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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 황녀가 원한 건 작은 식당이었을 뿐인데
작가 : 한잎이
작품등록일 : 2020.9.24

베르딘 황실의 셋째 황녀 프시케. 뛰어난 요리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살벌한 입담?!
황실의 트러블 메이커로 자자한 그녀에게 주어진 퀘스트.

정해진 기간 동안 마계에 가서 요리 선생님이 되어주고 돌아와라. 네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소원. 들어줄게.

퀘스트만 완료하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로 마계에 입성한 프시케.
곳곳에 달콤살벌한 일들이 폭탄처럼 터지기 시작한다!

"요리도 좋습니다만. 제게도 시간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냉기가 뚝뚝 묻어나는 마계의 유명한 차도남이라는 조슈아는 왜 나한테만 들이대고

"그대가 황족의 신분으로 왔다고 한들, 마계에 있을 때는 이곳의 법을 따라야만 한다.
이 말의 뜻은, 자유 시간이라고 하여 외간 남자와 함부로 돌아다니는 건 불법이란 소리다."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지만 사사건건 아빠처럼 간섭해대는 마왕, 루시펠은 또 왜 이럴까.

내 소원은 반려 너구리인 솔트와 작은 음식점 하나 차려 오순도순 둘이서만 사는 것인데...

과연 이 소원. 이룰 수 있을까?

 
18
작성일 : 20-09-28 14:29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6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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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 사건이 일단락 된 밤이었다. 피로가 쌓여있던 프시케는 곧바로 잠에 취했다. 그 덕에 하인들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모두가 잠들었을 법한 새벽.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살금살금 걷고 있었다. 움브라일까? 아니면 도둑일까?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그 실루엣의 주인공은 세르시였다. 세르시는 서랍장에 멈춰 섰다.

 

 ‘드르륵’

 

 아주 조심스럽게 서랍장을 연 그녀는 깊숙한 곳에 손을 뻗어 무언가를 꺼냈다. 가죽 표지로 되어 있는 그것은 ‘연금술의 신비’라고 적힌 책이었다.

 

 세르시는 조심히 안전하다 생각되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 꽤 상당한 양의 책이 꽂혀있는 책장 앞에 우뚝 선 그녀는 앞에 놓인 작은 탁자에 앉았다. 그리고 촛불을 켰다.

 

 그녀가 첫 페이지를 넘기자 목차가 보였다.

 

 ‘연금술의 신비 : 베르딘 제국의 연금술 그 기원에 대하여, 연금술의 원리 : 자연의 4원소를 바탕으로…’ 등등 훑어보기만 해도 흥미를 잃을 법한 문장들이 쓰여 있었다.

 

 그녀가 펼친 페이지는 ‘연금술 연성 원리 : 다양한 금속을 바탕으로’ 편이었다. 세상 재미없는 내용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도 잠시. 그 페이지에는 정작 금속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 페이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것은 다름 아닌

 

 ‘두근두근 황녀님의 남편감 찾기’

 

 였다. 아마 당사자인 프시케가 봤더라면 경악을 금치 못했으리라.

 

 “어디 보자…”

 

 세르시는 턱까지 오는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그녀는 자신이 쓴 내용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두근두근 남편감 찾기’라는 제목 밑으로 여러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실 처음 목적은 남편감 찾기로 시작하긴 했다. 그러나 본인도 모르게 마족 관찰 일지처럼 되어버린 것이 사실이었다. 세르시는 작게 혀를 찼다.

 

 “폐하께 보낼 때는 정리를 해야겠지?”

 

 물론 이제부터가 시작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도 참 대단해. 요리수업 하나 만으로 이렇게 디테일한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란….”

 

 그 황녀에 그 시녀였다. 자화자찬을 잘 하는 것만큼은 남부럽지 않았다.

 

 세르시가 작성한 내용들은 대부분이 요리수업에서 관찰한 것들이었다. 프시케와 다른 마족들이 열심히 요리 수업을 하고 있을 때, 세르시는 구석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마치 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세르시의 관찰 일지. 그녀의 ‘두근두근 남편감 찾기’은 이렇게 시작한다.

