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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그리고 그녀의 비밀
작가 : 로투스틸
작품등록일 : 2020.9.29

그의 비밀, 마지막 숨을 다 하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었다. 덮어두었던 누군가의 마음이, 그의 비밀을 들춰낼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이 비밀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너는, 괜찮니~~~~

그녀의 비밀, 약속을 했다. 죽을 때까지 지키겠노라고. 새로운 빛을 만나고, 새롭게 시작된 생에 충실하겠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 비밀이 탄로날 위기가 찾아 왔다. 이제, 이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할 지, 어떻게 비밀과 스스로 마주해야할지 고민해야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 새빛아~

그리고, 새빛~
우주가 흔들리고 있어. 이 비밀 때문에......

 
[제 7 화] 제희, 제나의 동생이 되다!
작성일 : 20-09-29 02:41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5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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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나!!!! 빨리 올라가야지~!!”

 실장이 소리를 지른다.

 “네, 네~ 가요~!!!!”

 제나가 아기를 안고 안절부절한다.

 “언니~ 나~”

 마침 가방을 메고 들어온 제희가 제나에게서 아기를 받아 안는다. 금방 울 것 같았던 제나의 표정이 밝아진다. 아기가 제희를 보고 방긋 웃는다. 제나의 안도감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제희는 아가의 표정만으로도 기쁘고 좋다.

 “고마워~~~”

 “고맙긴~ 어서 다녀와~~~”

 제희는 제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아기한테 시선을 고정한다. 아기가 방긋방긋 웃어 주니, 세상 이 보다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제나는, 제희에게 새빛이를 맡기고 무대로 올라간다.

 “금방 다녀올게~”

 “열심히 해야지~!!! 새빛이 맛난 거 사주려면~!!!”

 제희가 툭 던지자, 제나의 표정이 좀 더 결의에 찬다.

 “그러엄~!!!”

 제나는 한껏 농염하게 가꾼 모습을 가다듬고, 무대로 통한 문을 열고 나간다. 아마도 클럽 스테이지는 난리가 났을 게 분명하다~. ‘Club Gold Moon'의 최고 스타 제나’s 타임~~~

 제희는 새빛이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본다.

 “새빛아~”

 아기는, 제희와 눈을 마주치고는 까르르~ 소리가 날 것처럼, 입을 동그랗게 크게 벌리고 웃는다. 세상에 이보다 이쁜 것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다.

 그 날~, 새빛이를 처음 만난 날. 제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태껏 만났던 어른들은, 늘 제희를 아프게 했다. 아빠 없는 아이라 비난했고, 버릇 없는 아이라 야단 했고, 엄마 없는 아이라 따돌렸다. 세상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아빠도 없고, 엄마도 일찍 죽어 버리면, 세상이 그렇게 대하는 게 맞다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더 못되게 살 수도 있지만, 불쌍한 엄마가 숨이 넘어가면서 한 말이 있어서, 그래서, 더 못 되게 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주류’라고 불리는 세상에서 제희는 늘 나쁜 아이고, 더러운 아이고, 예의 없는 아이였다. 적어도, 제희가 아는 세상은 그랬고, 만났던 어른들은 그랬다. 그런데, 그 날. 새빛이를 만난 날, 그 날 만난 어른은 좀 달랐다. 제나는, 그저, 제희에게 생수 한 병을 건네 준 것이 전부였다. 그 생수가, 다시 숨을 쉬게 해주었다는 걸, 제나는 꿈에도 모를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제희에게 그 생수 한 병은, 다시 숨을 쉬게 해주고, 그 숨을 건네 준 어른의 최초 출연, 혹은 ‘조우’였다. 거기에 더해, ‘새빛’을 만난 건. 제희가 살던, 온 우주가 흔들릴 정도로 강렬했다. 세상에 아기는 넘치게 흔했고, 아기띠에 안겨 낯가림 하는 아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그 날. 제희 눈에 들어온 아기는 다르게 가슴에 박혔다. 한눈에 봐도, 고급 클럽의 무희였던 엄마. 반라의 모습에 매달려 있는 아기띠. 그 안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아기. 그리고, 그 아기의 구름의 느낌이 아닐까 라고 상상하게 되는 보드라움과 동그란 눈. 요란한 엄마의 복장과는 달리, 너무도 뽀얗고 말갛던 아기의 모습이 제희는 내내 잊혀지지 않았다.

