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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 황녀가 원한 건 작은 식당이었을 뿐인데
작가 : 한잎이
작품등록일 : 2020.9.24

베르딘 황실의 셋째 황녀 프시케. 뛰어난 요리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살벌한 입담?!
황실의 트러블 메이커로 자자한 그녀에게 주어진 퀘스트.

정해진 기간 동안 마계에 가서 요리 선생님이 되어주고 돌아와라. 네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소원. 들어줄게.

퀘스트만 완료하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로 마계에 입성한 프시케.
곳곳에 달콤살벌한 일들이 폭탄처럼 터지기 시작한다!

"요리도 좋습니다만. 제게도 시간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냉기가 뚝뚝 묻어나는 마계의 유명한 차도남이라는 조슈아는 왜 나한테만 들이대고

"그대가 황족의 신분으로 왔다고 한들, 마계에 있을 때는 이곳의 법을 따라야만 한다.
이 말의 뜻은, 자유 시간이라고 하여 외간 남자와 함부로 돌아다니는 건 불법이란 소리다."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지만 사사건건 아빠처럼 간섭해대는 마왕, 루시펠은 또 왜 이럴까.

내 소원은 반려 너구리인 솔트와 작은 음식점 하나 차려 오순도순 둘이서만 사는 것인데...

과연 이 소원. 이룰 수 있을까?

 
11
작성일 : 20-09-28 02:36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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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지만 심장이 쿵쾅거렸다.

 

 조금 특이한 마족이라는 게 이런 소리였나? 내가 보기엔 전혀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그의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마주할 때면 등골을 타고 오싹한 느낌이 올라왔다. 등 뒤로 따라붙는 시선을 무시하고 애써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자, 이쯤 됐으니 다 끝났죠? 그럼 이제 어떤 음식들을 만들었는지 볼게요.”

 

 다른 마족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표정이었다. 조슈아부터 루시펠까지. 각자 정말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었다.

 

 프시케가 첫 시간에 각자 원하는 메뉴를 만들자고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앞으로 계속 함께 할 마족들인데, 어떤 성격인지 음식을 통해 파악하려는 의도.’

 

 시간은 변했고 이제는 음식은 단순히 먹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해져서인지 수많은 이들은 다양한 음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음식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어떤 성격인지를 대충은 파악 할 수 있었다.

 

 마족들 중에는 의외의 메뉴를 만든 이도 있었고, 정말 본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메뉴를 만든 이들도 있었다.

 

 “자, 그럼… 로이 씨는 라따뚜이 잘 만드셨나요?”

 

 “…….”

 

 예상했지만 로이는 프시케의 말에 한 마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이 만든 라따뚜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볼 뿐이었다.

 

 그가 만든 라따뚜이를 본 프시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호박이며 가지들을 동그랗고 얇게 썰어서 소스 위에 올려놓는 방식의 음식인 라따뚜이. 원래 라따뚜이는 위의 채소들을 가지런히 올려놓는 것이 포인트기는 했다.

 

 로이가 만든 라따뚜이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다. 야채들 사이의 간격이 완벽히 일정한 것은 물론이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러나 그 완벽함이 손으로 빚어졌다고 하기에, 왠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로이. 라따뚜이를 굉장히 정교하게 잘 만들었네요. 라따뚜이의 정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그녀의 칭찬에도 로이는 묵묵부답이었다. 아까 전, 프시케에게 짓궂은 장난을 칠 때 보였던 웃음 말고는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한 번 본인이 만든 음식을 드셔보시겠어요? 그래야만 이렇게 만든 음식은 이런 맛이 나오는 구나를 알 수 있답니다.”

 

 그에 로이는 천천히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가 야채를 소스에 묻혀 한 입 넣었다. 프시케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가 먹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맛이 별로군요.”

 

 이번에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더구나 루시펠이 말하길 움브라들은 그의 기억에 남는 음식을 먹으면 치유 된다고 했는데, 그런 변화의 구석조차 하나 없었다.

 

 혹시 이것이 잘못된 건가. 프시케는 루시펠을 곁눈질했다. 루시펠은 그녀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잘못된 것은 아닌 듯한데… 그렇다면 움브라가 직접 만든 음식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걸까?

 

 그런 확률도 있었다. 그를 찬찬히 훑어보던 프시케가 손뼉을 탁 치며 시선을 집중 시켰다.

 

 “자. 그러면 여러분들이 만든 음식들 중 가장 알아두면 좋을 법한 메뉴를 가르쳐 드릴게요.”

