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콜레라-2
태화는 민화를 안아 작은 방으로 들어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며 문을 닫아걸었다. 태화는 콜레라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철저히 사람들과의 접촉을 차단하되 무엇보다도 열을 내리고 탈수를 막아야 했다. 환자의 구토물이나 용변은 철저히 분리해 땅에 묻어야 했다.
태화는 의식이 없는 민화의 얼굴과 몸을 찬물로 계속 닦아냈다. 열을 떨어트려야 했다. 그리고 의식이 없는데도 입안에 물을 떠 넣었다. 그러자 민화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민아!! 정신이 드나?”
태화가 민화를 애달프게 불렀다. 민화는 태화를 바라만 볼 뿐 말을 하지 못했다. 입술은 어느새 새카맣게 말라 있었다. 고열 때문이었다. 노미와 정화는 안절부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도련님! 민화 도련님 정신이 났는교?”
하고 노미가 애타게 태화에게 물었다.
“예, 정신이 났는데 말을 몬합니더.”
하며 방에서 태화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을, 물을 계속 마시게 해야 합니더.”
하며 노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태화에게 겨우 일렀다.
태화는 시키는 대로 계속 민화 입에 물을 떠 넣었다. 정신이 희미하게 든 민화는 그 물을 받아 마셨다. 태화는 밖에 있는 정화를 향해 이를 꽉 물고 소리쳤다.
“정화야! 싸리문 앞에 금줄 치라!”
애타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작은 방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정화가 벌떡 일어나며
“형수님, 큰형 데리고 오겠습니더.”
하며 나섰다.
그렇게 나서던 정화가 금줄 친 문 앞에서 눈이 휘둥그레져 서 있는 윤화랑 석이와 마주쳤다.
“이기 모꼬?”
윤화 눈이 휙 올라가며 정화에게 물었다. 곁에 선 석이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민화형이 쓰러졌다.”
정화는 터지려는 울음을 겨우 참으며 말했다.
“아침에 거품 물고 토했다.”
정화는 결국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윤화와 석이는 금줄을 제치고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윤화는 작은방 문 앞으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정화가 막아섰다.
“드가면 안된다. 태화형이 데리고 있다. 아무도 몬 들어오게 하라 했다.”
정화가 흐느끼며 겨우 말했다. 윤화 눈에 핏발이 섰다. 윤화는 안을 향해 고함을 쳤다.
“태화야! 민화야!”
태화는 안에서 윤화 목소리를 들었다. 윤화 목소리가 들리자 태화는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형~!”
“민화 괘안나? 내 드간다!”
“안 된다. 들어오지 마라! 민화는..., 민화는 내가 본다.”
“태화야! 민이 정신이 들었다냐?”
석이의 흐느끼는 소리에 태화는 깜짝 놀랐다.
“석이형도 왔나? 와 왔노? 오지 말지!..... 아무도 여 오믄 안된다.”
태화는 드디어 울음이 터져버렸다. 윤화가 문고리를 잡고 흔들었다.
“태화야! 민이 얼굴 좀 보자! 문 열어라!”
하고 엄하게 다그쳤다. 태화는 민화를 아직도 품에 안고 있었다. 민화는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는 태화의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니는 와 여깄노. 니도 나가라....”
“닥쳐라! 니 혼자 우예 있노!”
“이러다 니도 클난데이. 내는.... 내는..... 괘안타.”
“씨끄럽다! 마! 물이나 마셔라~~~!”
태화는 민화 입에 물을 넣어주었다. 민화는 착하게 받아 마셨다.
“니.... 평생 붙어가 귀찮게 하더니 저승까지 따라올라 하나?”
태화가 눈이 휙 올라갔다.
“저... 저승은 무슨! 주디 닥치고 가마이 있어라!”
“하이고~~! 내사마 니 때문에 평생 억수로 힘들었는데, 내도 쫌 사생활이란걸 가져보자.”
태화는 이제 고함칠 힘도 없었다.
“고마해라~~~!”
태화는 이제 목을 놓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밖에서 울음소리를 들은 윤화가 깜짝 놀랐다.
“태화야!! 와 그라노!!!?”
“아이다~~! 이눔아가~ 입이 열려가 자꾸 헷소리를 한다~~!!”
하며 태화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태화야, 내 드가자! 내가 하께. 니 나온나! 내는 어차피 죽은 사람이다. 니 나와라!”
