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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노케의 힘
작가 : 이타카
작품등록일 : 2020.9.11

악의(惡意)의 시대에 맞선 기석과 마리. 아노케의 힘으로 거대 악(惡)을 넘어설 수 있을까.

 
# 2부 악(惡)의 기운 – 13. 비술
작성일 : 20-09-28 23:28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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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의원은 기분이 몹시 상한 듯 신문을 꾸깃하더니 탁자에 내던졌다. 군천 시장의 측근 비서관의 양심선언에 대한 기사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비서관은 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욕만 먹고 끝났다. 비서관이 제기했던 의혹은 대부분 증거 불충분이었고, 비서관의 녹취록에도 결정타로 할 만한 게 없었다.

 

 김 의원이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불만족스럽다는 낌새가 가득했다. 하지만 일은 벌어졌고, 다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군천 시장을 이쯤에서 제거했어야 하는데,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았더니. 그리고 황금스툴도 그냥 가나에 가게 놔두고 말야. 내가 직접 일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어.”

 

 “황금스툴이라니요.”

 

 “기석 씨가 그랬잖아. 황금스툴이 진짜 같다고, 그러니 중간에 빼돌리려고 했지. 그런데 그게 안 되더란 말이지. 워낙 철저하게 감추고 비밀리에 이송을 시켜서. 황금스툴에 정말 힘이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을 텐데.”

 

 “그 힘이 정확히 딱 뭐라고 하기가 그래서.”

 

 “하긴 반푼이 힘을 가진 자네가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지. 기석씨 비술은 어느정도까지 했어? 아직도 물구나무서기가 안되나? 그거라도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어?”

 

 김 의원에게선 파란 아지랑이가 맹렬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말이 짧아진 거에 대해 신경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그 맹렬함에 위축되었다.

 

 “그게, 잘 안되서.”

 

 “그러니까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해서 해야지. 이것도 챙겨줘야 하나. 여하튼 내 그럴 줄 알고 당신 집 근처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해놨으니 내일부터 거기 다니라고. 당신이 아노케의 힘을 확실히 알아야 서로 좋지 않겠어. 그리고 교육부장관도 유심히 살피라고 그치도 꿈틀대기 시작한단 말이지.

 

 “교육부 장관이라니요?”

 

 “뉴스에 신경 안쓰나? 사교육금지법을 만들자고 한 거 몰라? 출산율을 높이고, 노후대비를 위해서는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면서, 그나마 가능한게 사교육금지라고 주장했는데. 기석씨는 뉴스도 안보나 보지. 정치 감각 없이 어떻게 나하고 같이 일하려고. 그 사람 시험만으로 대학에 입학시켜야 한다고도 했다데, 부모의 능력으로 아이들의 대입이 좌우되는 건 반칙이라면서.”

 

 과외금지. 그래 586세대라고 했나? 그들의 중고등학생때는 과외가 금지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부모들은 과외비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예전에 했던 일을 다시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교육부 장관이라 누구지. 아이들 사교육비 문제만 없었으면, 내가 이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대단한 분이네요. 그런 말을 요즘같은 시대에 거침없이 하고요.”

 

 “그러니 말야. 그리고 그 사람 말이 맞잖은가. 다양한 재능을 발굴한 다 면서 이리저리 괴변을 가져다 붙이지만 결국 있는 자의 리그로 만드는 게 교육정책인거야. 교육이라고는 쥐뿔도 몰랐던 독재자가 오히려 민주적인 교육을 한 셈인거지.”

 

 “예..”

 

 “거기에 이번에는 군대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더군. 자율도 좋지만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훈련 강도를 높이고 규율도 잡아야 된다는 거야. 이것도 좋은 반응을 받은 거지. 당나라 군대로 변해가는 걸 걱정하는 중장년 세대의 마음을 사로 잡았어. 거기에 월급은 두배로 올려준다니... 청년들도 환영이지. 사람 마음을 잘 아는 사람야. 왜 내 참모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는 건지.”