 

 “그게 뭔데요오?”

 

 드라한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라따뚜이랍니다.”

 

 “에이이. 내가 만든 정어리 샌드위치도 괜찮은데….”

 

 드라한이 실망스럽다는 듯 몸을 배배 꼬았다. 그러나 그것도 단순한 눈속임이었다. 움브라인 로이를 속이기 위한 눈속임. 어차피 만들 메뉴는 하나로 정해져 있었다.

 

 각자 음식을 만들어 보라고 했던 두 번째 이유가 이것이었다. 좀처럼 입도 열지 않는 로이에게서 어떻게 기억에 남는 음식을 알아낼 수 있겠는가. 이 시간을 통해 자연스레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아내고자 함이었다.

 

 이제 라따뚜이라는 것은 알아냈으니, 만들어 먹게만 하면 될 듯싶었다.

 

 “라따뚜이는 만드는 과정은 어려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하답니다.”

 

 뻥이었다. 사실 라따뚜이 만드는 건 더럽게 힘들다.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

 

 “다양한 재료들을 준비하면 더 맛있겠지만, 오늘은 기본 중의 기본을 배우는 시간이니 단순한 재료들만 사용할게요.”

 

 프시케는 토마토 몇 개와 주키니 호박, 가지를 꺼내어 한 편에 놓아두었다. 이 채소들은 소스에 얹을 것들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는 토마토소스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준비해 두었다. 양파 1개와 통마늘 서너 개, 파슬리와 토마토 서너 개였다.

 

 “먼저 토마토소스를 만들 거예요.”

 

 프시케는 먼저 양파와 마늘을 잘게 다졌다. 그 재료들을 접시에 담아놓은 뒤, 작은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자작할 정도로 둘렀다. 그리고는 다진 양파와 마늘을 넣었다.

 

 “올리브 오일을 이렇게 많이 넣으면 건강에 안 좋지 않나요?”

 

 레이어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에요. 일정량의 올리브 오일은 소화에도 도움이 되고 채소의 영양분도 더욱 잘 흡수 될 수 있게 도와준답니다.”

 

 “호오… 그래요?”

 

 “네. 그리고 지금 양파와 마늘이 익는 소리를 잘 들어보세요.”

 

 “어? 어 빗소리 같은데?!”

 

 드라한이 신기하다는 듯 외쳤다.

 

 “그렇죠? 마늘과 양파를 튀기듯 볶는 것이라 이런 소리가 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재료들이 더욱 맛있어져요. 올리브 오일을 자작하게 둘렀던 이유도 튀기듯 볶기 위해서랍니다.”

 

 “음. 그렇군.”

 

 그곳에 소금과 후추를 약간 넣어 간을 맞췄다.

 

 “냄새를 잘 맡아보세요. 그냥 생양파와 생마늘의 냄새는 조금 역한 감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오. 좋은 향이 납니다. 예전에 베르딘의 유명한 파스타 음식점에 갔을 때 나왔던 갈릭 알리올리오 같은 냄새에요.”

 

 칼리알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내 딸 웬디에게도 언젠가 양파와 마늘을 볶아주어야겠군요.”

 

 베르아체가 중얼거렸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오늘 라따뚜이 만드는 법을 배워서 제대로 하나 만들어주면 좋아 할 거예요.”

 

 프시케는 방긋 웃으며 토마토소스 만들기를 재개했다.

 

 양파가 잘 익어 투명해졌다. 이제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잘게 다져 한꺼번에 넣은 뒤 다시 한 번 소금과 후추를 뿌렸다.

 

 “채소의 수분이 없어질 때까지 약한 불에 졸여주시면 돼요.”

 

 프시케가 조슈아를 힐끗 곁눈질 했다. 그에 조슈아는 손을 살며시 움직였다. 그의 손짓에 스토브의 불이 약하게 줄어들었다. 블제리트의 요리시설 모든 것은 마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프시케 혼자서는 조작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모든 것이 맘에 드는 이 주방에서 한 가지 맘에 안 드는 점이었다.

 

 “소스가 불에 졸아들 때까지, 소스에 얹을 재료들을 손질할 거예요.”

 

 아까 전 한 편에 두었던 토마토와 가지, 주키니 호박을 꺼냈다.

 

 “이 재료들을 얇게 잘라주시면 돼요.”

 

 토마토와 가지, 주키니 호박을 얇게 슬라이스 하는 것을 먼저 보여주었다.

 

 “제가 재료를 써는 자세를 잘 보세요. 이렇게 잡아야만 혹시 실수하더라도 손을 다치지 않아요.”