윤화는 문고리를 붙잡고 흔들며 울부짖었다.
“아니요, 형! 민이는 내가 봐야 혀라. 내 보게 해주셔라. 민이는.... 민이는....”
석이가 애달프게 윤화에게 매달렸다. 그러자 윤화는 석이를 향해 눈을 치뜨며
“니 정신 있나? 니 애아부지다! 어디서 그딴 소리를 하노? 저리 떨어져 서라! 정화야 얘 쫌 델꼬 가라!”
정화는 주춤거리며 다가와 석이를 끌어갔다.
“아무도 들어오지 마라!! 민이는 내가 본다! 끝까지 내가 본다!”
하고 안에서 태화가 고함쳤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노미는 말 그대로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윤화는 문고리를 붙잡고 주저앉아 있고, 정화는 울고 있는 석이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배가 만삭인 노미는 마루에 주저앉아 그저 모두 무사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뭐꼬? 이게....”
진화였다.
“홍이 아부지...”
노미가 진화를 발견하고는 울먹였다. 다들 진화를 넋을 놓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일이 고되었던지 진화는 수염도 듬성듬성 자라있고 얼굴도 까칠했다.
진화도 금줄을 제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서 있을 힘이 없는 석이랑 정화는 마루에 걸터앉아 있었고, 힘이 빠진 윤화는 작은 방 앞 쪽마루 위 문에 기댄 채 널브러져 있었다.
내내 환자들을 보고 온 진화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고도 남았다.
“누꼬....?”
“민화형이.... 아침에..... 쓰러져가.... 태화형이..... 델꼬 작은 방에 드갔다.”
정화가 겨우 말을 했다. 진화도 윤화처럼 작은 방 앞으로 달려갔다. 윤화가 막어섰다. 부들부들 떨며 말을 잇지 못하는 윤화를 진화가 가만히 안았다. 내내 단단하던 윤화가 진화를 보자 눈물이 쏟아졌다. 윤화가 그렇게 몸을 떨며 우는 것을 노미는 처음 보았다.
수많은 일을 겪었으니 단단한 줄 알았다.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윤화가 가장 서럽게 흐느껴 울고 있었다. 아픔이 익숙해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슬픔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할 수 없으니, 견디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으니, 그저 돌인 듯이, 바위인 듯이 그렇게 그저 견디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도 돌멩이가 아니다.
“태화야! 민화야!”
이번에는 진화가 애타게 방 안에 있는 동생들을 불렀다. 큰형 목소리가 들리자 태화는 또 울음이 터졌다.
“큰형! 형아~~!!”
하며 태화는 아기처럼 울기 시작했다. 밖에서 그 소리를 듣는 진화는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래, 오야, 내다. 정화한테 다 들었다. 태화 잘했다. 진짜 잘했다. 민화는, 민화는 정신이 있나?”
민화는 아까부터 축 처진 채 다시 아무 말이 없었다.
“아까 정신이 났다가 다시 정신이 없다.”
태화는 계속 흐느끼며 말했다. 밖에서 듣고 있던 식구들은 도저히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열은? 열이 많이 나나?”
하고 진화가 물었다.
“불덩이같다~~.”
하고 태화가 울며 말했다.
“우찌됐든 열을 내려야 한다. 계속 몸을 닦고 있나?”
하고 진화가 문 앞에 붙어 서서 말했다.
“어~~”
하고 태화는 한 번 더 물수건에 물을 묻혀 짜고는 민화의 얼굴을, 목을 닦았다. 밖에 서 있던 진화는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갔다. 그때,
“물에 담그자!”
하고 갑자기 정화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다들 정화를 바라보았다.
“물에 담그면 된다. 물에 담갔다 열이 떨어지면 빼고, 다시 담그고, 그라믄 된다. 일단 열부터 내려야 한다.”
정화의 말에 모두 빠르게 움직였다. 나무로 된 목욕통을 마당에 가져다 놓고 가마솥에 있던 더운물을 섞어 미지근한 물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너무 찬물에 담그면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가 천천히 찬물을 더 부으면서 상태를 봐야 했다. 준비가 되자 정화가 방안을 향해 소리쳤다.
“형! 민화형 데리고 나온나! 물에 담가야 한다.”
태화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손대면 안 된다!”
하고 태화가 망설였다.
“괘안타. 다들 조심하믄 된다. 이래도 여서 의대 다닌 사람은 나뿐이다. 내가 그래도 의사 공부한 사람이다.”
