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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 황녀가 원한 건 작은 식당이었을 뿐인데
작가 : 한잎이
작품등록일 : 2020.9.24

베르딘 황실의 셋째 황녀 프시케. 뛰어난 요리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살벌한 입담?!
황실의 트러블 메이커로 자자한 그녀에게 주어진 퀘스트.

정해진 기간 동안 마계에 가서 요리 선생님이 되어주고 돌아와라. 네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소원. 들어줄게.

퀘스트만 완료하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로 마계에 입성한 프시케.
곳곳에 달콤살벌한 일들이 폭탄처럼 터지기 시작한다!

"요리도 좋습니다만. 제게도 시간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냉기가 뚝뚝 묻어나는 마계의 유명한 차도남이라는 조슈아는 왜 나한테만 들이대고

"그대가 황족의 신분으로 왔다고 한들, 마계에 있을 때는 이곳의 법을 따라야만 한다.
이 말의 뜻은, 자유 시간이라고 하여 외간 남자와 함부로 돌아다니는 건 불법이란 소리다."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지만 사사건건 아빠처럼 간섭해대는 마왕, 루시펠은 또 왜 이럴까.

내 소원은 반려 너구리인 솔트와 작은 음식점 하나 차려 오순도순 둘이서만 사는 것인데...

과연 이 소원. 이룰 수 있을까?

 
14
작성일 : 20-09-28 03:23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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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슈아는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말할 기회가 없어 말하지 못했지만, 그의 저택은 프시케 저택의 바로 옆에 있었다. 그의 집사인 데르센은 불이 꺼지지 않는 그의 방을 슬쩍 열어보았다가 조용히 닫았다.

 

 “주인님께선 어떠신 것 같나요?”

 

 시녀장인 에트나가 물었다.

 

 “아무래도 움브라를 섬멸하러 갔던 일이 꽤나 힘드셨던 모양이야.”

 

 “들어오실 때는 땀범벅이 다 돼서 들어오셨던데요.”

 

 “움브라를 퇴치하면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셨을지도 모르지.”

 

 주름진 데르센의 얼굴에 깊은 걱정이 새겨졌다. 대대로 조슈아 가문을 모셔온 그였다. 직업 정신에서 우러난 것보다는 진심으로 주인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욱 컸다.

 

 반면 에트나 역시 데르센만큼이나 오랜 세월동안 가문을 모셔왔지만, 그녀의 판단은 약간 달랐다.

 

 뭐랄까. 오늘따라 주인님의 상태가 좀. 비 맞은 강아지 같달까. 아니면 엄마한테 혼난 아이 같달까… 아무튼 축 쳐져있는 상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데르센의 말을 듣고 보니 움브라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조슈아가 쳐진 듯 보이는 것도 기력이 부족해서일지 모른다.

 

 에트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내일은 아무래도 님프의 꿀을 얻어와야겠어요.”

 

 “좋은 생각이야. 그걸 그냥 먹기는 힘드니 팬케이크를 만들지. 꿀은 님프 중에서도 알세이데스 것이 으뜸이네. 내일 심부름꾼을 보내야겠군.”

 

 그렇게 두 마족은 원기 충전을 위한 님프의 꿀을 얻고자 해결책을 내리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그 시각 조슈아는 도미노를 쌓는 중이었다. 그러나 평범한 도미노 블록이 아니었다. 그가 쌓는 것은 그의 손에서 뿜어지는 냉기로 만들어낸 얼음 도미노였다.

 

 조슈아는 계속해서 도미노를 쌓아갔다. 기다란 도미노의 줄이 반대쪽으로 꺾이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벌떡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벌컥.’

 

 그러나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큐큐큐큐!!!”

 

 순간 낯익은 짐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윤기가 좌르륵 흐르는 회색 털 뭉치가 보였다. 그는 바로 프시케의 반려 너구리였다.

 

 “큐우큐우!”

