날 멍청이라고 부르지 마! 바보야!)

 

 하며 서로 툭탁거렸다. 그러자 정화가 두 사람 머리를 자기 짚신을 벗어 번갈아 툭툭 치며

 

 “이제 니들 끼리 수투비드라 카나? 이 수투피드들아!”

 

 했다. 정화 입에서 영어가 나오자 두 군인이 다 깜짝 놀랐다. 밝은 갈색 머리 병사가

 

 “Can you speak English?”

 (너 영어 할 줄 알아?)

 

 하며 반가워했다. 그러더니

 

 “He is bad! I am not. I am good!”

 (이 녀석은 나빠! 난 아니야. 나는 좋은 사람이야.)

 

 하며 속없이 웃었다. 그러자 빨간 머리 병사가 기가 막힌다는 듯

 

 “What? Come on!”

 (뭐? 그만해!)

 

 하고 눈을 굴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자 태화가

 

 “자들 지금 모라 씨부리노?”

 

 하며 눈이 휙 올라가 한 대 더 칠 기세다 정화가 그런 태화를 말렸다.

 

 “됐다. 지들끼리 서로 스투피드, 그러니까 서로 멍청이라 카고, 모 나쁜 뜻이 없었다고 하는데, 이눔아는 계속 사과를 하고, 저 눔아는 지가 아직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거 같다.”

 

 하며 빨간 머리 녀석 머리를 툭 쳤다. 빨간 머리 녀석은 눈까지 빨개지며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Stop it! You....”

 (그만해! 너...)

 

 하는데 갈색 머리 군인이

 

 “John! You stop it!”

 (존! 너나 그만해!)

 

 하며 존이라 불린 빨간 머리 군인을 말렸다. 존이 다시 갈색 머리 군인에게 무언가 말하려는데

 

 “스탑잇! 스탑잇! 둘다 스탑잇 해라!”

 

 하며 정화가 두 군인 머리를 번갈아 때리더니

 

 “알 유 존? 그라믄 니는? 후아유?”

 

 하고 갈색 머리 군인의 이름을 물었다. 생각지도 않게 영어로 말을 하는 정화를 보고는 둘 다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갈색 머리 군인은 반가운 표정으로

 

 “My name is Charlie. What’s your name?”

 (내 이름은 챨리야. 넌 이름이 뭐야?)

 

 하며 손을 내밀었다. 정화는 갑자기 친한 체 하는 그의 태도가 영 못마땅했지만, 더 화낼 것도 없다 싶어 손을 잡아 악수를 받아주었다.

 

 “마이 네임 이즈 정화! 정정화! 여기는 내 부라덜들! 그리고 저 애기씨는...”

 

 하며 정화는 유림이를 보았다. 태화는 유림이를 등 뒤에 숨기고는 두 백인 군인을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뭐 대충 우리 부라덜 걸프랜드! 알았나?”

 

 하고 말했다. 정화의 유창한 영어에 모두 놀라고 있는데 민화가 찰리를 향해 다가가며

 

 “오메, 야 눈 좀 봐라! 눈이 파랗다. 남화형 결혼식 때도 외국 사람들을 마이 보기는 했는데 야들 눈이 원래 이래 파랗나? 신기하데이.... 사람 눈이 어찌 저리 파랗노!”

 

 하며 홀린 듯이 찰리를 향해 다가가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찰리는 당황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민화의 미모에 놀라 순간 숨을 삼켰다. 그리고는 옆에 아직도 씩씩거리며 앉아 있는 존에게 속삭였다.

 

 “Wow, He is so beautiful! They are all beautiful!”

 (와! 이 녀석 진짜 아름답다! 그들 모두 아름다운데!)

 

 그 말에 씩씩거리고 있던 존도 조금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은 정화는

 

 “뷰리플은 무슨.... 야! 헤이! 니들! 존? 찰리?”

 

 자기 이름이 불리자 존이랑 찰리는 배시시 웃으며 눈짓을 하더니,

 

 “Hi, friend!”

 (안녕, 친구!)

 

 하며 손까지 흔든다. 그런 두 녀석 앞에 정화가 바짝 다가앉더니

 

 “프랜드는 아이고.... 니들 유! 배리 배드다! 알겄나? 여자들한테 그딴 짓 또 하믄 우리가 가마히 안있을끼다. 알겄나?”

 

 하며 그들이 알아듣거나 말거나 정화는 눈에 있는 대로 힘을 주며 말했다. 그리고는 꽤 정확한 영어 발음으로

 

 “You! Don’t touch our girls anymore! OK?”

 (너희들! 다시는 우리 소녀들 건들지 마라!)