하고 정화가 소리쳤다. 왠지 모두 정화가 하는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정화의 말에 태화가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이제야 얼굴을 보여주는 태화를 보니 형들은 반갑기 그지없다. 망설일 틈도 없이 윤화가 방으로 튀어 들어갔다. 진화도 따라 들어가려는데 정화가 붙잡았다.
“애 아부지들은 저리 비켜서라.”
했다. 진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화를 보자
“내가 의사다. 내 말 들어라.”
하며 제법 의사처럼 말했다. 윤화를 따라 정화도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윤화는 민화부터 부둥켜안았다.
“민아!”
하고 윤화가 부르자 민화가 눈을 살그머니 떴다.
“정신이 드나?”
윤화 얼굴을 보자 민화가 얼굴을 찡그렸다.
“형, 여 있으믄 안됀다. 내 만지믄....”
하면서 민화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쫓아 들어온 정화가 손으로 민화의 열을 재었다. 목덜미도 만졌다. 손목에 맥도 짚어보았다. 하는 폼이 제법 의사 같아 윤화도 태화도 정화 하는 대로 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중간에 토하믄 바로 물로 씻어내믄 된다. 절대로 손으로 만지지만 않으믄 된다.”
하고 형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렇게 윤화랑 정화랑 태화가 민화를 들어다 마당에 있는 목욕통에 담갔다. 방을 나온 민화를 보니 노미는 일단 반가웠다.
민화가 잠시 부르르 떨었지만 새빨갛던 얼굴이 조금 하얗게 가라앉는 게 보였다. 열이 빠지면서 식은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혔다. 정화는 반가웠다.
“열이 내리는 갑다.”
정화는 다시 민화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확실히 아까보다는 열이 내렸다. 어느새 물이 미지근해졌다. 정화는 찬물을 한 바가지 천천히 욕조에 더 부었다. 다들 욕조 주위로 몰려들었다. 석이는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태화는 민화 몸이 욕조에 쑥 빠지지 않게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진화는 말릴 틈도 없이 어느새 민화 손을 잡았다. 형이었다. 큰형이었다. 누가 뭐래도 민화를 지킬 책임이 제일 큰 사람이었다. 윤화는 천에 물을 적셔 계속 민화의 얼굴을, 목을 훔쳐냈다. 석이도 이제 망설이지 않았다. 석이는 민화의 다른 쪽 손을 잡았다. 민화가 천천히 눈을 뜨고는 형제들을 둘러보았다.
“내 참말로.... 이게 모꼬.... 와 남 목간하는 걸 보고들 있노.”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노미는 민화의 낮고 조용한 음성이 아름답게 들렸다.
“야 봐라. 정신이 없나부다. 민화야, 니 지금 목간하는 게 아이라 아파가 열 내릴라고 물에 담근기다.”
하고 태화가 울먹이며 민화에게 설명해주었다. 민화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태화를 올려다보았다.
“내 니 장가가는 걸 봐야 하는데....”
태화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민화는 자기 오른손을 붙들고 있는 진화를 보았다.
“큰형, 내 큰형 진짜 좋아한다. 세상에서 내가 젤로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제발 이제 좀 형을 위해서 살아라. 가문이고, 동생들이고, 이제 좀 내려놓고 살자. 응?”
진화는 깜짝 놀라 민화를 보았다.
“시끄럽다! 아픈 아가 뭐 이래 말이 많노!”
하고 윤화가 이제 전처럼 바위 같은 표정으로 돌아와 민화를 야단쳤다. 그런 윤화를 민화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형도 장가가야 된다. 장가 가가 오래 오래 알콩달콩하고 살아야 된다.”
“니나 장가 갈 생각해라. 내는 내 알아서 한다. 알콩달콩은 무슨!”
하며 윤화는 물을 찍어 민화 얼굴에 휙 뿌렸다. 그 바람에 다들 좀 웃었다. 다들 웃는데 정작 석이가 울음이 터졌다.
“민화야! 민아! 말 그만허고.... 어여 나서자잉?”
석이는 민화의 손을 쥐고 놓지 않았다.
“형이 젤로 잘할 줄 알았다. 장가도 가고, 딸도 낳고, 내 형은 걱정이 하나도 안된다. 다만 우리 윤화형 쫌 잘 봐도. 끝까지 형이 잘 쫌 챙기도.”
하고 부탁했다.
