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행복해야 돼!
푸르름과 청아함이 더한 어느 날...
세윤과 도윤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세윤은 오랫동안 그녀만 바라보고 지켜주던 한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고, 도윤은 세윤이 오늘부터 자신의 아내가 된다는 사실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우와~이 세윤~~너 이 세윤 맞니?”
신부대기실의 문을 연 지담은,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세윤이의 너무나 예쁜 모습에 깜짝 놀랐다.
“괘, 괜찮아? 어색하지 않아?”
드레스 입은 자신의 모습이 믿기 지가 않아, 세윤은 어색해했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야~너무 예뻐~ 도윤이가 불안해하지 않아?”
“응? 왜?”
세윤은 지담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큭큭~ 너무 예뻐서 누가 훔쳐 갈까봐~ ”
“아~뭐야~ 연인은 닮아 간다더니, 이 선생님 닮아 가니? 으~ 소름 돋는 이 오글멘트 어쩔 거야~”
“오글멘트가 아니라 진심이야~ 내 친구, 이 세윤... 오늘 엄청 예쁘다....결혼 축하해, 잘 살아야 돼, 알았지?”
하고 세윤을 안아 주는 지담이었다.
“기집애... 갑자기 그러니까 울컥 하잖아... 고마워, 잘 살게... 너도 이 선생님과 잘 살아야 돼, 알았지?”
“아직 결혼 날짜도 안 잡았는데 뭘~”
“암튼 결혼할 거잖아... 이제야 말이지만, 난 네가 이 선생님이랑 잘 되길 얼마나 바랐는데...”
“알아... 고마워”
지담은 세윤의 손을 꼭 잡으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우와~신부가 엄청 예쁘네~ 처형, 이렇게 예뻐도 돼? 그쵸? 이 선생님~”
“그러게요~ 신랑이 긴장해야겠네요”
그때, 상우와 강현이 신부대기실로 들어왔다.
“어? 이 선생님 왔어요? 상우야 너도 이리와~ 사진 찍자”
“잠깐만... 우리도 왔어~”
수훈과 연호가 급하게 들어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결혼, 축하 한다”
사진을 찍은 후, 수훈이 세윤에게 말했다.
“고마워"
세윤은 수훈에게 대답하고는 수훈 옆의 연호를 슬쩍 바라보았다.
"이 친구가 그 유명한 여자 친구니?”
세윤은 수훈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단 걸 지담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막상 연호를 보니 세윤은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뭐지? 이 기분은... 하고 생각하는 찰나,
“아~안녕하세요, 수훈오 빠 여자 친구 송 연호에요~ 언니 결혼 축하해요”
연호가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수훈이의 여자 친구라고 밝혔다.
“고마워요~ 우리 수훈이 잘 부탁해요.. 마음이 엄청 여려서 연호씨가 잘 이끌어 줘야 할 거예요”
“넵~알겠습니다”
연호가 밝게 웃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내가 이끌어야지, 꼬맹이한테 날 맡기면 어떡하냐?”
“넌 그래야 돼!”
지담과 세윤, 상우가 동시에 말했다.
“뭐~어?”
수훈은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큭큭큭~~~하하하하~”
신부대기실에서 한바탕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랑 입장!”
사회를 맡은 상우의 큰 소리에 늠름한 오늘의 신랑, 도윤이 입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눈부시고 아름다운, 신부 입장~”
누구보다 아름다운 세윤이 수줍게 입장을 했다.
-세윤아, 진심으로 결혼 축하해... 이제 너만 바라봐주는 도윤이와 평생 행복하길 바랄게-
지담은 마음속으로 친구의 행복을 바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모습을 본 강현이 말없이 지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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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끝난 후, 수훈은 지담에게 차 한잔을 하자고 했다.
물론 연호와 강현도 같이...
그렇게 해서 마주 앉은 오묘한 네 사람의 조합은 어딘가 어색했다.
당연한 듯 연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수훈 오빠가 언니 좋아했다면서?”
“수훈이가 그렇게 말했어?”