 

 하며 낮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찰리와 존은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정화는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우더니 민화에게서 총을 받아 존에게 건네주고 바닥에 뒹굴고 있던 찰리의 총도 주워다 찰리 손에 쥐여주었다.

 

 “Go!”

 (가라!)

 

 정화의 말에 둘은 잠시 머뭇거렸다.

 

 “가라고! 꺼지라!”

 

 정화가 턱으로 어서 가라는 표시를 하자 둘은 서둘러 차에 올라타더니 시동을 걸었다. 얼굴이 사색이 된 존과 달리 찰리는 뭐가 좋은지 차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Hey, Guys! So sorry! Please forget it. But I am glad to see you!”

 (어이, 친구들! 많이 미안해! 제발 이번 일은 잊어줘. 하지만 난 너희들 만나서 기뻐!)

 

 하며 손까지 흔들었다. 정화는 기가 막혔지만, 찰리의 인사를 대충 턱으로만 받아주었다. 그렇게 존과 찰리가 탄 지프는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차가 멀리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태화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내내 태화 등 뒤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던 유림이를 향해 돌아섰다.

 

 “마이 놀랐제? 물동이는 깨져가 우야노?”

 

 했다. 그러자 유림이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괘안습니더. 지는....”

 

 하고 겨우 대답했다. 태화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대로 유림이 혼자 집에 보낼 수는 없었다.

 

 “놈들이 또 올 수도 있다. 지금은 웃으면서 갔지만 다른 놈들을 더 데리고 와가 난장을 치면 우야노?”

 

 하며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정화와 민화를 보았다.

 

 “마, 그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일단 애기씨 집에 같이 가입시더. 안전해질 때까지는 우리가 옆에 있어야 하지 싶습니더.”

 

 하며 정화는 태화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태화는 정화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맞다. 그라자. 그래도 돼나?”

 

 하며 태화가 유림이에게 묻자 유림이는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화는 세상 환하게 웃으며 반가워했다.

 

 

 그렇게 해서 유림이네 집으로 태화랑 정화랑 민화까지 들이닥쳤다. 사정을 들은 유림이 어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태화 손을 붙잡고 고마워했다. 그렇게 세 도련님은 유림이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늦은 아침밥을 거하게 먹었다. 소식을 듣고 노미와 진화까지 유림이네 집으로 왔다.

 

 진화는 두 사람의 혼사를 아직 집안 어른들께 의논하기 전이라 태화가 유림이 안전해질 때까지 유림이 집에서 지키고 있겠다는 것을 허락해야 할지 말지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것은 혼사를 넘어서 사람의 안전이 걸린 문제인지라 진화는 유림이 어머니가 반가워하시는 것을 확인하고는 태화를 한동안 유림이네 집에 있도록 허락했다. 정화랑 민화도 며칠간 같이 있기로 했다.

 

 “우리 도련님들 먹성이 대단한데 아주머니 감당이 되시겠는교?”

 

 하며 노미가 걱정스레 말하자, 유림이 어머니는

 

 “우리 유림이 목숨을 구해주신 분들인데 내 뭔들 못하겠노? 집안에 남자가 없어가 항상 불안했는데 내 이제야 발 뻗고 자겠다.”

 

 하며 좋아하셨다. 평상 위에 쪼르르 앉아 뭐가 좋은지 내내 허허 웃고 있는 세 도련님들을 보며 노미는 헛웃음이 났다. 시집 와 처음 봤을 때 그저 아기 같기만 하던 도련님들이 어느새 저렇게 장성한 남자들이 되었나 싶었다. 예전 같으면 벌써 장가를 가고도 남았을 나이들이었다.

 

 ‘어무이, 옥가락지 주인들이 하나둘 나타나 줄 모양입니더. 이제 곧 다 치우지 싶습니더.’

 

 노미는 속으로 가만히 돌아가신 어머니를 부르며 한쪽에 수줍은 얼굴로 앉아 있는 유림이를 건너다보았다. 노미와 눈이 마주친 유림이가 노미를 향해 아기처럼 웃고 있었다. 노미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순간 노미는 또 어쩔 수 없이 미순이 얼굴이 떠올랐다. 미순이도 유림이처럼 아기같이 웃곤 했었다. 그런 유림이 미소를 보며 노미는 소녀들이 더는 다치지 않기를, 더는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작가의 말
 

 노미 이야기에는 우물이 중요한 장소로 자주 등장합니다. 인연을 만나는 곳이기도 했고, 소중한 이를 빼앗긴 곳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우물에서 소중한 이를 지켜냈습니다. 소중한 딸들이 더는 다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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