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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구남친이 돌아왔다
작가 : 한그루
작품등록일 : 2020.9.23

그날, 존재하지 말았어야 했던 단 하루는 두 여자의 운명을 바꿔 버린다.
한 여자는 도망쳤고, 다른 여자는 죽었다.
그리고 그녀들과 얽힌 두 남자.
그로부터 6년 후.. 그들이 나를 찾아왔다.
살아남은 여자와 두 남자의 피 튀기는 로맨스릴러!

 
열네 번째 이야기, 버려지고 싶지 않은 신발
작성일 : 20-09-28 22:17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3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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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가장 먼저 출근한 이는 다름 아닌 도희였다. 최강 한파라는 소식에 혹시나 길이 막힐까 싶어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하기는 했지만 불이 꺼져있는 사무실은 어색했다. 늘 김 팀장과 이 팀장이 먼저 출근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무실의 형광등을 켜고, 느긋하게 자신의 자리로 갔다. 의자에 가만히 걸린 코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코트 위에 붙여진 노란색 포스트잇. 그것은 설이 도희에게 남긴 쪽지였다.

 

 

  - 저 때문에 외투도 없이 퇴근하셨겠어요. 죄송합니다, 팀장님.

 

 

  그에게는 뭐 그리도 죄송하고 미안한 일이 많은가 싶었다. 그를 피하기 위해 겉옷을 걸치지 않고 나간 것도 자신이었고, 굳이 겉옷을 챙겨나온 그를 단호하게 거절한 것도 자신이었다. 따지고 보면 설의 잘못보다는 도희의 잘못이 조금 더 큰 편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제 완성해둔 보고서와 제안서를 출력했다. 각 10부씩 출력해 철한 후, 진하게 내린 블랙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쯤 직원들이 한 명 씩 꽁꽁 언 손에 바람을 불어가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은정과 지현은 가장 소란스럽게 출근한 이들이었다. 서로 자신의 치아가 더 빨리 부딪치고 있다며 우스운 경쟁을 하기도 했다.

 

 

  팀원들이 모두 출근한 것을 확인하고, 도희는 대표의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 내선 번호 0001번을 누르자 수화음이 겨우 한 번이 채 다 울리기도 전에 안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서실입니다.”

  “안녕하세요. 총괄부 1팀 백도흽니다.”

  “네.”

  “대표님 지금 계신가요?”

  “네, 계십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도희가 출력해둔 서류들을 품에 안자 나영이 그녀를 향해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쳤다. 다녀올게. 짧은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23층. 건물의 꼭대기 층에는 공 대표가 있는 대표실이 있었다. 부장 이상의 직급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직원들은 특별히 대표실을 찾을 일이 없었지만 도희에게는 예외였다. 그녀는 왕 부장만큼이나 자주 대표실을 방문하는 인물이었다.

 

 

  공 대표가 던질 예상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23층에 도착했다. 대표실과의 거리는 12층이나 되었는데 시간으로 치면 참 짧았다.

 

 

  “안녕하세요. 총괄부 1팀에서 왔습니다.”

  “팀장님, 잠시만요. 안에 손님 계시는데 다 끝나가시거든요.”

 

 

  얼굴이 익은 대표의 비서가 잠시 앉아 기다리라며 따뜻한 모과차를 내어줬다. 모과차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공 대표의 개인적 취향이었다. 겨울에 내어진 따끈한 모과차는 쉽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음식이었다. 문제는 그녀는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폭염이 몰려오나 한파가 몰아치나 늘 대표실을 찾는 손님들에게 모과차 한 잔을 대접했다. 한여름에 마시는 모과차는 몸을 녹이다 못해 죽이 되어 가죽 소파 위로 흘러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는 것을 늘 시원한 곳에 앉아 있는 그녀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아님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든지.

 

 

  “예예, 대표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대표실의 커다란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푸근한 인상의 남자가 나왔다. 공 대표에게 필요 이상의 예의를 갖추던 남자는 소파에서 일어선 도희에게도 가벼운 목례를 건네며 지나갔다.

