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저희가 영원히 슬플것이요.
“형~! 내 엄니 모시고 올랑께. 엄니가 형 살아온 거 보믄 월매나 조으실까잉.”
하며 석이가 방문을 나서는데 석이 어머니가 마당에 서 계셨다. 담을 넘어 들려오는 통곡 소리를 들으셨던 모양이다. 윤화와 눈이 마주친 석이 어머니는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석이는 마당에 주저앉은 어머니를 마루로 모시고 올라왔다. 윤화는 마루로 나와 석이 어머니 앞에 큰절을 했다. 그러나 고개를 들지 못했다. 흐느껴 우는 윤화에게 어머니가 다가가셨다. 그리고 윤화 얼굴을 들어 손에 쥐셨다.
“얼굴 좀.... 얼굴 좀 보자잉. 시상 하얗던 아가 와....”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셨다.
“어무이....”
윤화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윤화는 손목에 묶여있던 미순이 옷고름을 풀어 어머니 손에 쥐어 주었다. 어머니도, 뒤에서 보던 식구들도 모두 놀랐다. 모두 한눈에 그것이 미순이 옷고름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노미가 얼른 방에 들어가 호롱불을 가지고 마루로 나왔다. 이제 땅거미가 짙어지는 시간이었다. 호롱불 아래 미순이 옷고름이 보였다. 마른 피가 묻어있었다. 윤화는 지금까지 그 옷고름을 그렇게 내내 손목에 두르고 있었다.
“미순이를.... 미순이를 니 찾았어야....”
석이 어머니는 눈 가득 눈물이 담겼다.
“지 품에서.... 죽었습니더.”
윤화의 말에 곁에 서 있던 석이가 ‘허억!’했다. 모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가 끝까지 안고 있을라 했는데.... 끝까지 안 뺏길라 했는데 놈들이 뺏어갔습니더. 그래 이것밖에 몬 가져 왔습니더. 죄송합니더.....”
석이 어머니는 하염없이 우는 윤화의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고맙다... 참말로 고마워잉....”
그리고는 미순이의 옷고름을 손에 가만히 쥐셨다. 석이가 다가와 미순이의 옷고름을 만져보았다. 선명한 핏자국을 확인하자 석이는 울음이 터졌다. 윤화는 석이에게 말했다.
“미안하데이. 내 너무.... 미안하데이.”
“형님....”
석이는 윤화의 어깨를 쥐고 엉엉 울었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윤화에게 큰절을 했다. 석이는 절을 한 채로 울며 일어나지 못했다.
“고맙소. 참말로 고맙소잉.”
석이는 그렇게 내내 엎드려 울었다.
모두 방에 모여 앉았다. 벌벌 떨고 계신 석이 어머니 손을 윤화가 내내 잡아드렸다. 아니, 윤화 손을 석이 어머니는 벌벌 떨면서도 놓지 않았다.
밥을 먹어야 했다. 언제나 우리는 밥부터 먹어야 했다. 호박을 숭덩숭덩 썰어넣고 끓인 심심한 된장국에 도라지나물이랑 석이 어머니 깍두기가 있었다. 쌀이 안 섞인 꽁보리밥이었지만 윤화는 오랜만에 집밥을 맛있게 먹었다. 다들 밥이 안 넘어갈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밥을 다 먹었다. 석이 어머니는 윤화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며 내내 바라보고 계셨다. 윤화가 하도 성화를 해 어머니도 겨우 몇 술 뜨셨다.
그렇게 식구들이 다 둘러앉아 밥을 다 먹은 후, 윤화는 그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해주었다. 미순이가 떠난 지 삼 년 만에 우리는 미순이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들었다. 그리고 일본으로 끌려간 윤화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도 들었다. 들어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뿐이었다.
입구가 무너지기 직전 탈출한 건이와 윤화는 지진으로 난리가 난 틈을 타 그대로 탄광을 빠져나왔다. 건이는 걷지 못하는 윤화를 내내 업고 그 밤을 달렸다. 엄청난 지진에 감히 셀 수 조차 없는 많은 이들이 갱도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었다. 거기서 살아 나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개울을 만난 두 사람은 몸을 씻었다. 그리고 마을 인가에 걸려있는 옷을 훔쳐 입었다. 건이는 내내 윤화를 업고 걸었다. 업혀있자니 윤화는 미안했다.
“이제 그만 내리놔라.”
하는데 건이는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조금만 더 가고 쉴께예.”
하고 건이가 한없이 가벼운 윤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업고 계속 걸었다. 그렇게 조금 더 가니 일본 마을마다 있는 작은 신사가 보였다.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해서 둘은 그 처마 밑에 앉았다. 윤화는 손목에 묶여있는 미순이의 옷고름을 버릇처럼 매만지고 있었다.