 

 너구리는 다급하게 손을 휘저으며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데…

 

 “!!”

 

 조슈아는 다급히 너구리의 손을 낚아챘다. 그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붉은 선혈.

 

 그녀의 피가 너구리의 손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

 

 “이건…….”

 

 프시케는 멍하니 오르골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분명 온통 검은색인지라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던 오르골이었다. 그런데 태엽이 돌아가면서 그 검은색들에 알록달록한 색이 덧입혀지기 시작했다.

 

 좀처럼 구분이 가지 않아 흉기인줄만 알았던 것들은 알고 보니 풍선과 아이스크림이었다. 검은 제단인 줄 알았던 것은 축제에만 볼 수 있는 가판대였다. 풍선과 아이스크림을 든 인형들이 돌아가면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생일을 축하할 때 쓰이는 음악이었다.

 

 「어때요, 도련님. 생각보다 괜찮지요?」

 

 「생일 축하해요, 로이 도련님.」

 

 축하 인사말을 끝으로 더 이상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프시케는 가판대에 꽂혀있는 검은 물체를 집어 들었다. 온통 까맣기만 할 때는 발견 하지 못했던 검은 열쇠였다.

 

 ‘그래도 누군가는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던 이가 있었군.’

 

 그녀가 겪었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위하는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프시케는 손에 쥐어진 열쇠 두 개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오로지 문만이 존재하는 한쪽 벽면을 돌아보았다.

 

 전율을 느낄 정도의 게임을 즐기기를 원하는 로이. 두 개의 선택지. 그 선택을 끝까지 성공한 뒤 도달한 마지막 관문에서 잘못된 선택을 내린다면 자신을 보게 될 것이라던 말.

 

 ‘로이는 위험 속에 즐거움이 있다고 했어. 그렇다면 분명 나는 위험한 길로 가야만 끝까지 도달할 수 있을 텐데….’

 

 아마도 프시케가 모든 관문을 통과한 다음 잘못된 결정을 내려야 최대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게끔 조작했겠지.’

 

 그가 조작하지 않을 확률이란 거의 없다고 단정 지었다. 그가 인간 세계에서 온 황녀를 납치할 정도의 위험을 감수했다면, 적어도 끝까지 갈 작정으로 온 것임이 분명했기에.

 

 ‘지금의 결정은 중요하지 않을 거야. 일단은 제한 시간 안에 끝까지 도달하는 것이 중요할 뿐.’

 

 그렇기에 프시케는 망설임 없이 검은색 문을 열었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로이는 본인의 어린 시절을 왜 보여주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행운이긴 했다. 그의 ‘기억에 남는 음식’이 어떤 모습일지 서서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 음식을 만드는 것.’

 

 순간 불현 듯 전혀 다른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로이는 은연중에 기억에 남는 음식을 통해 치료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물론 그 희번득하던 눈을 떠올리면 그럴 가능성은 적었지만 말이었다.

 

 이윽고 새로운 방이 나타났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대박.”

 

 주방이 나타났다. 비록 어두웠고 요리 시설보다는 식칼 같은 위험한 도구들이 더 돋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들뜬 마음을 안고 주방을 솜씨 좋게 점검했다. 조리대 쪽은 쓰다 남은 재료들로 어질러져 있었지만 바구니에는 꽤 다양한 재료들이 신선하게 저장되어 있었다.

 

 ‘만들 수 있다…!’

 

 프시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움브라 상태를 치료해 줄 수 있다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었다.

 

 이윽고 널브러진 재료들 사이로 반짝이는 붉은색 열쇠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열쇠를 집어 들었지만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열쇠를 주물러도 보고 물에 씻어도 보고 던져도 보고… 별의 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보는 더 안 준다는 건가?’