 

 손가락을 오므린 채로 재료를 잡고 칼을 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른 마족들이 잘 따라하는지 살펴보았다. 다른 마족들은 곧잘 따라했다. 그런데 유독 조슈아는 그것이 어려운지 잘 따라하지 못했다.

 

 칼을 잡고 이렇게 자세를 잡았다, 저렇게 자세를 바꿨다 하는 모습이 정말 어설펐다. 그런데 또 그 어설픈 모습이 귀여웠다. 귀여운데 그냥 저렇게 놔둘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선생님으로서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슈아. 재료를 한 번 잡아볼래요?”

 

 프시케가 그에게 성큼 다가가 말했다. 조슈아는 조심스레 왼손으로 재료를 잡고 오른손으로 칼을 쥐었다.

 

 “음.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재료가 미끄러질 것 같아 너무 세게 잡으면 오히려 칼질에 힘이 안 들어가요.”

 

 프시케의 손이 그의 왼손을 잡았다. 그리고 재료를 꼭 쥐고 있는 조슈아의 손가락을 살며시 풀고는 재료 잡는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

 

 “그리고 칼은 이렇게…”

 

 조슈아가 식칼을 잡은 모양새는 마치 검을 쥐는 모양 같았다. 그 모양을 올바른 식칼 쥐는 자세로 교정해주었다. 그러다보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프시케가 조슈아를 만지작대는(?) 포즈가 되어버렸다. 그의 손을 잡고 어깨를 살며시 감쌀 때마다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히 자세를 봐줄 뿐이었는데 왜인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저 옆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식칼의 자루부분으로 도마를 내려치는 소리였다.

 

 “라따뚜이는.”

 

 루시펠이었다.

 

 “언제 만드느ㅏ?”

 

 그의 상당히 서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의 시선은 조슈아를 향해 있었다.

 

 “하하. 라따뚜이 만드는 방법이 많이 궁금하셨나 봐요. 다시 시작할게요.”

 

 마족들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뻘뻘 흐를 지경이었다. 움브라만 조심하면 될 줄 알았더니, 움브라보다 무서운 루시펠을 조심해야 하다니. 요리 수업은 그들에게 ‘힐링’이 아니라 ‘고문’이었다.

 

 그러나 프시케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라따뚜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 이제 재료는 모두 준비 되었죠? 그동안 토마토소스도 알맞게 졸아들었답니다. 그럼 이제 제대로 간을 맞춰줄 거예요.”

 

 냄비 안에 토마토케첩과 설탕을 넣었다. 짠맛은 아까 전 맞춰 주었으니 이제는 단맛을 맞춰줘야 할 차례였다. 단짠단짠은 맛있는 음식의 정석이었다.

 

 “그리고 버터를 작게 잘라 한 조각 넣어주고.”

 

 버터가 완전히 녹은 뒤에 파슬리 가루를 듬뿍 뿌려주었다.

 

 “이렇게 하면 맛도 좋고 비쥬얼도 좋아진답니다.”

 

 비쥬얼은 사람이든 음식이든 중요한 법이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은 법이니까.

 

 “이제 마지막입니다. 아까 전 자른 채소들 있죠? 그 재료들을 가지런히 토핑해 주면 끝이에요.”

 

 프시케는 동글동글 예쁘게 썰어진 채소들을 토마토소스 위에 둥그렇게 얹었다. 라따뚜이의 핵심은 이 둥그렇게 얹어진 채소들의 모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대한 예쁘게 재료들을 토핑했다.

 

 “다 되셨나요?”

 

 마족들을 돌아보니 얼추 라따뚜이의 모양이 나왔다.

 

 “나는 그 모양 싫은데. 하트로 하면 안돼?”

 

 드라한만은 둥그렇게 얹는 것이 싫다며 하트 모양으로 재료들을 올렸다.

 

 “어머. 그 모양도 나름 귀엽네요. 요리는 드라한의 취향대로 하는 게 정답이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도 괜찮…”

 

 “뭐하는 짓이야!”

 

 쇠붙이로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로이 살바레스였다. 그는 분노를 가득 담은 채 드라한을 노려보았다.

 

 “모든 건 정해진 대로 해야 제일 좋은 법이야. 어딜 감히 네 멋대로 판단해? 하라는 대로 하란 말이야!”

 

 말투까지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그의 몸속에 빙의한 것만 같았다. 그는 씩씩대며 길길이 날뛰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제정신을 차린 듯 깊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가끔씩 정신이 이상해지는 순간이 와서.”