 

 -두근두근 첫 번째 만남! 남편감들은 과연 어떨까?- 1편

 

 ‘다 됐나요?’

 

 눈부신 머리카락이 찰랑였다. 베르딘 제국에서 온 아름다운 요리 선생님은 사제지간이라는 아름다운 관계를 맺게 된 마족들에게 물었다.

 

 ‘네에!’

 

 두 번째 기사단장. 어린아이 같이 생겼지만 백 살이 넘은 강력한 동안 외모의 소유자, 드라한이 손을 들었다. (드라한은 백 살이 넘었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황녀님과 사랑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왠지 사랑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어머… 드라한. 그런데 이건 뭘까요?’

 

 황녀님은 방긋 웃으며 드라한이 만든 것의 정체를 물었다. 본 일지를 작성중인 필자가 보기에 저 혐오스러운 것은 생선 꽂은 빵이었다.

 

 ‘이잉. 정어리 샌드위치인데-.’

 

 이 말투는 필자가 절대 일부러 늘린 것이 아니다. 백 살이 넘은 드라한은 정말 이렇게 발음하며 몸을 배배 꼬았다. 그런데 생긴 것도 목소리도 애기 같아서인지 퍽 귀여워 보이긴 했다. 우리 상 여성인 황녀님께서는 볼 수 없는 매력이다. 역시 경계해야겠다.

 

 ‘와, 구운 정어리를 통째로 넣은 샌드위치라니….’

 

 황녀님께서는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특별하고 건강해 보이네요. 조화가 독특해요. 요리에는 이런 창의력이 중요한데, 드라한은 그런 면에서 훌륭한 요리사네요.’

 

 물론 프시케님께서 요리에 관해서만큼은 한없이 자애로워진다. 하지만 정말 저 이상한 물체를 저렇게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다니…

 

 ‘아잉, 부끄러워.’

 

 수줍어하는 드라한을 보고 있자니 정말 기분이 좋아 보인다. 어쩌면 프시케님은 요리 선생님이 천직일 수도.

 

 ‘내가 만든 것은 이것이다.’

 

 다음은 베르아체였다. 이미 이 분은 남편도 있고 딸도 있다고 한다. 너무 너무 아름다운 외모였기 때문에 황녀님의 라이벌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한다!

 

 ‘…이건 뭐죠?’

 

 황녀님은 베르아체가 만든 음식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또 드라한이 만든 음식과는 다른 의미로 끔찍했다. 붉은 스프 같은 것 위에 노란색 계란을 얹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화산 위에 올라온 유황 덩어리 같았다.

 

 ‘지옥에서 온 계란?’

 

 이럴 수가. 비쥬얼만큼이나 끔찍한 이름이었다. 당시 심정을 글로는 다 담을 수 없다는 점이 통탄스럽다. 그 비쥬얼을 봤다면 누구나 그랬으리라.

 

 ‘하하… 메뉴명을 참 잘 지었네요.’

 

 ‘맞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내 딸이 이걸 아주 좋아해. 웬디가 얼마나 귀엽냐면…

 

 이 부분에서 한동안 딸 자랑이 이어졌기 때문에 베르아체는 그만 넘어가도록 한다.

 

 ‘레이디, 제가 만든 음식도 봐주시겠습니까?’

 

 꽤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네 번째 기사단장, 칼리알이었다. 칼리알은 그냥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여신이라 착각할 만큼 아름답게 잘생겼다. 그 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은 물빛 머리카락 때문이 클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가 맘에 들었다. 꽤 능글맞기는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친해지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시케 황녀님도 필자만큼이나 외모를 많이 따지는 분이니 맘에 들었으리라.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칼리알의 큰 눈동자는 웃으면 반달처럼 휘어졌다. 저런 눈은 별로 좋지 않다. 누군가를 꼬시는 데 특화된 매력 포인트기 때문이다.

 

 ‘와… 케이크가… 어마어마하네요.’