 

 번쩍이는 요리 도구들 사이로 검은색 열쇠가 걸려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변화라도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열쇠를 집어 들었건만.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제야 확신했다. 로이는 더 이상 정보를 줄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다 된 스프를 스푼이 없다고 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젠 내 스스로 추리해야만 하는 때야.’

 

 그는 항상 ‘이래야만 하는’ 무언가에 얽매어 있었다. 어느 집안의 일원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아들이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어떤 것들.

 

 ‘마치 수업 시간에 만들었던 레시피의 정석에만 얽매여있던 질서정연한 라따뚜이처럼.’

 

 하지만 그를 위로해 주었던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겉은 엉망진창이지만 자세히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것.

 

 마치 하녀의 배려 깊은 장난처럼.

 

 ‘만약 그 하녀였다면 로이 로이에게 어떤 라따뚜이를 만들어 줬을까?’

 

 프시케는 그녀가 로이를 위해 라따뚜이를 만들었을 장면을 상상했다.

 

 ‘완벽함에 집착하던 가족들과, 그것에 역겨움을 느끼던 아이.’

 

 어쩌면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

 

 그 순간 묘한 형체의 라따뚜이가 눈에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접시 안에는 라따뚜이라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신기한 형체의 음식이 담겨져 있었다.

 

 「어때요. …어도 괜찮죠?」

 

 아까 전, 하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이윽고 빛은 사라지고 다시 어두운 주방으로 돌아왔다. 기분이 묘했다. 단순히 남의 과거를 훔쳐보는 기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하녀가 한 말은 프시케가 오랫동안 요리와 함께 하면서 가끔 잊어버리고 마는 그런 것이었다.

 

 왜인지 그리운 감각에 휩싸였던 것도 잠시.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조리대로 향했다.

 

 “어서 시작하자. 시간이 별로 없어.”

 

 목에 따끔거리는 감각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프시케는 빠른 손놀림으로 저장통에 든 재료들을 훑었다.

 

 그녀는 토마토 몇 개와 양파를 큼지막하게 썰고 오목한 팬에 넣어 대충 으깬 뒤 자른 베이컨을 넣었다. 그리고는 약한 불에 졸였다.

 

 한참동안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고 요리를 만드는 소리만 들려왔다.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을 법한 속도였다. 베르딘의 단체 급식소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음식이 만들어졌다.

 

 ‘다 됐다!’

 

 엄청난 속도로 특별한 라따뚜이를 완성한 프시케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녀의 얼굴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의 얼굴에 급속도로 깊은 수심이 깔렸다. 프시케는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근데 이걸 어떻게 먹이지?’

 

 *

 

 로이는 원판 위에 놓인 헝겊 인형을 보며 히죽이고 있었다. 백금발 머리카락에 녹색 눈을 가진, 프시케를 닮은 인형이었다.

 

 “모든 길은 내게로 통하지.”

 

 원판은 네 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각의 칸마다 두 개의 길이 있었으나 어느 쪽의 길을 선택하든 결국 하나의 칸으로 향했다.

 

 “키히히히… 마지막까지 와서 결국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좌절할까?”

 

 그리고 그 좌절한 여자의 얼굴이 피범벅이 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그 남자와 거래를 한 뒤에는 아무리 거대한 도박에서 이겨도 전혀 즐겁지 않았다. 전혀 짜릿하지 않았다. 그나마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에서만 약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루시펠과 조슈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자를 농락하다 죽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아, 그 백금발 머리카락을 붉게 물들일 생각을 하니… 정말 엄청나군.”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번들거렸다.

 

 로이가 있는 곳은 프시케가 처음 깨어났던 바로 그 방이었다. 이곳은 로이의 저택의 지하에 있는 원형 감옥. 그저 위험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만든 장소였다.

 

 “이제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두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갔다. 설마 독침을 목에 꽂아 넣었다고 했는데, 시간을 엄수하지 않을 리는 없다.

 

 이제 곧 시간이 다 되었다 싶을 때 쯤. 붉은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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