 

 “괜찮아. 움브라 변이 과정에 있는 이들한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니까.”

 

 막상 그 욕을 먹은 드라한은 별로 개의치 않은 듯 보였다. 괜찮다고 말한 뒤 자기 뜻대로 열심히 라따뚜이를 하트 모양으로 꾸몄다.

 

 “…물론 정석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요리는 먹을 사람의 취향에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프시케는 로이를 향해 말했다. 그러나 로이는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상태로 돌아왔다.

 

 “자. 그럼 토핑까지 끝낸 라따뚜이를 오븐에 넣을게요.”

 

 조슈아의 도움을 받아 오븐을 200도로 예열한 뒤 25분 동안 굽기 시작했다. 그러나 묘하게 살벌함이 감도는 분위기 때문인지 라따뚜이를 넣는 마음이 편치는 못했다.

 

 ‘딩동’

 

 라따뚜이가 완성 되었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25분이 지나기는 했다.

 

 “라따뚜이가 완성 되었네요!”

 

 어떤 음식이든 완성되는 순간이 제일 반갑다지만, 이렇게까지 반가운 건 처음이었다. 오븐 사이로 군침 돌게 하는 냄새가 새어 나왔다. 모든 마족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프시케는 오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따뚜이를 꺼냈다. 토마토의 붉은색과 주키니 호박의 초록색의 조화가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웠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나 먼저 한 입만!”

 

 “와… 역시 선생님은 대단하시네요.”

 

 드라한은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칼리알은 그녀를 추켜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오븐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냄새부터 존재감이 남달랐다. 프시케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 음식을 작은 접시에 덜었다.

 

 “그럼 오늘 먼저 라따뚜이를 만들었던 살바레스 씨 먼저 시식 해보시겠어요?”

 

 그녀는 라따뚜이가 담긴 접시를 살바레스에게 내밀었다. 살바레스는 그 특유의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라따뚜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한참이나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살바레스. 어서 먹어보지. 어느 교실이든 스승의 말은 법이니.”

 

 루시펠이 나지막하지만 힘이 실린 어조로 말했다. 그에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그의 손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라따뚜이를 한 스푼 떴다. 그리고 천천히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과연 움브라의 변이 과정이 치료 될 것인가.

 

 그것이 모든 마족들의 관심사였다.

 

 “…….”

 

 마치 음미하듯 천천히 접시에 담긴 라따뚜이를 다 먹은 살바레스가 말했다.

 

 “맛있군요.”

 

 간단한 평이었다. 이게 끝인가? 혹시 이전과 달라진 점은 없나? 싶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어떤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음식을 먹으면 마치 마법처럼 하얀 빛이 나오면서 치유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혹시 다른 요리법으로 해야 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 음식이 기억에 남는 음식이 아니었다거나… 수많은 경우의 수가 프시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럼 이제 수업도 끝난 것 같은데 제 방으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로이가 벨모트를 향해 물었다. 달리 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던 벨모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살바레스는 벨모트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움브라 변이 과정을 겪게 되었다고 말한 뒤로부터 쭈욱 살게 된, 마력이 통하지 않는 작은 방.

 

 그 방을 묘한 눈길로 쭈욱 둘러본 살바레스가 벨모트를 불렀다.

 

 “벨모트 보좌관님. 제가 부탁드린 헝겊인형은 가져 오셨습니까.”

 

 “아. 잠깐 기다리게.”

 

 벨모트가 가방 안을 뒤적였다. 꽤 깊은 곳에 놓아둔 건지 고개 숙여 헝겊인형을 찾고 있을 때였다. 드디어 손에 잡힌 헝겊인형을 꺼내려 할 때였다. 갑작스레 벨모트의 목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꽂혔다. 독침이었다.

 

 벨모트는 온몸의 감각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것 같았다. 손끝이 저리기 시작하면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헝겊인형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이 말은 유용하게 잘 사용하도록 하지요.”

 

 로이는 바닥에 떨어진 헝겊인형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마력이 통하지 않는 그 방에 벨모트를 남겨두고는 문을 닫았다.

 

 성큼성큼 감옥 같은 그곳을 빠져나가는 로이. 그의 사지는 이미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다. 마치 거미의 육신에 사람의 얼굴만이 달려있는 것 같았다.

 

 “아까 전의, 그 기막힌 냄새를 따라가면 되겠군.”

 

 로이는 소름 끼치게 히죽이며 그의 ‘판돈’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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