 

 김 의원의 싸늘한 눈총이 나에게 퍼부어 지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 이 자리에 있는 게 죄였다. 할말이 없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랄뿐. 김 의원은 계속해서 나를 바라봤다. 무어라도 답을 해보라는 듯.

 

 “열심히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겠습니다.”

 

 못 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렇다고 할 말도 없다는 눈치없다. 김 의원은 손짓을 했다. 눈앞에서 꺼지라는 의미의. 김 의원의 아파트에서 나오면서 든 건 모멸감이었다. 당하지 않으려면 힘이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아노케의 힘이 필요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김 의원. 나한테 그렇게 하지 말아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 14단공이 무었인지. 그래서 아노케의 힘이 무엇인지 알아내주마.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개인 PT. 악마급 트레이너 샘. 김 의원이 만들어 프로그램이었다. 걸어 들어가서 거의 기다시피 나왔다. 온몸이 뻐근해 사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운동 효과는 분명할 것 같은데. 아노케의 힘을 구지 알아내야 할까. 조금이라도 풀어지는 모양이 들면, 마리가 속을 북북 긁었다. 자존심도 건들이고. 여기에 지숙도 함께 했다. 빈둥거리지 말고 운동이나 하라고. 그리고 그 아노케의 힘인가를 빨리 알아내서 옆에 붙은 귀신이나 떨구어 내라고.

 

 몸에 점차 근육이 붙고, 물구나무서기가 되기 시작하자마자, 호흡을 시도했다. 무리였다. 물구나무서기를 한 상태에서의 호흡은 지독한 고문이었다. 10단공과 11단공의 차이는 생각보다 넓었다. 작은 개천인줄 알았는데, 적어도 한강은 돼보였다. 그리고 2달이 다 되면서 11단공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김 의원에게 전화를 했다. 11단공을 할 수 있노라고. 12단공을 지도해 달라고. 12단공을 간단했다. 껌껌한 밤에 나가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수련하는 거였다. 실내에서의 수련과 실외에서의 수련. 낮과 밤의 수련.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수련을 하는 동안 몸 상태가 극한 지점이 이르자, 주변의 죽은자들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선 수련. 수련이 계속되자 그들은 나에게로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마리가 그들 앞에서 막아설 쯤 되서야 수련이 끝났다. 육체적 어려움보다는 심리적 고통이 큰 수련이었다. 죽은자를 뚜렷이 느끼고 그들의 움직임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는 수련. 아노케의 힘에 어떤 변화가 있다는 걸 느꼈다. HD 티브이를 보다가 4K 티브이를 보는 느낌이랄까. 사람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선명도가 높아졌다. 죽은자들에게서도 어떤 기운 같은 게 느껴졌다.

 

  12단공을 익히다 보니, 어느새 계절은 겨울로 바뀌었다. 김 의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비술의 진도와 간단한 안부를 물은 뒤 바로 결론을 말했다. 교육부 장관과 지지자들의 모임에 가라는 거였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교육부 장관에게 등을 돌릴 만 한 자를 찾아라.

 

 교육부 장과도 군천 시장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전에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잡혔다. 아지랑이와 같이 뻗어 나오는 선 같은. 뚜렷하지 않았으나 바람에 날리는 거미줄 굵기에 더 투명한 선 이었다. 가느다란 촉수가 더 맞을까. 그 촉수에서 빛이 나오면서 아지랑이가 형성되는 것 같았다. 투명한 촉수는 색이 없이도 하늘거렸다. 옆으로 지나가는 교육부 장관 지지자가 뻗고 있는 무색의 촉수를 툭 건들어 봤다. 촉수를 급격하게 웅크려 들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색을 발하는 촉수 마져 피부 속으로 말려들어가게 했다.

