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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더 슬레이어
작가 : 임우상
작품등록일 : 2016.9.30

이 땅위에서 가진 것이라곤

검 한 자루와 목걸이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 진실을 마주하다.

방랑 검사 루카, 그의 이야기.

 
15. 잔상을 따라서 (1)
작성일 : 16-10-26 02:49     조회 : 430     추천 : 0     분량 : 4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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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쿠웅.

 

 그저 복도엔 괴물의 발걸음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화려한 문양이 그려진 복도 양편의 벽엔 횃불들이 타올라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루카는 조용히 괴물의 등 뒤를 따라가다 문득 입을 뗐다.

 

 “ 엘레나. ”

 “ 네? ”

 “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좀 말해줘. 내가 일을 처리하러 나간 이후로 모든 걸. ”

 

 루카는 잠시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엘레나는 그저 멀뚱멀뚱 그녀의 큰 눈을 보석같이 빛내고만 있었다.

 

 “ 으음.. 솔직히 제대로 잘 모르겠어요. ”

 “ 그래도. 그래도. 말해 봐. ”

 

 루카는 조용히 재촉했다. 그들을 앞서가던 괴물은 어느새 멈춰서 다시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사실대로 말하면.. ”

 

 루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의 그녀가 중요한 무언가를 말할 것만 같았다.

 

 “ 저는 잠을 자고 있었잖아요, 루카. ”

 “ 응. ”

 “ 일어났더니 여기였어요. ”

 “ 뭐? ”

 

 루카는 인상을 찌푸렸다.

 

 “ 잠깐만. 엘레나. 너 방금 일어났다고 말하는 거야? ”

 “ 네. 그래요.. 일어났더니 길이 막혀있었고.. 저.. 괴물이 나타났어요. 그리고 갑자기 뒤에서 쾅- 하더니 루카가 나타났잖아요. ”

 “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엘레나. 그럼 아스파는? 아스파는 어떻게 된 건데? ”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아스파는 도대체 이 난장판에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

 “ 말도 안 돼, 엘레나. 너 지금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아? ”

 “ 네? 무슨 일이라니요. ”

 

 루카는 어이가 없어 입이 벌어졌다. 달팽은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어 문제였지만 엘레나는 너무 모르고 있어 문제였다. 물론 어느 정도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 자신만 해도 눈을 뜨고 보니 영문도 모른 채 웬 미친놈한테 잡혀있지 않았던가. 심지어 아스파는 분명 사람들을 대기 시켜 자신을 구한다고 했었다. 루카는 점점 아스파의 저의에 관해 의심스러웠다.

 

 “ 아니야, 엘레나. 일단 밖으로 나가야만 해. 그리고 그 다음 일은 그 다음 일이야. ”

 “ 좋아요, 루카. ”

 

 다시 루카는 앞을 바라보고 걷기 시작했다. 괴물 역시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발걸음을 떼었다.

 

 

 

 *

 *

 

 

 

 “ 선지자여, 모습을 드러내소서! ”

 “ 바바토의 지혜를 다시 한 번 저희에게.. ”

 “ 거짓 목자들이 도시를 판치고 있습니다. 선지자여! 당신의 뜻을 다시 한 번 알려주소서! ”

 

 병사와 기사,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병영 바깥의 널찍한 광장에 한데 모여 고개를 쳐올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애타게 ‘선지자’의 등장을 부르짖었다. 과연 그들의 음성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높은 병영 건물의 한가운데에서 볼 파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 오오오! 선지자여! 지혜를 다시 한 번 온 세상에 퍼뜨리소서! ”

 “ 들으십시오. ”

 

 볼 파르트는 조용히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볼 파르트의 말에 의하면 ‘신의 특권’ 다른 말로는 ‘마법’이었다. 군중들은 볼 파르트의 말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 여러분들의 현재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

 

 볼 파르트는 군중들을 한 번 쫙 돌아보았다. 그들은 자신이 신이라도 되는 양 대우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란 말인가. 볼 파르트는 마음속에서 차오르는 쾌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 거짓 목자들이 여러분들의 눈과 귀를 더럽히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들은 그들의 이름까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거짓 목자. 루카. 그는 슬레이어를 자처하지만 그 목적은 전 세계에 타락을 퍼뜨리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

 

 볼 파르트는 숨을 한 번 내쉬었다.