 

 눈앞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케이크가 있었다. 마치 귀족들의 생일파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아름다운 케이크였다. 3단으로 이루어진 케이크의 꼭대기에는 백금발 머리카락의 여자 모형이 있었다. 설탕으로 만든 모형이었다.

 

 ‘이 설탕 모형은 뭔가요?’

 

 눈이 휘둥그레졌던 황녀님이 모형을 집으며 물었다.

 

 ‘아름다운 황녀님을 보자니 창작 욕구가 샘솟더군요.’

 

 그의 나긋나긋한 말투를 들었을 때 필자는 보았다. 황녀님께서 정색하시는 것을.

 

 ‘저로 인해 창작 욕구가 샘솟은 건 영광입니다만. 저는 요리 선생이지 뮤즈가 아니랍니다. 앞으로 저를 본딴 무언가를 만들 때는 허락을 받고 해주세요. 요건 압수입니다.’

 

 아… 칼리알이 끼를 부리려다 실패했다. 황녀님께서는 저런 짓을 굉장히 싫어한다. 칼리알이 그 점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한동안 미운털 좀 박히겠군.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 바람둥이는 이렇게 하면 모든 여자가 넘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레이어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붉은 머리카락의 기사단장. 처음 본 순간부터 걸크러쉬 분위기를 내뿜는 여성이었다. 드라한도 여자 단장이긴 하지만 레이어스는 그와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필자는 내심 그녀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멋있는 그녀는 칼리알과 꽤나 사이가 안 좋아 보였다.

 

 ‘사랑에는 눈곱만큼도 관심 없는 누구보다야, 사랑이 넘치는 제가 더 낫지 않습니까?’

 

 ‘그렇죠. 하지만 저는 아무에게나 헤프게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자칫 잘못해서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날까봐 걱정이 되어서 말이죠.’

 

 왠지 둘은 꽤나 앙숙인 듯 했다. 둘은 아웅다웅 말다툼을 이어나갔고, 황녀님께서는 둘의 싸움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지 다음 마족에게로 건너갔다.

 

 ‘이건…’

 

 다음 음식을 확인한 황녀님께서는 꽤나 놀란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족들의 세계인 니플헤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한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은 루시펠. 그가 만든 음식은 아랑 지방의 음식, 미역으로 만든 국이었다.

 

 ‘베르딘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음식인데, 이곳에서 동부 지방 음식을 두 개나 보다니… 꽤 반갑네요.’

 

 프시케님은 루시펠과 조슈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필자 역시 크게 공감했다. 베르딘 동부는 베르딘내에서도 외진 곳에 위치하여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된 곳이었다. 황녀님께서는 모든 음식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알았겠지만, 저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맛이 좋네요. 간이 딱 알맞아요. 이전에 만들어 본 적이 있으신 건가요?’

 

 황녀님께서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처음으로 음식다운 음식이 나와서 그런 것도 컸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도 저 미역국은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미역에 윤기가 흘렀고 소고기 기름이 적당히 뽀얗게 떠 밥 한 번 말아 먹어달라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시케님에 따르면 미역국은 주로 생일 때나 산후 조리를 할 때 끓여먹고는 한단다. 저 남자가 산후 조리를 했을 리는 없으니 아마 아내에게 끓여준 것이 아닐까 싶다.

 

 아내와 딸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

 

 루시퍼는 황녀님의 물음에 엷게 웃으며 답했다. 순간 그의 보랏빛 눈동자이 색이 미세하게 변했다. 마치 햇빛을 받으면 눈동자 색이 변하듯 보랏빛이 옅어지고 녹색이 진해졌다. 필자가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쳐다보았을 때는 이미 원래의 눈동자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 찰나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 모습은 순간이나마 필자가 매일 마다 들여다보는 분, 프시케님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생각했다. 루시펠 님은… 혹시…”

 

 순간 저 멀리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두근 남편감 찾기의 다음 내용을 써내려가던 세르시는 깜짝 놀라 책을 덮었다.