“형! 속 보대끼지 않나? 토할 거 같으믄 말해레이. 토하믄 속이 좀 풀릴끼다. 참지 말고 토해야 한데이.”
하고 정화가 진짜 의사처럼 말했다. 민화는 그런 정화가 많이 대견하다. 정신이 희미한 와중에도 막내를 보니 형아 미소가 번진다.
“니 진짜 의사 같다. 멋지다.”
하며 웃는데 정신이 또 아득해지는 듯 눈이 감긴다. 멀리 서 있던 노미가 한달음에 곁으로 달려왔다. 노미는 민화를 멀리서만 볼 수 없었다. 정화가 민화 이마를 한 번 더 짚어보았다. 열이 많이 내려간 듯했다. 다들 이제 한시름 놓이나 하고 있는데, 정신을 잃었던 민화가 갑자기 몸을 떨었다. 토하려는 듯 가슴을 쥐었다.
정화는 자기 손에 수건을 말아쥐고는 얼른 요강을 민화 입에 대주었다. 민화가 하얀 거품 같은 것들을 토해냈다. 먹은 것은 이미 다 게워내고 속에서 물만 나오는 것 같았다. 정화는 민화가 토한 것을 마당 한쪽에 파놓은 구덩이에 붓고 흙을 덮었다. 그리고 뜨거운 물로 요강을 씻어냈다.
그 사이 형들은 일단 민화를 욕조에서 꺼냈다. 물이 오염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물을 버려야 했다. 물에 젖은 민화를 다시 방으로 들고 가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혀 이불에 눕혔다. 태화가 계속해서 민화 입에 물을 넣어주는데 민화는 삼키지 못하고 입 밖으로 물이 흘렀다. 민화는 이제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새벽 어스름에 마당에 나와 선 태화가 쓰러졌다. 발작이 왔다. 정화가 태화를 붙잡았다. 형들이 달라붙어 팔다리를 주물렀다. 정화가 펑펑 울며 자장가를 불렀다. 하지만 태화의 발작은 점점 더 심해졌다. 태화의 발작은 민화 자장가만 말을 들었다. 그런데 민화가 저렇게 누워있으니 태화에게 자장가를 러줄 수 없었다. 형들은 기가 막히고 애가 탔다. 이러다 둘 다 잃을 것만 같았다. 윤화가 태화의 이름을 부르며 고함을 쳤다. 오장육부가 끊어지는 소리가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그때 노미가 달려와 태화를 부둥켜안았다.
“자장 자장 우리 태화, 잘도 잔다. 우리 아기.
우리 도련님 웃으시믄 비가 오다 해가 나고,
우리 도련님 울으시믄 해가 나다 비가 오네.
자장 자장 우리 태화, 세상 젤로 고운 아기.
돌맹이도 주워 주고, 별도 달도 따다 주고,
이래 내내 내 옆에서 천년만년 살고지고,
이쁜 색시 얻어다가 아들딸도 마이 낳고
천년만년 살아지고. 천년만년 살아지고
오래 오래 내 옆에서 천년만년 살아지고.”
노미는 흐르는 눈물을 삼키고 또 삼키며 그렇게 자장가를 불렀다. 그러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태화의 세차게 흔들리던 몸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휙 뒤로 돌아가 있던 눈도 천천히 돌아왔다. 딱딱하게 굳었던 팔다리도 천천히 풀렸다. 모두 믿을 수 없었다. 태화가 민화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장가에 몸이 풀린 것이 처음이었다. 진화는 노미를 와락 부둥켜안았다. 너무나 고마웠다.
어느새 정신이 든 태화가 노미의 무릎 위에 누워서 노미를 올려다보았다. 눈에 눈물이 그렁하니 맺혀있었다.
“형수님....”
태화는 울먹였다. 노미가 태화의 손을 움켜잡았다. 고맙고, 또 고마웠다.
“도련님, 괘안습니꺼?”
하고 노미가 물었다.
“예, 지는 괘안습니더. 근데.... 민화는, 우리 민화는 우얍니꺼?”
태화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노미는 태화의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민화 도련님, 안 죽습니더. 괘안을겁니더. 지는 이래 절대 아무도 몬 보냅니더. 아무도 이래 가믄 안됩니더. 아무도 안 갈깁니더. 걱정마이소. 걱정마이소.”
당연히 그것은 노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그런 말을 하는 노미를 윤화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하지만 모두 노미 말을 믿었다.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