 그 날, 생수 한 병을 빚지고 헤어진 후, 내내 눈에 밟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그 아기와 다시 만나는 일이 생겼다. 편의점 알바도 잘려서 마땅히 할 일이 없던 날, 낮에 클럽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던 날이었다.

 “어~?”

 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반가운 아기띠를 메고 서 있는 키가 큰 여자를 발견한 것이다.

 “어~?”

 제희도 덩달아~ ‘어~?’라고 말했다. 여자가 천천히, 아기를 살짝씩 얼르며 다가왔다. 제희는, 피해야 할 지, 반겨야 할 지, 어쩔 줄 모른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는 사이, 여자는, 제희 앞에 바짝 다가 와 있었다.

 “여기서 보네.”

 해맑게 반기는 여자의 표정과는 반대로, 제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할지를 고민했다. 싫은 건 아니었지만, 딱히 반가울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 순간, 아기띠 속에 숨은 아기의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 이 아기 소리가 얼마나 듣고 싶었는지, 그 순간, 제희는 깨달았다. 딱히 묘사할 수 없는 아기의 소리에, 경계하던 제희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아기띠 안의 아기가 너무 궁금했다.

 “새빛아~ 이쁜 언니, 여기서 만났네~~~”

 여자가 아기띠 안의 아기에게 말을 했다. 그러자, 아기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는 소리라고 제희는 확신했다. 저도 모르게 아기띠 안의 아기에게 목을 길게 빼고 시선을 달렸다. 여자가 그걸 알아챘는지, 몸을 살짝 돌려 아기의 얼굴을 보여줬다. 아기는 여전히, 뽀얗고 예뻤다.

 “새빛아~”

 제희는 저도 모르게 아기 이름을 불렀다. 아기가 입이 찢어질 정도로 동그랗게 벌리고 웃는다.

 “어~? 기억 하네?”

 여자가 반색한다. 아기가 웃으니, 덩달아 제희의 입도 찢어질 정도로 벌어진다.

 “아기들은, 참 희한한 힘을 가지고 있어~ 그런 것 같지?”

 여자가 말한다. 제희는, 그 말에, 반박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스스로, 그걸, 느끼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난, 제나야~ 요 앞에, ‘Club Gold Moon'에서 댄서로 일 해.”

 “어~? 나도 거기서 일하는데?”

 “그래~~~?”

 여자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겼다.

 “왜 한 번도 못 봤지?”

 “내가 초저녁 타임이라~”

 “그럴 수 있겠다, 난 완전 새벽 타임이거든. 그 시간이어야, 새빛이가 잠을 자니까~”

 순간, 제희의 머리 속에, 그 가방에 떠올랐다. 커다랗고 새하얀 면 가방. 그제야 그 가방이, 아기가 있는 엄마들이 들고 다니는 기저귀 가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그 가방에서 움켜쥐고 나온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가방에 쑤셔 넣었고, 그 날 이후로 가방의 주머니를 열어보지 않았다. 그걸 열어서 확인하는 순간,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남아 있는 엄마가, 보고 있는 것만 같기도 하고.

 그렇게 제나와 새빛이와 가까워졌다. 제나의 말대로 새빛이는 낯을 많이 가리는 예민한 아기였다. 클럽 실장은 물론이고, 다른 댄서들이 눈길만 줘도 울어댔다. 신기하게도, 제희에게만은 낯을 가리지 않았다. 그전까지의 제나는, 저녁 시간에 클럽에 도착해서, 새빛이에게 저녁을 먹이고 재웠다. 아이가 잠이 들면, 자정부터 새벽까지의 타임에 무대로 올라갔다. 그 사이 새빛이가 깨면, 앞 뒤 타임의 다른 댄서들이 봐주기도 했지만, 예민한 새빛이는 제나가 무대에서 내려올 때까지 달래지지 않고 울었다. 2~3시간 동안 아기가 울면, 아기를 달래던 사람도 아기도 지치기 마련이다. 이래저래 제나는 다른 댄서들에게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대기실 한 구석에서 혼자 자고 있게 하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깨서 울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초저녁 타임인 제희가 대기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너~ 여기 이렇게 있어도 일당 차이는 없어~!~~~!”

 이미 알고 있는 걸, 실장이 한 번 알려 준다.

 “알아~!”

 그 모습이 너무 얄미워, 제희가 톡 쏜다.

 “이~ 콩만한 게~!”

 “어쩔 건데?”