 

 “큐우?”

 

 그 주인공은 다행히도 솔트였다.

 

 “어유, 깜짝 놀랐네. 산책 다녀오는 거야?”

 

 세르시는 솔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책을 다시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아직 쓸 말이 많은데 벌써부터 들키면 아주 곤란하지. 암!

 

 *

 

 “어디 가세요, 황녀님?!”

 

 정오가 거의 다 된 시간. 프시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중이었다. 가벼운 흰색의 원피스 차림에 머리에는 작은 꽃 모양 장신구를 달았다. 단출한 차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자태는 싱그러운 아침 이슬을 머금은 한 송이의 백합 같았다.

 

 “조슈아 저택에 가보려고.”

 

 “조슈아님은 왜요?”

 

 “물어볼 게 있어서.”

 

 “흐응….”

 

 세르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단순히 뭔가를 물어보기 위함이라면 본인이나 다른 하인을 보내도 된다. 그런데 굳이 직접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프시케의 차림새를 보라. 저 옷차림과 화장! 남들이 보기에는 별로 꾸미지도 않았는데 아름답구나, 생각 할 것이다. 그러나 원래 저렇게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모습이 화려하게 꾸미는 것보다 더 연출하기 어려운 법이다.

 

 세르시의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버거웠던 걸까? 프시케는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빠르게 밖으로 나섰다.

 

 “조슈아의 저택….”

 

 황녀님의 어색한 행동을 되짚던 세르시는 필기구를 챙겨 들었다. 세르시의 두 눈동자가 반짝였다.

 

 어쩌면 공략 후보에 대한 더욱 디테일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밖으로 나와 보니 급하게 밖을 나갔던 황녀님은 정작 조슈아님의 저택에는 가까이 가지도 않고 서성이는 중이었다.

 

 “아, 왜 왔다고 해야 하지?”

 

 꽤 골머리를 앓고 계신 듯했다. 머리를 부여잡으려다 갑자기 두 손을 움켜잡았다. 아무리 골치 아파도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것만큼은 할 수 없다는 손짓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르시는 끙, 혀를 찼다. 그리고는 그녀의 곁에 바짝 달라붙었다.

 

 “황녀님.”

 

 프시케는 세르시를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따라 왔어?!”

 

 “저는 언제 어디서나 황녀님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야 하니까요!”

 

 “언제부터 네가 그랬다고?”

 

 “블제리트에 오면서부터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돌아가라 했겠지만 웬일인지 프시케는 아무 말 않고 세르시와 함께 조슈아 저택으로 향했다. 오히려 기를 쓰고 보내는 것이 더욱 이상하다는 판단이 들어서일 것이다.

 

 ‘쿵쿵’

 

 튼튼하고 견고한 문이어서인지 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사람이 없나?”

 

 “에이. 설마요. 다시 한 번 두드려 보죠.”

 

 ‘쿵쿵쿵’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두드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잠잠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려는 동시에 문이 열렸다. 꽤 다급하게 열린 문 사이로 누군가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누구십니… 프시케?”

 

 “…풉.”

 

 프시케는 문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군데군데 헝클어진 머리카락, 마치 굴뚝 청소라도 하다 온 것처럼 얼굴 여기저기에 묻은 검댕. 프시케임을 확인하고는 토끼처럼 동그래진 붉은 눈동자.

 

 “조슈아. 대청소라도 하는 거예요?”

 

 묻는데 저 뒤에서 시끌벅적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주인님! 님프의 꿀을 먹어야 체력이 좋아집니다!”

 

 “이거 이제 별로 안 써요. 제가 팬케이크로도 만들어 드렸잖아요? 주인님께선 정말 애도 아니고.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법도 모르십니까?”

 

 “님프의 꿀 하나 먹는데 온갖 난리를 부리는구나, 조슈아.”

 

 베르아체의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그들의 음성에 조슈아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아하… 쓴 것을 싫어하는군요?”

 

 프시케가 방긋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마치 재밌는 장난 거리를 발견한 아이의 그것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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