서슴없이 물어보는 연호의 질문에 당황했을 법도 한데, 지담은 오히려 담담하게 연호에게 되물었다.
“응, 이제는 아니라고 하면서...”
“그래? 이제 아니면 된 거 아냐? 지금이 중요 하잖아...”
“그렇지, 지금이 중요하지~헤헤”
연호는 지담의 말에 안심한 듯 웃었다.
“인마, 너도 이 선생님 좋아했다면서!”
수훈은,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두 여자가 하필 강현을 좋아해서 질투가 났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빠, 우리의 짝사랑 상대가 여기 앉은 두 사람이네~ 큭큭, 신기하다~ 그치?”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것 참...”
수훈과 연호는 지담과 강현을 슬쩍 흘겨 보았다.
“야~우리가 너네 엮어 주려고 너희랑 안 사귄 거야! 그치? 강현씨~”
“그럼~그럼”
“으이구, 서 지담~~말이나 못하면...”
“큭큭큭...근데 너네 어떻게 사귀게 된 거야?”
지담은 전부터 궁금했었기에 말 나온 김에 물어봤다.
강현도 궁금해서 물끄러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그게... 처음엔 어머니 때문에 만났는데, 자주 만나다 보니 괜찮은 애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좋아졌고~ 뭐, 그렇게 된 거지~~”
“어머니? 네 어머니가 소개한 거야? 연호를?”
“아니...그, 그 얘기 하려면 좀 복잡하고 길어... 참~ 상우 오빠가 신혼부부를 공항까지 잘 데리고 갔으려나~”
연호는 뜨끔해서 얼른 대답하고는 다른 말로 돌렸다.
그 모습에 지담은 오묘하게 연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훈의 어머니가 임자 제대로 만난 거 같은, 본능적인 이 느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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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급스러운 한정식 집....
지담의 가족과 강현의 가족이 드디어 만났다.
“아버님, 어머님, 저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동생입니다”
지담이 자신의 아버지와 동생을 강현의 부모님께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서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지담이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아버님, 저의 부모님이십니다”
이번엔 강현이 자신의 부모를 소개했다.
“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강현이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안녕하세요, 강현이 엄마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아...지담이 할머니는 병환 중이시라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참석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 전하라 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강현이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사돈 어르신은 좀 어떠십니까...”
“아, 네...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고 계십니다.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어르신 몸도 그렇고, 결혼을 일찍 서두르는 게 어떻습니까?”
진수는 성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는 당사자들이 좋다면 좋습니다”
성호가 강현과 지담을 번갈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좋습니다~ 당신은?”
강현은 활짝 웃으며 지담에게 물었다.
“저도... 좋아요”
지담은 자신의 결혼식을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 준비를 천천히 진행했으면 했지만, 할머니를 생각해서 두 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담의 말에 강현은 입가에 호선이 귀까지 걸렸다.
“그래서 제가 날짜를 잡아 왔는데, 다음 달 마지막 주 일요일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아님 늦가을이나 해를 넘겨야 된다고 해서...호호호”
혜진이 길일이 적힌 종이를 내보이며 말했다.
“어머니, 벌써 날짜를 잡으셨어요?”
강현이 깜짝 놀라 혜진을 바라보았다.
강현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혜진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 그게 이렇게 예쁜 지담이를 빨리 며느리 삼고 싶은 마음에... 이해해주세요, 사돈~”
“아닙니다. 우리 지담이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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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과 지담은 찻잔을 사이에 두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
“우리 신혼집은 이 집에서 시작하는 게 어떨까?”
지담이 강현의 집을 둘러보며 넌지시 말을 꺼냈다.
“괜찮겠어? 좀 더 나은 집에서 시작하고 싶지 않아?”
“이 집이 어때서? 아파트 앞에 공원도 있어서 내려다보면 전망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잖아”
지담이 찻잔을 들고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아”
강현이 다가와 지담을 뒤에서 안으며 말했다.
집 얘기를 하다 보니, 이제 정말 이 남자와 결혼이라는 걸 하는구나 하고, 새삼 느끼는 지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