 

 

  “백 팀장 들어와.”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최강 한파에 어울리는 서늘한 목소리였다. 새삼 디즈니사의 유명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가 실존한다면 이런 목소릴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허무맹랑한 상상에 도희의 한 쪽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공 대표가 만약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재주가 있었더라면 자신은 이 회사에 이렇게 오래 머무를 수 없었을 것이었다.

 

 

  “어제 말씀하신 셀프 웨딩에 대한 보고서와 패키지 부분 개발에 대한 제안서입니다.”

 

 

  가져온 10부의 제안서 중 하나를 가지런하게 공 대표의 앞에 내밀었다. 대표와 대면하고 제안서를 내미는 일은 처음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언제나 긴장과 떨림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자신 있어?”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해봅시다.”

  “또 확인 안 하시려구요?”

  “백 팀장 성격 다 아는데 어련히 알아서 잘 만들어 왔겠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공 대표의 취향을 고려해 가장 중요한 핵심만을 남기고 최대한 분량을 줄여 10장 짜리로 만들어낸 제안서를 제목과 1팀 팀원들의 이름이 적힌 첫 장도 넘겨보지 않고 프로젝트의 진행을 결정했다.

 

 

  그녀의 문제는 정말이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골탕 먹이는 얄미운 재주도 있었다. 어차피 읽어보지도 않고 할 거였으면 어제 그냥 결정하지. 도희는 분한 마음에도 차마 내색 하지 못하고 속으로 씩씩거렸다. 분한 마음이 다 삼켜지지 않았지만 미간을 조금도 일그러뜨리지 않은 채 아주 평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대로 진행하는 걸로 알고 가보겠습니다.”

  “우리 조카는 잘 하고 있나?”

 

 

  허리를 가볍게 숙였다 일으키며 뒤를 도는 도희의 등에 또다시 차가운 공기를 가득 묻힌 목소리가 와닿았다. 공 대표는 눈을 감은 채 소파에 편안히 등을 기대며 물었다. 양쪽 어깨가 뻐근한지 고개를 좌우로 느릿하게 움직이며 긴장을 푸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도희는 자신과 이 여자가 참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왕 부장이 다 얘기했다며.”

  “네, 뭐..”

  “잘 좀 가르쳐 봐. 그 녀석 머리가 좋아서 백 팀장도 옆에 두고 쓰긴 좋을 텐데.”

 

 

  아직 그가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내는지 파악하기 전이라 머리가 좋은지, 옆에 두고 쓰기 좋은 스타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가 아는 것은 상당히 끈기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좋게 말하면 끈기고 나쁘게 말하면 집착이 되겠지만.

 

 

  눈을 내리깔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나서서 부정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다만 사무실로 돌아가면 어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려나, 벌써 걱정이 되고 있었다.

 

 

  “그 녀석 잘 키워서, 우리 제2의 백도희, 제3의 백도희 한 번 만들어보자, 백 팀장.”

 

 

  그래, 어차피 뼛속까지 사업가인 공 대표에게 도희는 그저 험한 길을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발을 보호해주는 운동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전혀 신발의 입장은 생각지 않은 채로 진흙밭이든 가시밭길이든 원하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야 하는 운동화가 바로 백도희였다. 튼튼하게 제 역할을 할 때엔 고마움도 없이 당연히 같이 가다가 조금만 물이 새거나 찢어지면 언제든 내다 버리고 새 것으로 바꿔 신으면 그만인 소모품.

 

 

  공 대표는 지금 갈아 신을 신발을 도희의 손으로 직접 제작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더럽고 비참해도 따라야 하는 것이 그녀의 숙명이었다. 그녀에겐 앞길을 책임져줄 고모 따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덤덤한 표정으로 대표실을 벗어났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것이 사실이었다. 요즘 대표를 마주하고 나면 꼭 자신을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것이 마음의 준비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때때로 그녀를 찾아왔다. 버려지기 전에 버려야 하나. 저 제안서를 들고 다른 데로 확 가버릴까. 하루에도 몇 번 씩 드는 생각이었지만 다 부질 없는 짓이었다.

 

 

  그녀는 처음 보는 남자들과 같은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것도 다 내 팔자려니 생각은 하지만 마음이 자꾸만 앞서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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