 

 “ 여러분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축제가 개막되기 전에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이 거짓 목자들을 죽이십시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습니다. 본래의 목적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들은 스스로가 극단적인 선택을 초래했습니다. 이들을 죽이십시오, 신도들이여. 그들이 죽고 나서야 진정한 평화가 네멘에 찾아올 것입니다. ”

 “ 예에!!! ”

 

 볼 파르트의 일장 연설이 끝나자 군중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군중들로부터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 서 있는 남성, 리벨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리벨은 한쪽 손을 들어 방 한편을 가리켰다.

 

 “ 마스터 델 키마. ”

 “ 왜 그러느냐, 리벨. ”

 “ 이들은 어찌할까요. ”

 

 볼 파르트는 리벨이 가리키고 있는 한 쌍의 남녀를 바라봤다. 그들은 정신을 잃은 채로 포승줄에 묶여 차가운 바닥에 내팽겨져 있었다. 볼 파르트는 몸소 그들에게 다가가 이곳저곳 뒤적거리더니 그들의 갑옷에서 이름표를 떼어냈다.

 

 “ 어디보자. 이놈은 이름이.. 램버트. 별 볼일 없는 놈이군. 그리고 이 처자는.. 아하, 예나. 예나 에일하르트. 그럼 그렇지. ”

 

 볼 파르트는 몸을 일으켰다. 그의 입 꼬리 한 쪽이 서서히 올라갔다.

 

 “ 일단 이대로 둬라. 좋은 게 생각났거든. ”

 

 

 

 *

 *

 

 

 

 “ 저기 루카. ”

 “ 응? 왜. 엘레나. ”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까. 엘레나가 루카의 등을 툭툭 쳤다. 루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어깨너머로 그녀를 살짝 보았다. 그녀의 붉은색 머리칼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짙어보였다.

 

 “ 저건 뭐에요? 대체. ”

 

 엘레나는 괴물을 말하고 있었다. 놈은 꽤 오랜 시간동안 숨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얼굴에서 시커먼 연기만을 뿜으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저거? 나도 몰라. 그런데 한 번 싸워봤어. ”

 “ 싸웠다구요, 저 괴물이랑? ”

 “ 응. 엘레나. 감옥에서 말야. 사실 할 얘기가 정말 많아. 그 마법사 있잖아. 정말로 존재하더라니까. ”

 

 루카는 킥킥댔다. 일이 다 끝난 후에 그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 할 순간이 기다려졌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지. 상상만 해도 즐거운 그림이었다.

 

 “ 헤에. 정말이요? ”

 “ 그래, 정말이라니까. 나중에 꼭 말해줄게. ”

 “ 알았어요. 루카. ”

 

 이윽고 그들은 복도의 끝에 다다랐다. 복도는 정말 길었건만 반대편 복도의 끝 역시 막혀있었다. 말 그대로 입구가 없던 통로였던 셈이다.

 

 “ 아 정말. 이젠 뭐야? ”

 

 루카는 괴물에게 양팔을 들어 올려 의문의 표시를 취했다. 놀랍게도 괴물은 반응을 보였다. 놈은 다시 몸을 돌려 루카를 가리키고 말했다.

 

 “ 셰라마스. ”

 “ 그래. 그래. 알겠다고. 대체 뭔 말인지 알아먹을 순 없지만. ”

 

 루카의 말에 갑자기 놈은 손가락을 꺾어 자신을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듣기 거북한 음성을 냈다.

 

 “ 아셀. ”

 “ 아 정말! ”

 “ 루카. 잠깐 기다려 봐요. ”

 

 엘레나는 몸을 움직여 루카의 옆에 섰다. 그러곤 그녀는 지긋이 괴물의 적색 눈동자를 응시했다.

 

 “ 우리가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니? ”

 “ 아, 엘레나. 너는 정말 순진하.. ”

 

 -쿵. 쿠웅.

 

 괴물은 갑자기 어깨에 짊어진 망치를 내려놓았다. 놈은 막힌 벽에 양팔을 대더니 있는 힘껏 밀기 시작했다.