“많이... 좋아했습니꺼?”
하며 건이가 물었다.
“글쎄다.... 잘 모르겠다.”
“잘 모르는데 그래 내 들다봅니꺼.”
“그러게.... 버릇이 되가.... 그냥 늘 내 옆에 있던 아라 귀한 줄도 모리고, 좋은 줄도 모리고, 그랬다....”
“지는 형이 부럽습니더. 지는 아무도 없습니더.”
“앞으로 생기믄 돼지. 잘 생깄으니 가시나들이 줄을 안 서겠나?”
하며 윤화는 큭큭 웃었다.
“줄 서는 거 바라지 않습니더. 그저 내 하나 좋다 하는 그 한 사람만 있으믄 됩니더.”
“생길끼다. 그 한 사람.”
“형님도예.”
윤화는 건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건이는 아마 내내 이 말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비가 오고 있었다. 둘은 그렇게 잠시 비를 피하며 앉아있었다.
둘은 이렇게 저렇게 해서 부두까지 왔고, 부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돈도 좀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배삯을 마련했고, 작은 어선을 얻어타고 부산으로 왔다. 중간에 풍랑을 만나 죽을 고비를 한 번 더 넘겼지만, 무사히 부산에 도착했고, 부산에서 건이와 헤어지며 두 사람은 죽음을 건너왔으니 앞으로 삶도 함께 건너가 보자고 약속했다.
윤화는 부산에서 산 아기 모자를 노미에게 건넸다. 이 난리 통에도 안방에서 내내 잠이 들어있다가 막 잠을 깬 홍이가 노미 품에 안겨있었다. 윤화는 홍이에게 직접 모자를 씌워주고는 흐뭇하게 웃었다. 홍이는 모자를 쓰고 있는 것보다는 손에 쥐고 물고 있는 것이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런 홍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윤화는 벙긋 웃었다. 홍이는 ‘이 삼촌은 또 누구신가. 이제는 뭐 놀랍지도 않군.’ 하는 표정이었다.
윤화가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달려 내려올 수 없는 남화에게서 편지가 왔다. 감사함과 다행, 그리고 윤화가 겪었을 그 모진 고통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화가 존경하는 윤동주라는 시인 형님의 시를 한 편 소개해 주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팔복에 대한 구절에서 따온 시였다.
“팔복-마태복은 5장 3절~12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노미는 이 시를 윤화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위로를 해주십니꺼?”
하며 윤화가 노미를 보며 웃었다.
“하여튼.... 형수님은.... 참 대단한 사람입니더.”
노미는 윤화가 그 시인의 마음을 읽었음을 알았다. 윤화는 남화가 그리고 노미가 이 시를 자신에게 왜 주었는지를 알았다.
“읊어보이소.”
하고 노미가 마치 한글을 가르칠 때처럼 말했다. 이럴 때 노미는 영락없이 제자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하고 윤화가 시키는 대로 시를 소리 내 읊었다.
“풀어 보이소.”
하고 노미가 윤화에게 말했다. 윤화는 가만히 그러나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픕니다.”
“또 읊어보이소.”
하고 노미가 말했다. 윤화가 시를 이어서 읊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노미는 윤화가 그 뜻을 풀기를 기다리며 바라보았다.
“화납니다.”
윤화는 시를 계속 읽어 나갔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아픕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화납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픕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기가 막힙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기다립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또 기다립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이제 괜찮습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감사합니다.
저희가 영원히 슬퍼할 것이요.
고맙습니다. 그런 마음이라서.... 영원히 그런 마음이라서.....”
윤화는 노미를 향해 웃었다. 참말로 우리 형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이 고왔다. 노미도 윤화를 향해 웃었다. 노미가 아는 윤화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마음을 가진 가장 총명한 제자였다.
영원히 낫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영원히 슬프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영원히 괜찮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슬픔이 감사하다. 슬픔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축복이 아니다. 그리고 이 말을 알아듣는 당신은 참 아름답다.
며칠 후, 윤화가 마당을 쓸고 있는데 우체부가 편지를 주고 갔다. 일본에서 온 편지였다. 편지를 받아 든 윤화는 쓴 웃음을 웃었다.
“뭔데예?”
하고 노미가 물었다. 윤화가 노미에게 편지를 건넸다.
“지 사망통지섭니더.”
노미는 소스라치게 놀라 편지를 확인했다. 일본탄광회사에서 온 것이었다. 거기에는 윤화가 모월 모일에 지진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되어있었다. 노미는 기가 막혔다. 자기가 자기 사망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만약에 윤화가 사망통지서보다 집에 늦게 왔으면 온 식구들이 얼마나 더 처참했을까. 아마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윤화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윤화는 한동안 그렇게 살기로 했다.