 

 그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어리둥절해 했다. 지난번 아지랑이에 손을 댓을 때와 같은 현상이었다. 그런데 달라진 게 있었다. 다시 되살아난 촉수에서는 오렌지색과는 반대의 기운이 솟구쳤다. 잿빛이었다. 잠깐 사이에 일어난 급격한 색의 변화. 이는 바로 감정의 변화로 이어졌다. 그가 교육부 장관을 바라보는 눈은 냉랭해지고, 얼굴에는 불만이 치솟았다. 숨이 거칠어지는 기세가 뭐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다시 그 잿빛이 너울대는 촉수에 손을 댔다. 다시 색이 변했다. 이번에는 노란색.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이번에는 교육부 장관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면서 오렌지 빛이 가장 강렬하게 타오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손을 대기 시작했다. 잿빛, 노란색, 파란색, 어떤 경우는 무색. 반응은 제각기 달랐으나 다시 오렌지 빛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주문진 때의 일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의 촉수를 만지면서 “장관님이 계속 건승하시길.”을 외쳤다. 그 사람의 촉수에서는 짙은 오렌지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고도 신비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가느다란 촉수의 무리. 마리의 몸도 살펴봤다. 마리에게는 촉수가 없었다. 두시간 남짓 사람들의 촉수를 건드려 보고, 건드리면서 말을 해보고. 반응이 특이한 촉수는 몇 번이나 반복적으로 테스트 했다. 이 행위가 무책임한 거고,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 다든 사실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교육부 장관의 아이문제가 언론에 터졌다. 그리고 그가 불법적으로 행한 이권 사업. 무질서한 사생활. 측근 혹은 열성 지지자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교육부 장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교육부 장관의 사람들이라고 불리던 이들의 갑작스러운 변심, 배신은 큰 충격이었다.

 

 음모론이 대두되고, 교육부 장관을 지키려는 자와 밀어내려는 자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내로남불’이란 사자성어가 다시 회자되었다. 여론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널뛰고. 교육부 장관을 깎아내리는 소문은 잠잠해 졌지만, 급상승하던 지지곡선은 한풀 꺾여 내려앉았다.

 

 비술 13단공을 시작했다. 13단공은 무덤에서 하는 거였다. 죽은자가 선명히 보이고, 비술을 연습하는 동안 죽은자가 다가왔다. 마리가 그들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죽은자에 붙들린 채 수련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을 것이다. 죽은자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죽은자와 산자와 연결된 선도 보이기 시작했다. 마리와 나의 사이에는 선이 있었다. 꺼질 듯 이어질 듯한 선이었다. 정신은 하루가 다르게 피폐되어 갔다. 얼마 남지 않은 비술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포기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깝고. 언제고 할거라면 지금 하는 게 나을 듯 싶었다.

 

 이제는 죽은자들이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마리가 옆에 있어도 나를 빤히 바라보기도 하고, 무언가 말을 걸려고도 했다. 마치 그들의 일원인 것처럼. 나에게 둘러쳐진 삶과 죽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 싶었다. 살아 있으면서 죽은자가 되는 느낌이랄까. 아노케의 힘은 점점더 정교해지고 섬세해졌다. 산자와 마찬가지로 죽은자에게 내 의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숨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이 5분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는 정말 죽겠다는 순간에야 숨을 다시 쉬었다.

 

 

 마지막 14단공은 죽은자와의 소통과 거래였다. 죽은자와 말을 하고 그들과 같이 생활을 해야하는 단계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마리는 중간에 계속 끼어들었다. 14단공은 시작을 했어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김 의원의 말에 따르면 14단공은 일 년이 넘게 걸리는 수련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비술의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비술은 지지부진했다. 그렇게 흘러가던 어느 날 김 의원에게 연락이 왔다. 구정을 맞아 다 같이 모이자는 거였다. 14단공을 마무리 하지 못했지만 달라진 것만큼 보이는 게 많을 터였다. 김 의원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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