 

 - 쿠구궁.

 

 벽이 미세하게 떨려왔고 막힌 벽이 중앙에서부터 분리되어 서서히 양편으로 밀려나갔다. 약간의 모래 먼지가 떨어지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벽은 쫙 갈라져 하나의 통로를 만들어 주었다. 루카의 시선에 벌어진 통로 사이로 네멘의 풍경이 비추었다.

 

 “ 맙소사. ”

 “ 거봐요, 루카. ”

 

 - 쿵. 쿠웅.

 

 괴물은 자신의 일이 끝났다는 듯 다시 망치를 들어 루카의 뒤를 스쳐지나갔다.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 루카는 그런 괴물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추측컨대 놈에겐 기구한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다. 마법사를 지키던 놈도 마찬가지이듯.

 

 “ 고맙다. ”

 

 짤막한 인사만을 남기고 루카는 통로 밖으로 나왔다. 네멘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건물에서 아직도 불은 타오르고 있었고 주변엔 몇몇의 주검들이 그저 싸늘하게 네멘의 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 잠깐만.. ”

 

 루카의 이목을 끈 건 다름 아닌 통로의 위치였다. 그저 우연의 일치인지 열린 통로는 아스파가 있던 건물과 매우 가까웠다.

 

 “ 루카. 여기는.. ”

 “ 그래, 엘레나. 정말 신기한 노릇이군. ”

 “ 이제 어쩌죠, 루카? ”

 

 루카는 엘레나를 쳐다봤다. 정말 자다가 일을 당한 모양인지 그녀는 여전히 검은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날씨는 꽤나 추웠고 여러모로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았다.

 

 “ 글쎄, 모르겠군. ”

 

 그는 내심 짐작하고 있었다. 예나. 램버트. 달팽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하지만 최대 목적이었던 엘레나는 구출한 상태였고 왠지 그는 이대로 도시를 떠나 슬레이어의 삶으로 돌아가도 될 것만 같았다. 그는 멀찍이 보이는 활짝 열린 네멘의 입구를 바라봤다. 갑작스레 그는 아스파, 달팽, 볼 파르트 및 네멘에서 벌어진 모든 것이 자신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못 받은 보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저 엘레나 그냥 우리.. ”

 “ 모르긴요, 루카. ”

 

 하지만 그런 루카의 말을 탁하고 끊은 건 엘레나였다. 그녀는 루카와 눈을 맞췄다. 루카는 엘레나의 눈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 자세히는 모르지만 분명 엄청난 일이 터진 것 같네요. ”

 “ 뭐, 그렇지. ”

 “ 그리고 제 생각에 루카는 이 일에 관여 되어 있구요. ”

 “ 아니라곤 말 못하겠군. ”

 “ 그럼 루카. 우린 이걸 해결해야만 해요. ”

 “ 하아. 괜한 오지랖일 수도 있어. 엘레나. 이걸 어떻게 한다고 해서.. ”

 “ 그런 문제는 아니잖아요. ”

 

 루카는 하늘을 쳐다봤다. 빗물이 뚝뚝 떨어져 루카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그는 다시 시선을 엘레나에게 돌려 고개를 저었다.

 

 “ 엘레나, 그 차림으로 도대체 뭘 하겠어. 난 네가 위험에 처하는 걸 원하지 않아. 우린 충분히 떨어져 있었다고. ”

 “ 루카. 바로 우리 코앞에 있는 게 우리가 머물던 건물이에요. 어차피 장비를 되찾아야 하지 않아요? ”

 “ 젠장, 엘레나. ”

 “ 할 수 있어요. 루카. 이게 뭐든지 간에 우린 옳은 일을 해야 해요. ”

 

 ‘ 대체 이 땅에서 그 옳은 일이란 것이 뭔데, 엘레나. ’

 

 하지만 속마음과 달리 루카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그녀의 말대로 되리란 걸.

 

 “ 좋아. 그럼 가자고. 이번 일은 꽤나 단단히 마음먹어야 할 거야. ”

 “ 알고 있어요. ”

 

 루카는 아스파의 건물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왕 마음먹은 것 이제 그는 확실히 끝장을 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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