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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제가 요즘 여러가지 일이 겹쳐 심신이 말이 아닌데 며칠 전 잠자리에 누워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니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이걸 글로 한 번 써 보면 어떨까?, 쓰다보면 기분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남들 앞에 내어놓기에 심히 부끄러운 글을 치기어린 고딩 때의 마음으로 낯짝에 철판을 깔고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본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니 재미없더라도 크게 나무라진 말아주세요.

 
제 25화 : 2000점 고수에게서 당구를 배우다
작성일 : 20-09-29 01:43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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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학력고사를 치르고 나자 학교는 더 이상 우리에게 어떠한 요구나 간섭도 하지 않았고, 정규 수업 후에는 곧바로 집으로 귀가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우리가 그토록 희구하던 자유가 막상 우리에게 주어지자 그동안 억압과 강제 속에서만 살아와서 그런지 이제 뭘 해야 할지 한동안 멍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또다시 우리를 유흥의 세계로 이끈 이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예전 제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춤대장 친구' 바로 그였습니다. 아마 그날 오후 3시쯤이었을 겁니다. 수업을 마치고 기분이 들떠서 평소와 다르게 버스를 타지 않고 친구 몇몇과 함께 이제부터 '뭘 해야 하나'?를 궁리하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가던 그가 우리를 보고서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밂과 동시에 환하게 웃으며 "야! 너거들 어데 가는데?, 어데 갈 데 없으면 나하고 같이 안 갈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딘데? 뭐 재미나는 거라도 있나?" 했더니 "어! 당구장! 아는 행님이 당구장 하시는데, 나 거서 일 도와준다 아이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전부터 그가 당구 잘 친다는 얘기는 들었던 터라 "그래. 니 당구 잘 친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우린 지금 돈도 없고 당구도 쳐 본 적이 없는데..." 하니 "어데! 내가 너거들한테 돈 받것나? 행님 없을 때 치모 돈 안 내도 된다. 그라고 너거들 대학 가서 안 꿀릴라 모 당구 배워서 가야 된 데이. 거서 사는 아들은 고3쯤 되면 벌써 300 치는 놈들이 수두룩하고 아무리 못 쳐도 150은 친다 카더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대화가 오가는 사이 신호등에 걸려 잠시 정차했던 버스가 다시 출발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이 친구 다급한 목소리로 "차장! 차장! 내립니다. 내려요!"라고 외치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재빨리 내립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들은 공짜로 당구를 배우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손님 없을 때만 치던 것이 재미 들여 나중에는 저녁밥 먹는 것도 잊은 채 밤늦게까지 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장님과도 대면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그는 한때 조폭 생활을 했던 좀 질이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공짜 당구를 치고 있던 터라 더 이상 오기가 미안했는데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마음에 부담감이 생겨 그 이후부터는 자주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빅뉴스 하나가 우리들 사이에서 삽시간에 퍼졌는데, 무려 당점이 2000인 사람이 나타나 지금으로 치면 우리 시의 로데오거리였던 서호동 골목길의 한 건물 2층에다 당구장을 차려놓고 몰아치기, 쓰리쿠션, 예술구 등의 시범을 보이면서 당구장 PR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서는 당구를 2000점이나 친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직접 확인하러 그곳으로 향했는데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멋지게 차려입은 한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설명을 해 가면서 시범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태까지 당구를 그저 유흥으로만 생각했지 대회까지 열리는 줄은 몰랐던 우리들은 그의 신선한 퍼포먼스에 자극받아 좀 가르쳐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한량이라 마음 가는 데로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따로 제자를 두지도 않고 레슨도 하지 않는다면서 한동안은 이곳에 머물러 있을 것 같으니 그냥 당구 치러 와서 물어보면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하 참! 그 소리를 들으니 왠지 더더욱 멋있게 보여 주변 사람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니 말 그대로 한량 그 자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의 고향은 바로 이곳 통영인데 그가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 나가 장사를 하신 그의 어머니가 어차피 아들을 잘 보살피지 못하니 일찍부터 큰 물에서 놀면 더 낫지 않을까 싶어 서울 친척 집으로 보냈다는데 너무 어릴 때 보내서 그런지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도 다니는 둥 마는 둥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당구장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자식이 없던 그 가게 사장님의 배려로 매일 방과 후에 당구장으로 와서 일도 돕고 당구도 배우고 했다는데...