 그렇다고 질 제희도 아니다.

 “너, 너어~~~”

 “어차피~ 나 까봐야, 실장님도 망이고 나도 망이고. 근데, 누구 망이 더 클까?”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위조된 신분증인 걸 알면서도, 눈에 띄게 화려한 외모를 가진 제희를 그냥 보내기 아까워서 고용했던 실장이었다. 제희 역시, 그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실장은 영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냥~ 이 애기 보고 싶어서~, 어차피~ 저~ 애기 엄마 무대에 제대로 못 서면 손해잖아~ 제나스 타~~~임~~!!!”

 “그, 그건~”

 'Club Gold Moon' 최고의 인기 댄서, 제나였다. 큰 키에서 나오는 춤은 시원 시원했고, 힘이 있었다. 게다가 말도 하지 않고, 2차도 나가지 않고, 대기실에서 머무는 시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제나는, 말 그대로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매일 밤 자정 ‘제나’s time'되면 홀 안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제나 언니 애기는 내가 자알~~ 볼테니까~~ 언니도 나도, 페이나 제대로 계산해서 줘요~ 떼먹으면, 내가 미성년자라고 자폭할 거야~!”

 제희의 말에, 더 이상 반론도 하지 못하고 실장이 대기실을 나간다. 제희는 씨익~ 웃으며 안고 있던 새빛이 얼굴을 그제야 제대로 본다. 다른 사람한테 보여준 적 없을 정도로 환한 표정으로 새빛이를 바라본다.

 “보고 싶었어~ 새빛아!~~~”

 제희의 말을 알아듣는지, 새빛이 입이 찢어질 듯 동그랗고 크게 벌리며 웃는다. 제희는 새빛의 볼에 제 볼을 부비적 한다. 언제 느껴도 보드라운 솜털 같다. 새빛이와 눈 맞추고, 옹알이에 대답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도 모른다. 제가 무대에 올라가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무대 위 시간보다도 빨리 가는 느낌이다. 새빛이 표정을 살피고, 기저귀를 바꿔주고, 옹알이에 대답에 주다 보면, 어느새 제나가 대기실에 들어선다.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음이 아쉽게 느껴지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가발을 쓰고, 요란한 화장을 해도 제 엄마는 귀신같이 알아보는 새빛이었다. 제희와 잘 놀다가도 제나가 들어서면, 제 엄마 쪽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반겼다. 그 때마다 제희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 쪼꼬만 아가가, 뭘, 어떻게 알아서 엄마를 알아보는 거지?

 “으으음~~~ 새빛아~~~”

 제나가 새빛이를 받아 안고 볼을 부비고 쓰다듬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제희는, 늘 여러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다.

 “가자~”

 순식간에 옷을 갈아 입은 제나는 새빛이를 아기띠에 안고, 커다란 면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제희도 같이 일어선다.

 “오늘도 고생했어~ 동생~~~~ 우리 새빛이 보느라~~~”

 “동생~~~~?”

 “왜~~ 싫어~~?”

 갑작스런 제나의 말에 제희가 멈칫하자, 오히려 제나가 당황한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제희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다른 뜻 없어~ 우리 새빛이가 낯가림도 안 하고 잘 따르고. 너, 나보다 어리잖아~”

 “아~~~~”

 제희는 저도 모르게 ‘아~~~’라는 소리가 나온다.

 “너도 실장한테는 나를 언니~ 라고 하던데~”

 “아, 그건~”

 “니가 언니라고 불렀으면, 내가 동생~ 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거 아니야?”

 “아~~ 그~~”

 제희가 얼버무리자, 오히려 제나가 화끈하게 결론을 낸다.

 “그럼~ 난 언니, 넌 동생~! 그렇게 결론~! 됐지?!”

 제희는 딱히 반론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다른 건 몰라도, 새빛이를 계속 볼 수 있다면, 다른 건 어떻게 되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제나와 제희, 그리고 새빛이의 시간들이.

 제희의 불편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제나는 제희에게 많은 관심과 정을 쏟았고, 제희는 그 사랑을 새빛이에게 쏟았다. 제희의 가방 속에 꽁꽁 숨겨 있는, 하얀 면 가방 속의 ‘그 물건’은, 제희의 죄책감과 함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함께 하는 사람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보물이 되어 갔다. 어느 날, 문득. 이 ‘보물’을 ‘언니’에게 돌려주어야겠다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짐하는 제희였다.

 ‘그래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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