내가 둘째 할아버지를 처음 뵌 것은 막내 삼촌 결혼식 때였다. 낯선 할아버지들 사이에 우리 할아버지가 앉아 계셔서 나는 우리 할아버지만 보고 ‘할아버지!’ 하며 달려갔다. 나를 예뻐해 주시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할아버지 품에 와락 안겼다. 그러자 옆에 앉아 계시던 낯선 할아아버지가 갑자기 버럭하고 호통을 치셨다.
“니는 니 할아버지만 보이나? 니 할아버지만 그래 좋나?”
처음 뵙는 분이 호통을 치시니 어린 나는 좀 놀랐다. 하지만 경상도 어르신들이 반가우시면 일단 화부터 내신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를 참 많이 닮으셨는데 웃는 얼굴이 더 고운 분이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잘생긴 얼굴이라면 작은할아버지는 고운 얼굴이셨다.
“니가 연한이 딸이가? 니 참말로 형수 많이 닮았데이.”
하시며 웃으시더니 내 볼을 쓰다듬으시고 내 손을 잡아주셨다. 뭔지 모르게 가슴이 따듯해졌다. 그냥 보자마자 참 좋은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할머니요? 우리 할머니가 젊으실 때 어땠는데요?”
나는 어릴 때부터 질문이 많았다.
“형수가 시집오는 날 가마에서 내리가 마당을 지나가는데 내는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왔나보다 했었다.”
하며 웃으셨다. 우리 할아버지 미소도 햇살인데 둘째 할아버지 미소는 더 햇살이었다. 둘째 할아버지가 형제들 중 제일 오래 사셨다고 한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인가 설 때였다. 명절이라 모두 서울 큰집에 모였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들 여섯에 딸 둘, 이렇게 팔 남매를 낳으셨다. 한 번 모이면 방에 다 앉을 수도 없을 만큼 대가족이었다. 모두 모여 떡국을 먹고 있었고, 큰아버지가 얼마 전 장만하신 칼라 TV에서는 KBS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명절을 맞은 사람들의 이런저런 소식을 전하는 중이었다.
그때 TV에서 기자가 한 일본인과 인터뷰를 했다. 그 일본인 남자는 한국과 일본의 명절 풍습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일본말로 대답을 하고 있었고 화면에는 그 말을 번역해주는 자막이 떠 있었다. 그때 떡국을 드시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셨다. 그리고는 TV를 향해 삿대질을 하시며 고함을 치기 시작하셨다.
“이기 이기 무슨 짓이고!”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다.
“이기 이기 지금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할 짓이가?”
할아버지는 노발대발하셨다.
“대한민국 명절에!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일본놈이 나와가 일본말로 떠드는 게 이기 말이 되나! 야야! 당장 방송국에 전화해라! 당장 담당자 나오라 해라! 이것들이 지금 정신이 있는 것들이가? 으잉??!!”
하며 TV를 부숴버리겠다며 달려 드셨다. 아들들은 너무 놀라서 할아버지를 뜯어말리고, 며느리들이랑 손주들은 다 거실로 튀어나오고, 상은 엎어지고 난리 난리가 났다.
“저 텔레빈지 뭔지 당장 내다 버리라! 방송국에 전화해라! 담당자 나오라 해라!”
아들들은 ‘저 TV가 무슨 잘못입니꺼, 아부지 저거 산지 얼마 안된깁니더, 고정하이소. 방송국에 전화 금방 합니더. 걱정 마아소.’ 하며 할아버지를 달랬다. 그런데도 분이 풀리지 않아 발버둥 치시는 할아버지를 아들들이 번쩍 들어 건넛방에다 앉혀드렸다. 할아버지는 그때 참 고운 빛깔의 연분홍색 한복을 입고 계셨는데 아들들한테 번쩍 들려서는 건넛방으로 실려 가시면서도
“방송국에 전화해라! 저 바보상자 갖다 버리라!”
하고 고함을 치셨다. 그렇게 건넛방에 덩그러니 앉으신 할아버지를 할머니가 옆에 앉아 가만가만 등을 쓸어주셨다.
‘고마하이소. 고마하이소. 애들 놀랩니더. 고마하이소.’
하는데 할아버지는 뭐가 그렇게 서러우신지 엉엉 울고 계셨다. 다들 놀래서 좀 툴툴거리고 있는데, 나는 그 모습이 왠지 참 아름다웠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나쁜 짓을 많이 했다는 것은 학교에서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어릴 때라 그다지 실감이 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것을 직접 겪으신 할아버지에게는 그 시절은 저렇게 억울하고 가슴 아픈 일이구나 싶었다. 그 시절을 함께 겪었을 할머니는 아기처럼 서럽게 우는 할아버지를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달래주셨다.
‘고마하이소. 고마하이소. 애들 놀랩니더. 고마하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