 

  손이 빠른 어머니를 닮아서 그런지 그는 온갖 잡기에 능해 당구뿐만 아니라 테니스, 볼링 등 혼자 하는 스포츠에 능통했으며 요리 또한 잘 하고 연도 잘 날리고, 하여간에 못 하는 게 없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인상에 남는 건 제가 그를 알게 된 지 한 10년쯤 지났을 때 우연히 TV를 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 인터뷰를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로 이 형님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 그 프로그램이 '국궁'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었는데 왜 그를 인터뷰했느냐 하면 놀랍게도 그가 바로 국궁 협회 회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 추억 속의 인물을 이렇게라도 만나다니 얼마나 반갑던지 ㅎㅎ

 

  그에게서 저는 당구뿐만 아니라 많은 영향 - 삶을 관조적으로 보는 태도 등등 - 을 받았는데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승부욕을 잃어버렸으니까요ㅋㅋ. 그렇지만 확실한 건 그와 같은 고수에게서 배워서 그런지 얼마 안 가 제 당점이 500에 이르게 되었다는 겁니다.

 

  거기다 거의 매일 당구장에 가서 그와 어울리다 보니 나중에는 너무 친해져 우리 관계가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거의 형과 아우 사이처럼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달리 친구들과 어울려 이곳저곳을 기웃대느라 좀 늦은 사간에 당구장에 발길이 닿았는데 들어가 보니 마칠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아무도 없고 형님 혼자 먹다 남은 듯한 음식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시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넉살 좋은 친구 중 한 녀석이 걸레를 집어 들고 당구대를 닦으며 "야! 너거들 뭐하노? 빨리 청소 끝내야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우리들은 청소를 마친 후 형님에게 붙들려 밤늦도록 술친구가 돼 드렸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아까 그 넉살 좋은 친구 녀석이 불쑥 "그란데 예. 행님!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예, 진짜로 행님이 뚱보할매김밥 집 아들 맞습니까?" 하고 우리 모두 궁금했지만 혹시나 싫어하실까 봐 물어보기가 망설여졌던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의 이력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아닙니까? 그 순간 모두들 깜짝 놀라 형님 얼굴을 쳐다보니, 표정이 잠시 굳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평온을 되찾으시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단히 흥미로운 얘기를 하시는데 그건 바로 그의 어머니와 충무김밥에 얽힌 사연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소문은 대부분이 사실이고, 뚱보 할매가 그의 어머니인 것도 맞긴 맞는데 더 이상의 깊은 내막은 말하기가 좀 그렇다고 하시며 그 대신 '충무김밥의 유래'에 대해서는 자신이 아는 바 그대로를 얘기해 주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말하길 사실 '충무김밥'은 별다른 게 아니고 섬에 사시는 분들이 일 보러 뭍으로 나왔다가 늦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객선을 타느라 식사를 거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자 여객선 터미널에서 대야 놓고 해삼이나 멍게, 생선 등을 막 썰어 소주와 함께 파시던 할머니 몇 분이 그분들을 상대로 배 타고 가면서 드시기 좋게 만들어 팔면서 시작됐는데 그걸 파신 그 할머니 중 한 분이 그의 어머니셨더란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아! 그래서 형님 얼굴을 어디서 많이 본 듯했군요. 충무김밥 가게에다 형님 어머님 사진을 붙여 놓으셨잖아요! " 하면서 "그럼 도대체 누가 원조신가요? 할머니 서너 분이 서로 자기가 원조라고 주장하시는데요?" 하고 물었더니 그가 대답하길 "처음 시작하셨을 때 어느 분이 제일 먼저 아이디어를 내셨는지는 그분들끼리는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당신이 원조라고 하시니 딱히 구분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고 하시면서 덧붙여서 "그런데 웃프게도 원조라고 서로 주장하시면서도 처음 시작하셨을 때의 메뉴 그대로 하시는 분은 또 없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자연산 홍합도 메뉴에 포함되고, 꽤 다양한 재료를 넣어 보기도 했었는데..."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그의 이력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이 형님과의 인연은 그 이후로도 쭉 이어져 대학교에 가서도 방학 때 집에라도 내려오게 되면 어김없이 찾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건 저녁 먹을 시간쯤 되면 다른 친구들은 다 제쳐두고 유독 저만 불러 저녁밥 내기 한 게임하자며 승부욕을 자극하셨는데 제가 지지 않으려고 온갖 밉상스러운 짓을 다 하는데도, 한 번도 화내시지 않고 항상 웃음 띤 얼굴로 다 받아주시곤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들이 끼니 거르지 않고 제때 식사하게 하기 위해 내기를 걸어 일부러 져 주신 것 같습니다. 참 너그러운 마음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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